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1/28 17:35:19
Name 구준표보다홍준표
File #1 20220128_160711.png (283.5 KB), Download : 41
File #2 20220128_160634.png (388.3 KB), Download : 5
Subject [일반] [끄적끄적] 3살 아이는 티라노를 좋아한다.




서기 2022년 1월 27일.

어제는 작은 아들 생일이었다.

"아들~ 아들은 생일에 무슨 선물 받고 싶어?"

"응!! 티라노!! 으누는 빨간 티라노!!"

'그래. 우리 아들은 티라노를 좋아하지.'

애비는 아들이 깜짝 놀랄 모습을 기대하며 구석진 서랍 속에서 먼지 쌓인 공룡 옷을 몰래 꺼내들었다.

그날 저녁은 몹시도 추웠다.

애비는 아파트 아무도 없는 어두운 복도의 낡은 주황색 조명에 시력을 의지한 채 공룡옷을 낑낑 껴입었다.

공룡옷에 한껏 바람을 불어넣은 뒤,

깜짝 놀랄 아들의 모습을 그리며 서프라이즈를 위해 몰래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찰나,

"땡~!!"

엘레베이터 소리가 들리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빠의 머릿 속은 복잡해졌다.

'하필 지금?'
'이거 시트콤인가?'
'임산부나 노약자면 어떡하지?'


"꺄악-!!!!!"

.
.
.
.
.

옆집 아줌마는 평화로운 귀가길을 만끽하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따뜻한 집에서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가족들과 나누어 먹으며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풀 수 있겠지.

어느 곳보다 평온한 장소.

아무 일도 없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일상의 집 앞 복도.

그곳의 어두운 조명 속에서 티라노 한마리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도무지 현실 감각이 없었다.

집 앞 복도에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라니!!

"콰아으으앙앙앙!!"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며 티라노가 대가리를 흔들며 한발짝 다가왔다.

비명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사레를 쳤다.
.
.
.
.

아빠는 당황했다.
그의 눈 앞에 옆집 아주머니가 엘레베이터 문에 기대어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녀는 입술이 새파래져 손사레를 쳤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들 생일이라 파티 준비를 하느라.."

문답무용.

그녀에게는 이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자연스레 문을 열고 집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리라.

"삐삐삐삐삑! 오류입니다."

"삐삐삐삑! 오류입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두운 복도, 좁아진 시야, 긴장된 상태, 그 때문에 티라노는 비밀번호를 두 번이나 잘 못 누른 것이었다.

세 번 연속 오류가 나면 얄미운 문은 5분간 먹통이 되어 옆집 아줌마와 영원과 같은 침묵의 시간을 공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티라노 가면을 뒤집어 쓴 채 옆집 비밀번호를 계속 해서 잘못 누르는 괴한을 본 옆집 아줌마가 무슨 생각을 할지는 자명했다.

티라노는 자포자기 한 채 결국 벨을 눌렀다.

둘째 아들 생일 서프라이즈 장렬히 실패..





