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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15 15:51:48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55525116
Subject [일반] 브라질: 300만 명의 시위대와 금융시장 랠리가 원하는 것은?

2016년 3월 13일 일요일 브라질 전역에서는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시위대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과 룰라 전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였습니다. 

2015년 3월 15일 반정부 시위대 규모가 150만 명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시위대가 거의 2배 많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2016년 3월 13일 300만 명이 모인 브라질 반정부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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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대선: 호세프(적색, 56.05%), 세하(청색, 43.95%), 2014년 대선: 호세프(적색, 51.64%), 네베스(청색, 48.36%)

 

 http://www.electoralgeography.com/new/en/countries/b/brazil/brazil-presidential-election-2014.html


* 1970년 군사 재판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22살의 지우마. 담담한 모습의 그녀와 달리 배경 속 군 재판관들은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학생 운동 시기 만난 남편과 이혼하였지만 아직도 전 남편 가족(전 남편의 부인을 포함해서)과 휴가를 같이 보낼 정도로 친하다고 합니다. 특히 휴가 기간 중에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이탈리아 영화 미미의 유혹을 시청한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사회주의 계열 영화인 미미의 유혹에서는 권력과 폭력에 맞선 한 남자의 인생유전을 다루고 있는데 이에 못지않은 삶을 살아온 여대생 지우마의 선택이 정말 중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 영화 미미의 유혹


그런데 한편으로는 극적으로 호세프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한다고 하면 금융시장과 거리에서는 대축제가 벌어지겠지만 2억 명의 라틴 아메리카 최대 국가인 브라질의 중병은 쉽게 개선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노동자당의 집권 이후 빈곤층이 급감하고 실업률이 떨어진 것은 원자재 수출의 호황 속에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현재 브라질 재정지출의 74%를 사회복지 및 공공부문 종사자의 임금과 연금에 충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실질임금/경제성장률 추이와 실업률/실업수당 추이: 공공부문의 비약적 증가와 실업률 하락이 맞물려 있습니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신분은 법률로 보호를 받고 있어서 해고는 물론 임금 삭감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연방정부가 감당해야 할 연금은 현재 GDP의 9.5%인데 2040년에는 19.5%에 이를 전망입니다. 

2010년 기준으로 보면 브라질의 연금 지출 비중 GDP의 11.3%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입니다. 그런데 브라질은 이들 국가들과 달리 아직 고령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인구를 20~64세 인구로 나눈 부양비율은 12%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젊은 국가에 속하는 브라질의 연금 비중이 벌써부터 이렇게 높으면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국가 경제의 부담은 현 고령화 국가를 초월할 것입니다. 


* 각국의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과 노인부양비율( 65세 이상의 인구를 20~64세 인구로 나눈 비율)


그런데 브라질의 세금 비중은 유럽 복지국가와 비슷할 정도인 GDP의 35% 수준입니다. 물론 국가가 서유럽의 복지만큼 서비스를 해주고 있으면 정당화가 어느 정도 되겠지만 현실적 차이는 매우 커 보입니다. 여러 면에서 경쟁관계인 멕시코와 라틴 아메리카의 선진국인 칠레의 세금 비중이 20~21%에 불과한 상황을 고려하면 브라질 경제가 막대한 사회지출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라틴 아메리카 각국의 GDP 대비 세금 비중


결국 모자라는 돈은 계속 빚을 내서 충당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아직은 부채비율이 대단히 높지는 않지만 그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를 전망입니다. 


* 공공부문 부채비율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는 룰라와 호세프로 이어지는 노동자당 집권 시기 브라질 산업기반이 다시 원자재 수출 의존국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인구 2억 명의 국가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원자재 수출에 의존해서 번영을 누리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산업 구조만 바라보면 또 다른 막장 사회라고 불리는 멕시코의 선택이 훨씬 좋아 보입니다. 


