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의 둘째 글자인 소 축(丑)의 자원과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왼쪽부터 丑의 갑골문, 금문 1, 2, 제 문자, 연 문자, 초 문자, 소전, 전한 예서, 신나라 전서,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마치 한글 '뀨' 밑에 'ㅡ'를 적어 놓은 듯한 현재의 모양과는 달리, 옛 형태는 오른손을 그린 또 우(又)와 비슷하다.

又의 갑골문. 출처: 小學堂
又와 견줘 보면 손가락 끝에 갈고리 같은 것이 걸려 있는데, 이는 손톱을 표현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손톱 조(爪)의 옛 형태는 丑과 비슷하다.

왼쪽부터 爪의 갑골문, 금문, 소전, 조위(조비의 위나라) 예서. 출처: 小學堂
따라서 손톱의 형상을 본떠 爪와 丑이 만들어졌는데, 손톱의 본 뜻으로 쓰이는 글자는 爪고 丑은 원 뜻을 잃고 둘째 지지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스미스는 손톱 모양의 달, 즉 초승달을 가리키는 데에서 둘째 지지의 뜻이 나왔다고 추측했다. 나아가서 丑에서 파생된 글자들은 손톱 모양의 집게에서 뜻이 나왔다고 했다.
丑은 갑골문에서부터 이미 둘째 지지의 뜻으로만 쓰였다. 둘째 지지로써 시각으로는 오전 1시-3시, 또는 오전 0시 30분-1시 30분을 가리킨다. 달로는 대한(大寒)이 들어 있는 음력 12월을 가리킨다. 방위로는 정북방에서 동쪽으로 15°-45° 떨어진 범위이다.
둘째 지지, 丑을 상징하는 동물은 소다. 子와 쥐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 것과는 달리, 丑은 학자들이 오스트로아시아어족에서 이 연관이 왔을 것이라고 본다. 원시베트남어에서 물소를 뜻하는 *c-luː, 원시몬크메르어에서 물소를 뜻하는 krpiʔ ~ krpiiw ~ krpuʔ ~ (kr)puh, 원시오스트로아시아어에서 물소를 뜻하는 *k.r.pu.y 등과 비교한 것이다. 참고로 베트남에서 丑을 상징하는 동물은 물소다.
《설문해자》에서는 “맺는 것이다. 12월은 만물이 움직이는 때로, 여러 가지 일에 소용된다. 손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다. 때에도 축시가 있으니, 손을 들어 때를 나타내는 것이다.”라고 풀이해 맺을 뉴(紐)를 의식하고 있다. 손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는 풀이는 맞지만, 다른 풀이는 견강부회라고 비판을 받는다.
소 축(丑, 축년(丑年), 계축옥사(癸丑獄事) 등. 어문회 3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丑+女(계집 녀)=妞(아가씨 뉴): 인명용 한자
丑+心(마음 심)=忸(익을 뉴|부끄러울 뉵): 육니(忸怩: 부끄럽고 창피하다) 등. 어문회 특급
丑+木(나무 목)=杻(싸리 뉴|수갑 추): 유거(杻炬: 싸리나무로 만든 홰나 횃불), 목추(木杻: 씨아의 가락) 등. 어문회 준특급
丑×3+木(나무 목)=橻(고을이름 추): 급수 외 한자
丑+水(물 수)=沑(젖을 뉴): 인명용 한자
丑+犬(개 견)=狃(익숙할 뉴): 유습(狃習: 익숙) 등. 어문회 특급
丑+糸(가는실 멱)=紐(맺을 뉴): 유대(紐帶), 혁뉴(革紐: 가죽끈) 등. 어문회 1급
丑+羊(양 양)=羞(부끄러울 수): 수치(羞恥), 진수(珍羞) 등. 어문회 1급
丑+虫(벌레 훼)=䖡(그리마 뉵): 육니(䖡蚭: 그리마) 등. 급수 외 한자
丑+血(피 혈)=衄(코피 뉵): 육혈(衄血: 코피), 비뉵(鼻衄: 자주 코피를 흘리는 증상) 등. 인명용 한자
丑+衣(옷 의)=⿰衤丑(옷부드러울 뉴): 인명용 한자
丑+金(쇠 금)=鈕(인꼭지 뉴): 유(鈕: 인꼭지), 다뉴세문경(多鈕細文鏡) 등. 어문회 특급

丑에서 파생된 한자들.
