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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4/02 18:24:49
Name finesse
Subject [일반]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30대 초반인 대한민국 젊은 미혼의 남성입니다. 서비스 업계에 일을 해왔고 한동안 자동차에 푹 빠져 잠시 커리어에서 일탈을 했다가 곧 다시 새출발을 할 수 있게 된 현재는 백수(?)로 있네요. 지난 5개월 간은 정말 인생에 있어서 스트레스가 가장 극에 달했던 시기였었습니다. 뭐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숨 고르고 쉴 정도는 되었네요(갚아야 할 빚이 아직은 있네요).

제 명의로 된 남의 빚을 갚아간다는 건 정말이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었습니다. 빚을 갚느라 멀쩡했던 직장생활을 접고(사실 이 시점은 개인적인 커리어에서 잠시 한 눈을 판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일을 하며 소위 투잡, 쓰리잡을 하며 지내왔습니다. 매 달 갚아야 했던 대출금, 카드값, 세금미납 등 을 하나 하나 지워나가니 기쁜 마음보다는 ‘내가 왜 이런 희생을 젊은나이에 가족을 위해 감수해야하는가?’ 란 생각이 더 컸었습니다. 물론 저는 가정이 있어야 저 자신도 있으며 가족만큼 중요한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묵묵히 빚들을 갚아나갔죠. 쉴 수 있는 시간도 없었지만 시간이 있으면 깨어있는 시간이 고통이여서 잠만 잤던 거 같습니다. 원래 부모님이 새치가 있어서 흰머리가 조금씩은 있었는데 전보다 새치가 더 심해졌었죠. 20대 에는 충치때문에 치과 한 번 제대로 안가봤는데 멀쩡했던 잇몸이 퉁퉁 부어 진물이 나오기도 하고 설상가상으로 겨울에 치과치료로 150만원이 들었네요(여러분들 치과보험은 꼭 들어놓으세요). 정말 재수가 이렇게 없구나, 안될 땐 뭘해도 안 되는 구나..생각밖에는 안들더군요. 지난 겨울엔 몸살감기가 4번이나 들어서 아주 아주 힘들었습니다. 제가 나름 건강하고 체력도 좋아서 16시간 씩 일해도 다음날 멀쩡히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최근에 대략 한달전에는 혓바닥 느낌이 아주 쌔 하더군요. 뭐랄까..구강이 건조해지는 느낌이 들고 매운맛이나 페퍼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혀에서 불이 나는 지경이었어요. 원래 매운맛을 잘 못먹는데 이건 무언가 이상하다 느낄정도 였었죠.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하며 있었는데 혓바닥은 낫지를 않고 그렇다고 심해지지는 않아서 ‘혀’ 만 전문으로 보는 한의원에 갔더니 한의사 선생님이 제 혀를 관찰하시며 저에게 넌지시 요즘의 생활패턴이나 문제점들을 나열하여 읊어주시는데 구구절절 다 들어맞는게 조금 소름돋았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알레르기성 비염, 오줌을 자주 누거나,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이게 가장 심했었는데 혓바닥 하나 보고 판단하는데 사실 좀 많이 놀랬습니다. 아무튼 그렇군요.. 하며 리셉션에서 약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무슨 약이 이렇게 비싼가요. 한달간 복용하는 약이 40만원에, 조금 더 나은 효과를 보려면 대략 70만원의 약값을 일러주시더군요. 사실 이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좀 짜증까지 났습니다. 한의원은 잘못이 없지만 저에게 닥친 이 상황이 힘들었다가 정확하겠네요.
물론 그 약값을 지불할 돈은 있지만 조금 더 침착하게 한발 물러서서 이비인후과를 가 봅니다. 의사선생님의 처방은 아주 간단합니다. 가글같은 액체 약과 3일 치 알약을 처방받고 이틀 째 투약 중인데 많이 나아진게 느껴집니다. 스트레스도 사실 많이 줄어들었구요. 못했던 운동도 일주일에 3일 정도 해주고 있습니다.
이것 외에 잔병치레를 많이 했던 겨울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추웠던 겨울이었고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습니다. 집도 많은 안정을 찾아가니 이제 저에게만 주어진 일들을 해야 할 차례네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혹은 살면서 겪어왔던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님을 새삼 느끼면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피지알에는 인생선배님들이 많이 계실텐데 저도 결혼은 아직 안했지만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거 같습니다. 다음달 까지는 백수인데 해야할 업무(??)가 있어서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만, 전보다는 많이 낫네요. 본인이 몸이 많이 약해진거 같다거나 안하던 잔병치레를 한다면 건강에 꼭 관심을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저번주에 5천원 당첨된 로또로 자동 다시 뽑으러 가야겠네요. 건강들 하세요. 건강이 돈 버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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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우에오
19/04/02 18:40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로인한 병 한두개는 가지구있죠. 잘관리하는것도 인생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9/04/02 19:35
수정 아이콘
모두 건강합시다.
19/04/02 20:43
수정 아이콘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자포자기 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요. 잠도 충분히 못 주무시고 몸도 안 좋고 스트레스도 극심한 상황에서 쓰리잡까지 하시며 어떻게든 버텨내시다니. 원래 체력도 좋으시고 멘탈도 강하신 분이셨나 봅니다. 부럽습니다.
19/04/02 21:58
수정 아이콘
가진게 멘탈과 몸인데 멘탈은 한계까지 갔었고 몸은 조금 너덜너덜해 졌네요. 요즘은 그저 다시 잘 살고 먹고 싶습니다. 결혼과 연애는 일단 눈 앞에서 치워놓았네요..
19/04/02 22:37
수정 아이콘
결혼과 연애는 인연따라 가지 싶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안 될 사람과는 안 되고, 돈이 없어도 될 사람은 또 맺어지는 것이라..
사진첩
19/04/02 21:27
수정 아이콘
인간사회도 동물의 세계랑 별 다르바가 없어요 생존하면서 여기저기 망가지는 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대한민국이지만 적당히 살아남기란 매우 고달픕니다 서로 으샤으샤하는게 유치하지만 도움이 되네요
19/04/02 21:59
수정 아이콘
본인이 부정적이게 되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조금 꺼려지게 되더군요. 많은 걸 느낀 한해였던 거 같습니다.
아붓지말고따로줘
19/04/02 22:12
수정 아이콘
피트니스님 글 잘봤습니다
유정연
19/04/03 03:18
수정 아이콘
저도 학생때 스트레스 때문에 실제로 신체에 영향이 간적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좀 신경 쓰이는 일 있으면 그때일 생각나서 무서워서라도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게되네요..
19/04/03 09:45
수정 아이콘
트라우마죠 일종의. 저도 굉장히 좋지 않았던 불과 몇달전의 일은 되도록 기억해 내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합니다.
19/04/03 07:51
수정 아이콘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죠.
한때 전 아직 이십대인데 탈모가 온 적 있어서 그 후로 스트레스 조심하면서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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