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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12/09 01:38:25
Name 구밀복검
Subject 차별은 어디에서 유래할까.
어제 인종차별 관련 쓰레드를 보았습니다. 쓰레드 및 몇몇 댓글에는, 인종차별 자연기원론, 즉 인종 차별은 차이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인간의 자연적 본능에서 유래한 것이므로, 항존할 수밖에 없으며, 결코 완전히 소거될 수 없다는 요지의 주장들이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러합니다.

1) 인간은 차이에 대해 경계심을 느낀다.
2) 경계심이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3) 따라서 차이는 차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4) 그러므로 인종 간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물론 위의 주장은 명시적으로 당위를 주장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즉, 그러니까 인종차별을 해야 한다, 인종 차별은 문제 될 게 없다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인종 차별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고자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래서 위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어떤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다만, 특정한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어떤지 밝혀내기 위해선, 일단 주장의 전제부터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 *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파악한 전제를 몇 가지 추가하여 인종 차별 자연 기원론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모든 차이는 의미 있게 여겨진다.
2) 차이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정서적인 반응은 단 하나 뿐이며, 이것은 바로 적대감이다.
3) 모든 정서적인 반응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드러난다.
4) 고로, 적대감은 자연스럽게 차별로 이어진다.
5) 따라서 모든 차이는 차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6) 그러므로 인종 간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1) 정말 모든 사람이 모든 차이를 의미 있게 느끼는가? 추상되고 무시되는 차이란 없는가?
2) 차이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정서적인 반응이 적대감 단 하나 뿐인가? 호감이나 호기심 등은 발생하지 않는가?
3) 그런데 모든 정서적인 반응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던가? 행동으로 드러나기 전에 소멸하는 정서적인 반응도 있지 않을까?
4) 이에따라, 적대감이 바로 차별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까? 그 이전에 적대감이 해소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5) 그렇다면,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위적이며, 단선적인 경로가 아니라 복선적인 경로 중에 하나가 선택된 것이 아닐까?
6) 결론적으로, (인종 간의 차이를 포함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문은 이러한 의문들을 구체화하면, 차별을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어낼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단, 주장을 구체화하기 이전에 분명히 해 두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1) 저는 논의를 인종차별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인종차별도 포함해서) 모든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지입니다. 또한, 인종차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그렇지 않다 및, 인종차별은 존재해선 안 된다/된다를 가지고 소모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도 소모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2) 이 글은 저격글이 아닙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주의주장과 관련된 내용을 주장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공격함으로써 우열을 가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저 담화, 논의, 탐구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이러한 목적에 동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이러한 목적이 이후의 논의를 다루는 데에 있어 모두에게 있어 유익하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덧붙여
3) 이 쯤 쓰니까 정작 본론도 쓰기 전에 힘이 떨어져서 ㅜㅜ 근데 이 쯤에서 접고 다음에 다시 쓰려고 하면 쓸 맘이 안 생길 것 같고...해서 본론은 굉장히 조악한 형태일 겁니다. 원의를 흐트러뜨리진 않을 테고, 어차피 발제문의 성격을 가짐으로써 조언을 구하는 형태의 글일 것이며, PGR의 현명한 분들은 제가 의도하는 바가 귀결되는 자리를 아실 테니, 생산적인 논의가 어려워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글짓기 못한다고 까시는 것은 자유이실 테니 제가 드릴 말씀은 없겠습니다만...



