리들리 스콧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의 재회라는 점,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형 사극이라는 점에서 <나폴레옹>은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일 겁니다. 그리고, 매번 나오는 감독판 편집 문제와 생각 외로 신통치는 않은 초반 반응은 걱정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였습니다. 오늘, 그리고 내일(12월 2일, 3일) 일부 관에서 유료 시사회를 하게 되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좀 남는 작품이네요.
흔히, 사극, 그것도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사극이라면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재현과 재구축의 비중에 관련한 선택인데요. 어떤 작품에서는 인물을 재현하지만 더 세심하게 파고드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기존의 학설 내지 인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물을 조명하고 새로이 바라보게 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나폴레옹>은... 조금 많이 아쉽습니다. 외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 들 정도로 일반적인 묘사에 그치는 느낌이 드는 아쉬움이 듭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 중, 나폴레옹의 대두에서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폴레옹이라는 인물과 조세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입니다. 나폴레옹-조세핀 관계는 어떤 측면에서는 <나를 찾아줘>의 비틀린 관계스럽기도 하고, 애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 관계로 그려집니다. 이 관계 속에서 나폴레옹을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측면에서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에겐)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연장선상으로 그려진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닥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영화의 규모와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값에 비교했을 때, 영화의 야심, 목표라고 할만한게 상당히 낮아보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영화가 인물을 어떤 방식으로 조명하는지 불투명한 그림이 보입니다. 인명을 제목에 넣고, 인물을 포스터에 크게 넣고, 인물의 시간대를 따라간다고 영화가 인물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긴 좀 힘들거든요. 그래서 충실한 재현도, 혹은 파격적 재해석도 애매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이야기 자체가 주마간산으로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셈이라 진짜 감독판이 나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p.s. 저는 이상하게 영화를 보면서 게임 <토탈워 시리즈>를 해보고 싶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