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8/21 04:15:10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이시국에 써보는 약국 일상 (수정됨)

자다깨서 다다체입니다 양해바람 크
* 본 게시물은 작성자와 등장인물 특정을 회피할 목적으로 허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필 형식의 픽션이라 보셔도 됩니다 *

-------------


50대 남성.
문을 열고 들어오며 부자연스럽게 밝게 인사를 한다.
이 텐션은 절대 환자의 것이 아니다.
신제품 디테일을 하러 온 영업담당자이지.
긍정왕 택배기사님이거나..

옷은 또 어떤가? 이 날씨에 정장이다.
물론 의외로 정상적인 상황일 수도 있다.
- 정장을 입고 참석할법한 장소와 상황이 있었고,
그 기분이 이어져 비일상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


하지만 일단은 경계가 된다.
정치/종교/교육 등에 종사하는 사람일 수 있다.
집단 내부의 대우를 바깥에서도 원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협상의 귀재일 수 있다. 만나서 5초만에 단골!


조제량이 많아 시간이 걸리는 와중에 입이 열린다.
궁금함이 해소되는 시간이다.
혹은 걱정이 현실이 되는 시간.


"약사님 혹시 xx자연면역이라고 들어봤소?"
"잠시만요 마침 조제가 다 되었으니 약부터 드릴께요"

"유기농에 명상으로 암치료.."
"말 끊겠습니다. 약은 이러저러하니 일캐절캐 드시고 거시기저시기 주의하시면 되고요. 약은 그러시면 되는데요... 약은 그래요. 약은.. 근데 여기는 제 영업장인데 제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당신이 영업하시면 안되는거지요"

"헐? 말씀을 그렇게.."
"환자로 왔으면 환자대우 해드릴께요. 영업하실거면 나가세요. 처방전은 드려야죠?"



'어차피 너나 나나 노빠꾸인데, 아쉬운 놈이 손 터는게 국룰이다' 라는걸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리는 일갈.

"젊은놈이 싸가지가 없네!"


..골치아프게 됐다.
극대노했다. 억텐이 아닌 진텐이다.
그렇다면 영업차원에서 말꺼낸게 아닐 확률이 높다.
진심으로 xx자연면역을 전도하러 왔다는거다.
하지만 나는 노빠꾸. 그것만이 내가 갈 길.

"없어야 할 땐 없습니다. 영업하러 오신게 아니라면 가르치러 오셨읍니까? 면역에 대해서? 저를요?"

"내가 박사학위자야"
"무슨박사에요?"

"아몰랑 무슨무슨박사다 여튼 박사님 말씀이다 잘 들어라 이 무식하고 싸가지 없는 어린노무생키야"
"그러셨구나.. 잘됐네 당신 박사논문 제목 읊어봐"



너무 열이받은 나머지 최근에 구입한 게이밍 노트북을 카운터에 가지고 나갔다.

무슨무슨박사놈아 단디 보아라 로지텍 게이밍 마우스의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그리고 보아라 크롬 새 탭에서 보이는 가장 많이 찾아간 살색 사이트 썸네일도. 이건 내 배려다(코쓱)


그래서 읊어주는대로 확인을 했더니 무슨 산학협력 논문이 튀어나온다.
그 왜 개별인정형 건기식 허가받을때 내는 그런거.

풉. 하고 비웃어줘야 마땅한 타이밍이다.
그런데 내쪽에 문제가 있다.
정작 논문 보고 까는 공격력이 부족하여 실드를 못 뚫는다는거..


그래서 약국 문닫을 때 까지
장님 두명이 열심히 코끼리 똥꼬 쓰다듬었던 이야기..

