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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11 04:18:43
Name yangjyess
Subject [일반] 중년 아재 꿈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인데요, 특출난 내용이 아닌데도 읽는 순간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꿈을 가진다'라는 의미의 본질에 꽤 근접한 무언가를 본거 같아 아주 인상적이어서 그 부분을 옮겨 봅니다.

스트릭랜드와 에이미는 17년간 사이 좋게 살아온 부부였는데

어느날 스트릭랜드는 몇 줄 안되는 성의없는 편지 한통만 남기고 사라져 버립니다.

에이미는 스트릭랜드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도망갔다고 판단한 후

남자사람친구 '나'(소설의 화자)에게 스트릭랜드를 다시 데려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하 스트릭랜드와 '나'와의 대화입니다. 약간의 요약이 가해진 발췌입니다.

======================================================


"제가 스트릭랜드 씨를 뵈러 온 이유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조만간 누군가 오겠지 하고 생각은 했소. 에이미가 편지를 많이 보냈더구려."

"그럼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러 왔는지도 아시겠네요."

"읽어보지는 않았소."

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내 임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감정에 호소해야 하나? 역성을 내야 하나? 갑자기 그가 킥킥대며 웃었다.

"끔찍한 일을 맡았구려."

"아닙니다."

"자, 빨리 끝내고 저녁식사나 즐깁시다."

"... 부인께서 몹시 슬퍼하실 것이라는 생각은 안드십니까?"

"금방 괜찮아질 거요."

"(당황)부인께서 이런 대우를 받으셔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없소."

"부인께 무슨 불만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없었소."

"그렇다면 부인을 이런 식으로 떠나는건 괘씸한 처사 아닙니까? 십칠년 동안의 결혼 생활 끝에 부인에게 이렇다 할 잘못도 없다면요."

"괘씸하고말고."

나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내 모든 질문에 대한 그의 성실한 답변에 나는 허를 찔리고 말았다.
그 때문에 내 입장은 다소 복잡해졌다. 나는 설득할 준비도, 감정에 호소할 준비도, 또는 권고하거나 타이를 준비도 되어 있었다.
필요하다면 독설과 분노, 냉소도 쏟아부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죄인이 자신의 잘못을 거리낌 없이 자백할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내 경우에는 늘 모든 것을 잡아떼기에 바빴으므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뭐요?"

"그걸 알고 계시다면 저도 딱히 할 말은 많지 않네요."

"그런것 같구려."

내가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자 신경질이 났다.

"제기랄, 돈 한 푼도 안 남기고 여자를 버리는건 못할 짓이잖습니까!"

"어째서?"

"부인은 이제 뭘 먹고 삽니까?"

"지난 십칠 년간 내가 그녀를 먹여 살렸잖소. 변화도 줄 겸 스스로 벌어먹어도 될 거요."

"못 할 겁니다."

"시도나 해 보라고 하시오."

대꾸할 말은 많았다.. 여자의 사회적 입지라든가 결혼과 동시에 남자가 받아들이는 암묵적이고 공공연한 계약이라든가
다른 여러 가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지는 딱 하나라고 생각했다.

"부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십니까?"

"조금도."

"아이들은 어쩌실 작정입니까?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란 말입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저들이 원해서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다 내팽개치면 아이들은 길거리에 나앉고 말겁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충분한 안락을 누렸소. 대부분의 아이들이 누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누렸지. 게다가 누군가 돌봐 줄 사람이 있을거요. 맥앤드류(에이미의 오빠)가 학비를 대 줄거고."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으십니까? 정말 착한 아이들이잖아요. 그애들과 남남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아이들이 어렸을 땐 그럭저럭 좋아했지. 하지만 지금은 걔들도 다 컸고, 나도 이제 별다른 감정이 없소."

"정말 비인간적이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창피함도 모르시는군요."

"창피하지 않소."

"다들 당신더러 나쁜 놈이라 욕할 겁니다."

"그러라고 하시오."

"사람들이 당신을 혐오하고 경멸해도 상관없단 말입니까?"

"상관없소."

