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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30 23:27:02
Name 평범을지향
Subject [일반] 니체 철학을 간단히 알아보자 (2편)

1편에 말했듯 니체는 도덕의 탄생 이면을 추척해나갔습니다.
그 결과로 서구사회의 도덕은 약자들의 원한에 의해 탄생된 권력의지라고 규명을 지었죠.
그리고 이 의지는 플라톤의 사상에 의해 정당화됩니다.
그런고로 우리는 기존 서구정신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기간동안 서구 사회의 정신적 뿌리였던 플라톤 철학을 간략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간단히 후려쳐서 현실세계는 열등한 세계이고 이데아의 세계는 완벽한 원형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데아에 비친 불완전한 현실의 그림자를 살아가는 셈이죠.
이것은 근본적으로 정신과 육체를 철저히 분리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의미하며 기존 서구정신의 핵심적인 세계관입니다.
불완전한 세계와 완전한 세계를 가정해 철저히 나누는 것이죠.
그 완전한 세계가 기독교와 결합하며 하나님의 세계가 되는 것이고 근대 합리주의자와 결합하면 인간의 이성이 되는 것이고,
어떤 변주로 나누어지든 핵심은 같습니다. 이원론적 세계관은 오랫동안 서구정신의 주류에 속하여 있습니다.
니체가 기독교를 대중을 위한 플라톤주의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암튼 플라톤의 사상이 서구정신을 지배하면서 우리들은 완벽한 세계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 그것이 완벽한 상태이기 떄문이에요.
그래서 이후 서양사상의 주된 탐구는 대지에 발을 디딘 채 대지를 바라보지 않고 천상을 향해 고개를 들어 갈구합니다.
여기서 대지는 불완전한 현실(욕망) 을 의미하고 천상은(형이상학, 신, 이성, 내세) 등등을 상징합니다.
대표적인 게 중세 기독교의 금욕주의 태도 같은 것들을 예시로 들 수 있죠.
니체는 기존의 대지를 부정하는 이러한 사상적 탐구를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니체에게 있어서 정신과 육체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각성한 사람,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몸(Leib)이며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영혼이란 몸에 속하여 있는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한 말에 불과하다. 몸은 하나의 거대한 이성, 하나의 의미를 가진 다양한, 전쟁과 평화, 짐승의 떼이며 목자이다. 나의 형제여, 그대가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대의 작은 이성도 그대의 몸의 도구이고, 그대의 커다란 이성의 작은 도구이며 장남감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에게 육체를 억압하고 정신을 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일 인 셈인 것이죠.
니체는 서구사회의 오래된 전통과는 반대로 욕망을, 대지를 긍정했습니다.


"초인은 대지(大地)의 뜻이다. 너의 의지로 하여금 초인이 대지의 뜻임을 말하도록 하라! 나의 형제여, 너희들에게 맹세하거니와 이 대지에 성실하고 그리고 천상의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독을 타는 자들이다. -- 중략 -- 이 대지의 뜻보다도, 탐구할 수 없는 것의 내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 또한 가장 무서운 것이다.


니체는 대지를 긍정하면서도, 신이란 말을 쓰지 않고도 질서를 유지하고 사고할 수 있는 인류의 정신적 토대를 구성하고 싶어했습니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대정신의 토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되기로 스스로 마음을 먹었죠.
그러기 위해서 먼저 그는 망치를 들고 천상에 걸려있던 아름다운 가치들을 하나하나 깨부수어 대지로 떨궈내는 작업을 시행합니다.
때려부수고자 하는 대상은 기독교. 더 근본적으로 플라톤의 이원론입니다.


"내 과제는 인류 최고의 자기 성찰의 순간인 위대한 정오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때 인류는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연과 사제의 지배에서 벗어나 왜? 무슨 목적으로?라는 질문을 최초로 전체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정오는 그림자가 가장 짧은 시간을 의미하며 이것이 바로 이데아의 그림자가 사라진 시간, 이원론이 사라진 시간을 의미합니다.



