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6/10 16:34:52
Name 블랙초코
Subject [일반] 아 그 말이 그 뜻이었구나.

안녕하세요, 날씨가 더웠다가도 비가 엄청 왔다가 변덕스럽네요.
지난번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한 분 한 분 다 감사드려요.
그리고 제가 글을 쓴 시점/글 내용 시점을 명확하게 쓰지 않아서인지
순산하라는 정말 감사한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사실 그건 임신기간 동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라서 지금은 이미.. 네..
등에 업고 있답니다 헤헤. 그래도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그래도 큰 이벤트 없이 임신기간을 보냈고, 순산이라면 나름 순산도 한 거 같구요.
저는 좀 골골거렸지만 아기는 정말 정말 잘 크고 있습니다.
물론 전-혀 맘고생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지금 잘 놀아주고 있으니 이게 그렇게 고맙네요.
아기 아픈 건 정말 못 보겠더라고요.. 눈물이 그냥 으헝헝헝헝 하고 누가 절 쳐다보든 말든 그냥 울게 되더라구요.
저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고, 그걸 붙잡아주고 다독여주는 사람이 남편인데.
육아란 게 본능으로 하는 일인건지 감정이 콸콸 쏟아졌다가도 또 갑자기 뚝 차분해지기도 하고.
정말 와 사람이 이렇게 이상해져가는구나(?)싶은 경험도 많았고, 이렇게 헤헤헤 웃게 되는구나 싶은 경험도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결론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네요....



오늘 쓰려고 했던 글 내용을 시작해보자면요.
저는 꽤 젊은/어린 편입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겪은 사람 중에서는 좀 많-이 어린 편일거에요.
제가 정말로 많이 들었던 말이 있는데
1. 왜 그렇게 결혼을 빨리 하셨어요?
2. 왜 그렇게 아기를 일찍 가졌어요?
두 가지입니다.
저 위에 두 가지는 모르는 분들이, 혹은 새로 알게 된 분들이 해주시는 질문이구요.
저를 예전부터 알았던 분들은
1. 아니 왜 그렇게 결혼을 일찍 하려고.... 어린데 힘들게... 정말 괜찮은거니...
2. 정말 괜찮겠니 아기를 이렇게 일찍..어린데 힘들게...
이 정도인 것 같네요.

사실 정말로, 많이 서운했던 질문이었습니다.
힘든 걸 모르고 결정한 것도 아닌데, 나름 정말 많이 고민하고 얘기해보고 결정한 건데.
축하보다 먼저 들려오는 걱정과 다시 생각해보라는둥, 정말정말 힘들다는둥, 꼭 그 어린 나이에 해야겠냐는 둥.....
걱정스럽겠지, 도 한 두번이지. 정말 모든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네요(특히 이미 결혼하신 분들)
나중엔 아, 힘든 거 나도 아는데 그냥 축하한다고만 해주시지. 좋은 얘기도 좀 해주시지. 왜 다들 부정적이기만 할까. 생각했었는데요.
제가 결혼한 지 딱 1년이 좀 넘었을 때 제 주변 지인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한 첫 생각이
"와, 힘들겠다 어떡하냐.... 진짜 힘든데.. " 였답니다.
다들 정말 진심이었던 겁니다. 저를 걱정하는 그 마음들이 정말 진심이었던 거에요.
결혼 후 힘들어도 나는 절대 저 말들을 보란듯이 이겨내겠다, 했지만 그건 정말 어린이의 패기였던 거에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본인이 겪은 힘든 시간들을 또 누군가도 겪는구나, 나보다는 잘 이겨내야 할텐데.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 힘든 시간을 겪은 내가 지금은 누군가를 걱정하고 위로하고 또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네, 싶은 마음과.
나는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되돌아보는 마음까지. 모두 섞인 한 마디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지나온 시간들이 무조건 1분 1초가 전부 힘들었던 건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그래도 결혼하기 전보다 결혼한 후가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그 결론을 내기까지 겪어야 했던 갈등과 화해와 눈물들과,
'대체 이 남자는 누구지. 내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을 했나?' 싶기까지 했던 그 혼란스러움을 지나야만
'아... 이 남자는 원래 이런건데 내가 그냥 이런 모습은 못 봤던거군....' 이라는 결론을 얻는 게,
서로 말 한마디 섞기조차 무서운 살얼음판이다가도 금새 헤헤-하며 장난치기도 하는 게,
이렇게 어렵고 힘들고 매일매일이 새로운 퀘스트가 끝도 없는 게 결혼 생활이라면.
지난 그 시간에 제가 들었던 그 모든 질문과 걱정어린 한 마디가 이제서야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다 이해했다고 하면 자만이겠죠. 저는 이제 갓 새내기를 졸업했으니.)


