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우리가 마시던 레쓰비 같은 캔커피는 상당히 답니다. 요새는 캔 말고 플라스틱 컵에도 담아서 커피를 파는데 이런 것들도 전반적으로 달죠. 제가 마셔본 것 중 유일한 예외라면 강릉커피 정도였던 것 같아요. 스타벅스 이름 달고 나오는 것도 다 달더군요.

예전이라면 이해가 됩니다. 한 20년 정도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커피를 커피+설탕+프림 으로 먹었고 설탕 없이 마시는 것은 상당히 마이너한 취향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까페 가면 단 커피가 오히려 소수입니다. 처음 스타벅스 들어올 때만 해도 아메리카노 같은 것은 상당히 낯설고 커피+설탕+프림의 고급형이라고 할 수 있던 모카프라푸치노 같은 것들이 꽤 팔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떼 같은 것도 슬슬 팔리다가 지금은 아메리카노가 완전 대세가 되었습니다.

즉, 까페에서의 취향은 달지 않고 오히려 쓴 커피로 많이 변화가 되었는데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여전히 단 것이 주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지 않은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편의점에서 커피 살 때는 거진 다 달아서 원하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 이유에 대한 가설을 좀 생각해봤는데요.

1. 단 맛은 원재료의 흠결을 감추기가 좋음. 반대로 단맛이 적으면 원재료의 흠결이 적나라하게 드러남. 공장에서 커피 만들어서 마트/편의점에 보급하다보면 원두의 맛이 가버림. 그래서 단맛을 안 넣으면 그냥 쓰기만 한 물이 되니 단맛을 버리기가 힘듦. 한편 커피전문점은 로스팅도 안에서 할 수 있고, 바로 갈아서 뽑아주니 신선한 원두 맛을 즐길 수 있음.

2. 설사 어떻게 품질 관리 잘 해서 맛이 나쁘지 않은 커피를 보급한다고 하더라도 커피전문점과는 상대가 안 되니 그냥 포기. 어차피 전국 곳곳에 커피전문점이 있으니 편의점이 접근성 면에서 좋은 것도 장점이 되지 않음. 심지어 편의점 내에서도 직접 뽑아주는 형태를 시도함.

3. 한편,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커피를 원하는 사람과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사람의 풀이 좀 나뉜 것일 수도 있음. 여전히 단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커피전문점에서 달게 먹으면 비쌈. 결국 편의점 커피는 자동으로 저렴하게 단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니치를 찾게 됨.

다 제 뇌피셜로 생각한 것이고 현업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이 실상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