그의 짧은 대답이 어찌나 냉소적이었던지 그런 질문을 한 내가 어리석어 보일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욕하는걸 알면서도 맘 편히 살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사람은 누구나 양심이라는게 있어서 언젠가는 당신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겁니다. 부인께서 돌아가시면 가책을 느낄 거라구요!"

"......"

"뭐라도 하실 말씀 없습니까?"

"그쪽이 바보라는 것밖에."

"불가피하게 처자식을 부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나도 거지요. 가진 거라곤 백 파운드 정도밖에 없단 말이오."

"그 돈마저 다 써 버리시면 어쩌실 겁니까?"

"벌어야죠."

나는 다음 말을 생각했으나 이번에는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에이미는 재혼할 수 있소. 비교적 어리고 매력도 있소. 훌륭한 아내로는 적격이오. 만약 그녀가 이혼을 원한다면 나는 흔쾌히 필요한 근거를 제시해 주겠소."

그는 교묘하게 자신이 원하는걸 말했다. 여자와 달아난 사실을 숨긴 채 그녀를 들키지 않으려고 모든 조치를 취하는군. 나는 결연히 말했다.

"부인은 당신이 무슨 짓을 한다 해도 절대 이혼 안해줍니다. 이혼 가능성은 완전히 지우세요."

그는 꾸며 냈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이보시오. 내가 알게 뭐요. 그딴건 나랑은 전혀 상관없소."

"나를 바보로 아는 모양인데 당신이 여기에 여자랑 왔다는걸 다 알고 있소."

그는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그가 하도 크게 웃어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볼 정도였다.

"대체 뭐가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네요."

"여자들 생각머리하고는! 사랑, 늘 사랑 타령이군! 남자들이 떠나는 이유가 다른 여자 때문인줄만 알지. 내가 여자 때문에 이런 짓을 할 바보로 보이시요?"

"다른 여자 때문에 부인을 떠난게 아니란 말입니까?"

"당연히 아니지."

"명예를 걸고 맹세코?"

"명예를 걸고 맹세하오."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떠났단 말입니까?"

"그림을 그리고 싶었소."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당신은 마흔살이잖습니까. 그림을 그려 보신 적은 있습니까?"

"어렸을 적엔 화가가 되고 싶었지. 그런데 아버지가 예술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내게 장사 일을 시켰소. 일 년쯤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소. 밤마다 수업도 들었소."

"부인한테는 클럽에 가신다고 하고 그 시간에 그림수업을 받았던 겁니까?"

"맞소."

"그림은 잘 그리십니까?"

"아직은 그다지. 하지만 곧 잘하게 될거요.

"당신 나이에 시작해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나는 젊은 친구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르오."

"무슨 근거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시죠?"

그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었지만 그들을 보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동문서답을 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만 하오."

"무모한 도박 아닙니까? 기적이 일어나서 당신이 훌륭한 화가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럴 확률은 백만분의 일 정도입니다. 마지막에 가서 모든게 다 헛수고였다는걸 인정하려면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나는 그림을 그려야만 하오."

그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났다.

"삼류 화가가 되려고 가진걸 전부 포기하실 겁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실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적당한 수준만 되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예술은 달라요."

"당신은 멍청이야."

"명백한 사실을 말하는데 왜 멍청하다는 겁니까."

"나는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고 했잖소. 나도 내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단 말이오. 사람이 물에 빠지면 수영을 잘하고 못하고가 무슨 상관이겠소. 어떻게든 물에서 나와야지 그렇지 못하면 빠져 죽고 말거요."

그의 목소리에는 진지한 열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감명을 받았다. 그의 내면에는 악마적인 힘이 발버둥치고 있었다. 강렬하고 압도적인 무언가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를 움켜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악령이 그를 비틀어 산산조각 내 버릴거 같았는데 정작 그는 멀쩡했다. 무엇이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을까?


