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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08 04:12:15
Name BlueSKY--
Subject [일반] 연애는 어렵다.. 여자는 어렵다...
1.
나는 어느덧 서른을 훌쩍넘긴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니구나 지금은 이직을 핑계로 쉬고있는 백수...
그리고 꽤나 오래 사귄 여친님도 있고...
살면서 몇번의 연애를 해봤지만 이번만큼 길게 연애 한적은 없었던거 같다..
그래서 그런건지 요즘은 여친님과 정말 자주 싸운다.. 한번 싸우면 또 오래가고.. 1~2주는 연락도 안하다가 어찌어찌 화해하고 다시 1~2주 안싸우다 또 싸우고의 반복...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냉전아닌 냉전상태이다.. 어떻게 화를 풀어줄까 며칠째 고민중이랄까..
연인이 싸울때 남자가 갖는 핸디캡.. 남자는 무조건 모든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한다는.. 유머를 본적이 있는데
그땐 웃었는데 내게 닥치니 참.. 어렵다.. 남녀가 만나서 하는것들 하는말들이.. 논리적으로 설명할수가 있는걸까..
전적으로 남자의 입장에서만 말하자면 여자를 모르겠다.. 죽을때까지 모를거같다...
그렇게 날도 우중충하고 기분도 우울한 어느날...저녁..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카톡하나가 왔다..

'대리님~ xx사신다고 하셨었죠? 저 오늘 거기 근처가는데 밥사주세요~'

뭐 회사를 그만뒀어도 몇몇 사람들과는 자주 연락도 하고 가끔 만나기도 했었지만 그동안 연락한번 없던 아이에게 연락이와서 좀 당황스럽긴했다
그래도 집앞까지 온다하고 나도 밥도 먹어야하고 딱히 할일도 없는 백수이다보니 알았다고 하고 주섬주섬 옷을입고 나갔다
이 아이에 대해 말하자면 나보다 한 6~7살 어린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온 신입여사원인데 말수도 적고 술도 못마셔서
전체회식때말고는 딱히 어울려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셔본적은 없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전화번호를 서로 모른다.. 카톡만 등록되어있을뿐...
집앞이라 잠깐이었지만 가는동안 뭔가 기분이 싸~했는데.. 생각해보니 역시 안좋은 예감은 항상 맞는다는 꺠달음...
.......
.......

그렇게 약간은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일단 밥은 먹고봐야하니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며,
회사는 잘 다니고있냐, 여자친구랑은 잘 지내냐 등등의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가며 숟가락을 내려놓으려는 찰나,

"대리님이 밥사주셨으니까 제가 영화 보여드릴께요 저 보고싶은 영화 있었어요"
"아니야 xx씨가 빼빼로도 사왔자나~ 괜찮아"
"에이 이거 그냥 여기 슈퍼에서 산건데요 뭐. 잠깐 기다려보세요"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기어코 예매를 한다.. 바로 옆에 영화관이 있었는데.. 그영화는 상영하질 않는다고
잠실까지 가야한다며 빨리나가자고 해서 끌려나와 지하철을 타고 잠실로 향했다
내가 영화는 이것저것 안가리고 다 잘 보는데 이건 무슨 영화인지 대체.. '더 랍스터'라는 희귀한?제목의 영화를 그날 처음 들었다
어쨌든 보기로 하고 왔으니 콜라하나를 사서 들어가 꽤나 몰입해서 봤다.. 다보고나니 정말 찜찜한? 엔딩의 영화였다는...
나오면서 내가 뭐 이런영화를 보냐고 궁시렁궁시렁 댔었으니까....
영화가 끝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가 훌쩍 넘어버렸었다.. 잠실에서 집이 서로 반대반향이라 그냥 여기서 헤어지자고 했는데..
또... 그 아이가...