위 내용은 임신 후에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다만 이건 정말 뼈로 와닿네요. 크크크크크크크
예쁜 모습도 더 많이많이 볼 수 있지만 사람 환장하게 하는 모습도 더 많이..그것 저만 보고 있다는 게 함정일까요....
아기는 세포로 시작해서 10개월동안 조그마하지만 사람 모습을 갖출 만큼 많이 성장하고,
또 태어난 후로도 점점 사람처럼 행동할 만큼 쑥쑦쑥쑥쑥 쑤욱쑤욱쑤욱 크는데
저는 아직도 그대로이고, 이제 성장이 멈춘 것 같아서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아기가 자라는 거 반만큼이라도 같이 자라고 싶어요.
아기가 행복하려면 엄마가 행복해야한다고들 하던데, 엄마가 행복하려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너무 어려워요.
다음에 또 생각을 정리하러 올 때는 조금 아주 쪼오오오오끔이라도 성장한 생각을 정리해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길잡이
19/06/10 16:42
수정 아이콘
연애때 봐왔던 모습이랑
결혼후 보게 된 모습이 많이 차이가 나시던가요.
블랙초코
19/06/10 22:30
수정 아이콘
저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 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모습이 많이 보이니까 부딪힐 일이 많더라구요. 나중에 남편과 그때를 회상해보니, 정말 사소하긴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집에서 쉬는 방식 치약짜기 컵 사용방법 등등)때문에 싸웠던 거 같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습니다.
Cazellnu
19/06/10 16:45
수정 아이콘
요즘은 반대라고 봅니다.
(결혼을 할거면) 왜이렇게 늦게 했냐
(아이를 낳을거면) 왜이렇게 늦게낳았냐

그냥 딱 20세에 결혼과 임신을 했다고 칩시다
아이가 20인데 부모는 아직? 40입니다.
개이득
어떤집은 불혹에 애를 낳아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특히나 요즘같이 결혼과 출산 년령이 늦어지는 추세면)
씨익 웃을 수 있죠.
블랙초코
19/06/10 22:32
수정 아이콘
그렇죠. 뭔가 할부냐 일시불이냐 그런 느낌의 차이 아닐까요. 장단점이 뚜렷한 거 같네요
사악군
19/06/10 16:45
수정 아이콘
벌이만 확실하면, 일찍하시는게 좋죠.. 건강도 체력도
블랙초코
19/06/10 22:32
수정 아이콘
아. 공감입니다 흐흐 벌이라는 전제는 빼놓을 수 없어요
19/06/10 16:49
수정 아이콘
아이 갖는 것과 군대 갔다오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블랙초코
19/06/10 22:33
수정 아이콘
오 저희 남편이 하는 말이랑 똑같네요! 저도 동의합니다 흐흐 다만 그 실제 체험이 힘겨워서 그런거죠 뭐
19/06/10 17:20
수정 아이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하시는 거면 그나마 덜 고생하시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좀 위안이 되실 거에요..
블랙초코
19/06/10 22:33
수정 아이콘
네 맞아요.. 저도 제가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모나크모나크
19/06/10 17:33
수정 아이콘
전 빠른 분들이 너무 부러운데요.
힘내세요. 걍 사는 게 원래 힘든거더라고요.
블랙초코
19/06/10 22:34
수정 아이콘
감사해요! 안 힘든 일은 없죠 사실. 각자가 매일매일 다른 모양으로 치열하게 사는거죠
그리움 그 뒤
19/06/10 17:41
수정 아이콘
일찍 결혼하고 일찍 육아하기 vs 늦게 결혼하고 늦게 육아하기
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셋째를 40세에 낳았는데 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얘가 30 이면 내가 70 이구나.
얘 결혼하는건 볼 수 있으려나,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일찍 육아하는게 장점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요.
블랙초코
19/06/10 23:02
수정 아이콘
맞아요 다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수타군
19/06/10 17:51
수정 아이콘
빠른게 좋으십니다.
축하 드립니다!!
블랙초코
19/06/10 23:02
수정 아이콘
넹 감사합니다!!!
답이머얌
19/06/10 20:34
수정 아이콘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라고 하지요.

애초에 비혼이거나 무자식 계획이 아닌 이상, 뭐든 젊고 힘 있을때 해치우는게 낫죠.

늦게 결혼하고 젊은 날을 즐기며 사느냐, 일찌감치 고생하고 나이 50정도부터 내 인생을 즐길 것이냐 하는 차이인데, 평균 수명이 늘어난는 현 시대에선 50정도부터 인생 즐겨도 크게 늦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이가 들수록 똑같은 짐이라도 훨씬 무겁게 느껴지거든요.