* 라틴 아메리카 주요국의 수출 비중 중 원자재(상위 5개 품목의 합) 비중 추이

 Exports: Top 5 Goods Cumulative Share:




브라질의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 추이를 보면 1970년 416,089대, 1980년 1,165,174대, 1990년 914,466대로 1980년에서 2000년까지는 정체기를 거칩니다. 2000년 이후 다시 크게 성장하지만 이제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멕시코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브라질의 자동차 생산은 1960년에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못한 한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많았으나 한국은 1990년 시점으로, 중국은 1995년 직후에 브라질을 추월합니다.

 

* 후발 자동차 생산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 중국은 2005년 생산대수가 571만대가 되면서 그래프의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브라질의 위기를 원자재 가격의 폭락에 따른 경제 위기와 페트로브라스 부패로 인한 정치 위기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호세프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하고 철광석이나 석유 가격이 반등을 한다고 해도 브라질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호세프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서 단기적인 시장 안정화는 가능할 것입니다.)

아래 표에서 단적으로 보이는 브라질 코스트(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브라질의 도약은 쉽지 않을 것같습니다.     


* 브라질 비용: 회사 설립에 필요한 절차, 비즈니스 시작 때까지 걸리는 일수, 세금 부담, 수출입 비용 등을 보면 브라질은 신규 사업 절차가 OECD에 비해 8개,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 비해 4개나 많습니다. 창업 기간은 OECD의 10배에 가깝고 이웃 국가에 비해 2배나 더 많습니다. 세금 부담을 위해 일하는 시간이 OECD의 186 시간이나 이웃의 308 시간에 비해 브라질은 2,600 시간이나 필요합니다. 수출입 비용은 2배 이상이 더 소요되며 파산 정리에는 1년에서 2.3년이 더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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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다기
16/03/15 16:27
수정 아이콘
지난 글에서도 느낀건데 이 정치적 불안도 결국엔 불안한 경제적 상황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적 불안이 해결되고 경제적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겠죠... 결국은 산업을 키워내야 하는 게 국가의 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대단한 이유도 신산업을 주도하기 때문이고요. 정말 글 잘봤습니다.
santacroce
16/03/15 16:44
수정 아이콘
그런데 한편 경제 불안도 제도적 안정성의 부재에 기인한 면이 큽니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16/03/15 21:25
수정 아이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비슷한게

정치가 중심을 잡고 있었으면 브라질의 미친 환율(지난 1년간 헤알화 환율은 정말 미쳤다고 표현할만하죠)이 없었을거고,
지금 수준보다는 훨씬 경기가 좋았을겁니다.

그런점을 생각해봤을 때 작금의 경제적 불안이 정치적 불안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스브저그
16/03/15 16:35
수정 아이콘
브라질 같은 원자재 순수출로 재미를 본 국가로서 중동이 떠오르는데 중동의 산유국이 브라질에 비해 정치와 경제가 안정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동은 심지어 브라질에 비해 1인당 공공복지 수준도 훨씬 더 높은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자원대국이 원자재 수출로 번돈으로 공공지출에 투자했다면 1인당 인적 자본 스톡이 증가하여 생산이 늘고 이에 산업이 고도화 되는게 맞는 거로 학부에서 배웠습니다만 브라질의 공공 지출은 1인당 자본 스톡을 증가시키는 방향이 아닌 곳으로 투자된건가요?