1. 모든 차이는 유의미하게 여겨질까?
예를 들어, 국가 간의 차별에 대해 논할 때에, 우리는 한국인과 중국인을 다른 범주로 여기지만, 정작 한국인 간의 차이에 대해서는 무심합니다. 한국인들이 포켓몬 월드에 나오는 간호순 형제처럼 죄다 동일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신장>이라는 점에서 최홍만과 야오밍은 다른 한국/중국인들에 비해 이질적이고, 그들 간에는 동질적입니다. 또한 국적에 비해 신장은 훨씬 가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성이 국적에 비해 범주를 나누는 데에 있어 유의미하게 여겨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요. 보통은 그저 최홍만은 한쿡인이고 야오밍은 중쿡인이라고 합니다. 둘이 아무리 비슷하게 생겨 먹었어도 말이지요.
즉, 모든 차이는 유의미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서 본질적인 차이와 비본질적인 차이가 구분되고, 비본질적인 차이는 마치 그런 것이 없는 것처럼 다뤄집니다.
여기서 본질적인 차이와 비본질적인 차이를 가르는 것은, 어떤 차이가 다른 차이보다 우선된다는 것은, 나아가 집단과 집단을 구분 짓는 주된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문화적으로 생성된 평균화된 관념체계일 거라고 봅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 없이는 설명되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한 마디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이 중 차이로 선택되는 것은 제한적이며, 어떤 차이는 무시될 수 있고, 차이가 무시되면 동질적인 존재로 여겨지곤 합니다.(이 말은 인종, 성별, 지역 간의 차이가 비본질적인 것으로 간주될 경우-를 생각해봄직 하겠지요.)



2. 모든 차이는 적대감으로 이어지는 걸까?
가령 축구왕 김메시보고 “우왕 저런 균형감각과 방향전환, 바디 밸런스, 주력, 드리블링, 창조성, 머리 회전을 갖추고서 5~6시즌 동안 세계 축구계를 정복한 놈은 보통 사람과 너무 달라서 도저히 같은 영장류의 인간이란 종에 속한다고 볼 수가 없어요! 저 놈 보고 적대감 느끼는 건 당연해요!”라고 하면 이상한 주장이 될 것입니다.
혹은 김태희 보고 “저렇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외모에 흠결 하나 없이 사기적으로 생긴 걸 보면 무서워요 ㅠㅠ”라고 할 리는 없을 겁니다.
즉, 본질적인 차이라고 판단된 차이들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적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습니다. 호감, 호기심, 공감, 동일시, 우상화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실제로 황인들은 백인들에게 인종적인 차원의 적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이 자신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점에서 우상적인 매력을 느낄 테고..
나아가, 타인들이 우리와 아무 차이가 없는 존재라면, 우리는 타인들과 관계 맺는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기지도 않을 테고요. 나도 간호순이고 너도 간호순이고 70억이 간호순이라면...
아기들은 세상 천지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한한 호기심을 가집니다. 적대감이 좀 있다면 가스레인지에 손 댔다가 화상 입는 일도 없을 테고..
요컨대, 차이가 불러일으키는 정서적인 반응은 다양합니다. 보통은 다양하게 정서적인 반응이 일어나야 정상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고 적대감만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이 역시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거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3. 인간의 모든 정서적 반응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질까?
간단하게 우리의 일상만 돌아보더라도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정서적인 반응의 지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명백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거액을 훔쳐내고 싶다.”는 것은 누구나 마음먹을 법한 정서적인 반응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이는 극히 드뭅니다.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 재물을 강도질 하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드러난다.”고 말하지 않지요.  

이런 다양한 정서적 반응들 중 하나가 행동으로 표출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따라줘야 합니다. 위에 언급했던 예를 다시 들자면, 거액을 훔쳐내는 것이 범죄로 간주되지 않을 경우-라는 조건이 필요하겠지요. 즉, 사회문화적인 시스템이나 관념 체계에 의해 정서적 반응이 행동으로 표출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이야기해봄직 합니다.

