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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10 02:41:05
Name aura
Subject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8 튜토리얼(7) (본격 공략연애물)
감기조심하세요 다들.. 콜록..

늦어서 죄송합니다.


- - -


1.


고대하던 해오름제의 시작.
농구 준우승을 제외하면, 비록 우리과가 체전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 마냥 왁자지껄한 술판이 벌어졌다.


뭘해도 힘이 넘치고 시끄러운 것이, 내가 다시 대학생의 청춘에 돌아와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되는대로 단과대 바닥에 앉아 조촐한 안주를 두고 벌여진 술판인데도,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립고, 즐거운 느낌에 절로 미소지어진달까.


- 다들 수고했어! 애들아.


우연인지 인연인지(?) 같은 자리에 앉게된 유민 선배가 아이들을 다독이며 술을 한 잔씩 따라주었다.


차유민.
과거에 그렇게 가깝게 지내본 적도 없지만,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시크한 인상을 주는 얼굴. 쾌활하고 호탕하면서도 싹싹한 성격.


생각해 보니 과거에 유민 선배를 좋아했다는 사람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뭐 이런 외모에 성격이라면 실제로 선후배, 동기 가릴 것 없이 고백을 많이 받았겠지만.


- 야. 너!
[네?]


한창 과거 기억을 더듬거리는 와중에 유민 선배가 삿대질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가 생각하느라 내가 실수라도 한 건가?


- 진짜 대단하던데? 잘 봤어! 농구 잘하더라?
[아 뭐...]


대놓고 하는 칭찬에 괜히 머쓱해진다.
뭐 그렇다고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알고 있어도, 가식일지라도 미인이 해주는 칭찬은 역시 좋으니까.


- 짜식. 멋쩍기는. 우승은 못 했어도 잘했어. 한 잔 받고. 이름은 뭐야?

    
[아, 차현민이요.]
- 그래 현민이? 차현민...


유민 선배는 후배들 한 명 한 명에게 술을 따라주며, 이름을 묻고 되뇌었다.
그래도 후배들 이름을 기억해주려고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니 꽤 정성있는 선배다.


- 너는 이름이 뭐야?
- 아! 저, 저는 현은하에요.


은하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술을 따라주는 유민 선배를 바라보는 눈빛이
동경으로 반짝거렸다.


- 은하라.. 이름 예쁘다. 얼굴도 예쁘고?
- 감사합니다.
- 어라? 아니라는 말은 안하네?
- 아, 그, 그게 아니라...


간단한 장난이지만, 은하가 느끼기에는 꽤 짖궂을 지도 모르겠다.
은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모습에 유민 선배는 웃음을 터뜨렸다.


- 아하하하. 장난이야. 얼굴 빨개진 것 좀봐. 귀여워라.


그 말에 적극 동감한다. 뭔가 은하는 놀렸을 때 반응이 참 귀엽고 예쁘니까
짖궂게 놀리고 싶어지는 타입이다. 유민 선배 나이스!


은하를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술을 따라주고 난 후,
유민 선배가 시크하게 자작하고는 자신의 잔을 치켜들었다.


- 어쨌든 다들 수고했고, 노느라 수고 좀 계속하자!
  반갑고, 대학생활도 즐겁게하고! 건배!


신입생들이 쭈뻣쭈뻣 유민 선배의 장단에 맞춰 건배한다.
다 같이 어색한 잔을 부딪히고, 원샷. 캬.
술 맛 한 번 죽인다.


이후로 이어지는 유민 선배의 토크쇼 덕분인지,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해졌다.


그래봐야 신입생들보다 두 살 많은 사람인데 좌중을 장악하는 입심이 대단하다.
어린 나이부터 크게 될 싹이 느껴진다. 성격이며, 입담이며, 외모까지.
지금이야 은하에 집중하고 있다지만, 유민 선배도 정말 괜찮은 여자같다.
지금까지 만나본 여자들과는(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달까.


[은하야.]


