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9/08 01:41:07
Name Zelazny
Subject [일반] 여자 아이돌의 외모에 대한 선플이 잔뜩 달렸던 어떤 공연 영상
스연갤의 모모랜드 '주이' 영상을 보다 생각나 적어 봅니다.


인디 뮤지션 '가을방학'의 대표곡은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라는 기나긴 제목의 노래인데, 이 곡의 유튜브 코멘트들은 오래 전 첫 사랑, 연락이 끊긴 친구, 사별한 가족 등에 대한 사연으로 가득합니다.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의 노래거든요.

그런데 한참 후에 이런 희귀한 현상을 탑 걸그룹의 히트곡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2NE1의 Ugly.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유튜브 코멘트에는 자신의 성장 과정, 혹은 한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노래를 듣다가 울음이 터져 나왔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2NE1을 그리워하는 영어 코멘트들이 점령한지 오래 입니다.) 쳐다보지마 지금 이 느낌이 싫어 난 어디론가 숨고만 싶어 벗어 나고 싶어 이 세상은 거짓말 I think I’m ugly And nobody wants to love me Just like her I wanna be pretty I wanna be pretty Don’t lie to my face tellin’ me I’m pretty 이런 가사가 뭇 여성들에게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켰을지는 쉽게 짐작할만 합니다.

그리고 한참 후, 실제로 이 노래를 공연에서 부르면서 우는 아이돌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는 장면은 대략 2분 50초부터 나옵니다.)

처음 이 영상을 보았을 때 그냥 울컥 했습니다. 오디션, 연습생, 데뷔 후 기나긴 세월 동안 얼마나 한이 맺혔을까. (더구나 승희는 저한테 오마이걸을 알기도 전부터 호감을 갖게 한 아이돌이었고 그 대부분이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누가 못생겼다고 하면 어느 정도 납득은 하겠는데 그래도 미치도록 귀여운. 그리고 항상 밝고 야무지고 씩씩한 모습이어서 충격이 더했습니다.)
영어나 한글 코멘트들도 죄다 승희를 위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악플러들 욕하고, 한국의 풍토를 지적하고, 외모 지상주의를 개탄하고...

울음이 터진 '따뜻함이란 없어 곁에 아무도 없어' 브릿지 파트를 넘기고 이어진 마지막 코러스를 갈라진 목소리로 부르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듯 씩씩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 힘 내 승희야. 응원할게.

그런데 다음날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희는 왜 굳이 Ugly를 불렀을까. 세상에 호소하려고? 컴플렉스를 극복하려고? 울음이 터질거라는걸 혹은 터질지도 모른다는걸 예상했을까? 뭔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승희 답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영상을 다시 보면서 그 때 상황을 떠올려 봤습니다. 결국 다른 관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승희는 데뷔 후 첫 콘서트에서 첫 솔로 무대를 하게 됩니다. 긴장하면서 2절의 지르는 파트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조용한 브릿지 파트로 넘어가면서 팬들의 환호가 쏟아집니다. 아주 어릴 때 부터 가수가 꿈이었고 여러 노래 대회에서 입상하고 오디션 프로도 나가고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데뷔를 한 소녀가 이 순간 울음이 터지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아마 승희는 다른 노래, 이를테면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같은걸 부르다가도 울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전 날 울컥했던 감정 이상의 충격을 느꼈습니다. 저 영상을 보고 연민을 느끼면서 "외모 가지고 악플 다는 것들은 쓰레기", "승희야, 끝까지 응원할게" 이러는 내가 당연히 승희라면 Ugly 부르면서 '외모 때문에' 울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니까요. 그 유튜브 코멘트들 모두 승희를 위로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았겠지만 오히려 승희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는 문장들이 아니었을까. 선플이 도리어 악플이 되는 경우가 아닐까.

