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1/01 17:37:25
Name MelanCholy
Subject [일반] 수요미식회. 소회. 2019


2018년 수요미식회에 출연했다.

가게를 오픈한 2011년도로부터 만 7년 넘어 8년차만이다.
창업 당시만해도 홍보 같은것 하지 않아도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 세상이 알아줄거라는 낭만을 갖고 시작했다.

하지만 실상은 창업 자금도 얼마 없어서, 정부지원 창업관련 대출을 받고 돈이 모자라 지인 2명에게 돈을 빌렸다.
그 당시 채권자인 친구와 아는 누님에게 말을 꺼내기 전의 떨림은 아직도 몸에 기억되어 있는 듯하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깡이었을까 싶다.

막연히 잘 될거라 생각했던 걸까?

그럼에도 창업할때 꿈꾸었던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거야" 라는 낭만은 2018년도 영업 8년차만에 이루어졌다.

낭만적 믿음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당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나를 가장 고양시켰다.


방송 후 약 5개월이 지나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그래서 이제서야 지난 소회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다들 궁금해할만한 방송빨은 2개월 정도 지속됬던것 같다.
별로 크지도 않은 매장임에도 정말 바빴던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말기 위해 일부러 포장도 없앴음도...)

하지만 오히려 방송 이후 업에 대한 고민이 훨씬 늘어났다.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이 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나름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나름대로 매장을 잘 운영해 나가다보니, 
창업이나 운영에 관련해 많은 질문들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연구도 계속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는 아직 한계를 지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잘 버텨나가고 있고, 더 잘 해나가면 돈도 꽤 벌 수 있을거야~! 라는 그런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을 타고 나서는,
이 자영업으로 과연 평생 내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었다.
20평도 되지 않는 작은 매장에서 낼 수 있는 매출로는  매우 큰 매출을 냈다.
하지만 맥시멈이라고 생각하는 매출을 만들고 보니 오히려 이 업의 한계를 느꼈다.

매우 바쁜 와중에도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많은 고용을 해야했고,
다시 한번 이 서비스 업의 노동집약적 성향과 한 사람당 만들어 낼 수 있는 부가가치의 한계를 절감했다. 


물론 사람들이 흔히 요식업으로 돈 벌려면 프렌차이즈 해야지~ 라고 말하는 
프렌차이즈 사업은 방송 전에도 많이 제의 받아왔고, 
방송 후에는 전문 컨설팅 업체에서 함께 하면 100개 정도는 충분하다 등의 많은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임의의 대상에게 "이거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뱉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같은 구조의 프렌차이즈 업은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고민 끝에 맞이한 2019년.

나름의 생각은 정리를 했고, 다시 성장해야겠다라는 마음도 먹었다.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려고 준비중인 것도 있다.
앞으로 어떤 풍랑앞에 서있게 될지 알 수 없는건 여전하다. 
글로벌 경기가 자연스레 침체기에 들어설거란 예상에도 비용을 들여 무언가 더 한다라는 것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미 호랑이 등위에 매달려 가는 이상 꽉 잡고 뭐라도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

2018년에는 감사한 일도 힘든일도 많았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가게를 홍보하고자 하는 바는 전혀 없고 제 생에 있어 꽤 큰 이벤트를 겪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간략하게나마 나의 청춘과 함께하는 (물론 거의 눈팅이지만....) pgr에 소회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좋은 한해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anzisuka
19/01/01 17:43
수정 아이콘
2018년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한 2019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MelanCholy
19/01/01 17: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영업도 잘 되시길 바래봅니다!!!
남산도서관
19/01/01 17:4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MelanCholy
19/01/01 17:45
수정 아이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9/01/01 17: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 비속어(벌점 4점)
MelanCholy
19/01/01 18:38
수정 아이콘
가세욧~!!! 복 많이 받으시구요!
19/01/03 11: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벌점없음), 비속어
출입문옆사원
19/01/01 18:30
수정 아이콘
작년 수요미식회에 나오시고 경영도 잘 되신다니 축하드립니다. 전 PGR21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어디인가 궁금해서 게시판을 검색하니 마침 제가 가본곳이네요. 수요미식회 방영전이었구요. 그때 먹었던 커피와 케이크가 맛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새해에도 계속 잘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MelanCholy
19/01/01 18:38
수정 아이콘
아 칭찬과 축하 감사드립니다. __)
실은 방송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운영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1월 1일부터 너무 암울한 느낌을 표현하지 않으려다 보니 잘 전달되진 않나봅니다... 하하핫.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있답니다.
19/01/01 19:20
수정 아이콘
글만 봐도 왜 잘되셨는지 알 것 같네요(잘 되신 것 맞죠? 크)
올 한해도 찾는 많은 분들께 기쁨을 주시고, 또 기쁨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MelanCholy
19/01/01 19:39
수정 아이콘
네.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인정받았다고 생각이 되니 그래도 잘 된게 아닌가 싶어요.

좋은 기쁨 함께 할 수 있는 한 해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9/01/01 20:45
수정 아이콘
네 사실 저는 그동안 자영업자들이 힘든건 건물주들의 월세폭리(?)라고 생각했는데,
골목식당이 그걸 크게 깨(?) 준 듯 하거든요.

지금도 잘 되고 있음에 불구하고 이렇게 고민을 하시니, 특히 나 하나 잘 되는게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 다 잘 되게 하는 걸 고민하시는 걸 보니,
정말 진짜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MelanCholy
19/01/01 21:53
수정 아이콘
자영업. 그중 요식업이란 계열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워낙 창업 허들도 낮아서 경쟁률도 쎈것도 있고,
어려운 요인이 참 많답니다.

