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2/22 15:11:11
Name 누구겠소
Subject [일반] 미묘하게 사실적인 짧은 글짓기
전설의 얼음검 설운도(雪雲刀)를 휘두르면 "추웤" 하는 소리가 난다.

그검에 맞는 자는 상처 부위가 얼어붙어 몹시 추워지고 경우에 따라 감기에 걸린다.

인천 계양산 삼십 이번째 봉우리에 꽂혀있었는데, 김씨 아저씨가 그저께 뽑아 오셨다.


내가 그 소리를 어떻게 들었냐하면, 아저씨가 어제 나한테 휘둘렀다.


분리수거를 하는데 이거 왠걸 어머니가 고무장갑을 넣어놓으신 거다.

가끔 이렇게 분리수거 되지도 않는걸 넣어 놓으시고 억지로 분리수거를 해오라고 하시니

나는 약간의 짜증이 치솟았다.


난 그걸 다시 도로 가지고 집으로 오자니, 고무장갑에게 실례인것 같고 그래서

슬쩍 플라스틱 넣는 자루에 슬쩍 넣었는데 김씨아자씨에게 딱걸려 버린거다.



아저씨는 나에게 인자하게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나를 잠깐 따라오련? 내가 너희 아버지랑 아는 사이인데 회나 한접시 하자꾸나.

소주도 한잔 괜찮겠지"


나는 설마 유괴라도 하시겠어, 에이 이런 아자씨한테서야 언제든 도망칠수 있겠지

아니 거기다가 회라고? 회다!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아라'라는 한국의 격언따위는 일순간 망각해버렸다.



아자씨는 나를 경비실로 데려가더니

다짜고짜 경비실 냉장고 (보통 카스나 하이트 등등 맥주캔들을 넣어놓고는 한다) 냉동실에

보관중이었던 설운도를 꺼내서 그야말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왼쪽 상단에서 우하단으로 대각선으로 베어내리는 검을

동물적인 후진 2스텝으로 피한 뒤 손에 잡히는대로 아저씨한테 던졌다.


근데 그게 하필 '수학의정석' 이었기 때문에, 아자씨의 이마는 빵터졌고 아자씨는 너무 아픈 나머지

웃다가 잠드셨다. 코까지 고시더라


아저씨 이마 위에 수학의정석이 절묘하게 펴져 있었다. 지수로그함수 파트였다.

하루에 27분만 주무시기로 유명해

세상에이런일이, 서프라이즈 등에 출연하신 김씨아저씨를 재운 것을 보면

역시 불면증에 효과가 있는 듯 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이미 그 효과를 알았는데..


나는 설운도를 집어들었다. 맨손으로 잡기가 너무 차가워서

아자씨가 끼고있던 목장갑을 뺏아서 꼈다. 집에 가서 이걸로 배나 깎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했더니 반 이상 녹아버렸고, 남은 반으로는 뭘 할수도 없어서

냄비에 넣고 신라면 끓여먹었다.

아직도 귓가에 설운도(雪雲刀)를 휘두르면 나던 "추웤!" 소리가 귓가에 선명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추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리한
18/12/22 15:42
수정 아이콘
주방에서 휘두르면
부웤
누구겠소
18/12/22 17:50
수정 아이콘
좋은 응용입니다
18/12/22 16:38
수정 아이콘
아 현웃 터졌네요
누구겠소
18/12/22 17:50
수정 아이콘
제취향이시군요
18/12/22 17:08
수정 아이콘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추웤!
누구겠소
18/12/22 17:51
수정 아이콘
췈!
18/12/22 17:26
수정 아이콘
역시 그냥 사주는건 삼겹살까지만
누구겠소
18/12/22 17:51
수정 아이콘
타인의 호의는 두렵다
18/12/22 17:38
수정 아이콘
첫줄에서 벌써 터졌네요 크크크크
누구겠소
18/12/22 17:51
수정 아이콘
제취향이시군요(2)
인생은이지선다
18/12/22 18:5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추웤은 나중에 꼭 써 먹어야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432 [일반] [넷플릭스] 트로츠키 정주행 완료한 소감 [6] aurelius8173 18/12/22 8173 5
79431 [일반] 미묘하게 사실적인 짧은 글짓기 [11] 누구겠소5518 18/12/22 5518 8
79430 [일반] 김포공항에서 국회의원이 갑질을 시전했습니다 [271] 한국화약주식회사20440 18/12/22 20440 47
79429 [일반] 여러분은 너무나 화나서 잠 못들어보신적 있으십니까? [25] 삭제됨7469 18/12/22 7469 7
79428 [일반] 스윙키즈 후기(스포) [19] 달콤한휴식7091 18/12/22 7091 3
79427 [일반] Queen <Bohemian Rhapsody> Cartoon ver. [15] 나를찾아서6241 18/12/22 6241 3
79426 [일반] 2018년을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오브디이어 A to Z [3] 말랑6814 18/12/22 6814 10
79425 [일반] 애국가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50] 잰지흔15225 18/12/21 15225 2
79424 [일반] 화학과 취업후기 [23] 나이스데이12581 18/12/21 12581 10
79423 [일반] 최근 봤던 기사 들 중에 가장 마음이 아팠던 기사.. [58] 키토11020 18/12/21 11020 3
79422 [일반] 임산부는 앉지도 못하는 임산부 배려석 [160] 삭제됨15245 18/12/21 15245 7
79421 [일반] 일본 전국시대(센고쿠 지다이) 다이묘들의 家紋지도 [19] 삭제됨9212 18/12/21 9212 4
79420 [일반]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_안전 그리고 비용 [57] 카미트리아11186 18/12/21 11186 16
79418 [일반] 담배값 인상 이후 세수가 매년 4조씩 늘었네요. [158] 홍승식13015 18/12/21 13015 6
79417 [일반] 이제는 국민연금마져도 페미니즘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217] 마빠이21446 18/12/21 21446 57
79415 [일반] 업비트, 가짜계정 만들어 1천500억대 비트코인 판매 사기 [248] 고통은없나25350 18/12/21 25350 8
79414 [일반] 택시 파업 현장의 자유한국당 의원들... [105] 마르키아르16503 18/12/21 16503 7
79413 [일반] 진선미의 흥미로운 과거이력(수정 하이퍼링크첨부) [66] 차오루17829 18/12/20 17829 53
79412 [일반] [스포] 고마워요! "레디 플레이어 원" [24] Farce11802 18/12/20 11802 10
79411 [일반] 성갈등에 대한 현정권의 대답 [431] 삭제됨29305 18/12/20 29305 63
79409 [일반] 진실공방중인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논란 [153] 낭천17299 18/12/20 17299 9
79407 [일반] 헬보이2019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28] 삭제됨7130 18/12/20 7130 0
79406 [일반] 강릉 펜션에서의 학생 사망 사건과 수능 후 교육과정 파행의 관련성? [250] 사이시옷16970 18/12/20 16970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