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 보험설계사 시험 합격.

그리고 시작된 연수단계.

생명보험사 면접에서 봤던 종이 한장이 보인다.

가망고객 발굴용으로 지인들의 연락처와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서식이 씌여있는 종이. 생보든 손보든 간에 이걸 받으리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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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다. 물론 이 영업이 이걸 안줄것이라곤 예상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정보가 필요하니 나는 연락을 하겠지. 하지만 생보면접과 함께 그 종이를 들고나올때 나지막히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따위 지인들 뜯어먹는 일은 절대로. 절대로 안하련다."

하지만 34살이라는 나이가....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이 더이상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잡대에 돈도안되는 역사학과 거기에 중국사 졸업하고 스펙이라고는 없는 녀석이 이런 생각하는건 사치다. 그래서 찾고 찾은것이었는데... 가망고객발굴한답시고 지인들에게 보험가입해달라는건....내 알량한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언제부터 자존심이 문제였나. 하지만 절대로 내가 용납하지 못하는건 도저히...도저히...그들의 사정을 너무 잘아는 내가 과연 이걸 할수 있을까?

누군가 말한다. "지인들,그리고 그들이 소개해주는 사람들한테 미안하면 더 좋은 상품을 소개하고 설계해주는 것으로 갚아주면 된다."

그리고 내 마음속의 말은 한마디.

"어차피 그 말은 또 보험파는 거랑 뭐가 다른가. 지인의 지인의 지인까지 뜯어먹을 뿐이겠지."

그냥..아무리 미래가 없었어도 제과업체 창고나 지키고 있었어야 되나? 적어도....부모님 용돈은 챙겨드릴수 있었겠지.

미래가 없다는 말로 때려치운 객기의 보답인가보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