丑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대부분 음이 '뉴'나 '뉵'이다. 丑의 상고음은 벡스터-사가르에 따르면 /*[n̥]ruʔ/, 정장상팡에 따르면 /*n̥ʰuʔ/로, 초성에서 비음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고음에서 지금과 유사한 음으로 바뀌었다. 紐의 상고음은 /*n<r>uʔ/(벡스터-사가르), /*nuʔ/(정장상팡)으로, 丑과 초성이 조금 다르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丑은 한국에서는 '축'으로 읽지만, 중국 한자음으로는 받침이 없다. 생략되서 없는 게 아니라 원래 없는 것으로 나온다. 《광운》이나 《강희자전》의 음을 한국식으로 그대로 가져오면 '추'가 된다. 코피 뉵(衄)에는 받침이 있지만, 衄의 상고음은 /*nuɡ/, /*njuɡ/(정장상팡)으로 이때부터 丑과는 마지막 소리가 달랐다. 따라서 한국 한자음 丑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국 음에서 불규칙 변이가 일어난 형태다.
익을 뉴/부끄러울 뉵(忸)은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고전 한문에서는 《맹자》 등 여러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부끄러울 니(怩)와 짝을 지은 부끄러워한다는 뜻의 육니(忸怩)라는 말로 잘 나타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단어에서 마음 심(心)을 모두 벌레 훼(虫)로 바꾸면 그리마라는 뜻의 육니(䖡蚭)가 된다. 부끄러움과 그리마가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익을 뉴라는 훈음으로는 忸와 동자다.
싸리 뉴/수갑 추(杻)는 《설문해자》에 수록되어 있지 않고, 다만 '수갑 추'라는 훈음으로는 杽가 올라와 있다. 나무 목(木)이 뜻을 나타내고 손 수(手)가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며, 또 손을 묶는다는 뜻이기에 手가 뜻도 나타낸다. 지금의 杻는 소리 부분이 手에서 丑으로 교체된 글자다.
이 한자는 《광운》과 《강희자전》에 모두 음이 뉴와 추만 있는데, 한국에서는 서울시 지축(紙杻)동이나 사천시 축동(杻東)면처럼 일부 지명에서 '축'이라는 음으로 읽는다.
杻에는 丑이 한 개만 들어가는데, 丑을 세 개 쓰는 橻라는 한자도 있다. 이 한자는 중국에서는 용례가 없는 한국의 지명용 고유 한자다. 지금의 당진시 면천면은 옛 백제 시절 혜군(槥郡)이었는데, 이 지명은 여러 가지 표기가 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한자를 쓰는 추군(橻郡)이다. 김추윤 교수는 槥가 橻의 오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狃의 춘추 금문, 진(秦)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익숙할 뉴(狃)는 《설문해자》에서는 “개가 교만하다”라는 뜻으로 풀이했으나, 주석에서는 '교만하다'[驕]는 '익숙하다'[忕]의 잘못이라고 보았다. 친압할 압(狎)의 원 뜻인 '익숙하다'도 그렇고 한자에서는 개와 익숙하다를 연관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인물로 반란을 일으키고 공자를 불러들이려고 한 공산불뉴(公山不狃)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름이 '불뉴' 즉 “'뉴'하지 않다”라는 것을 보면 이 狃에 부정적인 의미도 어느 정도 담겨 있는 것 같다. 공산불뉴는 《춘추좌씨전》의 표기고 《논어》에서는 이름을 불요(弗擾)라고 쓰는데, 이는 곧 '어지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狃가 擾 대신 쓴 건지 그 반대인 건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왼쪽부터 紐의 소전, 한나라 도장 문자. 출처: 小學堂
맺을 뉴(紐)는 음이 '뉴'인 한자들 중에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자일 것이다. 대표적인 용례가 두음 법칙이 적용되는 유대(紐帶)라 그게 원래는 뉴대라는 것까지는 미처 몰랐겠지만. 끈과 띠로 맺어 잇듯이 긴밀하게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깊은 유대", "유대 관계를 맺는다"와 같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때의 紐를 끈이라는 뜻으로 보았다. 이 단어는 중국 고전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나 현대에는 한중일 삼국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일상 언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상당히 형식적인 문장에서만 나타나고 일상에서는 일본 고유어인 기즈나(絆, きずな)를 주로 쓴다.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면 무심코 유대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어색한 일본어 문장을 만들어 낸다는 지적이 일본어 교육학 논문에 나올 정도다.