또한, 인간의 정서적인 반응은 이렇게 <자제>되기도 하지만, 개인의 변덕, 교육의 영향, 평균적인 사회/문화적 관념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수정>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아침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 남친을 목 졸라 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 저녁 때에 데이트 시 센스 있는 태도를 보이며 정서적 만족감을 준 남친에게 언제 살의가 들었다는 양 귀여워 해준다거나 하는 사람의 예를 들 수도 있을 겁니다. 연인에게 살의 한 번 안 느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이는 드물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연인 살해는 근절 될 수 없고, 인위적으로 - 그러니까 어거지로 - 못하게 막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일 테고요.
다른 예로, 저는 13년 전인 98 월드컵 때만 해도 한국 축구의 승리가 한국의 승리고 한국의 승리가 나의 승리라는 것을 저의 DNA에 내장되어 대동맥을 관통하는 근간이라고 생각 했습니다만, 사춘기가 지나며 개인주의 성향이 되었고, 그에 따라 4년 뒤엔 담담해졌으며, 8년 뒤인 2006년엔 한국의 승리를 저에게 있어서는 클라이언트의 승리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인간이 가지는 정서적 반응이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지는 데에는 꽤나 강력한 도약력이 필요합니다.



4. 적대감이 바로 차별로 드러날까?
그렇다면, 적대감 역시 차별로 드러나는 것에는 필연성이 없다고 볼 수 있겠지요.
좋은 예로,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 대해 강렬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이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사회 문제로 떠오를 만큼 대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정말 지저분 하게 써서 면목이 없습니다만, PGR의 눈 밝으신 독자들께서 어여삐 여겨 주실 거라 믿고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1. 존재하는 모든 차이 중, 실제로 본질적인 차이로 간주되는 경우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2. 이렇게 제한적으로 선별된 차이 중에서, 적대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역시 제한적이다.
3. 제한적으로 선별된 차이 중에서 제한적으로 적대감으로 이어진 경우는, 매우 제한적으로 차별로 표출된다.
4. 따라서 차이가 차별로 <자연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지난하고, 고독하고, 험난한 길이다. 여하간, 차별은 자연발생적이지 않다.
5. 이 험난한 길을 평탄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6. 이 인위적인 힘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차별의 유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며, 그렇다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의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본문을 읽으셨다면, 제가 특정한 관점에 친화성을 보임은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주의주장을 단언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러기엔 고민도, 정보도 부족하니까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의문을 표하는 것 정도가 한계일 것이며, 아마 보다 견식있고 안목 있는 분들께서 이러한 의문에 고견을 들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 될 수 있다면, 이런 질박한 문제제기도 가치를 얻을 수 있겠지요.
늦은 밤 허섭한 글을 올려 스크롤에 압박을 더한 점에 사과드리며 글을 맺습니다.




* * *
대체로 전제는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주장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한 전제.
2) 주장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주장을 펴는 대상자들이 평균적인 의미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하리라고 생각하여 생략한 전제.
3) 주장자가 언급할 경우 불리해지기 때문에 은폐한 전제.
4) 주장자의 관념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이념물이라 주장자가 자신이 이런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전제.

1번은 언급하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동어반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2번은 주장자가 전제를 자명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착각일 때에는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가령 어떤 이가 ‘테란은 토스 밥이다.’라는 전제가 모두에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이 전제를 생략한 채 “송병구가 정명훈 잡고 우승하겠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네 주장은 틀렸어. 너는 테란이 토스 밥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거겠지? 하지만 테란은 토스밥이 아니고, 토스는 그저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하등종족이야. 테란이 토스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네 전제는 틀렸다는 거지. 고로 네 주장도 틀렸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테란이 토스밥이 맞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요.
문제가 되는 것은 3번과 4번입니다.
3번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특별히 자세히 짚을 이유가 없을 듯 합니다.
4번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령, 17C 영국의 지식인들에게 있어 “자유인은 참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에, 자유인은 사유재산을 가진 이만을 포함했습니다. 무산자는 의미가 없었지요. 하지만 이 당시의 지식인들은 “사유재산을 가진 사람만이 자유인이다.”라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진 못했습니다. (자각하고서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바로 3번의 사례가 되겠지요.) 그저 마음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판단한 결과 저런 귀결을 낳은 것이지요.
이런 전제를 밝힐 경우, 주장에서 드러나지 못한 측면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그 주장의 근간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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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09 01:57
수정 아이콘
제목에 대해서 답변하면..