"대리님 맥주 한잔만 하고 갈까요?"
"엉? xx씨 술도 못마시자나 맥주는 무슨 맥주야 내일 출근해야지"
"에이 그래도 또 언제 보겠어요 우리? 한잔만 하고 가요~"
"아.. 그럼 딱 30분만 먹고가자 지하철 끊기면 안되니까"

난 그때 느낌이 왔다.. 아 이아이가 뭔가 할말이 있구나.. 하는 것을
그리고 솔직히 그날 밥먹는거 영화보는거보다 술이 더 떙기긴했었다.. 안그래도 집에갈때 맥주두캔 사가서 먹어야겠다 하고 있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래 한잔하고 가자는 생각에 근처 스몰비어 맥주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2.
그렇게 맥주집에 들어가서 500 두잔과 감자튀김을 시켜놓고 마주앉아 다시 약간은 어색하면서도 시덥지 않은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잔을 거의 다 마셔갈 무렵이었고.. 그 아이는 1/4정도를 마셨을때쯤,

"대리님! 근데요..........."
"어? 왜? xx씨?"
"이런말 하면 안될거 같긴 한데요.. 저 대리님이 자꾸 생각나요.."
"............. "
"대리님 여자친구 있는거 아는데요.. 그래도 말은 해야할거 같아서요.. 저 대리님 좋아해요.."
".............. 어... 그...래.."
"그래도 대리님 매일 볼때는 괜찮았었는데.. 대리님 나가시고 못보니까 더 자꾸 생각나고 그래요.."

난 이미 그 맥주집을 들어가면서 약간의 예상은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돌직구를 듣고나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뭐 해봤어야지 알지.....
그래도 정신을 좀 차리고 그 아이의 맥주잔을 가져와 한모금 마신후..

"아 그랬구나.. 난 몰랐네.. 근데 나 xx씨 말처럼 여자친구 있잖아..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네..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제 마음이 좀 편해질거 같아서요.. 저 되게 용기내는거에요 오늘~"
"그래 그래보인다.. 내가 뭐가 좋다고 허허.. 그러길래 있을떄 잘하지 그랬어?~"
"정말 그럴걸 그랬나봐요 ^^ 근데 제 성격이 좀 그렇자나요...."
"아니아니 장난이구.. 암튼 xx씨 마음은 고맙네.. 근데.. 정말.. 내가 지금 뭐 해줄수 있는 말이 없는거같아.."
"괜찮아요.. 뭔가를 바라고 하는게 아니에요.. 정말이지 그냥 말도 안하면 제가 너무 한심할거 같아서요... 나중에..."
".............."

그렇게 안그래도 약간은 어색했던 마주앉음이 좀 더 어색해지고 있었던거 같다.. 난 뭐라 할말을 잃었고.. 그아이도 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와중에.. 그 아이가 다시 조심스레...

"대리님~ 저 손 한번만 잡아주시면 안돼요?"

난 정말 잠시 한 5초? 정도 였을까.. 머뭇거리다가...

"그래 그까짓거 뭐~ 자~ 손 줘봐 이왕이면 양손 다 줘봐"

수줍게 테이블위로 손을 내민 그 아이의 손을 끌어당겨 내 두손으로 살며시 포개어 주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 2,3분 아니 5분..쯤이었을까...

"내 손 별로 안따뜻해~ 나이먹으니까 혈액순환이 잘안돼서 손발이 차다 이제~"
"뭐에요~ 따뜻하기만 한데요 뭐~"

그렇게 얼마동안 잡고 있던 손을 놓은후 남아있던 맥주를 내가 다 들이키고 그곳에서 나왔다..
지하철역까지 같이 걸어가는동안이 난 왜그렇게 길게 느껴졌을까 모르겠다..

"대리님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리고 오늘 정말 감사해요.."
"감사하긴  뭐가 감사할게 있나~ xx씨도 조심해서 들어가"
"네. 이제 대리님 또 볼 수 있을까요? 못보겠죠 아마... "
"흠.. 글쎄 인연이 있으면 언젠간 또 볼 수 있겠지.. 하하하  xx씨 아까 내가 말한거 잊지 말고~ 열심히 일해~ 그래야 먹고산다!"

