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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8/11 12:08:48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수린이 일기-이것은 자존감과의 싸움

버킷리스트, 쉬운말로 해보고 싶은거.




빅토리아 시크릿패션쇼 직관하기(지금은 없어졌지만), NBA 직관, PL 직관, 뱅기 퍼스트 타보기 등등 대부분이 돈과 시간이 있으면

해결이 되는 리스트였다. 그 와중에 돈은 별로 안드는데 손이 안가는게 하나 있었다.




『수영』

누구를 구하고 이런건 꿈도 안꾸고 내몸하나만 건사하면 좋겠다가 꿈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의지가 박약을 넘어 쥐똥만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언젠가는 해야하는 마음속의 숙제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난 학창시절 숙제를 잘 해가는 편은 아니었어서 계속 남아있을수도 있었다.





7월의 어느날 예전 직장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동료 : 너 땡땡에서 일하지? 나 이따가 근처 가는데 잠깐 보자.


퇴사한지 3년이 넘었는데 뜬금없이 보자고 하는것이다. 동료는 상무님으로 유명한 수영복 회사에 다니고 있다며 툭 하고 수영복 하나를

던져줬다.

"저 수영 할줄 모르는디요?"

"그냥 너해, 줄게 이것밖에 없더라"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내 손엔 수영복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짬 시켜논 맘속 깊은 곳의 숙제를 떠올렸다.

더 미루면 지옥가서 수영만 하는 형벌에 처해질것 같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버킷리스트였던..)숙제하기로..



조언은 수영 마스터인 여자친구에게 구했다. 응급구조사에 수상인명 구조 어쩌고도 있고 운동이라곤 수영만 해본(no헬스, no필라테스)

사람이지만 그동안 나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진 않았다. 나중에 같이하면 좋겠다라고 몇번 말하긴 했지만 말이다.



수영복만 떨렁 있는 상태라 모두 새로 구입해야했다. 수영초보들의 각종 블로그등을 참조하며 디자인과 성능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하며

수영모와 수경, 습식 스포츠타월을 구매했다. 그리고 첫날이 되어서야 알았다. 아무도 신경 안쓴다는걸...

수영에서의 장비빨은 몸뚱이다. 돈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였다.

추가로 다이소에 가서 망사 가방도 사고 바디워시와 샴푸를 소분해서 가지고 다닐 통도 사고 이왕 사는김에 바디워시랑 샴푸도 새로 샀다.



그 때 쯤 방아쇠를 당긴 전 직장동료에게 다시 연락이 왔는데 수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니

수영복을 두벌 더 보내줬다. 당근행 대기중이다.







8월1일 첫날..

오후 8시 수업이라 7시 45분에 샤워를 완료하고 옆 따순물에서 찌그러져 있었다. 첫날이라 그런가 사람 드릅게 많았다.

오래다닌 고인물들의 친목질이 더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대화금지 저렇게 써있는데...

고인물들은 남여를 불문하고 수영복도 화려했다. 나도 집에 수영복 두개 더있다.

8시가 되자 거북이의 "빙고"가 나오면서 여기저기 짱박혀있던 사람들이 튀어나와 강사의 동작에 맞춰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준비 운동 후 강사가 수영 완전 처음이신부운~~ 이라고 하면서 수린이들을 모왔다. 나포함 7명 . 8시타임 초보반 강사분은 여자분이셨다.

우리7명의 수린이들은 유스풀로 향했다.

중딩1명, 커플2명, 배나온분1명, 여자분 2명, 나


발차기를 시켰다. 20분까지 하라고 하고 조금 할줄 아는 초보반 보러가셨다. 7명의 수린이들은 시키는대로 참방참방 했다.

다음단계는 물속에 들어가서 배까지 위에 걸치고 엎드린 상태로 발차기. 30분까진가 한것 같다. 이때 최초로 자존감이 좀 떨어졌다.