차별은.. 그냥 자기중심적 본능에서 유래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특히 집단안에서의) 생존경쟁을 위해

조금이라도 자기세계를 보호하고, 더 나은 위치를 만들며, 희소한 자원을 더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속하는 집단이 우월하다는 정신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차별이라는 어찌보면 합리적인(?) 기재를 사용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Dear Again
11/12/09 02:16
수정 아이콘
인종 차별은 단순히 다름에 대한 경계는 아닌거 같습니다.
예를 들면 밤길에 흑인이랑 길을 가는게 백인이랑 가는 것 보다 더 무섭죠.(물론 이건 사회적인 요소도 있긴 합니다 소득차이 등)
그리고 우리나라만 해서 백인들을 선호하는 풍토가 어느정도 있고..
처음엔 다름에 대한 차별이었을지라도, 지금의 인종차별은 과거로부터 누적되어온 서구 중심의 문화적 학습의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만 밤이라서 제 머리가 안 돌아가네요 ㅠㅠ 담에 꼭 또 읽어보겠습니다
루치에
11/12/09 02:1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인종' 차별이 자연발생적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어요. 인종이라는 구분도 모호하지만, 어쨌든 애초에 인종 구분이 생겨날 만큼 인간의 외형적인 모습이 달라진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고, 그런 모습이 달라지게 된 과정도 지리적인 격리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요. (물론 인종간의 외형적인 차이에 대해서 성선택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

어쨌든 과거에는 지금처럼 교류도 거의 없었던 만큼, '다른 인종' 에 대한 차별을 위한 통계적인 경향성을 만들어낼 만한 토대가 거의 없지 않나 싶어요. '다른 인종'과의 교류가 빈번했다면, 통계적이고 경험적인 판단이 가능하고 그런 판단이 대물림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네요.

인종 대신에 소규모의 '집단'으로 한정한다면 차별을 위한 경향성을 만들어낼 만한 토대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보통 내집단 -외집단 논리라고 하죠.) 이걸 인종차별의 자연발생적 토대로 연결시키는 건 비약이라고 봐요.
루치에
11/12/09 02:22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정리하신 전제들로는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는게,

인종차별의 자연발생적 토대를 주장하시는 분들도 '인위적인 과정'에 의한 차별의 재생산, 확대를 부정하시진 않을 것 같거든요.
인과관계를 인종차별의 자연발생적 토대 -> 차별 로 단순화하지만 않는다면,
인종차별의 자연발생적 토대 + 인위적인 과정 -> 차별 로 볼 수도 있고, 이것도 딱히 양립불가능한 논리는 아니에요.
몽키.D.루피
11/12/09 02:31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차별이 탄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인위적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뭔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무슨 코멘트를 달아야할지.. 피지알에서 저도 종종 글이나 댓글 쓰면서 느끼는 건데 너무 공격받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글이 너무 재미없고 당연한 소리만 하게 되더라구요. 어쩔때는 약간의 도발도 필요..흠흠..
차별의 인위적인 발생과 자연적인 발생의 차이가 뭔지 애매하네요. 본문의 차별이 발생하는 과정은 자연적이라기 보단 너무 인위적입니다. 예를 들어 야오밍과 최홍만의 차이, 그 자체가 인위적이죠. 혹시 일부러 자연발생적인 차이가 없다고 하기 위해 인위적 차이에 대한 예를 드셨다면 글 전체적인 논조가 이상해지는 거 같아요. 자연발생적인 차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쓰면서 드시는 예는 죄다 인위적인 차별이니까요. 또 메시 예를 드셨지만 메시야 말로 미디어가 만든 영웅이잖아요. 인위적인 차이의 가장 큰 예이기도 하죠.
본문의 논조를 따라 정리를 하자면 정말 본질적인 차이가 차별과 적대감으로 이어지는 예가 있는가,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가, 그게 인위적인 차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은 대부분 인위적일 수 밖에 없는가.. 로 이어지는게 자연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Impression
11/12/09 03:01
수정 아이콘
개개인의 편견도 일조한다고 봅니다.
memeticist
11/12/09 03:25
수정 아이콘
인간은 나와 다른 사람에게 차이를 느끼고 그에 따라 반응하기보다, 내가 속한 집단과 아닌 집단을 나누고 그에 따라 차이를 '만들고' 반응합니다. 이것을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아무런 차이도 없는데 이렇게 그룹화하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내집단과 외집단을 달리 인식하며 태도를 달리하게 됩니다. 그룹화 또는 구별짓기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아마 친족과 씨족에서 출발한 집단에서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심리겠죠.