그렇게 그 아이와 난 잠실역에서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며 난 이것저것 많은 생각에 잠겨버렸던거 같다...
나였으면 아마 평생 말도 못해보고 가슴에 안고 살았을텐데... 말해도 변할게 없을거 같으니까..
또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건 없었을까?.. 내 말한마디에 그 아이는 상처가 될수도 있었을테니까.. 그래도..
손잡아준건 잘한거 같다.. 나한테도 이런날?이 오는구나... 다시 연락이 온다면 어떻해야할까? 등등....



3.
세상에 만약이란건 없다지만....
만약.. 그 날 그녀가.. 그냥 웃어 넘어갔다면.. 아니.. 그냥 그날 괜히 기분좋은 일이라도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난 지쳐있었다 오랜 연애끝에 스스로도 많이 지쳐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봤던 말이 떠오른다.. 오래된 연인이 싸울때 이유는... 없다고....
그냥 숨만 쉬어도 왜 그렇게 숨을 쉬냐며 싸운다고.... 지금 와서 그 말이 공감가는건 뭘까....
그녀는 싸울때면 항상 그만 만나자.. 너랑 나랑은 정말 안맞아.. 이럴거면 연락하지마.. 이런데 널 뭘 믿고 결혼을 하겠어.. 이런말들을..습관처럼 내뱉었다..
난 그럴때마다 그런말은 그렇게 쉽게 하는게 아니라고 몇수십번 몇백번을 말했지만.. 연애초기부터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말처럼 이제 내성이 생겨서 그런말을 들어도 별로 와닿지 않을정도로....
최근들어서는 결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까.. 그녀가 더욱 그런 말들을 자주 내뱉었다.. 하지만....
나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말은 안했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말해보자면 나도.. 그런 그녀를 보고..

'나도 뭘 믿고 너랑 결혼을 해야하는걸까?'
'나도 널 결혼상대로 생각하기엔 생각해볼게 많어.. 너만 그런게 아니야.. 왜 넌 너만 생각하니... '

이렇게 따져보기라도 하고 싶을때도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주말이었던것 같다..

'얘기좀 하게 우리 가던 커피숖으로 나와'
'그래 몇시에?'
'5시'
'알았어'

얘기좀 하잔 그녀의 카톡을 받고 난 주섬주섬 씻고 집앞으로 나갔다..
사실 그때 난 뭔가 이미 결심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보통때같았다면 아마 내가 그냥...

'아이.. 왜그래..  알았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이런식의 말들을 하면서 그녀를 안정시켜줬을 것이었겠지만.. 그 날은 나도 많이 지쳐있었다...
커피숖에 마주 앉아서 그녀는 또 말을 꺼냈다.. 무슨 말이었는지 정확히 떠오르진 않지만..

"니가 답답해.. 좀 이것저것 다 빨리빨리 좀 하고.. 일도 그만뒀으면 빨리 다른데 알아보고 해야지.. 답답해 죽겠어"
"그냥 좀 쉬고 싶어.. 뭐 어차피 핑계라고 하겠지만.. 니가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이러는데 쉬어도 쉬는것도 아니다..."

..........................

평소와도 다를거 없는 말다툼이 몇번씩 오간뒤.. 내가 말했다...

"우리 좀 시간을 갖자.. 아니 나 혼자 좀 있고 싶어.. 혼자 있으면서 생각을 좀 해봐야할거같아.. 너도 저번에 이런얘기 햇었잖아 너도 혼자 있으면서 생각을
해봐... "
"생각? 그래서 뭘 얼마나 생각한다고? 한달이면 되겠어?"
"아니..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
"뭐야.. 난 시간을 좀 정해놓고 생각해보는게 좋을거 같은데.."
"......... 뭐 생각을 하다.. 정리가 잘 되면 다시 연락하겠지...."

