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11/17 15:29:42
Name 오마이러블리즈걸
Subject [일반] 나는 잘 나아가고 있을까
우울이라는 감정이 전반을 지배해서... 기분 안좋아지기 싫으시면 뒤로 버튼을 눌러주십사 합니다...




전역한지 막 3달 정도 된 예비고시생이다.
(순환을 제대로 밟은 적도 없고, 1차과목이랑 경제학 정도만 학교 다니면서 긁적긁적하는 수준이다.)

보통 아침 9시정도까지 도서관을 갔다가 23시 정도면 원룸으로 되돌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확실히 재미는 없더라. 타과 주제에 관련 과목 듣겠다고, 모든 수업을 타전공으로 깔아버렸기 때문에
외로울 때도 많고. 물론 내가 당연히 감수한 것이니깐 당연히 너가 감내해야 하는거 아니냐 하면 할말은 없지만.

#1
최근 좋아하던 분한테 마음 얘기하고 시원하게 차였다.
이전부터 알았던 사람이고, 그래도 내가 1차 시험 조금이라도 빨리 봤다고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 사람이었다.
처음 하는 고백이라 용기내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 사람이 말하기를
자기는 공부에 집중해야 할 것 같고 오빠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주말 내내 공부를 하면서도 좀 정신 못차리다가
요즘 들어 다시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차인 이후로 공부시간이 조금이나마 늘어난건 fact다...

아쉬운 건 그거였다.
뭐 내 주변 사람들이 슬슬 연애를 시작하고 있는 그런 것도 살짝은 있겠지만,
공부도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보통 사람들 인생도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같이 살고 지지고 볶는 건데
그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나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망설였다는 거.
이 사람 같은 사람이 언제 내 인생에 조금이나마 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거.

#2
나는 주변에 공부하는 사람들(스터디하시는 분/과동기,후배/ 이리저리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늦게 시작한 편이다.
여자애들이야 어찌보면 당연히 나보다 빨리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군대를 안가니깐),
스터디 사람들도 비슷하다. 남자면 그냥 나보다 일단 연차가 높은 사람,
여자면 나보다 학번 낮고 한학기 정도 빨리 시작했던가 지금 막 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뭔가 불합리하다 라는 감정이 들 때가 있었다.
잘못된 감정인 것도 알지만... 물론 표현도 안하고.
나는 지금까지 시키는 일(대학입시/군대) 하나도 미루지 않고 제때제때 해결해왔는데
막상 출발하는 이 시점은 왜 이리 뒤떨어져있는건지...에 대한 자괴감이 정말 많이 든다.
원래 남탓 잘 안했는데,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남탓을 자꾸 하고 싶어진다.
이런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3
요즘 원룸 들어오면 캠으로 영상 촬영을 한다.
어떤 영상이냐 하면, 강민의 올드보이 끝날 무렵 나오는 강민의 독백 마냥
오늘 하루 간략히 이야기하고 그때그때 의식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생각을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하고 잔다.
쓰다보니깐 정말 재밌는 삶은 아닌것 같다. 행복하고 싶지만, 나한테 행복이 주어질까...?
끝이 보이지 않고 확실한 것이 없는 삶에서,
나는 확실한 위치를 쟁취하고 너한테 아니면 어떤 사람한테 확실한 삶이 될 수 있을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스티스
16/11/17 16:08
수정 아이콘
고시생들 많이봐서 공부얘기가 아닌 일상얘기를 진솔하게 하면 소위 합격각이 보이는데 좋아보이네요. 고시하면서 우울이라 불리는 감정선을 안가지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합격생중에는 더더욱 드무니 그걸 원동력삼아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쪽지는 오늘내로.
오마이러블리즈걸
16/11/17 19:54
수정 아이콘
감정표현과 합격각의 상관관계를 도저히 모르겠지만...
유스티스님 좋은 말 하시는 거 충분히 알고 있어서
덕분에 힘이 좀 나네요 천천히 답변 주셔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16/11/17 16:09
수정 아이콘
앞으로 남은 1년일지 80년일지 모르는 삶도 그와 비슷할겁니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볼 때 그 때는 참 좋았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할 때 행복하겠지라는 생각하겠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작은 행복이 아주 가끔 생길겁니다. 하지만 실제의 삶의 99.9%는 지금과 아무 차이 없는 삶일 겁니다.
오마이러블리즈걸
16/11/17 19:58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수능칠 때나 군대 이 때 떠올려보면
지금보다 행복했냐 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어요.
아 유일한 때는 대학교 1학년 1학기...
Camomile
16/11/17 16:21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 선배는 27살에 cpa를 시작해서 29살에 합격했습니다.
비슷한 나이에 사시를 시작해서 30살 되기전에 붙은 사람도 봤어요.