------------

논문 이야기가 핫한 와중에
논문은 고사하고 곰국도 끓여본 적이 없고
남이 쓴 논문들만 가끔 써먹는 사람으로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8/21 04:25
수정 아이콘
그래서 자연면역이 된다는 겁니까 안된다는 겁니까. 예 아니오로 대답하세요!!
켈로그김
19/08/21 04:29
수정 아이콘
사퇴하겠습니다 헤헷~
공실이
19/08/21 05:38
수정 아이콘
"내가 박사학위자야" 요기서 -> "박사 할아버지가 오셔도 관심없습니다" 테크로 가셨어야되는데... 말렸네요 흐흐
켈로그김
19/08/21 07: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영혼 탈탈 털어주려 했는데 실tothe패였습니다 크크
이게 아예 틀려먹었다.. 수준이어야 하는데,
'부족하다' 수준이라 영 딜이 안박히더라고요
metaljet
19/08/21 09:08
수정 아이콘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노벨상 수상 소식 들리면 관심 가져 보겠다고 하셨어야...
스테비아
19/08/21 05:44
수정 아이콘
게이밍 노트북 자랑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켈로그김
19/08/21 08:02
수정 아이콘
닌텐도스위치를 꺼내들었어야..
CoMbI COLa
19/08/21 06:06
수정 아이콘
코끼리 코가 아니라 똥꼬라는게 핵심이군요. 추천을 안 누를래야 안 누를 수가 없습니다.
켈로그김
19/08/21 08:02
수정 아이콘
보들보들..
19/08/21 06:48
수정 아이콘
근데 면역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거 같습니다. 학부수준 생물책만 봐서는 깔끔하게 이해가 안되던데 더 높은 수준의 책들 보면 수학처럼 명확한지 궁금하네요.
파란미르
19/08/21 06:53
수정 아이콘
원래 면역학이 어렵더라구요.
켈로그김
19/08/21 08:04
수정 아이콘
면역이랑 감염은 거의 디아3 수준이지요.
보다보면 숙면 코~ 크크크
밀물썰물
19/08/21 07:15
수정 아이콘
가끔 저렇게 남의 영업장에 와서 영업하는 사람들 있다고 하더군요.
손님이라 나가라 어쩌라 함부러 하기도 힘든 상황이고 또 다른 손님들도 계시고 해서.

전혀 경험 하시지 않은 것을 쓰신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이런분들 말고 다른 불편한 분들 많죠?
켈로그김
19/08/21 08:09
수정 아이콘
영업쪽은 칼같이 쫒아내서 이제 거의 드물긴 합니다.
진상도 이빨 안박힌다는 태도로 배척하는데

늘 애매한 분들이 젤 불편하죠 크크크
최종병기캐리어
19/08/21 08:21
수정 아이콘
와... 여기서 PPL이 훅 들어올쥴은...
켈로그김
19/08/21 08:36
수정 아이콘
로지텍 크크크크
19/08/21 08:55
수정 아이콘
코끼리 똥꼬를 쓰다듬은게 핵심이군요!
켈로그김
19/08/21 09:34
수정 아이콘
할짝거리기엔 너무 부담스러웠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metaljet
19/08/21 09:05
수정 아이콘
일단 약지어먹으러 왔다는 점에서 자연면역 fail
켈로그김
19/08/21 09:34
수정 아이콘
선택적 자연면역 고고
로즈 티코
19/08/21 09:08
수정 아이콘
가장 많이 찾아간 살색 사이트가 어딥니까!!
켈로그김
19/08/21 09:36
수정 아이콘
좋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답변 드리지 못하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방과후티타임
19/08/21 09:16
수정 아이콘
아니 거기서 코끼리 똥꼬를?!
켈로그김
19/08/21 09:36
수정 아이콘
핥핥핧핧
19/08/21 09:20
수정 아이콘
코끼리 바이럴이네요
켈로그김
19/08/21 09:36
수정 아이콘
필라이트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페로몬아돌
19/08/21 09:31
수정 아이콘
편하게 논문 쓰는 2주.. 결혼은 하셨는지?
켈로그김
19/08/21 09:46
수정 아이콘
가이드원고도 한달은 걸리는데 논문이 2주라니..
결혼 한번 더 해야겠네요?
만사여의
19/08/21 09:40
수정 아이콘
약국이라고 하셔서 yg인줄
켈로그김
19/08/21 09:48
수정 아이콘
월급만 많이 주면 관리약사로 일하고 싶은 곳입니다.
밥이 그렇게 잘나온다던데..
거룩한황제
19/08/21 10:06
수정 아이콘
약국이라고 하셔서 yg인줄 (2)

그래도 나름 정보도 얻어가네요.
켈로그김
19/08/21 10:48
수정 아이콘
로지텍 마우스 크크크
1perlson
19/08/21 10:22
수정 아이콘
그래서 아조씨 이겨써요 저써요?
켈로그김
19/08/21 10:33
수정 아이콘
라인전 터트리고 스노우볼 왕창굴려서 퍼펙트게임하려고 했는데
바론에 투장로 먹고 꾸역꾸역 밀어낸거 같습니다.
콩탕망탕
19/08/21 10:38
수정 아이콘
갑자기 곰국이 왜 나왔나 한참을 갸우뚱했습니다.
켈로그김
19/08/21 11:06
수정 아이콘
혹시라도 모니터를 거꾸로 보셔야 하는 분들을 위한 작은 배려(...)
세인트
19/08/21 11:19
수정 아이콘
프로불편러이자 최근 치질로 고생하는 입장에서 코끼리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니십니까 선생님!
제 똥꼬를 누구가 둘이서 막 쓰다듬는다고 상상하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아픕니다 선생님!
그래도 추천은 드립니다. 역시 이런 글이 좋아요 저는.
켈로그김
19/08/21 11:5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그 뭐냐.. 치질 그거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노력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19/08/21 11:37
수정 아이콘
이야기를 시작하시는 첫 2문단을 읽자마자, 작가분이셨다면 켈로그김님의 전집을 어디서 살수있냐고 문의를 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많이 보시면서 사셔서 그런지 견적을 내시는 모습이 전문직 특유의 여유가 보이게 유쾌하게 적어주셨네요 크크크...