아기가 건강하게 후딱! 자라길 바랍니다.
블랙초코
19/06/10 23:02
수정 아이콘
어우 건강하게 후딱!!! 아주 감사한 말씀이에용 감사합니다!!!
은하관제
19/06/10 21:05
수정 아이콘
1분 1초라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시간이 많아지시길 바랍니다 :) 건강 또 건강이에요.
블랙초코
19/06/10 23:0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뭐든 건강이 중요하죠 정말. 행복으로 가득찬 시간이 되어야죠
짱게임즈
19/06/10 21:10
수정 아이콘
본인이 충분히 숙려해서 만든 인연이니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마주하시는 순간에서 불행은 작고 행복은 크게 얻으시길 바랍니다.
블랙초코
19/06/10 23:08
수정 아이콘
불행은 작고 행복은 크게. 좋은 말씀 정말로 감사합니다
Je ne sais quoi
19/06/11 00:03
수정 아이콘
일찍 키우면 좋습니다. 늙어서는 힘들어요... 저랑 와이프 둘다 죽겠습니다 흐흐. 그러므로 축하드립니다 ^^
Quantum21
19/06/11 12:18
수정 아이콘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시기를 1년 앞당기는것을 자산가치로 환원하면 1억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고 그걸 버티는데 있어 젊음의 위력은 상상이상입니다.

만약 더 돈을 모으고 나서 아이를 가져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면 1년에 적어도 1억이상 모을수 없다면 차라리 아이를 일찍 가지는게 나아요.
이웃집개발자
19/06/11 17:43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꿋꿋이 앞으로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461 [일반] 학교 부근에 이미 노래방·술집 있어도…법원 "PC방 불허 정당" [52] 카미트리아11634 19/06/11 11634 7
81460 [일반] 유전자는 사람의 인생을 어디까지 결정하는가? [86] Synopsis14908 19/06/11 14908 2
81459 [일반] 김원봉 찬양한 박근혜 국정교과서, 한국당 뿌리도 빨갱이? [485] 캐모마일20341 19/06/11 20341 25
81458 [일반] 피지알러 능력치 곱하기 2 심리조사 결과 [14] 삭제됨4808 19/06/11 4808 2
81457 [일반]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자 인도 조약 반대 시위 실시간 상황 [49] 공원소년14015 19/06/11 14015 1
81456 [일반] (번역) '나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라는 생각 [32] OrBef12650 19/06/11 12650 27
81455 [일반] 고 김대중 대통령, 영부인이었던 이희호 여사께서 별세하였습니다 [129] winest12414 19/06/11 12414 11
81454 [일반] 성평화연대의 대학가 대자보 [78] 나디아 연대기13078 19/06/10 13078 3
81453 [일반] 앞으로 40년 동안 우리나라 최악의 암적인 존재가 될 사람들 [182] 서양겨자21326 19/06/10 21326 44
81452 [일반] [연재] 마나리젠을 올리자, 의지력의 근원 - 노력하기 위한 노력 (4) [32] 229121 19/06/10 9121 47
81451 [일반] 아 그 말이 그 뜻이었구나. [25] 블랙초코8892 19/06/10 8892 18
81450 [일반] 당신의 능력치 곱하기 2 해준다면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105] 삭제됨8524 19/06/10 8524 0
81449 [일반] [팟캐스트 영업] 정영진, 최욱의 매불 쇼 [57] Secundo8897 19/06/10 8897 7
81448 [일반] 6번째 간사이 여행을 마치며 느낀 점들 [46] 아라가키유이7870 19/06/10 7870 0
81447 [일반] 너를 보내며 [8] 의지박약킹 5430 19/06/10 5430 5
81446 [일반] 내가 갔던 맛집들이 망했던 이유.TXT [45] Neo14075 19/06/10 14075 3
81444 [일반] 세상 만사 덧없음 속에서 찾는 평온 :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8] 감모여재4654 19/06/10 4654 6
81443 [일반] 대한민국의 토니스타크인 당신이 어느날 갑자기 세종대왕 시대로 간다면? [93] 시간12026 19/06/10 12026 4
81442 [일반] [여행기] 샤를마뉴의 수도 아헨 [10] aurelius6087 19/06/09 6087 7
81441 [일반]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국 보수의 스펙트럼 (1) [96] Danial13360 19/06/09 13360 41
81440 [일반]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인터넷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5] 일각여삼추9336 19/06/09 9336 1
81439 [일반] 인구절벽앞에 쪼그라든 대학진학률… “3년내 38곳 폐교” [69] 군디츠마라14516 19/06/09 14516 5
81438 [일반] 아이폰(7,xs)에서 갤럭시(s10e)로 넘어온 후기 [27] 푸끆이12986 19/06/09 12986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