옆집 아주머니에게 잊지 못할 서프라이즈 선사 완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valewalker
22/01/28 17:57
수정 아이콘
티라노 싫어하는 3살 있을까요
22/01/28 18:25
수정 아이콘
언제나 진리의 애바애긴 한데...
3살에 티라노면 조금 빠르다고 보긴 합니다. 보통 이나이때는 뽀로로~타요(자동차/비행기)루트를 타고, 여기서 공룡/티라노로 업그레이드되는 형태가 많은데..
간혹 바로 자동차 건너뛰고 바로 티라노로 업그레이드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희 아들 얘기였습니다. (...)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06
수정 아이콘
저희 첫째 둘째(만5세, 만3세)는 다 티라노의 노예입니다. 아직도 공룡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고 오히려 로봇에는 별 관심이 없더군요. 진리의 애바애.
깐부치킨
22/01/28 22:57
수정 아이콘
저는 티라노보다 트리케라톱스를 더 좋아했드랬죠.....
22/01/28 17:5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공룡 입으신 사진이 있으니 상황이 더 리얼하게 상상되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06
수정 아이콘
정말 당황했습니다. 그 와중에 와이프는 왜 벨누르고 들어오냐고 구박을 하구요...
착한아이
22/01/28 18:02
수정 아이콘
앗 정말 정말 좋은 아빠세요!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07
수정 아이콘
평소에 너무 못 놀아줘서 이런 서프라이즈라도 준비했는데... 장렬히 실패하였습니다..^^
jjohny=쿠마
22/01/28 18:05
수정 아이콘
애기들한테 같은 이벤트를 해주고 싶네요(실패담을 보고도 너무 하고 싶습니다)
혹시 무슨 제품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크크
jjohny=쿠마
22/01/28 19:1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라멜로
22/01/28 18:06
수정 아이콘
이거 시트콤이네요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08
수정 아이콘
내 인생 왜 이렇지?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린 애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어요. 트라우마 생길까봐...^^
아스라이
22/01/28 18:24
수정 아이콘
티라노는 킹왕짱 쎈 친구라 어떤 허접한 공룡들처럼 깃털 그런거 안달고 다녔습니다.

앞발이 좀 귀여워 보여서 찐따 같지만 그건 강자의 여유를 시각화한 상징이구요. 정말 짱 쎈 친구였습니다.

실로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지요.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08
수정 아이콘
그래서 장래희망이 티라노 사우르스인 아이들도 있지요!! 킹왕짱 힘쎈 내 친구 티라노!!
ComeAgain
22/01/28 18:36
수정 아이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폭군 도마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12미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앞 발가락 두 개
기세파
22/01/28 18:51
수정 아이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난 최고 사냥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사냥을 시작해 볼까
힘찬 발걸음 우렁찬 울음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어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어
22/01/28 19:07
수정 아이콘
몸길이 12미터
몸무게 팔톤
가장커다란 육식공룡~

날렵한 꼬리로 중심을 잡지~
나는야 최고의 사냥꾼~

쿵~쾅~ 쿵쿵쾅~
으아! 도망쳐~~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09
수정 아이콘
애기 아빠들 댓글 잔치가 열렸군요!! 보기만 해도 흥얼거려집니다!!
jjohny=쿠마
22/01/28 19:14
수정 아이콘
한 번 더!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
강력한 턱 두꺼운 이빨
한 번 물면 놓지 않아
꼭꼭 숨어라
크하하하 나는 최고의 사냥꾼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22/01/28 18:48
수정 아이콘
아이고 크크크크크크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10
수정 아이콘
얼마나 식은땀이 흘렀다구요...크크크크크크
게임할 시간에 공부했으면
22/01/28 18:56
수정 아이콘
아 재미있습니다. 글 잘쓰시는 분들 많아요.
구준표보다홍준표
22/01/28 19:09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루스
22/01/28 19:29
수정 아이콘
온 신경이 애들에게 있다보니...
아빠 엄마는 합니다.... 그래서 해프닝이 ~! 연애할때도 그렇치 않았나요?