엎드려서 발 참방참방 하는중에 중고수 분들의 샤악샤악 하면서 여유롭게 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나도 저렇게 되리라 하는 마음보다

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동지들이 있어서.


강사님이 오셔서 물속에 머리박고 호흡하는걸 알려줬다. 기초 유투브 몇 개 보고 가서 코로 내뱉고 입으로 들이키는 매커니즘은 알고

있었다. 그걸 또 40분까지 했다. 이때는 눈에 뵈는게 없어서 자존감이 떨어질 일은 없었다. 숨이 좀 차서 그렇지.


그리고 마지막 5분정도를 남겨두고 킥판잡고 발차기로 10M 유스풀 가보는걸 시키셨다. 1인당 두번정도 했으려나 다들 엉망진창인데

왠지 나는 좀 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첫날이 끝나고 KFC에 들러 오리지날 치킨 1+1을 포장해 집에와서 먹었다.

그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9시에 수영 끝나니 딱 치킨나이트 행사시간이더라...



2일차.. 개인일정 땜에 제꼈다. 그리고 이것땜에 큰 스노우볼이 굴렀다.





3일차... 수린이 무리에 좀 변화가 있었다. 3일차에 처음 오는 분도 있었다.

1일차 마지막에 했던 킥판잡고 발차기로 가기를 시작부터 했다. 내 차례를 기다리며 앞 사람들 하는걸 보는데

응? 뭐야 다들 잘하네? 중딩1명, 커플2명, 배나온분1명 다 잘하네?

갑자기 긴장되며 엉망진창 첫 턴을 진행했다. 너무 급해요 몸에 힘빼요 다리구부리지 마요 를 할때마다 들었다.


세번째 턴쯤에 8번차고 호흡해보라고 했다.

호흡? 가지도 못하는데 호흡?

그런데 나 빼고 다 잘한다. 어제 배웠나보구나 동지들... 진도 하루 빼먹었다고 따라잡을수가 없었다.

첫날 동지들은 그렇게 세번정도 하고 승급하여 본 레인으로 합류했다. 나머지들은 유스풀에서 계속 반복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현타가 조금 왔지만 괜찮았다. 적지만 그래도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늘지 않는 내 실력 때문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 왜 10미터도 못가지. 저 사람은 동지지만 곧 승급하겠다 자세 좋네. 내 자세는 어떻지? 별별 생각을 하며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이날은 밥을 안먹고 가서 더 디질뻔했다. KFC는 가지 않았다. 우울해서..




4일차, 첫날에 비해 전체 인원이 반은 줄은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존감 대하락의 날....

오늘도 유스풀에서 시작. 동지는 두명.. 하던거 계속 반복해서 하세요. 라고 하고 초보반 보러 가셨다. 그리고 한번 오셨다.

나중에 참관온 여자친구가 초보반 사람이 너무 많은것 같다고 했다. 강사분이 챙겨야 할 사람이 많으니 나까지 케어가 안되는것 같다고..

맞는 말이었다. 반으로 줄은 인원은 대부분 중급, 고급반 이었고 초보반은 여전히 바글바글 했다.

킥판잡고 호흡섞어가면서 10M 가기 무한 반복이 시작되었다. 한 다섯번 하면 한번 정도 잘되는 느낌이 있기는 하는데 왜 잘 되는지

모르니까 그걸 유지할수가 없다. 이 시간이 굉장히 의미 없다고 느껴졌다. 잘못된 동작으로 이걸 계속 도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강사님이 좀 봐주면 좋겠는데 놀면서 안봐주는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동지 두명은 내가 봐도 바로 승급할 정도로 잘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리고 아마 수영을 포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시점이 아닐까 싶었다.

역시 동지 두명은 승급했다. 강사님은 다음에도 유스풀에서 시작할게요 하고 내눈을 보며 말했다.

KFC쪽은 쳐다도 안봤다. 그 와중에 배고파서 집와서 컵라면은 하나 또 쳐묵쳐묵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만해야 할까 하고...