술값은 내가 냈다.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 시끌시끌하고 활기가 넘치는 값싼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술집에 매춘부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중에 한 여자가 스트릭랜드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와 술 한잔 사주시겠냐고 물었다. 나는 자리에 앉은 그녀와 몇 마디를 주고받았는데 그녀의 관심은 스트릭랜드에게만 있었다. 그녀는 내게 통역을 부탁했고 스트릭랜드에게 열심히 캐물었다.

"당신한테 홀딱 반했나 본데요."

"관심없소."

나라면 그렇게 무관심할 수 없었을것 같다. 그녀는 웃음기 가득한 눈과 매력적인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젊었다.

"저 여자가 당신 집에 가고 싶다는데요?"

"난 아무도 안 데려가오."

나는 그의 대답을 최대한 완곡하게 전했다. 무례해 보이지 않게, 돈이 없어서 거절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저 사람이 좋아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전해주세요."

그 말을 전하자 스트릭랜드는 짜증난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가 뒈지라고 전해주시오."

통역할 것도 없었다. 그의 태도에 짙은 화장 아래 얼굴이 붉어진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꼭 그렇게까지 모욕감을 주어야 했습니까? 어쨌든 당신에게 호감을 보였잖아요."


"그 따위 일들은 역겨울 뿐이오. 난 그러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오."

"모두가 다 당신같이 행동한다면 이 세상은 망하고 말겁니다."

"정말 멍청하군. 모든 사람이 나처럼 행동하고 싶어할리가 없잖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삶에 만족하오."

"당신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보편적 법칙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행동하라>라는 격언을 믿지 않으십니까?"

"정말 개 풀 뜯어먹는 소리군."

"칸트가 한 말인데요?"

"관심없네. 어쨌든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런 사람에 대고 양심에 호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

(중략)
.

.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거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변덕을 알아치리지 못할거라고 확신할 때만, 주변 사람들이 지지해줄 때만 다수의 의견과 다른 행동을 한다.

파격이 관례로 여겨지는 집단 속에서 파격을 행하는데 세상의 시선이 뭐가 두려운가?

그런 파격 아닌 파격을 경험하며 자부심에 취한다.

위험을 감수한것도 아니면서 괜히 용감한 일을 한다고 자기만족에 빠져드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문명인의 본능이다.

관습으로부터 벗어나려다가 격분한 관습의 돌팔매를 맞으면 허겁지겁 체면이라는 은신처로 달아나기 마련이다.

때문에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개의치 않는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그건 다 허세일 뿐이다.

남들이 자신의 실수를 비난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아무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런데 스트릭랜드는 진짜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았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유를 얻었고 그 자유는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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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11 05:15
수정 아이콘
서머싯 몸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수많은 인간과 그 각각의 인간성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탁월하거든요.
'달과 6펜스'를 읽으셨다면 '면도날'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세상의 눈과 평가를 무시하면서도 자기현시욕구가 굉장했던 이중적인 -그래서 흥미로운 캐릭터인 고갱(스트릭랜드의 모델)과는 달리, 면도날의 주인공 래리는 세상과 속물들이 아무리 더럽히려해도 물들지 않고 오히려 세상 속으로 은거해 버린 기이한 캐릭터입니다. 래리 말고도 흥미로운 인물들이 잔뜩 나오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이 정말 재밌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yangjyess
15/11/11 10:18
수정 아이콘
허 신기하네요 PGR말고 다른 작은 커뮤니티에도 똑같이 올렸는데 거기서도 면도날 추천하는 댓글이 첫플로 달려서... 크 같은 분은 아니신거 같지만.. 아무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겠네요 바로 다음에 읽어보겠습니다 흐
15/11/11 05:16
수정 아이콘
이게 이런 소설이었군요. 이야.... 좋은 데요?

