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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31 14:34:07
Name 저팔계
Subject [질문] 이런 심리증상 겪는 분 계신가요? (수정됨)
그렇게 심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릴 적부터 특정 상황에서 비슷한 증상, 혹은 느낌을 받아와서, 오늘에서야 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더라구요.

#1
오늘 결혼식을 다녀왔습니다. 시끌벅쩍한 공간에서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고, 그런 상황에서 1시간 정도 있다가 집에 돌아오니, 갑자기 굉장히 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허한 마음이라 표현하는 게 적합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더 마땅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네요.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가 텅 빈 공간에 와서 그런건가, 갑자기 왜 이러지, 왜 불안하고 허전하고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싶었습니다. 저에게 결혼식은 분명 편한 자리만은 아닙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도 있지만, 애매한 관계가 그보다는 더 많을 겁니다. 그래서 누구나 결혼식 같은 행사에 가면 자기만의 가면을 쓸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저도 그랬고, 덕분에 결혼식을 한 번 다녀오면 굉장히 피곤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결혼식 같은 데서 만나서 되게 친해왔던 것처럼 하하호호하다가 1시간 정도의 식+식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각자 산산이 흩어지는 것에 회의감이 들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2
그런데 어릴 적에도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졸업식이 끝나고 나면, 저는 그렇게 어떤 허전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 별로 없다시피한 친구.. 그래서 아침에 졸업식이 끝나면 집에 와서 혼자 밥을 챙겨먹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방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황이라 해봤자 혼자 동네 돌아다니고, 오락실 가고.. 그 정도..) 그게 우울했다고 생각이 들진 않는데, 사실 갑자기 우울한 게 도대체 어떤 감정인가 싶기도 하네요. 뭔가 되게 깊은 슬픈 감정만이 우울한 게 아니라 얕은 차원의 우울감이라 해야할지.

#3
또, 명절 때 친척들이 한바탕 저희 집에 들이닥칠 때, 저는 매우 스트레스 받았었습니다. 제 생활도 없어지고, 이것저것 마음대로 제 물건을 만지는 게 싫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친척들이 우르르 다 집에 가고 나면 왠지 또 허전함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뭘까, 이 이중적인 감정은. 뭐 그런..

#4
언젠가 장거리 연애를 한 번 했었는데, 사귄 지 6개월 정도 지난 후 여자친구가 제가 사는 곳으로 놀러왔습니다. 그리고 두 밤 정도를 자고, 돌아가려 하는데, 이상하게 슬픈 겁니다. 다 커서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더라구요.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기억이 나고, 당시 여자친구는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강 위와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애정 결핍 같기도 한데, 또 일상에서는 별로 외롭고, 누군가가 필요하다거나 그런 적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실연 후에는 좀 힘들어합니다. 아마 빈자리를 너무 크게 느껴서 그런 거겠죠)

갈수록 육체 못지 않게 심리나 감정도 중요하다고 여겨져서, 상담을 한 번 받아볼까 싶기도 합니다.
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이런 감정이 들어서, 토요일 오후에 주절거려 봤습니다. 혹시 왜인지 알 것 같으시거나, 경험이 있으신 분들 계시면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결 방안? 같은 것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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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이것인가
19/08/31 15:31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나 추석, 설날 등 '특별한 날'(실연한 날 등등까지)에 그런 증상 호소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들었어요 :)

이를테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실 생각이시라면, 병원이니만큼, '지금 내게 A라는 현상(증상)이 있는데, 「이것이 나의 일상을 방해하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평소에 잘 지내신다면 저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봅니다. 참고로 저도 님과 같은 경험이 많고 지금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 - 지인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저팔계
19/08/31 16:21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일상에 불편함이 있을 정돈 아니지만, 한 번씩 좀 심하게 올 때가 있습니다; 말씀대로 복합적인 이유일 거라 생각합니다만.. 이런 감정선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글 한번 올려봤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지나가는회원1
19/08/31 20:50
수정 아이콘
가끔씩 저런 감정선상에 있을수도 있죠. 저는 상담을 전공했는데, 제가 이런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물어볼 거 같습니다.
왜, 지금, 이 시국에 그런 감정이 들었을까요. 그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이걸 스스로 답하시고 나면,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거 같아요.
제가 본문을 쭈욱 읽어봤을 때는 본인의 Want가 확 드러나지 않거든요.
원하는 것을 알고나면, 감정의 이유도, 그리고 그게 신경쓰이는 이유도, 그리고 (결핍을 느낀다면) 채울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지 않을까요.

원래 이런 문제로 상담실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료상담 받아보시면, 상담자가 기뻐할 만한 주제네요.
(사실 심리상담이 너무 임상적인 문제로만 치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에 분이 이야기한대로 '이것이 나의 일상을 방해하는가' 라는게 사실 정신건강의학과를 갈 때 중요한 주제고, 그런건 아니신거 같으니까 한 번 하고 싶은대로 해보시면 좋습니다. 마음이 인식할 힘이 있으시네요.
저팔계
19/09/01 22:10
수정 아이콘
출장 다녀오느라 뒤늦게 댓글 확인했습니다.
말씀대로 글만으론 제 want가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무엇이 제 want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뭘까요.. 허전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텐데... 뭐 살면서 그런 걸 다 채우며 사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시간될 때 무료상담 같은 거 받아봐야겠습니다.. 정성스런 답변 감사합니다.
19/09/01 01:25
수정 아이콘
영원하게 지속되고픈 관계에 대한 염원?
저팔계
19/09/01 22:11
수정 아이콘
영원이라...그렇다면 요원하고도 불가능한 게 되겠군요.
이루어지지 않는/않을 무언가가 결핍된 걸지도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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