5일차. 고민을 들은 여자친구가 주말에 자유수영에서 봐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5일차를 참관하러 와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유스풀에 혼자였다....


강사님은 한번 보시고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 하고 허리에 매는 킥판(이것을 나는 계란말이라고 불렀다)을 착용하고 하라셨다.

그리고 50분간 그렇게 외롭게 혼자 돌았다. 너무 외로웠다. 동지들이었던 사람중엔 자유형 영법 시작한 사람도 있고 킥판 없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쉴때 그들이 도는걸 보며 자존감이 너무 하락했다. 난 왜 이걸 못하지? 이게 왜 안되지?

그냥 혼자 자책하면 되는데 인간의 본성인지 무엇인지 자꾸 스스로 남과 비교해가며 자존감을 깍았다. 그만 하고 싶었다.

집와서 주스 한잔 마셨다.




6일차. 토요일에 여자친구와 자유수영으로 왔다.

유스풀에서 그리고 레인에서 많은 조언을 받았다. 바로바로 피드백이 되니 뭔가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막 잘해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뭐가 안되고 있다 하는 느낌은 바로 바로 느꼈다. 그리고 수영이라는 것이 이론의 영역이 아니란

것도 느꼈다. 그냥 많이 해보고 자기 몸에 맞는걸 찾는 과정이라는것. 이제 5번 가면 3~4번 정도는 잘 가는 느낌이 온다.

호흡을 할 여유는 없지만 말이다.

저녁에 4명이서 곱창을 22만원어치 먹었다.






2주차. 1일째..

역시 유스풀 시작.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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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
22/08/11 12:17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크크
22/08/11 12:19
수정 아이콘
계속 해보시면 좋은데 ㅠㅠ
맨 처음 습득에 차이만 있지 나중 가면 어차피 그냥 체력으로 떼우는 거라 다 비슷비슷 해집니다
원래는 누가 숨 더 잘 참고 발장구 누가 더 많이 치고 손 더 많이 뻗고...여야 하는데 그 스피드 차를 감안해줄 만큼 수영장 사정이 넉넉치 않아서,
결국 다 그냥 체력 버팅기는 만큼 수영장 레인이 허락하는 만큼 일정 속도로만 해야 하거든요.
개좋은빛살구
22/08/11 12:26
수정 아이콘
크크 입문기는 환영입니다!
저도 요근래 수영을 한번 해볼까 하고 있는데
일단 남앞에서 몸매를 내놓는게 쑥쓰러워서 아직까지 꺼려지고 있네요 크크
중학생때는 생각없이 다녔던지라 그냥 다녔는데(한 삼개월 하고 그만둠) 지금 다시 하려니까 글쓴이분같은 상황이 나올까봐 한숨만 나옵니다 크크
22/08/11 12:39
수정 아이콘
수영 잘하는 여자친구 분이 있으시군요~
녹산동조싸~!
22/08/11 12:39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예전 생각나네요 흐흐
수영장 물 조금 먹다 보면 어느새 저~기 연수 or 마스터반 가있을 겁니다..
저도 다음달부터 오랜만에 다시 수영 시작 할려는데.. 설레네요
스타나라
22/08/11 12:49
수정 아이콘
상무니임~ 아레나상무니임~
대체공휴일
22/08/11 12:56
수정 아이콘
수영은 초보딱지 떼는 것 까지는 금방 배웁니다. 세달이면 기초반 끝낼 수 있는 이유죠. 근데 그 이후 윗 단계로 가기 위한 자세 교정과 체력 향상이 x나 힘들죠. 부들부들
22/08/11 13:14
수정 아이콘
제가 물을 그렇게 무서워해서 수영은 엄두를 못 내다가 어떤 계기로 배웠는데
물을 너무 무서워했던지라 수영배우고 나니 또 다른 세계가 있는것 처럼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수영은 정말 강추하네요
22/08/11 13:16
수정 아이콘
수영장 가는 요일이 가장 설레는 17년차 수린입니다.
형광색 꽃무늬 삼각 착샷 기대합니다~
클란심
22/08/11 13:27
수정 아이콘
팔다리는 가늘고 올챙이 배라서 처음 수영갈 때 너무 부끄럽고 부담스러웠었죠. 하지만 물에 들어가는 순간 아무도 신경 안쓰고 그냥 뒤지게 힘들뿐이라는걸 깨달았죠 크크크
생각해보면 초급반에서 킥판 잡고 발차기할 때가 젤 힘들었던거 같아요. 나중에 자유형 하시면 훨씬 재밌으실 거에요.
나중에 평영 발차기에서 잠깐 고비가 오실거고..(남자는 평영 발차기가 다리 구조상 여자보다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양팔 접영에서 다시 고비가 오실겁니다 흐흐...
수영에 재미를 붙이시면 어디 놀러가실 때 호텔에 수영장을 언제 이용할 수 있는지 제일 먼저 확인하게 되실거에요~ 화이팅하세요~
삼성전자
22/08/11 13:30
수정 아이콘
약간 꼼수이긴 한데 total immersion swim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세요.
전 이걸로 다 독학했습니다. 다만 강사가 가르치는 수영과는 좀 달라요..강사는 회원들 운동량이 목적이지 수영을 더 잘하게 만드는게 단기목적이아닌듯
근데 상급으로 가면 일맥상통합니다. 일종의 사파무술이라고 생각하심 돼요
이혜리
22/08/11 13:35
수정 아이콘
어른이 되어서 배우는 건 쉽지가 않지만,
그래도 배우려는 자세 매우 리스펙 합니다.
금방 금방 느실꺼예요,
22/08/11 13:50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저도 어른이 되어서야 수영을 배웠기에 많은 부분 공감하지만