적어도 일찍 시작해서 아직 합격못한 것보다는 낫잖아요.
유스티스
16/11/17 16:25
수정 아이콘
막줄이 과거의 저에게 팩폭을...
오마이러블리즈걸
16/11/17 19:58
수정 아이콘
크크 붙으시면 모든것이 보정이 됩니당... 흐흐
오마이러블리즈걸
16/11/17 19:59
수정 아이콘
예예 싫다 이것보다는 그냥 저 자신에 대한 한탄 비스무리 이런거였습니다... 흐흐
여름보단가을
16/11/17 20:07
수정 아이콘
이 글 보니 저도 공부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9 to 23이 지겨울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하면서 애써 즐거움을 찾아보려 했던거 같네요. 잘 되실거에요
오마이러블리즈걸
16/11/17 22:10
수정 아이콘
예전에 g1230 텐텐이랑 기숙사학교 6시 반 기상 야자 24시까지를 어떻게 그리 잘 버텼는지 .궁금하네요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8723 [일반] 당신의 사후(死後), '현실'을 삽니다. 헐값에 [1] 김제피4689 16/11/17 4689 8
68722 [일반] 나는 잘 나아가고 있을까 [10] 오마이러블리즈걸4552 16/11/17 4552 2
68721 [일반] 권력붕괴의 징후들 [75] 프로취미러17412 16/11/17 17412 24
68720 [일반] 檢·靑, 19·20일중 대면조사 협의…朴-3인 ‘공범’ 적시 검토 [32] 서울우유7084 16/11/17 7084 0
68719 [일반] 1. 집회의 자유와 법적 근거, 경찰의 금지통고와 11월 12일 [3] 아점화한틱4989 16/11/17 4989 1
68718 [일반] 대마초, 마리화나 [24] 모모스201313388 16/11/17 13388 4
68717 [일반] 비상시국에 프랑스 68운동을 한 번 살펴봅시다. [16] aurelius5378 16/11/17 5378 2
68716 [일반] 청기와집 예산집행 중지 가처분 이런건 안되나요? [19] 닭엘5074 16/11/17 5074 0
68715 [일반] 리얼미터 여론조사 : 박근혜 지지율 한자릿수 추락, 새누리-국민의당 지지율 오차범위 내 [44] giants11176 16/11/17 11176 1
68714 [일반] 채동욱 전 총장 20분 라디오인터뷰 [21] 서울우유6859 16/11/17 6859 3
68713 [일반] 대한항공에서 최순실 잘 모신 직원 성추행 구명이 안 되서 한진해운 법정 관리? [8] 가라한7005 16/11/17 7005 0
68712 [일반] 청와대, 박사모의 반격 "엘시티 문재인" 루머 유포 [111] ZeroOne14053 16/11/17 14053 1
68711 [일반] 4월 16일 간호장교는 왜 청와대로 갔나?... [34] Neanderthal9307 16/11/17 9307 1
68710 [일반] 靑 '퇴진할 정도의 不法은 없다, 숨은 지지층 있다' 판단 [54] 자전거도둑9094 16/11/17 9094 1
68709 [일반] 탄핵에 반대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60] 곰주7655 16/11/17 7655 9
68708 [일반] 이 와중에 위안부 할머니 현급 지급 강행 [9] ArcanumToss6156 16/11/17 6156 0
68707 [일반] 러일전쟁 - 그대여 죽지 말아라 [11] 눈시H6059 16/11/17 6059 4
68706 [일반] 지금 교실에서는 [110] 동전산거9210 16/11/17 9210 9
68705 [일반] 차은택 아프리타TV 개입(?) 의혹 [19] 쿠쿠다스8725 16/11/17 8725 1
68704 [일반] 김무성 경북대에 가다 [15] 아즐6972 16/11/17 6972 8
68703 [일반] 소설한번 썼더니 모든 퍼즐이 맞아 들어갑니다. [33] 삭제됨10353 16/11/16 10353 0
68702 [일반] 너희의 하루를 함께 [1] 사라세니아2785 16/11/16 2785 2
68701 [일반] CJ “대통령 독대…사면 논의 후 출연금” [109] 아사11594 16/11/16 1159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