잠깐, 고대의 윤리체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죠.
기독교적 선악이 존재하지 않던 고대의 윤리학은 어떻게 연구되었을까?
선악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도 각 개인에게 좋고 나쁨은 있었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윤리를 가르쳐야 할 필요는 필연적이었습니다.
따라서 고대 윤리학은 현대 윤리학(니체가 있던 당시)의 개념과 달리 목적론 적입니다.
절대가치가 없던 고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하지 말라고 제안했을 때 그것이 개인의 행복과 관련이 없다면 설명이 불가합니다.
인간이 어떠한 상태가 되어야 행복한지를, 또는 사회에서 칭송받고 멋있는지를 가리치는 게 고대의 윤리학입니다.
이 강력한 납득원리는 대중에 쉽게 전파시키기 위해 기독교가 수용하면서 기독교는 플라톤의 이데아적인 세계와 대중친화적인 현실 성격이 기묘하게 합쳐진 채 전파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윤리관을 칸트에 이르러 부정당합니다.
칸트는 자기 행복의 원리는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며 도덕성의 토대를 허물고 도덕성의 모든 숭고함을 무아시키는 동기라고 평했습니다.
쉽게 말해 천국 갈려고 착한 일을 했다. 그것은 착한 일이 아니다.
천국 없으면 착한 일 안 할 거야?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칸트는 이원론적으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완벽한 법칙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칸트는 단지 그것이 옳기 때문에 하는 행위. 그것이 도덕이고 정언명령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를 신이 아닌 인간에 내재된 이성적 능력으로 찾았는데 니체의 눈에는 다 똑같은 플라톤의 망령으로 보일 뿐입니다.
니체에게 있어서 모든 가치는 상승하고 조직화된 권력의지에 불과합니다.


“무엇으로 가치는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가? 상승하고 조직화된 권력량에 의해서 뿐이다. ... 삶은 어떠한 것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삶은 권력의 성장형식의 표현이다.”

"나는 최초의 비도덕주의자이며 이것이 나를 탁월한 파괴자로 만든다."


생명체는 유전자를 수반하는 기계다. 라는 도킨스의 말과 묘하게도 유사해보이는 이 말은 세계는 가치중심이 아니라 욕망중심적이다라는 니체의 입장을 대변해줍니다.


“삶의 중심을 삶 안에 두지 않고 그것을 ‘피안’으로-무(無)속으로- 옮겨 놓는다면, 삶으로부터 중심을 박탈하는 것이 되고 만다. 개인의 불사(不死) 에 관한 그 엄청난 거짓말(‘부활’에 대한 니체식 표현)은 본능에 깃들어 있는 모든 이성, 모든 자연을 파괴시키는 것이다.-본능 가운데 있는 유익한 모든 것, 삶을 증진시키는 모든 것, 미래를 보장해 주는 모든 것이 이제 불신을 일으킨다. 그래서 사는 것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식으로 사는 것이 이제 인생의 ‘의미’가 되고 만다.”


쉽게 풀어서 내가 소중한다는 것은 내가 소중하다는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욕망이 핵심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을 고양하는 의지가 결여된 곳에는 오직 쇠퇴만이 존재한다고 니체는 생각했습니다.
니체는 이러한 입장들을 무척이나 공허하고 말장난이라고 여겼는데 우리는 다음 글귀들을 통해 니체가 그동안 서구사회를 지배했던 형이상학적 사상들에 얼마나 질려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형이상학적 가정을 만들어낸 것은 정열과 오류와 자기기만이다.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인식방법이 이런 것을 믿게 했다. 현존하는 모든 종교와 형이상학의 기초로서 이런 방법을 폭로한다면 그것은 곧 그 방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진리는 현존하고 있고, 무지와 오류는 끝이 났다는 주장은 있을 수 있는 최대의 유혹 가운데 하나이다. ... 나는 진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기분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신뢰를 주고, 삶을 가볍게 해준다. 그것은 불신을 줄여주는 한, 성격을 개선시킨다. 영혼의 평화, 양심의 평정, 이것들 모두는 진리가 현존한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한 날조이다."