한창 얘기 도중 옆에 앉은 은하의 귀에 소곤거린다.


- 왜?


귀여운 것.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소곤소곤 대답한다.  


[너 번호 물어보고 싶었다며, 지금이 기회야 다른데 가기 전에
빨리 번호 물어봐.]

- 아...


내 말에 은하가 핸드폰을 슬쩍 만지작거린다.


- 괘, 괜찮으려나?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은하의 모습을 비웃는 게 아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래, 순수한 모습에 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 야 너희 둘!


둘이서 귀에 대고 소곤거리는 것을 본 유민 선배가 외쳤다.
나야 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은하는 깜짝 놀랐는지 흠칫 어깨가 올라갔다.


- 딸꾹.


아주 찰나의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을 깨는 은하의 딸꾹질.


- 니네 뭐야? 벌써부터 그렇고 그런거야?


유민 선배가 씨익 웃었다.
저렇게 대놓고 유쾌한 웃음을 짓는 걸 보면 그냥 장난에 불과한데,


- 아, 아, 아니에요! 선배님. 딸꾹.


은하의 반응이 참... 읽기가 쉽다. 뭐 이런 반응이 나한테는 호신호이기 때문에
더욱 좋았지만.


- 그럼 뭐야? 뭘 둘이 소근거려. 나도 좀 같이 재밌자고. 후배님?
- 그, 그게...
[제가 은하한테 선배님 번호 좀 물어보라고 했거든요.]


당황한 은하를 대신해 대답한다.


- 읭? 내 번호? 그걸 왜 굳이 귀에 대고 얘기해. 시원하게 그냥 달라고 하면 되지.
[지난 번 일도 있어서 그렇고, 은하가 선배님이랑 많이 친해지고 싶어하거든요.]
- 지난 번일?

  
하긴 이 양반(?)은 잘 기억 못 하려나. 2차를 가서 얼마나 술을 더 먹었을지도 모르는 거고,
술자리에서 가는 사람 붙잡는 인간들을 하루 이틀 한 번 보는 것도 아닐테니.


[예전에 어떤 선배님들한테 2차가자고 붙잡혀서 은하가 좀 곤란했는데 선배님이 도와주셨거든요.]
- 아?


유민 선배는 금시초문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길 몇 초.


- 아!
[기억나세요?]
- 은하가 그 강아지였어?
- 강아지요?


개자식이라는 의미는 아닐테고. 은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 아아. 그런 자식들한테 붙잡혀서 낑낑대는 게 귀여운 강아지 같았거든. 키득.


풋. 표현이 아주 적절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 오구오구. 이리 줘봐 핸드폰.


유민 선배는 그대로 은하의 폰을 낚아쳐 꾹꾹 번호를 눌러줬다.
어찌되었건 유민 선배의 번호를 따낸 은하는 살짝 기쁜 듯한 표정이었다.


- 이제 다른 데도 좀 돌아다녀봐야겠다. 나 없이도 재밌게 놀고 있어 애들아.


적당히 분위기를 띄운 채 유민 선배가 유유히 사라진다.
한 껏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만들어주고, 신입생들끼리 놀 시간도 만들어주다니.
유민 선배는 괴, 굉장한 선배였다.


2.


유민 선배가 사라진 뒤에도 다행히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은하조차도 조금씩 말을 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기쁜 듯 은하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있다.
아니, 그냥 술 때문이려나?


어쨌든 중요한 건 새내기들끼리 편하게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잡혔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서브미션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오늘 고백해버리고 나면,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서브미션인 박재신 엿먹이기를 실행할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으니까.


사실 이미 박재신을 엿 먹일 준비는 다 되어있었다. 내가 미리 뿌려둔 씨앗들이 발아하고 있을테니.
이름하여 박재신 씨 발아. 오해 말자. 박재신을 향해 뿌려둔 씨가 발아했다는 뜻일 뿐이니까.