그떄서야 그녀가 알아들은거 같다.. 그 말 이후로 한 2~30분 동안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더이상 나도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가 다시 한마디 건냈다...

"나 1월에 일본 며칠 갔다올거야... "
"............."

지금 생각해보니 혹시라도 그떄 연락하면 못받는다는 얘기였던것이었다.. 그 말이......
난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30여분이 흘렀을떄 우린 커피숖에서 나왔다.. 먼저 간다는 말을 남기로 집으로 들어왔다...
몇미터 가서 뒤를 한번 돌아보니 그녀는 아직 문앞에 서있었다.. 아마 같은 방향이라 내가 먼저 간 뒤에 가겠지.......
그러고 집에와서부터 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고..
나이를 먹고 만남과 헤어짐을 몇번해보니.. 뭔가 더 덤덤해지는 기분은 있는거 같다.. 경험치가 쌓인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하고 며칠을 티비만 보며 있었는데...

'대리님 연말인데 뭐해요? 우리 송년회 해야죠~ 제가 다 소집합니다요~ 우리멤버~"
'그럴까? 안그래도 나 요즘심난한데.. 술이나 먹자~'
그렇게 술이나 마시자란 생각으로 모임장소를 나갔다....

근데 그곳에 뜻밖의 사람도 나와있었다.. 그 아이가 나와있던 것이다...



4.
"오빠 진짜요? 왜 그랬어.. 왜 헤어졌어요..."
"아이 참.. 오빠라 하지 말라니깐.. 차라리 형이라그래~ 나이 차이가 몇갠데.. 오빠는 무슨.... 뭐 사람이 만나면 또 헤어지고 그러는거지.... 이유가 있나...."

그렇게 나의 이별소식과 다른 이들의 삶의 넋두리를 안주삼아 술자리는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아이는 역시 별말없이 맨끝자리에 앉아서 사람들의 말에 한번씩 미소만 지으며.. 아무 내색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덧 10시가 훌쩍 넘었고..

"아 오빠 오늘 갈때 xx씨랑 같이 가면 되겠네 xx씨 오늘 오빠 보고싶다고 나온거래요~"
"아... 그래... 잠실까지는 같이 갈 수 있겠네.. "
"그래요 같이가 아 이제 우리 또 언제모이지~ 연초에 또 봐요 신년회~~"
"그래그래 다들 잘지내요 조만간 또 보자고~ xx씨 가자 이제"

만약에.. 그 아이와 내가 집이 같은 방향이 아니었었다면.. 그 무리중에 같은 방향인사람이 한두명 더 있었더라면.... 흠...
아무튼 그 아이와 나는 그렇게 지하철에 올라타서 어색한 동행을 하기 시작했다.. 잠실까지는 아마 한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약간의 취기가 있었지만.. 난 너무 어색했다.. 그 아이도 그랬던 것일까.. 우린 서로 아무말 하지 않았다..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살며시 내 어깨에 머릴 기대었다.. 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아이가 술을 먹지 않은걸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술기운에.. 피곤해서.. 그러는걸까 했던 것일까..
그렇게 빨리 다음역이 잠실역이란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던거 같다...

"xx씨 난 이제 내려.. 술 많이 안마신거 같았는데 괜찮지? 조심해서 들어가 몇정거장만 더 가서 내리면 되니까 정신차리고~"
"네 괜찮아요 저 술 안마셨어요~ 근데요 대리님.. 집까지 데려다 주면 안돼요?"
"........."

그때 왜 내가 싫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거기서 내리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몇정거장 더 가서 그 아이와 난 같이 내렸다

...........

...........

..........