이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비슷한 가정환경과 조건을 가진 십대 초반의 남학생들을 선정해 캠프에 데려가서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두 그룹의 숙소를 달리 하여 각각 캠핑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름을 짓고 옷과 모자에 그룹을 상징하는 표식까지 만들어 달았죠. 일주일쯤 지나 두 그룹을 만나게 했는데 그들은 보자마자 서로에 대해 적대감을 느끼며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캠핑 기간동안 서로는 싸우고 경쟁하며 서로의 차이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되었고요. 상대 그룹의 구성원들을 차별적 용어(뚱보, 검둥이, 사기꾼, 더러운 놈, 빨갱이)로 지칭을 하기도 하고요. 나중엔 서로의 숙소를 습격하기도 하고 상대의 깃발을 빼앗아 오기도 하는 등 과열된 양상으로 치닫습니다. 결국 지도교사가 나서서 합심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공동의 문제를 제시하여 함께 헤쳐나가게 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고 나서야 서로 화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금방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화해하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섞여서 친구처럼 지내게 됐죠.

또 다른 실험에서는 두 그룹을 기독교인과 무슬림을 함께 넣어서 구성했는데 두 그룹은 역시 대립을 하게 됐죠. 재밌는 사실은 자신이 기독교인이더라도 자신의 그룹에 속한 무슬림 아이보다 상대 그룹에 속한 기독교인 아이를 더 적대시하고 위협을 가했다는거죠(나중에 칼로 위협까지 했다고 합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구성원들을 한 그룹에 모아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같은 상대 팀 사람보다 견해가 다른 우리 팀의 구성원을 위해 행동했습니다. 범주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존 범주화는 무시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이와 같은 실험을 통하여 사람들은 개개인간의 차이를 느끼고 적대시하기보다 상대와 나를 범주화 하고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차이는 적극적인 차별로 이어지고요. 차이를 만든 순간부터 상대 그룹의 개개인들은 다 몰개성적이고, 멍청하고, 편협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존재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치, 종교, 민족, 인종이 다른 사람들간의 차별과 갈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한 그 순간부터 이미 저쪽 집단은 나와 다른 사람으로 규정되고 차별도 당연시 되는겁니다. 인간은 집단을 나눠놓기만 하면 차별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결론내면 비관적인 결과만 기대해야 될거 같지만 위의 실험의 결말처럼 쉽게 그런 구분을 없앨 수도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입니다. 외집단을 타자화 하고 차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 외집단이 내집단과 다를게 없다는 걸 교육하여 인식의 변화를 꾀한다면 갈등과 차별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 흑인에 대한 차별은 흑인이 원숭이와 다름 없는 지능과 도덕관념을 지녔다는 생각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행해졌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을 때 차별이 줄어들게 되었죠.


1. "우리는 병들고 굶주린 인디언 몇 명을 발견했다. 인디언들은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고 먹을 것을 달라고 애결했다. 그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우리는 그들 모두를 죽여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2. "케이코는 우리와 같은 종은 아니었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습니다."

