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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11 14:54:17
Name 순규성소민아쑥
Subject [일반] 인생은 아름다워 (수정됨)


편의상 평어체로 쓰겠습니다.

지난 월요일, MRI를 찍고 일주일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오늘은 결과를 판독하는 날. 2년 반째 별 일 없었으니 올해도 별 일 없겠지.
하지만 그 [삐-][삐-]는 결국 다시 되살아났다.

"종양이 다시 생겼는데. 아 이거 수술 하는게 좋을것 같아"
"이번에도 항암이나 방사선으로는 안되나요?"
"아무래도 수술을 하는게 나을것 같아...이대로 크면 완전 반신마비가 올거야."

.........
......
...

2012년, 처음 찾아온 녀석은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앞둔 나의 결혼을 날려버렸다.
2014년, 두번째 다시 찾아온 녀석은 내가 창경궁 구석 벤치에 누워서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리고 나에게 좌반신 장애를 남겨주었다. (그나마 처음엔 완전 마비에서 재활 끝에 절름발이...에 팔힘이 약한 정도가 되었다.)
2017년, 세번째 또다시 찾아온 녀석은 내 얼굴에 웃음이라는 가면을 씌워줬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 특히 부모님들께서 마음 아파하시지 않을테니.(겉으로라도) 하지만 그녀석은 나에게 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오늘 친구가 찾아온다고 한다.
참 게으른 녀석인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한다.
아마, 술을 같이 먹게 될 것 같다. 부모님 께서는 펄쩍 뛰시겠지만, 지금 웃고있는 내 얼굴 뒷편엔 혼파망이 가득하다.
마시면서 쌍시옷, 지읏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마구 뱉어내겠지,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도 우리끼리 있으면 말투가 이렇게 변해버린다. 특히 이런 특별한 이벤트(?) 가 있을땐 더더욱.

두번째 수술 후 재활을 했던 재활병원 치료사한테 연락을 했다. (아직 몇명은 남아있고, 가끔 놀러가곤 한다. 치료사들이 예뻐서 가는건 결코....맞다.)
곧...은 아니고 아무튼 수술 후 살아있으면 또 2년동안 얼굴 맞대고 지내자고. 머리통 뜯고 뇌를 까는 수술이니 위험한 수술이니까.
(담당의 실수로 모니터에 뜬 내 뇌 실물사진을 본적도 있다. 하하하,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튼 지금 내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머리통을 만져줄 의사건, 정신과 의사건, 아니면 만병통치약 술이건 간에.
하지만 그 의사가 Dr. Dre는 아닌데. 왜 난 I need a doctor를 틀어놓았을까.

아무튼 인생은 아름답다. 주옥같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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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youinRome...
17/12/11 15:03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안타깝네요... 꼭 잘 치유되시길 바랍니다.
그냥가끔
17/12/11 15:09
수정 아이콘
쾌유를 빕니다.
켈로그김
17/12/11 15:10
수정 아이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vanillabean
17/12/11 15:21
수정 아이콘
뭐라 위로를 못 드리겠네요. 꼭 완쾌하셔서 수술 잘 되셨다는 글 쓰셨으면 좋겠네요.
순규성소민아쑥
17/12/11 15:36
수정 아이콘
애석하게도, '불치' 입니다. 느리지만 서서히 치사율 100%의 '교모세포종' 비슷하게 변해가는 핍지교종...
수술 잘 돼서 금방 깨어나고, 마비가 심하게 오지 않기많을 바랄 뿐입니다. 하하하....
진산월(陳山月)
17/12/11 23:22
수정 아이콘
아... 핍지교종. 이 단어를 피지알에서 볼 줄이야.

제 와이프는 너무 깊숙히 위치해서 한번의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했고 두번 넘게 재발했지만 더이상의 수술을 할 수 없었기에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했었습니다. 글쓴님께서는 그래도 수술이 가능한 부위인 것 같으니 깨끗하게 제거되어 완치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술은 절대로 드시지 마세요.
순규성소민아쑥
17/12/11 23:3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부인 분도 다시 재발 안하시길 바랍니다.
17/12/12 07:05
수정 아이콘
파이팅입니다
하얀갈매기
17/12/12 14:22
수정 아이콘
에고..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항상 힘내세요!
순규성소민아쑥
17/12/12 17:05
수정 아이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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