다음날 난 하루종일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딱 떠오르는 정답이 없었다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10분에 한번씩 내 기분도 이랬다 저랬다 바뀌었다...
누굴 탓할수도 없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 난 그 아이의 마음을 받아 줄 수 없다는건 확실했다...
연애에 너무 지쳐있고.. 지금 이순간도 좀.. 혼자 있고 싶다...
게다가 한두살도 아닌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이나는 연하의 여자는 만날 자신이 없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난 그렇다.. 30여년을 살아오면서 느낀것.. 난 연하는 절대 만날수 없는 성격이라는것...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아이는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대리님'
'어 xx씨 안그래도 연락하려그랬는데.. 오늘 출근은 잘했지?'
'네 대리님도 잘 들어가셨어요?'
'그럼.. 근데 xx씨.. 내가 생각 많이 해봤는데.. xx씨 마음은 받아주지 못할거 같애..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단 말도 못하겠는데.. 그래도 미안하네...'
'아니에요 미안하다고 하지마세요 그게 전 더 슬퍼요'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내가 나쁜놈인거지.. 근데 만약 그냥 계속 만나는 것도 더 미안할거 같아'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한것일까.. 난 그냥 차라리 솔직히 말하려 했던 것 같다.. 그 아이를 생각해준답시고 했던 말들이지만
사실은 생각해보면 오로지 나를 위한 말들이었을뿐...................
그 아이는 되려 자기가 죄송하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내가 차라리 이럴떈 욕을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했지만...
자기가 그러고 싶었던 것이라며.. 나보고 미안해 하지말라고를 반복했다...
난 정말 이기적이었다.. 마지막엔 내가 우리 다시 만나지 않는게 좋겠다고도 했으니까..



5.
오랜 연애끝에 헤어진 여자친구.. 뜻밖에 만난 회사 신입여직원... 그리고... 또 한 여자...
비단 나뿐만 아니겠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고민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지금 연애, 여자에 대해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내가 여자로 인해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될 줄이야.. 한 서너달전만 해도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다
이렇게 잠안오는 새벽에 가만 앉아서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오는구나
헤어진 여자친구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것이다 근데 그 생각할 시간조차 없어지고 있는 듯 하다 이게 좋은 현상일까?
난 한번에 두가지를 잘 못하는 성격이다 두가지를 동시에 생각하는것도 잘 못하고.. 그래서 그런가 요즘 너무 머리가 복잡해진다
흠.. 헤어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기도 전에 만나버린 회사 여직원아이는.. 사실 그 이후로도 몇번 더 만났었는데
결국 아름다운 결말이나 좋은 추억으로 남지는 못하게됐다.. 그 때 답장하지 말걸.. 집앞에서 기다린다고 해도 나가지 말걸....
이런 흔한 후회들이 이 봄처럼 나에게 찾아온다 하지만 이젠 소용없지 부질없는 생각들이다
겉보기에 착하고 순진함으로 무장한 내가 벌인일들이다... 내가 무슨말을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져서
아직도 가끔오는 톡에 이제 아예 대꾸도 하지 않는게 내가 할수있는 유일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것또한 이기적인 날 위해서이겠지만...
떠오르는게 없고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는것 같다 그러면서 혼자 위로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겠지...
조금 미화해서 말하자면 이별의 아픔과 잘못된 만남이 지나가고 있는 무렵..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난 다른 한 여자를 또 알게되었다
그리고 이제 또 고민하고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잘 모르겠다
정말 못된거 같다 내가... 그렇게 힘들게 헤어진 연인을 뒤로한채 만나지 말아야 할 아이를 만나고... 또 지금은 한 여자를 좋아하고있다니...
하지말아야지 말아야지 매일 아침마다 되새기지만... 그러고 있다 내가... 휴...
겨울의 끝자락이라... 봄의 시작이라... 내가 외로워서 그런건가? 이유야 어떻든 이미 마음이 움직여버렸다
그것도 다른이를 좋아하는 여자를 내가 좋아하고 있다 얼마전 그 여자가 내게 말했다...
흔들린다고..