별로 유쾌하지 못한 글 사이에서, 정말로 유쾌한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켈로그김
19/08/21 11:53
수정 아이콘
영양가는 없지만 개그욕심만은 있습니다.
뭔가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된거같아 막 으쓱하고 그렇습니다 크크
기사조련가
19/08/21 11:52
수정 아이콘
약국에 미녀약사분이 많던데.........당장 저 다니는 약국만 해도 약사분이 예쁘셔서 가끔 출근길에 들러서 드링크 한병씩 사먹어요 크크크
켈로그님도 미남이실듯
켈로그김
19/08/21 11:54
수정 아이콘
(동공지진)
미녀약사님네 약국에 저도 놀러가고싶어요 헿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306 [일반] 후쿠시마앞 바닷물 128만톤이 한국 영해에 방류됐답니다 [36] 홍승식11234 19/08/21 11234 6
82305 [일반] 갑자기 센치해져서 끄적이는 어느 날의 기억. [1] FLUXUX3585 19/08/21 3585 1
82304 [정치] 조국 논란 관련 저의 심정을 백프로 표현한 글 [84] aurelius12526 19/08/21 12526 9
82303 [정치] 조국이 정말 무섭긴 무섭나 봅니다. [128] 520015070 19/08/21 15070 6
82302 [정치] 이한상 교수님의 조국 관련글 [54] 반성맨10736 19/08/21 10736 51
82301 [정치] 내로남불. 좋은 이야기입니다. 다만 진짜 내로남불이 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60] 쿠루쿠루9183 19/08/21 9183 6
82300 [정치] 폐기된줄 알았던 조국 딸의 자소서가 남아있었군요 [77] 파이어군16903 19/08/21 16903 27
82299 [정치] 서울대 우종학 교수의 조국 딸 논란 관련 SNS 발언 [175] 호느님14107 19/08/21 14107 7
82298 [정치] 그때는 신나게 떠들었지만 지금은 조용한 분들.jpg [64] 차오루12411 19/08/21 12411 28
82297 [정치] 민주당 "조국 딸, 특혜 아닌 보편적 기회" [88] 미뉴잇10162 19/08/21 10162 21
82296 [정치] 조국의 저서와 트윗 내용 모음 [39] LunaseA10414 19/08/21 10414 23
82295 [정치] 하나 둘씩 커밍아웃하는 내로남불 정치인들 [99] Bulbasaur10991 19/08/21 10991 20
82293 [일반] 러브크래프트 소설 입문 가이드 [88] Farce17136 19/08/21 17136 28
82291 [일반] 한국(KOREA)형 음식모델(2) [12] 성상우4788 19/08/21 4788 3
82290 [일반] 조국이 정말 무섭긴 무섭네요. [59] 덴드로븀12977 19/08/21 12977 1
82289 [일반] 아베의 개헌이 사실상 무산되었습니다. [38] bifrost10771 19/08/21 10771 12
82288 [일반] 현재 아마존에서 큰 불이 나고 있다고 합니다. [46] 홍승식12292 19/08/21 12292 4
82287 [일반] [국제] 프랑스와 러시아, 전략적 제휴? [12] aurelius6776 19/08/21 6776 2
82286 [일반] 기능 업데이트 및 서버점검(24일) 안내입니다 [17] 당근병아리3759 19/08/21 3759 21
82285 [정치] 이용마 기자가 먼길을 떠났네요.. [37] 유목민9723 19/08/21 9723 6
82284 [정치] 조국딸관련 법무부·高大거짓해명들통+서울대장학금+물리학회상 [410] 차오루20110 19/08/21 20110 27
82283 [일반] 이시국에 써보는 약국 일상 [42] 켈로그김8024 19/08/21 8024 15
82281 [정치] 조국 교수의 정책과 비전, 알고보니 재탕 정책들 [95] 아유12008 19/08/20 12008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