왼쪽부터 羞의 갑골문, 금문 1, 2, 소전, 진(秦) 예서, 전한 예서,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부끄러울 수(羞)는 원래는 양 양(羊)과 손을 나타내는 또 우(又)가 합한 회의자로, 양고기를 손으로 잡고 바친다는 뜻이었다. 금문 2에서는 양 손으로 받들어 모시는 모습으로 쓰고 있다. 소전에서 手가 음을 나타내는 丑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예서에서는 又와 丑을 오가다 해서에서 丑으로 굳어졌다. 즉 원래 뜻은 음식을 바친다는 뜻이고, 지금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이 한자를 쓰는 단어들은 음식의 뜻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일상에서 익숙한 단어로는 진수성찬의 진수(珍羞)가 있다.
지금의 뜻인 '부끄럽다'는 전국시대 자료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며, 단순 가차로 보인다. 그러나 소리 부분이 같은 익을 뉴/부끄러울 뉵(忸)에서 전염된 것일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鈕의 초 문자, 고문, 소전, 서진 예서. 출처: 小學堂
인꼭지 뉴(鈕)는 도장에 있는 꼭지, 또는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고리를 말한다. 《설문해자》에서는 쇠 금(金) 대신 구슬 옥(玉)을 쓰는 글자를 고문으로 제시하는데, 이런 꼭지나 고리를 옛날에는 쇠가 아니라 옥으로 만들기도 했다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옥으로 만든 옥새(玉璽)라면 인꼭지도 옥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종 역시 종을 매달기 위해 위에 꼭지를 만들어 놓는데, 이 부분을 종뉴(鐘鈕) 또는 용 모양으로 만든다고 해서 용뉴(龍鈕)라고 한다.

종의 구조. 출처: 국가유산사랑
또 대한민국 국보 제141호 정문경(精文鏡)의 옛 이름이 다뉴세문경(多鈕細文鏡)으로, 거울에 두 개의 꼭지가 있어서 다뉴라는 말이 들어갔다.
소 축(丑)은 본디 손톱을 뜻하며, 손톱과 같은 집게에서 따서 집게로 집거나 잡아 잇는다는 뜻을 부여한다.
杻(싸리 뉴|수갑 추)는 木(나무 목)이 뜻을 나타내고 丑이 소리를 나타내며, 丑의 뜻을 따라 나무로 사람을 잡아 놓는 수갑을 뜻한다.
紐(맺을 뉴)는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丑이 소리를 나타내며, 丑의 뜻을 따라 집게처럼 실이나 천으로 엮어 맺는 것, 또는 그런 데 쓰이는 끈을 뜻한다.
衄(코피 뉵)은 血(피 혈)이 뜻을 나타내고 丑이 소리를 나타내며, 丑의 뜻을 따라 코피를 흘려 집게로 잡고 있는 것을 뜻한다.
鈕(인꼭지 뉴)는 金(쇠 금)이 뜻을 나타내고 丑이 소리를 나타내며, 丑의 뜻을 따라 쇠로 만들어 집게처럼 도장이나 종 등을 걸쳐 놓게 하는 인꼭지를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丑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소 축(丑)과 자원이 같은 손톱 조(爪)도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는 손톱, 발톱이라는 말이 많이 쓰여서 爪를 쓸 데가 많지는 않다. 한자로 손발톱을 일컫는 말이 조갑(爪甲)이다. 생물 분류에서 유조동물(有爪動物)이라는 동물이 있는데, 절지동물과 비슷하지만 다리 끝에 발톱이 달려 있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영어로는 벨벳 같은 피부에서 따서 벨벳 벌레(Velvet worm)라고도 한다. 고전 한문에서는 조아(爪牙)라는 표현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손톱과 어금니라는 말에서 유용한 물건이나 신하, 또는 군주를 호위하는 신하를 가리킨다.
손톱 조(爪, 조갑(爪甲), 유조동물(有爪動物) 등. 어문회 1급)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爪+竹(대 죽)=笊(조리 조): 조리(笊籬), 복조리(福笊籬) 등. 인명용 한자
복조리.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조리 조(笊)는 조리(笊籬)라는 대나무 도구를 가리키는 데 쓰이는 한자다. 이 조리는 마치 국자 같이 대를 결어서 만드는데, 돌이 섞인 쌀을 물 속에서 일면 조리 안에 쌀이 담기고 돌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지금은 집에서 돌 섞인 쌀을 사다 먹을 일이 거의 없으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도구이지만, 이렇게 쌀에서 돌을 골라낸다 하여 나쁜 것을 몰아내고 좋은 것을 불러들인다는 뜻으로 그믐이나 정초에 이 조리를 걸어 놓는 풍습이 있다. 이런 조리를 복조리(福笊籬)라고 한다. 한편 조릿대는 작은 대나무 종류인데, 이 조리를 만드는 데 쓰인다 해 조릿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조릿대를 순우리말로 적고 있지만.