'난 너를 좋아하는게 아니야 외로워서그래... 그런데 니가 자꾸 이러니까 흔들려'
'괜찮아 뭐든 어때? 그냥 옆에 있지 뭐'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얘기들이 오고갔던거 갔다... 대체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또 무슨 짓을하고 다니는거지?
모든게 혼란스럽고 이젠 그냥 될대로 되라라는 식인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가 벌받고 있는거 같다고...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했던거처럼 또, 그 회사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플걸 알면서 안될걸 알면서.. 그럼 지금 멈춰야 하는데...
하지만 당장 내일 아니, 오늘 난 뭘하고 있을까?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자신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너무 힘들다.. 버겁다... 너무 짧은 시간안에서 뒤죽박죽 섞여있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들이 다 지워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 며칠 계속 하고 있는것같다...
요즘 꿈을 정말 많이 꾸는데 이게 웃긴게 날마다 다른 사람의 꿈을 꾼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려면
시간이 얼마가 됐든간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혼자 술마시는 날이 늘어나고 담배도 하루에 한갑이 모자르다... 누군가에게 딱히 이 모든것들을 터놓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냥 다 놓아버리면 되는데... 그게 안된다 휴....
과연 나의 연애는 어떻게 끝나게 될까.. 두려운건 절대 웃지 못할거 같은... 안좋은 예감... 아니 이미 정해진 결말을 향해 아주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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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
16/06/08 06:00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어느분을 만나게될지는 모르겟지만 좋은인연 오래도록 가시길
16/06/08 06:15
수정 아이콘
익숙한 제목과 몰입감이 전에 쓰셨던 글이 있지 않았나요..?
전에도 그랬지만 신입분과의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스크롤을 내렸는데 아니네요.
예전엔 안그랬는데 저도 나이가 어가며 점점 연애에 무뎌지는것 같아요. 나 하나 챙기기도 고달픈 하루하루ㅠㅠ
-안군-
16/06/08 10:18
수정 아이콘
부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온통 시궁창이 되어버린 제 연애스토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는 실연의 아픔보다 더 두려운게, 여성에 대한 불신이니... 진짜로 연애하기 힘들게 된 거 같아요.
여전히 여성분들과 함께 있으면 좋고, 설레고 하긴 하는데...

이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나이 40... 최백호씨의 노래 한가락이 너무 실감납니다.
"이제와 세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동네형
16/06/08 10:39
수정 아이콘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사신군
16/06/08 10:56
수정 아이콘
조금다르지만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저는 뱅뱅돌다가 저좋다는 사람 만나고있지만
좀더 좋은 결과가 있길바래요
16/06/08 15:13
수정 아이콘
글을 읽다보니 생각이 났는데, 지난주 주말에 혼자 영화관에 갔다가 전남자친구를 만났었어요
그 친구가 저에게 헤어지자고 할때 아마 지금 bluesky님의 마음과 비슷했던것 같은데
옆에 여자친구랑 같이 있더라구요 눈이 마주쳐서 저는 놀라서 피하려는데
저를 계속 보는 눈이 즐거운 눈도 아니고 당당한 눈도 아니고 슬픈 눈이더라구요
헤어진지 1년정도 됐지만 2년을 만난 사람이라 그 정도 감정은 쉽게 느껴졌어요
무언가에 힘들고 혼란스럽고 슬퍼보였어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지독하게 힘들었던거만큼 너는 두고두고 더 힘들어라 하고 싶은데
지금 옆에 있는 여자친구한테는 그게 몹쓸짓인걸 너무 잘 알아서
그냥 잡생각말고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온전히 사랑만 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bluesky님께도 같은말을 드리고 싶네요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게 생각보다 대단한게 아니니
여러 감정에 혼란스러워하지 마시고 지금 옆에있는 사람만 생각해주세요
BlueSKY--
16/06/08 18:47
수정 아이콘
아... 저도 며칠전에 전여친을 길에서 마주친적있는데.......
[저를 계속 보는 눈이 즐거운 눈도 아니고 당당한 눈도 아니고 슬픈 눈이더라구요]
이 부분.... 정말 공감가네요.. 딱 제 상태가 저 상태였던거 같아요.. 뭔가 당당하지 않은 그런기분..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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