어렸을 적에 이영하씨와 김미숙씨가 부부로 나오는 뉴욕스토리였나...?? 하여튼 교포에 대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이영하씨가 일탈을 하는데, 그 이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하여튼 나중에 김미숙씨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뭔가 무의미한 인생에서 벗어나 꿈을 꾸고 싶었다' 라고 했더니 김미숙씨가 '난 세탁소하는 게 뭐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하는 것 같아? 꿈은 당신만 있나?' 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한테 뭔가 인상깊었는지 수십년 지나고도 기억이 나는 장면이죠. 스트릭랜드씨 역시 꿈 없는 사람들이 만든 열차를 타고 음식을 먹느니만큼 혼자서만 너무 다른 척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그래도 순수한 열정은 인정해야할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밀물썰물
15/11/11 06:40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그런데 사실 세탁소처럼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살면 내꿈이 뭐였는지 잊고 살게 됩니다.
드라마속의 이영하씨처럼 꿈을 계속 꾸어야 내꿈으로 남지요.
yangjyess
15/11/11 10:24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스트릭랜드처럼 가족 내팽개치고 꿈타령 하는건 별로에요 크 다만 꿈을 추구하는데 따르는 위험성에 대해서, <그것이 가치가 있기 때문에 무릅쓴다>가 아니고 <나는 이거 안하고는 살 수가 없다>라는 태도가 그럴듯했습니다. 직업과 가족을 버린 것에 대한 위험성보다 그림을 안그리고 사는게 나한테는 더 위험하다는 식의? 흐
15/11/11 12:26
수정 아이콘
예 저도 그 부분을 제일 높이 샀습니다. 다만 그걸로는 조금 부족해보이는 것이, 스트릭랜드가 만약 신천지에 귀의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우리가 상당히 다르게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뭐랄까, 우리가 예술이라면 한 수 접어주게되는 심리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사악군
15/11/11 12:51
수정 아이콘
추구하는 목적이 우리가 어떻게 평가하는 가치인지에서 갈린다고 봐야겠죠.
사실 이거 안하고는 살 수가 없다 나도 내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마약, 알콜, 도박중독자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건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안되는 유해한 목적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중독이라 부르죠.
도움이 되는 경우에는 열정, 그런데 그게 지나쳐 유해성이 생기면 다시 중독이란 말을 붙입니다. 일중독 처럼....
15/11/11 12:54
수정 아이콘
그런 예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과연 그렇군요!!!
yangjyess
15/11/11 18:30
수정 아이콘
아... 바로 그겁니다... 큭 그게 제가 생각하는 꿈의 본질입니다 마약,알콜,도박중독이나 다를바 없는 열정이되 다만 결과가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포장해 주는...
15/11/11 06:24
수정 아이콘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인데요. 흐흐.

(물론, 저에게 폭력에 가까운 개인의 일탈을 다룬 책 중에 가장 충격먹었던건 "아내가 결혼했다" 지만
그 남자 주인공의 상황에서 내가 분노를 삭이며 같이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혼란을 느꼈죠...)

그나저나, 책 제목은 명작 코너를 지나치며 자주 봤던 것 같은데 책 내용을 소개받은 것은 처음이네요.
"달의 6펜스"라...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추리할 수 없는 상징적인 제목입니다.
90년대 초반 서양 작가들은, 참 책 제목을 짖궂게 지었던 것 같아요.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책 제목은 "메밀꽃 필 무렵"같은 느낌인데, 내용은 아주 엉뚱하죠. :-)

전반적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랑 비슷한 주제의 책 같네요 (이 책도 전반부만 읽다가 잠시 놓은 상태인데)
저 같은 경우는 예술을 하겠다는 악마적인 열정을, 다행히 사춘기 때 다 풀어서.
지금은 가끔씩 밀려드는 "악마적인 지름신"을 제외하고는, 큰 위기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바쁜 일이 좀 지나가면, 그리스인 조르바와 함께 찬찬히 읽어보고 싶네요.
yangjyess
15/11/11 10:25
수정 아이콘
그리스인 조르바는 약간의 반전이... 흐 비슷하긴 한데 예상에서 조금 빗나가는 부분을 기대하셔도 좋을거 같습니다
밀물썰물
15/11/11 06:38
수정 아이콘
이경우는 좀 극단적인 경우고 사실 강도를 좀 약하게해서 일탈 비슷하게 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관"입니다.
위 소설의 "나"라는 보통 사람이 갖을 만한 가치관이 아니고 나와 스트릭랜드 중간쯤 되는 조금 다른 가치관이면 가능합니다.

