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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7/18 14:13:41
Name 두괴즐
Link #1 https://brunch.co.kr/@cisiwing/20
Subject [일반] 아티스트의 영혼 (적폐가 되다/ 에세이) (수정됨)
아티스트의 영혼 (적폐가 되다/ 에세이)



얼마 전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새 앨범 'But Here We Are'(2023)가 나왔다. 들어보니 좋은 음악이었고, 밴드가 겪은 비극(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의 죽음)을 예술로 승화하고 있었다. 푸 파이터스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공고히 만든 훌륭한 밴드이고, 여전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소중한 팀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다른 인물이 자꾸만 떠오른다. 푸 파이터스는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David Grohl)이 만든 밴드다.



10대 시절의 나는 록 음악에 심취했다.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그 ‘정신’을 동경했다. 그리고 그 ‘정신’의 정점에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있었다. 그는 타락한 음악신의 대안으로 등장했고, 자신이 타락한 음악신이 되자, 스스로를 불태워 시대의 정신이 됐다.



“서서히 사라져 가느니 한순간 불타 없어지는 편이 낫다(It's better to burn out than fade away.)”
-커트 코베인의 유서 中



10대를 대변하던 아이돌은 어른들이 써준 가사로 장사를 했고, 록 부심에 빠졌던 나는 그런 게 우스꽝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꼰대가 써준 꼰대 까는 노래가 뭔 의미가 있냐?” 코베인의 영혼만이 아티스트의 그것이었고, 나머지 장사치들은 부셔야 할 적폐였다. 나의 록심은 신실했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고, 세월은 흐른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Dangerous'(1991)를 빌보드 차트 탑에서 끌어내린 너바나의 명반이자 나의 록 바이블인 'Nevermind'(1991)도 나이를 먹었다. 2011년에는 20주년 기념 앨범이, 또 2021년 9월에는 30주년 기념반이 나왔다. 그 주기로 이 음악을 다시 들었고, 지금은 그러고도 2년이 더 지났다. 록의 화신이자 록을 죽인 코베인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고, 또 또 듣고, 그렇게 들어왔건만,



나도 흔한 적폐가 되었다.



이제는 어른의 사정과 아이들의 협력에 그러려니 하게 됐고, 음악은 영혼의 불을 키우는 양식이기도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임을 잘 알게 되었다. 게다가 엔터테인먼트라도 영혼의 불은 얼마든지 킬 수 있었다. 세상에, 나의 록심은 어디로 갔나? 나는 불신자가 된 것인가!



그래도 그 시절의 여파가 나의 내장에는 조금 남아있다. 그래서 구차하고, 그 덕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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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ist*
23/07/18 14:33
수정 아이콘
서태지 팬들중에 교실이데아를 아는 꼰대가 된 사람들이 많죠.. 흐흐.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을 테지만...
두괴즐
23/07/18 15:00
수정 아이콘
그게 바로 접니다. 흑흑.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지난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그건 사회적 동의를 유발하는 감수성이 필요하지요. 그래도 답이 없어보였던 선생의 폭력 문제를 비롯해서 한 치의 다양성도 용납하지 않던 획일화된 교육은 일정 부분 개선된 것 같아요. 물론 또다른 문제가 양상된 측면도 있고, 미진한 부분도 많긴 하지만요.
*alchemist*
23/07/18 15:43
수정 아이콘
저도 똑같습니다... 크; 저는 사실 교육에 대해서는 피상적이고 간접적인 느낌만 압니다만... 폭력은 확실히 아닌거지만 훈육과 지도의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많이 생긴 거 같고... 획일화된 교육은.. 아직 비슷하지 않나요? 흐흐; 그리고... 뭔가.. 뭔가... 더 고도화되고 정교하게 안 좋아진 느낌이라.. ㅡ.ㅡ; (반박하시면 제가 틀린 겁니다요 흐흐;;) '이게 맞나????' 이런 생각 마이 하고 있습니당... 덜덜;
두괴즐
23/07/18 20:55
수정 아이콘
저는 대학에 있긴 한데, 동창생이 초등학교 교사고 사촌형이 고등학교 교사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곤 해요. 요약하면 우리 때보다 많이 열려 있고, 좋아졌지만, 애들은 더 힘들어졌다?! 인 것 같아요. 세대 경험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구체적이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더 고도화되고 정교하게 안 좋아진 것도 사실이니까요. 흑.
23/07/18 16:12
수정 아이콘
사실 이 장르가 한참 메이저하던 시절 세대들이 이젠 흔히 말하는 꼰대세대가 되어있기는 합니다 크크크

록(메탈도 마찬가지고) 장르 자체가 이젠 좀 정체기이기는 하죠. 특히 미국시장 중심으로… 하지만 또 세계를 둘러보면 유럽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록/메탈 장르의 실험이 시도중이고, 또 일본에서도 메이저 장르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이들 장르의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전 요새 북유럽이랑 일본 인디밴드들 찾아 듣는 중인데 은근히 끌리는 밴드들 많더군요.
두괴즐
23/07/18 20:5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글로벌 주류의 위치에서는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좋은 록 음악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긴 하지요. 저는 국내 밴드도 여전히 즐겨 듣습니다. 작년에 새 앨범을 냈던 검정치마나 9와 숫자들도 너무 좋고, 얼마 전 신곡이 나온 신인 밴드 카디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록 밴드인 로로스도 참 좋아하는데, 활동을 하지 않아서 많이 아쉽고, 국카스텐의 새 앨범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alchemist*
23/07/18 22:27
수정 아이콘
카디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슈퍼밴드2 최고 아웃풋이라 생각합니다.
두괴즐
23/07/19 06:50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드러머가 나가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개성이 강한 밴드지요. 1집도 좋더군요.
*alchemist*
23/07/19 08:28
수정 아이콘
전성배 나갔어요????????????? ㅠㅠㅠㅠ
두괴즐
23/07/19 09:27
수정 아이콘
네. 나간지 조금 됐어요. 이유를 밝히진 않았는데, 아쉬워요. 독특한 사운드를 더 해주는 드러머였는데. 흑.
*alchemist*
23/07/19 09:37
수정 아이콘
말씀 듣고 한참 내용들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ㅠㅠ 아쉽네요 흑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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