니체는 대지의 철학자입니다. 동시대의 많은 철학자들이 대지를 무시하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떄 그는 대지에 눈을 돌려 그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한 사람입니다. 니체는 욕망을, 불완전한 상태를 긍정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철저하게 유물론적입니다.
그는 이미 무너진 서구정신체계를 대체할 새로운 정신체계를, 그러기 위해선 남아있는 잔재들을 망치로 부수는 역할을 담당하기로 스스로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삶의 양식을 인간중심에 맞게 디자인하고 싶어했습니다.
기존에 가치들 단어의 정의를 새 시대에 맞게끔 새로운 정의로 디자인하고 싶어했죠.
다음은 니체의 짤막한 글귀입니다.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끔찍한 전쟁들의 대부분이 선악에 대한 보편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보편적 기준을 세워햐 한다는 강박에서 나온 것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가 이 후 어떠한 사상들을 전개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할게요. 쓰다보니 귀찮아서..
이번 글이 니체의 글귀들로 대충 내용을 때운 느낌만 나기도 할 수도 있지만. 근데 그만큼 니체가 명문가로 유명하기도 하고, 하.. 제 어설픈 해석보다는 그냥 이 사람이 쓴 글만 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도 있을 겁니다. 이번 내용은 약간 1편의 보완 설명 같은 개념으로 3편에서 계속 이어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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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1 00:08
수정 아이콘
아아 잘 읽고 있습니다. 니체가 20 세기 허무주의와 실존주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도 이 양반의 사상을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해요.
잠이온다
19/10/01 09:09
수정 아이콘
어... 그러니까 고전 철학은 초월적인 가치가 존재한다는 내용이고 니체의 철학은 그냥 개인의 욕망이 핵심이라고 생각한건가요?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결국 사회나 시스템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니체는 이런 부분도 혹시 다루거나 언급했는지를 좀 알고싶어요.

별개로 글은 잘 읽고있습니다.
평범을지향
19/10/01 16:56
수정 아이콘
좀 더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기존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정하는 스탠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원론이라는게 세계나 사상(事象)을 두 개의 상호간에 '독립'하는 근본 원리로 설명하는 입장인데 육체와 정신, 선과 악. 이성과 본능 같은 것으로 철저히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소중하다고 했을 때 이원론적인 입장에서 세계에는 나는 소중하다는 가치와 나는 소중하다고 느끼는 욕망이 분리돼어있는데 가치의 세계는 욕망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독립적으로 따로 존재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이러한 가치들이 이데아의 세계에 완전한 원형으로서 존재하고 현실 세계에 그림자를 띄워 우리가 불완전하게 자각한다는 입장인데 니체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권력의지로 환원되기 때문에(가치들은 욕망에서 파생되는 거지. 서로 독립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 이러한 이원론적 탐구가 세계의 본질을 놓친다는 생각이죠.
전자수도승
19/10/01 09:4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니체는 뭔가를 깨부수는데 특화돼있지만 만드는재주는 그닥 신통치않아 보이던데 말이죠
마르크스도 그렇고 19세기에서 20세기 격랑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통찰력은 어마무시했는데
그에 따른 처방전은 마치 그 시기에 나돌던 아편이 들어간 감기약을 보는 기분이란 말이죠
아무리 천재라 해도 미래를 배울 수 없는 입장에서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평범을지향
19/10/01 17:03
수정 아이콘
그렇다고 치기에 니체만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드물다고 평가받기도 해서..
니체는 신앙이 무너진 후 사람들은 또다른 신앙(이데올로기)에 경배하거나 물신주의가 팽배해질테고 허무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라고 예측했는데 아직까지는 니체의 미래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느낌?
다만 니체의 처방전이라는 게 어떤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기만 할 뿐 거기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많습니다.
봄블루
19/10/01 11:3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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