말한 것처럼 그렇게 거창한 일을 벌일 것은 아니다. 아주 사소하고 단순한 눈덩이하나를 쓱 굴리는 것 뿐이다.
물론 소문이라는 것은 구르고 굴러 아주 큰 스노우볼이 되어 박재신에게 날아들겠지만.


[어? 뭐가 자꾸 그렇게 와? 은하야.]


은하가 누군가의 문자에 답장하는 순간을 매의 눈으로 캐치!
누군지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키득키득.
안 봐도 박재신이겠지.


과연 니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작업을 쳐 뒀을지 기대되는구나.
만약, 은하에게만 이렇게 들이댔던 거라면 내 작은 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
서브 미션은 당연히 실패. 하지만,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점에서만큼은 박재신을 골탕먹일 이유도 여지도 없는 셈이었으니까...는 개뿔
안 먹힐리가 없다. 내가 아는 그 박재신이라면.


- 응?
[재신선배님? 아, 박재신 선배님이었어? 매번 그렇게 문자오던게?]


선배님이라고 호칭해주는 것도 구역질이 나오지만, 한 번 참아준다.


- 아 그게...


일부러 살짝 주변 아이들에게 들릴만한 목소리로 또렷하게 얘기한다.


[되게 문자 자주한다. 은하 좋아하나...?]


덤으로 시무룩한 표정까지 짓는다. 은하는 그런 내 모습에 당황한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 아, 아냐 그런거!
- 어? 재신 선배님?
[너도 알아?]


건너 건너에 예쁘장하게 생긴 새내기 여자애 한명에게서 입질이 온다.
크,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동그랗게 뜬 눈을 꿈뻑거렸다.


- 알지. 나한테도 되게 문자 많이 오는데...
- 너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릴레이. 도화선은 그대로 악셀레이트.


- 하... 뭐야... 특별히 나만 챙겨주는 거라더니...
- 뭐?


크크크. 아주 재밌는 상황이다. 역시 제일 재밌는 건 불구경이다.
그게 실제로 타는 불이든, 마음의 불이든. 팝콘만 있다면 금상첨화일텐데.
에잇, 아쉬운대로 안주로 놓인 강냉이를 수북이 집어 입에 구겨넣는다.


- 이상하다... 나한테도 그랬는데...


아주 사소한 소문의 근원.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궐하리라.
소문은 돌고 돌아 최소한 신입생들 사이에, 특히 여자들 사이에 박재신에 대한 평판은 쓰레기가 되겠지.
이 여자 여자 찔러보는 새끼로.


<<< >>>
서브미션 달성.
달성률 - ???
현재로썬 달성률을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서브미션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포인트 + 1을 획득합니다.


스킬포인트라... 어디에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알게 되겠지.
어쨌든 조금이나마 박재신을 물먹이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더 심한 짓을 해주고 싶었지만, 당장 과에 대한 장악력이 0인 나로써는 이 정도에도
충분히 만족한다. 무엇보다 손 안 대고 코 푼 셈이 되었으니까.


더 이상 내가 뭘 하지 않더라도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는 신입생 동기들이 알아서 해줄테니까.


자, 이제 남은 건 은하 뿐이다.



8끝 9에 계속...



-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
잠시 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누나가 결혼해서 이것저것 부탁을 해서요.

모쪼록 그래도 잊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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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맥
16/03/10 02:54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모쪼록 잊을리가 있겠습니까..
몸조심하시구 화이팅입니다 ~! 시험도 화이팅이구요

기다리고있겠습니다.
16/03/10 10:4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매번 ㅠ
해원맥
16/03/10 20:21
수정 아이콘
다 쉬셨죠 ? 얼릉오세요
미카엘
16/03/10 08:19
수정 아이콘
간편하게 엿을 먹이는군요. 이제 은하 공략의 마무리가 보입니다.
16/03/10 10:42
수정 아이콘
다음 편이 튜토 끝일겁니다!
Fairy.marie
16/03/10 21:43
수정 아이콘
텀이 길어집니다~?!
는 농담이고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자 이제 다음편을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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