물론 승희가 실제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도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함부로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는 것,  또 남을 이해하려고 시도도 하기 전에 그냥 틀에 넣고 위로니 뭐니 이야기 하는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아무튼, 2NE1의 Ugly는 명곡 입니다. 스트레이트로 지르는 씩씩한 코러스에 아이러니한 가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멍청이
17/09/08 01:59
수정 아이콘
스연'갤'은 디씨... 읍읍...
히오스
17/09/08 02:01
수정 아이콘
가을방학 분류상 인디지만 너무 잘 자리잡은 가수죠.
저도 가끔...블라블라 이 곡 차에서 자주 듣습니다.
예전 동아리 할 때 오티 공연곡으로도 썼는데, 이 곡빨+피아노 연주빨로 여자 신입생 많이 들어오더군요.
러블리너스
17/09/08 02:21
수정 아이콘
노래는 결국 진정성
블랙숄즈
17/09/08 02:26
수정 아이콘
헤어지고 노래방에서 이별노래부르면 친구들이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하죠...
17/09/08 02:59
수정 아이콘
군대가는 친구들이 이등병의 편지 부르거나
요새 제 또래 친구들이 서른즈음에 부르면 그렇게 찡할수가 없더라구요
레일리
17/09/08 07:24
수정 아이콘
옴걸 덕질은 안해서 잘 모르지만 승희양은 슈퍼스타K에서 인상깊게 봐서 기억이 잘 나는데요. (무려 조별미션에서 허각,존박과 같은 팀이었죠 크크)
당시에도 외모 악플이 좀 있었던걸로 기억하네요. 물론 저는 아니 저렇게 귀여운데 도대체 왜...?? 라고 생각했구요.
꼭 잘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는데 잘 되고 있는것 같아 좋네요.
순규성소민아쑥
17/09/08 08:21
수정 아이콘
악플러들 한테 딱 한마디만 해주고 싶네요. "거울을 봐"
호리 미오나
17/09/08 10:35
수정 아이콘
쳐밀도의 일원이었죠 크크
사실 무대는 별거 없었는데 박진영이 천재성이 있다며 생방 내보내자고 졸랐던...
승희 대신 강승윤을 고른 윤종신의 안목은 결과적으로(프로그램에도 자신에게도) 탁월했지만요.
레일리
17/09/08 10:39
수정 아이콘
전설의 '처밀도'... 크크 아마 '죽어도 못보내'라는 곡이었던것 같네요.
저도 보면서 귀여워서 응원은 했지만 탑10은 못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진짜 슈스케의 최고 전성기였던것 같네요.
사악군
17/09/08 08:51
수정 아이콘
잘 모르는 친구지만 못생겼다는 생각은 전혀 안드는데..? 왜 그렇게 댓글이 흘러갔는지 이상하네요.
홍승식
17/09/08 10:46
수정 아이콘
승희가 전통적인 미인상은 아니어도 못생긴 것은 전혀 아닌데다가 아이돌에게는 아주 좋은 씹덕미도 가지고 있는데 그냥 악플러들이 난리친거죠.
17/09/08 19:58
수정 아이콘
박봄은 정말 아깝군요 이쁜얼굴에 특이한 보이스를 성형으로 다날려먹다니....
돈키호테
17/09/08 20:56
수정 아이콘
그래도 그것까자도 상당부분 대중에게 용인이 되었었죠.
정만 문제는 약논란이고, 결국 재기 못하고 해체까지..
퉤니원과 박봄의 음색을 정말 좋아했는데 참..
https://youtu.be/wEkLHC7l25w
이젠 안녕입니다 그려..
17/09/08 22:09
수정 아이콘
박봄은 진짜 발음이 심각해지더라구요 점점..
개인적으로 박봄 대신 공민지가 엄청난 보컬적 실력 상승을 보여주면서 기대했는데 공민지가 먼저 나가버리더군요...
애매한 포지션긴 했지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3662 [일반] 원말명초 이야기 (18) 주원장, 일생 일대의 위기 [14] 신불해7533 17/09/09 7533 49
73661 [일반] 트럼프 정부, 한국 전술핵 재배치·한일 핵무장 허용 검토 [350] 군디츠마라24389 17/09/09 24389 14
73660 [일반] 넨도로이드 트레이서 간단리뷰 [35] 김티모12361 17/09/09 12361 5
73659 [일반]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 조직 Top10 [16] 김치찌개10636 17/09/09 10636 1
73658 [일반] 33살 먼가 사람들에 비해 뒤쳐지는거 같네요..우울증도온듯 [65] 흠캐늅15132 17/09/09 15132 9
73657 [일반]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다는 것은? [71] 당근병아리9930 17/09/09 9930 6
73656 [일반] 오바이트 [8] 유리한4190 17/09/09 4190 4
73655 [일반] [뉴스 모음] 디스 이즈 스파르타 외 [32] The xian9081 17/09/09 9081 24
73654 [일반] 저의 근무환경. 다른분들은 근무환경이 어떻게 되시나요? [78] aRashi10227 17/09/08 10227 5
73653 [일반] [밀리터리] 퇴출될지도 모르는 K1A [89] kapH15415 17/09/08 15415 20
73652 [일반] 근황잡담 [36] 절름발이이리7825 17/09/08 7825 5
73651 [일반] 지역기업의 파산 소식을 접하고 [5] minyuhee7199 17/09/08 7199 0
73649 [일반]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족 문제로 비난을 많이 받고 있군요 [84] 군디츠마라13381 17/09/08 13381 19
73648 [일반] 샴푸 냄새 [26] 삭제됨8300 17/09/08 8300 110
73647 [일반] 박성진 후보자의 뉴라이트 논란이 가열되고 있네요 [37] 아유7783 17/09/08 7783 2
73646 [일반] 옛날 가을동화에서 만약 이렇게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14] 패르바티패틸6698 17/09/08 6698 1
73645 [일반] '구글 드라이브' PC용 지원 중단 "백업&동기화 하세요" [34] VKRKO13598 17/09/08 13598 1
73644 [일반] 처음으로 호갱 당하지 않고 스마트폰 구매한 후기 [58] Ahri20128 17/09/08 20128 2
73642 [일반] [뉴스 모음] 측은지심과 인면수심 외 [33] The xian11479 17/09/08 11479 43
73641 [일반] 히딩크 감독을 국민들이 원하는건 국민들이 마법사를 원하기 때문이죠. [148] 비타100010881 17/09/08 10881 5
73640 [일반] 9월 9월 9월 구월 구월 구원 [8] Venada6599 17/09/08 6599 1
73639 [일반] 여자 아이돌의 외모에 대한 선플이 잔뜩 달렸던 어떤 공연 영상 [14] Zelazny13058 17/09/08 13058 6
73638 [일반] 컴퓨터 개봉기 1080ti 삼성 c32hg70 [57] 박진호11496 17/09/08 11496 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