그 시간만 조금 버틸 수 있으면 수영만큼 좋은 운동이 없습니다 정말로!!!!!!

저도 다시 초급반으로 등록예정이지만 동지여 화이팅입니다!!!! 포기란 없다!!! 오픈워터의 그날까지
난이미살쪄있다
22/08/11 15:36
수정 아이콘
수영을 하다가 출산과 코로나로 그만 둔지 꽤 되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이후 출근전 할수 있을거라(퇴근후엔 육아를 해야하므로) 저를 과하게 믿고 다시 등록하였지만 하루하고 포기했습니다.
전 수영을 결혼하고 배웠는데 그때문인지 수영후 꿀맛 야식의 코스를 반복해서...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지만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지요. 하루하루 희망과 좌절, 짜증의 파고를 다이나믹하게 주어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어른의 삶에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저는 평영을 처음 배울때 분명 발을 뒤로 차는데 몸이 앞이 아니라 후진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홧팅입니다!
22/08/11 16:01
수정 아이콘
https://cdn.pgr21.com./freedom/81743

예전에 제가 쓴 수영일기 있는데 한번 보셔요~

저도 맥주병에서 30넘어서 처음 수영 시작해서 3개월차에 처음 호흡됐습니다.. 물론 지금은 매일매일 수영하고 라이프가드도 따고 수영장에서 가급적 전체 1번서고 생체도 준비하고있어요. 궁금한게 많으면 알려드리고 싶은게 많지만.. 일단은 도전을 응원하고 화이팅입니다!
키스 리차드
22/08/11 16:21
수정 아이콘
그리고... 다음 뭔가요 급합니다
트루할러데이
22/08/11 17:09
수정 아이콘
그래서 수영 잘하시는 여자친구가 있다 이말이시군요 크크

요즘은 격한 운동하고 나면 관절들이 비명을 질러대서 아침 6시타임 수영하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으로 이타임을 끊었는지 모르겠어요. 전날 밤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침 수영의 가장 힘든 점은 일찍 일어나는게 아니라 그 전날 일찍 자야 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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