사실 비슷한 글을 어제 하나 썼는데, 제 이야기라 올릴까말까 하고 있습니다.
yangjyess
15/11/11 11:26
수정 아이콘
스트릭랜드의 예시에서 '미안해 여보.. 나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어' 라면서 양해를 구하는 정도만 타협을 봐도 한결 현실적일텐데요 흐 소설이라고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하거 같습니다
밀물썰물
15/11/11 12:25
수정 아이콘
글세말이예요. 나 그림그리고 싶어 그렇게 한번 해보았으면 좋겠네요. 부인도 남편이 그림잘 그리는지 아니까 형편이 허락하는대로 좋은 결과가 있을텐데.
15/11/11 07:33
수정 아이콘
중년 아재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란 책을 읽고 후에 '달과 6펜스'를 읽었는데, 당시 제게 큰 감동을 줬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재가 되어서 최소한의 꿈, 혹은 자존심만 남겨두고 하루하루 살고 있지만요. 고등학교 때, 책을 읽으면서는 후에 저도 언젠가 저런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이 있는 아재가 된 지금은 그냥 그 시절이 그립네요.
밀물썰물
15/11/11 07:49
수정 아이콘
저런 완전한 일탈은 좀 위험하고 작은 일탈을 시도해 보시지요.
저도 아젠데 전부터 하고 싶은 것 짬내서 하고 있습니다. 삶이 확 달라졌어요.
뭐 달라졌어도 집사람하고 늘 토닥대고 아이들 그렇고 하지만... 또 매일 출근해야하고 등등
yangjyess
15/11/11 10:30
수정 아이콘
제임스조이스는 피네간의 경야 첫 페이지 보고 '이건 언어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서 거들떠도 안보다가 우연히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어? 읽을수 있는 책이네?'하고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크 젊은예술가의초상도 '읽을수만'있으면 만족할거 같습니다 크
15/11/11 20:18
수정 아이콘
저도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읽고는, 율리시즈로 갔다가... 아, 이건 아니구나 싶더라구요. 피네간의 경야, 율리시즈는 아마 평생 읽지 못 할 듯 합니다, 크크.
수지느
15/11/11 10:4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작들도 감사합니다 흐흐
15/11/11 11:22
수정 아이콘
"나는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고 했잖소. 나도 내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단 말이오. 사람이 물에 빠지면 수영을 잘하고 못하고가 무슨 상관이겠소. 어떻게든 물에서 나와야지 그렇지 못하면 빠져 죽고 말거요."
이 부분이 아주 정확한 묘사라고 느껴지네요. 아주 정확합니다...

"당신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보편적 법칙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행동하라>라는 격언을 믿지 않으십니까?"
"정말 개 풀 뜯어먹는 소리군."
이 말에 푸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지난번 백야 글이 인상적이라 이번에도 읽게 되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존 맥러플린
15/11/11 11:39
수정 아이콘
술 값은 내가 냈다.
마술사얀
15/11/11 15:03
수정 아이콘
인생은 견디는 것인가 누리는 것인가
녹색문
15/11/11 17:21
수정 아이콘
스트릭랜드 태도가 당당해서 웃음이 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외국어의 달인
15/11/11 22:35
수정 아이콘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자가 사랑하는것(꿈, 간절히 바라는것)을 가질 수 있다는걸 나이들어서 알아가고 있습니다...
미남주인
15/11/12 01:45
수정 아이콘
제 아이디가 미남주인으로 바뀐 걸 깜빡하고, 반가운 맘에 댓글을 쓰다가 지웠네요. ^^;;

꽤 오래도록 여기저기서(피지알에서도 스트릭랜드로 한동안 있었어요. 그래서 회원 정보에도 스트릭랜드에서 전 닉네임으로 돌아간다고 올려져 있고요. ) 스트릭랜드라는 닉넴을 썼었는데 제가 꿈꾸는 삶과 닮아 있어서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예요.

전 인간의 굴레 덕분에 서머셋 몸을 알게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과 6펜스를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작품이 얼마 없어서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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