다만 잘 못해도 애들은 좋아하니까요.....
애들은 기억할겁니다.
VictoryFood
22/01/28 20:16
수정 아이콘
찍는 분은 엄마인가요?
22/01/28 20:19
수정 아이콘
크크크
사랑해 Ji
22/01/28 20:27
수정 아이콘
오께이 접수크크크크크크 티라노 옷 사러갑니다 크크크크크크크
22/01/28 20:33
수정 아이콘
크크크 고생하셨네요. 저희 아들도 공룡 엄청 좋아하고 그 중에 티라노가 최고입니다.
22/01/28 21:13
수정 아이콘
와.. 선배님의 노고를 보면서 아들이 13개월된 초보 아빠는 오늘도 새로운걸 알아갑니다!
코지마
22/01/28 22:05
수정 아이콘
저희애 (23개월)는 공룡보다 자동차를 더 좋아하긴 합니다 그런데 저건 한번 입어 보고 싶긴하네왜
집으로돌아가야해
22/01/29 01:33
수정 아이콘
구강기 - 항문기 - 백악기
호야만세
22/01/29 01:50
수정 아이콘
얼마전 따님 영어학원서 할로윈 파티할때 저거 입고 싶다고 해서 겨우 말렸습니다..
22/01/29 14:31
수정 아이콘
티라노옷 바이럴 잘 봤습니다.
주문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923 [일반] 소소한 새해목표 이야기 - 다이어트 [6] giants5472 22/01/28 5472 8
94922 [일반] 글 잘 쓰는 법 [23] 구텐베르크7803 22/01/28 7803 30
94921 [일반] [중드 추천] 운색과농, 아적린거장부대 : 내 이웃은 꼬맹이 리뷰(스포 최소화) [14] 마음속의빛7904 22/01/28 7904 0
94920 [일반] [끄적끄적] 3살 아이는 티라노를 좋아한다. [34] 구준표보다홍준표8142 22/01/28 8142 48
94919 [일반] 디즈니+)[스포?]설연휴 조기퇴근 30분 전 작성시작한 미드 리뷰 [4] 타카이8491 22/01/28 8491 0
94918 [일반] 오자크 시즌4 파트1 감상 [9] 그때가언제라도7973 22/01/28 7973 0
94917 [일반] [코로나방역] 여왕의심복님께 올리는 응원글 [89] ace_creat16444 22/01/27 16444 129
94916 [일반] 윈도우용 사운드 보정 프로그램 FxSound. (영구무료전환) [7] insane12830 22/01/27 12830 6
94915 [일반] 저와 회사 사수님의 3차 모더나 부스터샷 후기 [43] 김유라12530 22/01/27 12530 4
94914 [일반] 신임 주한 미국대사 내정 소식 등 [31] 아롱이다롱이11714 22/01/27 11714 5
94913 [일반] 코로나 위중증환자 가족으로 진행중인 이야기 [78] 하드코어13152 22/01/27 13152 95
94912 [일반] '코로나 환자의 가족'으로서 겪은 격리기간 이야기 [63] 바람생산공장13229 22/01/27 13229 109
94910 [일반] 심상치 않은 주식 시장 [176] 뜨거운눈물23926 22/01/27 23926 6
94909 [일반] 금일 진행된 FOMC Powell의 인터뷰 요약 [27] 김유라12257 22/01/27 12257 9
94908 [일반] Nvidia가 ARM 인수를 포기할 것 같네요 [29] 타츠야12689 22/01/26 12689 2
94907 [일반] 이 친구는 저에겐 좀 크네요... [35] 우주전쟁17327 22/01/26 17327 9
94906 [일반] [감상기]Jtbc 찬반토론 방역패스 이대로 좋은가 [192] redsaja20276 22/01/26 20276 28
94904 [일반] [스포] "꽁치의 맛", 술이 달다, 인생이 쓰다. [11] Farce10418 22/01/26 10418 14
94902 [일반] FOMC 앞두고 써보는 개인적 간략한 트레이딩 시나리오 [57] 기다리다11017 22/01/26 11017 11
94901 [일반] 14년 된 제 애마(?)가 떠났습니다... [58] 우주전쟁12527 22/01/26 12527 25
94899 [일반] 넷플릭스 아카이브81 추천합니다. [19] 헝그르르12392 22/01/26 12392 1
94898 [일반] [성경이야기]여리고성 함락 의미를 다르게 살펴보기 [16] BK_Zju12535 22/01/25 12535 22
94897 [일반] 러시아 해군 전력 대거 흑해 집결중, 우크라이나 남동북부지역 한국교민 출국권고 [91] 아롱이다롱이17385 22/01/25 17385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