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알렉스 호놀드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작은 체구에, 5.14(클라이밍의 난이도. 5.10a부터 시작해서 숫자가 높을수록 어렵습니다) 급의 암벽을 등반할 수 있는 흔한 프로 스포츠 클라이머입니다. 5.15b를 막 넘나드는 신급 프로는 아니지만, 이 남자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라이머입니다. 왜냐면 로프나 안전장치 하나 없이 맨몸으로 암벽을 타는, 프리 솔로 클라이밍의 대가이기 때문이죠(예전에 제가 유게에 엘 센데로 루미노소를 프리솔로로 오르는 영상을 올린적도 있습니다 https://cdn.pgr21.com./pb/pb.php?id=humor&no=251136 ). 2017년 알렉스는 전 세계 모든 클라이머들이 꿈에 그리던 일을 해 냅니다. 바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엘 캐피탄(El Capitan)을 로프하나 없이 3시간 56분에 걸쳐 정복해버린 것이죠. 이 영화 프리 솔로는 엘 캐피탄을 오르는 동안 알렉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전 세계의 암벽등반 문화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그 캘리포니아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곳의 얼굴마담인 엘 캐피탄을 오르는 일은 어려움를 떠나서라도 꿈의 무대를 누비는 것과 같을 텐데, 엘 캐피탄은 그 아름다움에 비례한 극악한 난이도로도 유명합니다. 알렉스가 오른 엘 캐피탄의 코스는 비교적 쉬운 프리라이더라는 루트인데, 5.12정도 되는, 프로들에게는 앞마당처럼 누빌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지만 문제는 그 세상 어떤 프로도 이 루트를 단 한번에,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오른다고 장담할수 없다는 겁니다. 카메라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사전답사를 해서 네시간가까운 루트에서 자기가 취할 모든 움직임을 꼼꼼히 메모하고 기억하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알렉스를 따라가면서, 그것을 불안한 눈으로 도와주는 주변인물들을 담아냅니다. 다큐멘터리답게 담담히 그 과정을 취재하듯 따라가지만, 특이한 점은 감독인 지미 친까지 계속해서 프레임 안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알렉스의 오랜 친구이자 그의 영상을 계속 찍어온 지미는 영화 촬영 자체가 알렉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친구인, 여자친구인 내가 있는게 알렉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괴로워합니다. 왜냐하면 약간의 방해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는, 다름아닌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이기 때문이죠.
클라이밍을 꽤 해온 저는 물론이고 프로급 클라이머들에게도 프리솔로 클라이머들은 별세계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강인한 클라이머라고 한들 몸에 로프가 붙어있는 이상 이들이 이룩해낸 피로 점철된 성취(영화속에서도 지금까지 프리솔로중에 추락사 한 클라이머들이 계속해서 언급됩니다)에 감히 근접했다고 말할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참 내내 뭐라 말할수 없는 감정속에서 봤던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개봉 안할 것 같기는 한데, 나중에라도 한번 기회 되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삶에 대해서 완전히 궤가 다른 고민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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