왼쪽부터 㕚의 갑골문, 금문, 소전. 출처: 小學堂
한편 또 다른 손톱 조(㕚)도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이 글자를 또 우(又)부에 소속시켜 爪와 별도의 글자로 수록했고 후세의 자전들도 이를 따른다. 그러나 나중에도 나오듯이 실제로는 㕚가 爪보다 오래되었고, 학자들은 이 한자가 爪의 본자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위의 금문 㕚도 금문 爪와 동일한 한자다.
손톱 조(㕚, 급수 외 한자)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㕚+虫(벌레 훼)=蚤(벼룩 조): 조슬(蚤蝨: 벼룩과 이), 구조(狗蚤: 개벼룩) 등. 어문회 준특급
蚤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蚤+心(마음 심)=慅(소란스러울 소|고달플 초): 어문회 특급
蚤+手(손 수)=搔(긁을 소): 어문회 1급
蚤+疒(병들어기댈 녁)=瘙(피부병 소): 풍소(風瘙: 풍사로 인한 가려움증), 피부소양증(皮膚瘙癢症: 가려움증) 등. 어문회 1급
蚤+馬(말 마)=騷(떠들 소): 소음(騷音), 이소(離騷) 등. 어문회 3급

㕚에서 파생된 한자들.

왼쪽부터 蚤의 소전, 혹체, 진(秦) 예서, 전한 예서,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벼룩 조(蚤)는 《설문해자》에서는 벌레 곤(䖵)이 뜻을 나타내고 㕚가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로 분석했고, 䖵 대신 虫를 쓸 수도 있다고 했다. 후의 예서에서는 이 혹체를 계승했고 지금의 해서도 그렇다. 위키사전에서는 손톱으로 할퀴듯 물어뜯는 벌레라는 구조의 회의자로 설명했는데, 왜 굳이 형성자라고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의 겸 형성자가 맞을 것 같다.
특이한 것은 경전에서는 이 글자가 이를 조(早)를 통가해서 많이 쓰인다는 것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일찍 죽는다는 뜻의 조세를 早世 외에 蚤世로도 쓸 수 있다고 할 정도다. 그 외에도 손톱 조(爪)과 상통하기도 하며, 일산 갈고리를 뜻하는 요조(轑爪/轑蚤)가 그 예다. 얼마나 옛날에는 벼룩이 흔했으면 早나 爪 같은 일상에서 흔히 쓸 법한 한자를 蚤로 대신 쓰나 싶은 생각이 든다.
《설문해자》에서는 이 蚤를 풀이하면서 㕚는 爪의 고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설문해자》에서는 본래 글자의 풀이에서는 빠진 해석이 다른 글자 풀이에서 등장하기도 해, 《설문해자》를 통해 자원을 분석하려면 표제 설명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책 전체를 다 읽어봐야 한다.

왼쪽부터 騷의 진(秦) 문자, 소전, 진(秦) 예서, 전한 예서,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떠들 소(騷)는 《설문해자》에서 蚤의 소전이 아니라 혹체를 쓰고 있는데, 蚤에서 파생된 다른 한자들도 마찬가지다. 벼룩이 말을 괴롭혀 말이 어지럽게 떠드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래서 원 뜻은 떠들다, 어지럽다다. 쉬슬러는 찾을 수(搜)의 유성음 변이에서 이 한자의 어원을 찾았다. 지금도 일상적으로 쓰는 소음(騷音), 소동(騷動), 소란(騷亂) 등이 이 예다.
騷의 또 다른 뜻은 슬퍼하다인데, 이는 가차로 보인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굴원(屈原)의 대표작 〈이소〉(離騷)의 작품명에 이 뜻으로 썼다. 반고가 離는 일상적인 뜻인 '떠나다'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뜻인 '만나다'[遭], 騷는 '근심'[憂]이라고 풀이해 주었다. 즉 이소란 '근심을 만난다'라는 뜻이다. 〈이소〉는 굴원이 초나라 조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슬픔과 원한, 그리고 나라를 향한 자신의 우국지심을 풀어낸 작품이다. 〈이소〉가 후대에 어찌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騷라는 한자에 시나 문학이라는 뜻이 더해졌다. 이런 용례로는 소객(騷客) 등이 있다. 쉬슬러는 이 말을 옛 크메르어로 슬픔이나 근심을 뜻하는 sook과 연관지었는데, 춘추전국시대 당시 초나라에서는 상고한어 외에도 몽몐어족이나 크메르어가 속한 오스트로아시아어족 언어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㕚는 파생된 한자들에 손톱이란 뜻을 부여한다.