브라질의 몰락은 꽤나나 상징적인 의미를 던져줄것 같습니다. 개별국가의 잉여자금을 어떤 부문에 투자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발전론 수업을 학부때 배웠는데 그와 연계하여 santacroce님의 글은 언제나 재미잇내요.
santacroce
16/03/15 16:59
수정 아이콘
저의 빈약한 지식에 비추어 볼 때 너무 포괄적인 질문같습니다만 그래도 답변을 달아 봅니다.
중동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된 나라라고 하면 사실 많지 않아 보입니다. 걸프국이라고 불리는 사우디, 카타르, 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인데 사우디를 제외하면 인구가 매우 작은 나라들이 많습니다.
카타르나 UAE 모두 자국 시민권자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들입니다. 작은 인구에 석유가 넘쳐나니 그 부를 소수가 다 독점하고도 시민권자 정도는 나눠줄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대판 노예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닌 필리핀, 네팔 등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의 생활은 정말 비참합니다. 월드컵 관련 건설이 많은 카타르의 경우 완공까지 수천명이 열사병 등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무더위에도 에어콘 하나 없는 숙소와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시민권자들도 납세의 의무가 없다보니 권리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국가가 주는 의료, 교육, 주거 혜택이 정말 은전에 가깝다고 보기에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적발되면 시민권을 박탈하는 반인권적인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유엔인권조약 상 처벌로 무국적자로 만드는 것은 불가함에도 거리낌 없이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결코 정치가 안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준의 나라가 아닙니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짧게만 정리하면 ISIS와 머리베기 경쟁을 하고 있으며 헌법도 없이 비밀경찰로 유지되는 나라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무너질 정도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의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느냐인데 저도 궁금한 내용입니다.
정부가 공공부문을 키워 고용을 대폭 늘린다음 임금이나 연금 또는 보조금을 지원하며 원자재로 번 수익금을 사용했는데 이들의 소비 성향이 늘어나며 내수도 커지고 교육수준이 높아져 인적자원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 효과 또는 지속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해줘
16/03/22 04:48
수정 아이콘
중동이 왕정국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통제되어 있죠. 독재니까 안정적일 수 밖에요.
어강됴리
16/03/15 18:53
수정 아이콘
평생을 자신을 신념에 바쳐 살아온 인물이었다면 잘못된걸 인정하기는 힘들겠죠
독재가 달리 독재겠습니까 "나 아니면 안돼" 하는게 독재지...
다만 브라질 국민들이 걱정되는건 경제위기 이후에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국영기업과 서비스를 면영화하고 복지혜택을 낮추고 실업이 양산되고 빈부격차가 또 다시 심화되겠죠

그러면 조선일보는 냉큼 받아서 남미의 복지병 운운하며 우리는 저렇게 되서는 아니된다고 빵빠레를 울리고
그걸 받아본 박대통령은 브라질 언급하면서 좌파가 집권하면 저렇게 된다고 책상을 탕탕 치실것 같은건 나만그런가..
16/03/15 20:59
수정 아이콘
2014년 말 대선 즈음 브라질에 있었는데, 룰라를 외신으로만 접하고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상파울루를 비롯한 부유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차이의 온도가 극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백만 명 도시 중산층의 반부패 요구는 수천만명의 계급투쟁 목소리에 묻혀 극렬한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고 쓰셨는데 지난번 북동부 빈곤지역 문제도 그렇고 도시 중산층과 외곽 빈민층의 정서 차이에 대해서도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16/03/15 21:57
수정 아이콘
미국에 거주하지만 출신은 브라질 부유층인 친구가 하나 있는데, 요즘 부모님 걱정에 잠을 못 잔다더군요. 이 친구 부모님이 어떻게 부를 축적하셨는 지 모르니 선악 판단은 접어두고, 하여튼 최근 들어서 맨션 벽을 보강 공사하셨다고...
santacroce
16/03/15 22:06
수정 아이콘
위 인용구문은 너무 자극적인 것 같아서 <수백만 명 도시 중산층의 반부패 요구는 그 몇 배에 해당하는 빈곤층의 계급투쟁 목소리에 묻혀 극렬한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 수정했습니다.
저도 현지에 지내며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고 브라질 경제에 대한 궁금함으로 공부를 한 정도라서 세세한 분위기를 전해드리지는 못합니다. 다만 호세프 대통령의 대선 지지도를 본문에 보강했으니 지역적 구분에 대해 참조를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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