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전공은 유아교육이었고 현장에서 십년간 일하다가 동일전공으로 모교 대학원에 갔습니다.

학부때부터 교수님들이 '우리 과는 고등학교 같다. 결석한 학생은 교수실 와서 잘못했다고 한다.'고 할정도의 분위기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떠먹여주셨고, 대학원생이 돼서도 모든 교수님들이 강의계획서 뽑아와서 나눠주시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논문 안써지는 제자는 집으로 불러서 직접 밥해먹이면서 가르치는 교수님도 계시고(과특성상 여교수님-여제자)
옆에 앉혀놓고 통계 돌려주시면서 하나하나 가르쳐주시는 교수님도 계시며
저희 지도교수님은 제가 주제를 못잡았다고 교수님이 주제 잡아주시면 안되냐고 우는 소리 하니까 큰 방향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솔직히 가끔 다른 분들이 대학원 교수님을 완전히 무섭게 묘사하실 때 너무 놀랐고 나쁜 뉴스를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낍니다.
제자한테 실력이 부족하다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교수님도 존재한다는 것도 온라인 상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임용고시 붙은 사람이 아니면 대학원 진학률이 낮은 특성상 아는 사람중에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 간 사람이 없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30넘게 나이 먹고 같은 전공이라도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압니다.

여기까지는 자랑글로 오해받아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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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문제는 저 자신에게 있습니다.

지도 교수님께서 기대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큰 인물이 되라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논문 주제를 잡으라고 해주시는데
제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직 주제도 잡지 않은 상태로 불안을 심하게 느끼네요.

멀쩡히 인터넷을 하다가도 논문 주제 검색을 하려고 하며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고 심장이 뜁니다.
이게 불안 증세라는 걸 인식하기 하는데 마인드 컨트롤 하면서 읽다가 어느 순간 '내가 잘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주제나 잡고 힘들어서 이러면 모르겠는데 주제도 못잡고 이러고 있으니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이미 졸업한 친구(타학교 컴퓨터 쪽 과)는 제가 너무 복에 겨워서 홀로서기가 안되는거라고 교수님을 너무 의지하는 습관이 든거라고,
박사하고 싶으면(제가 하고 싶어하는 중입니다) 혼자 굴러서 잘 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저 같은 상황이면 본인은 석사하면서 절대 힘들다는 소리 안했을 거라고 마음 강하게 먹으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자꾸만 논문 주제 잡기를 회피하는 저 스스로가 정말 바보 같고 속상하네요.
이런 마음으로 박사까지 할 수 있을지, 교수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친구한테 충고를 듣고나니 우는 소리 해봤자 힘내라는 말 해달라는 답정너가 될까봐 꾹 참다가 pgr에서 겨우 한숨 쉬네요.


+ 논문 쓰신 분들, 석사, 박사 하신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