蚤(벼룩 조)는 虫(벌레 훼)가 뜻을 나타내고 㕚가 소리를 나타내며, 㕚의 뜻에 따라 손톱으로 할퀴는 듯이 무는 벼룩을 뜻한다.
蚤는 파생된 한자들에 벼룩과 관련된 뜻을 부여한다.
慅(소란스러울 소|고달플 초)는 心(마음 심)이 뜻을 나타내고 蚤가 소리를 나타내며, 蚤의 뜻에 따라 벼룩에 물려 고달픈 것, 또는 벼룩에 물려 소란스러운 것을 뜻한다.
搔(긁을 소)는 手(손 수)가 뜻을 나타내고 蚤가 소리를 나타내며, 蚤의 뜻에 따라 벼룩에 물려 가려운 부위를 긁는다는 뜻을 나타낸다.
瘙(가려울 소)는 疒(병들어기댈 녁)이 뜻을 나타내고 蚤가 소리를 나타내며, 蚤의 뜻에 따라 벼룩에 물려 가려운 것을 뜻한다.
騷(떠들 소)는 馬(말 마)가 뜻을 나타내고 蚤가 소리를 나타내며, 蚤의 뜻에 따라 벼룩에 말이 물려 어지럽게 괴로워하며 떠드는 것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㕚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丑, 爪, 㕚와 관련된 한자가 또 있다. 바로 갈래 차(叉)다. 이 한자는 손을 나타내는 또 우(又) 사이에 점 하나를 찍어 손과 손이 깍지를 낀 것을 나타냈다고 하나, 㕚와 너무나도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㕚와 기원이 같다고 보기도 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로는 교차(交叉)에서 볼 수 있다. 또 불교에 등장하는 초월적 존재인 야차(夜叉)에서도 쓰이는데, 이는 산스크리트어 야크샤의 음차다.
갈래 차(叉, 차상(叉狀: 엇갈린 모양), 교차(交叉) 등. 어문회 1급)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叉+金(쇠 금)=釵(비녀 채/차): 차(釵: 두 갈래 비녀), 금채/금차(金釵: 금비녀) 등. 어문회 준특급
叉는 파생된 한자들에 가지, 갈래의 뜻을 부여한다.
釵(비녀 채|비녀 차)는 金(쇠 금)이 뜻을 나타내고 叉가 소리를 나타내며, 叉의 뜻에 따라 머리를 엇갈려 묶게 하는 비녀를 뜻한다.
요약
丑(소 축)·爪(손톱 조)·㕚(손톱 조)는 모두 손톱이 달린 손을 본뜬 상형자며, 丑은 손톱 모양의 초승달에서 둘째 지지를 뜻하게 되었다.
丑에서 妞(아가씨 뉴)·忸(익을 뉴|부끄러울 뉵)·杻(싸리 뉴|수갑 추)·橻(고을이름 추)·沑(젖을 뉴)·狃(익숙할 뉴)·紐(맺을 뉴)·羞(부끄러울 수)·䖡(그리마 뉵)·衄(코피 뉵)·⿰衤丑(옷부드러울 뉴)·鈕(인꼭지 뉴)가 파생되었다.
丑은 파생된 한자들에 집게로 잡거나 잇는다는 뜻을 부여한다.
爪에서 笊(조리 조)가 파생되었다.
㕚에서 蚤(벼룩 조)가 파생되었고, 蚤에서 慅(소란스러울 소|고달플 초)·搔(긁을 소)·瘙(피부병 소)·騷(떠들 소)가 파생되었다.
㕚는 파생된 한자들에 손톱, 蚤는 파생된 한자들에 벼룩과 관계된 뜻을 부여한다.
叉(갈래 차)는 두 손이 깍지를 낀 모습을 나타내는 지사자, 또는 㕚와 같은 기원의 상형자다.
叉에서 釵(비녀 채/차)가 파생되었다.
叉는 파생된 한자들에 가지, 갈래의 뜻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