저도 잘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않아서 이야기를 남긴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말 잘 되도록 더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19/01/01 21:58
수정 아이콘
에유 겸손은요 흐
이미 8년간 하셨다는 자체로, 스스로 하시는건 증명하셨다고 봅니다.
우려하시는 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개선할 법이 없을지(일부 자동화?), 이른바 프랜차이즈화(?) 좋은 방법이 없을지 거민하시는 듯 합니다.

이미 수많은 싸움장에 서계셨을 분에게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창업허들이 낮다는 점은 결코 불리한 환경은 아니기도 하지요.
지금처럼 고민해주시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게 지켜주셨으면합니다. 감사합니다.
공노비
19/01/01 20:07
수정 아이콘
혹시 까페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한번찾아가보고싶네요~
펠릭스30세(무직)
19/01/01 20:45
수정 아이콘
저도 자영업자라 공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저야 말로 노동력을 갈아 넣어서 돈으로 치환하는 업종인데 시스템화하지 않고 개인기만으로 벌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더군요. 다행히 욕심도 야망도 없는데도 능력 이상의 수입이라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긴 합니다.
MelanCholy
19/01/01 22:01
수정 아이콘
네. 자영업자라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서비스 업이라는건 사람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가 전부니까요.

흔히 많은 사람들은 수요미식회 정도 되는 방송에 나오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이라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제가 들은 반응으로는 '이제 건물 올리는거 아니에요?'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라는거죠.

하지만 실상은 애초부터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업만으는 택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핫..
정말 택도 없다고 보거든요...
(물론 제가 잘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죠....)

여튼 자영업이 생각보다 올해는 더 힘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럼에도 더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9/01/01 22:02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홍대에 있다던 그 카페인가보군요
MelanCholy
19/01/02 12:0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네 그 곳이 맞습니다... __)
signature
19/01/01 23:16
수정 아이콘
멋지시네요! 더 큰 성장하실것 같습니다
MelanCholy
19/01/02 12:0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근데 성장이라는 것도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길이 많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해봐야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urnout Syndrome
19/01/01 23:24
수정 아이콘
와.. 피지알에 잠깐 소개됐을 때 여자친구랑 잠깐 방문한 적이 있었던 까페인데, 결국은 수요미식회까지 소개되고.. 더욱 더 번창하셨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조만간 홍대입구 쪽 들릴 때 한 번 더 방문 드릴게요.
MelanCholy
19/01/02 12:05
수정 아이콘
헛. 들르신적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__)
오래 버티다보니 이런 감사한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 어렵기도 합니다.
기회되면 인사하겠습니다.
민간인
19/01/02 16:52
수정 아이콘
저도 어딘지 쪽지로 좀 알려주세요. 한번 가보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573 [일반] 애플워치 4로 알아보는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딜레마 [31] 후상11850 19/01/02 11850 33
79572 [일반] 당나라 태종이 교묘하게 역사를 왜곡하다 [3] 신불해10186 19/01/02 10186 25
79570 [일반] 기재부에서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 [144] 18194 19/01/01 18194 12
79569 [일반] 헐리우드 남자들의 몸만들기 - 다이어트의 어려움 [12] 사진첩9114 19/01/01 9114 0
79568 [일반] 십진법을 쓰는 인간들을 구경하러 온 이진법 세계 인간의 충고 [55] 2213371 19/01/01 13371 52
79567 [일반] 고2때 겪은 대체의학을 거르게 된 경험 썰 [47] 와!8899 19/01/01 8899 6
79566 [일반] 비핵화 관련 김정은 신년사 전문 [60] 홍승식11146 19/01/01 11146 5
79565 [일반] 수요미식회. 소회. 2019 [24] MelanCholy7670 19/01/01 7670 19
79564 [일반]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수정) [56] 차오루12014 19/01/01 12014 3
79563 [일반] D사 이야기 [13] 콧등10523 19/01/01 10523 4
79562 [일반] 2019년에 펼쳐질 소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복 많이들 받으세요 :) [9] 은하관제7054 19/01/01 7054 7
79561 [일반] 서울 대형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를 찔러죽인 환자 [29] 치느13790 19/01/01 13790 0
79559 [일반] 2번째 통풍발작후기 [16] 읍읍10732 19/01/01 10732 0
79558 [일반] 올해의 목표... 다들 얼마나 이루어지셨나요? [29] Goodspeed6390 18/12/31 6390 4
79557 [일반] 운영위원회는 왜 열었는지 모르겠네요 [72] Jun91112158 18/12/31 12158 15
79556 [일반] 민주당 vs 자한당 역대 여성부 장관들의 출신 해부 분석. [128] 마재11306 18/12/31 11306 19
79555 [일반] 한국(KOREA)에서의 생존법 [16] 성상우8242 18/12/31 8242 4
79554 [일반] 2018 히어로 영화 및 작품들 소감 [14] 잠이온다6482 18/12/31 6482 1
79552 [일반] 무심코 뽑아본 2018년에 즐겨 들은 음악 [5] KOZE4951 18/12/31 4951 4
79551 [일반] 과연 성차별문제 해결을 위해 중년층이 대가를 치뤄야 할까? [85] 유소필위9143 18/12/31 9143 1
79549 [일반] 올해의 영화는 무엇인가요? [64] 작고슬픈나무7649 18/12/31 7649 1
79548 [일반] 2019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 전철역 [24] 光海10039 18/12/31 10039 6
79547 비밀글입니다 차오루17134 18/12/31 17134 3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