1번은 19세기초 미국 오리건 주의 한 정착민이 쓴 기록입니다.
2번은 2003년 오리건에서 있었던 범고래 케이코의 장례식 추도문입니다.
두 글을 비교해보고 보고 그래도 인류에게 희망을 걸 수 있길 바랍니다.

참고서적: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Us and Them: Understanding Your Tribal Mind) -데이비드 베레비(David Berreby)
11/12/09 03:30
수정 아이콘
어이구. 학습과 담쌓고 산지 오래라 글 읽기가 어려웠네요.

제 생각은,

1. 사회적, 문화적 학습 2. 개인적 경험

즉 많은 미디어와 책, 주위 환경등 인간이 자라오면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인해
그것이 형성된 것이겠죠. 막연함, 혹은 친근함, 혹은 적대감 모든 것이요.

즉 야오밍과 최홍만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규정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그것을 당연히 그렇다고 인식"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렇다고 인식하는 그 인식은, 바로 태어나면서 가진 것이 아니고,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살아오면서 축적된 모든 문화적인 기준으로 발생된 것이겠죠. 선천적이 아니고 후천적이죠.

즉 백인이 더 친숙하고, 동남아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 인식이 생겨난 사람은
종특 때문이 아니고, 즉 피때문이 아니고 한국에서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실 이정도까지는 막연한 적대감일 수가 있는데,


이것이 실제적인 거부감으로 생기는 것은,
개인적 경험이 주요하겠죠.

실질적으로 본인이 그런 판단을 하게 만든 개인적 경험이 있거나,
혹은 간접적이라 할지라도 좀더 개인적이라고 할만한 어떤 일화를 듣는다거나
이런 것을 통해 "어떤 머머는 어떻다" 라는 일종의 명제를 확립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말인데요.
2번은 모르겠습니다만,
1번의 경우. 물론 문화, 사회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건 개개인의 판단과 선택 여부라는 부분이 있지만,
결국 이것도 순수하게 인위적이라기 보다는 자연적인 요소도 매우 큽니다.

우리가 흔히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은,
우리와 피가 같지만 자라온 환경이 다르죠.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좀 다른 부분이 있잖아요.

혹은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2세가 받아들이는 흑인과
순수 토종 한국땅에서 자란 한국인이 생각하는 흑인은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요.
가령 저는 한번도 흑인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본적이 없으며, 단지 영화를 통해서만 봐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서 혹은 버스에서 가끔 흑인을 보면, 왠지 좀 경계하게(?) 되더군요.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든데요.
그냥 우와 역시 덩치가 크구나. 저사람들은 근육이 한국인이랑 차원이 다르겠지? 정말 많이 먹겠다. 뭐 이런 생각 정도?
또한 제가 가정해볼때 밤에 주택가에서 우연하게 걷고 있다가 흑인을 마주친다면
우리나라 젊은 남자와 마주쳤을 때보다 왠지 더 경계심이 생길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한편으로는 "내가 흘끔거리면 흑인차별한다고 생각할지 몰라" 라고 의식하기 때문에
더더욱 보는 것을 조심한다는 것입니다. 여튼저튼 부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겠죠.



즉 이런 것들은 "내가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 + "간접 정보, 메스미디어 기억으로 인한 판단" 두개가 결합된 것이겠죠.
단순화 시킨다면, 제가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겁니다.
그런데 이걸 인위적인 요소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문화적 가치관 형성은 필수불가결적인 부분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1번의 경우는 즉, 인위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어서 정자 상태일때 선택한 것이 아니듯,
사회적 가치관 형성 부분은 분명 인위적인 부분 이외에 자연적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인위적으로 수정이 가능하지요. 사람의 가치관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순수 자연적이란 것은 아니고... 인위+자연성이 섞인 복합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저번에 저도 봤던
"한국인의 인종차별은 종특?" 이건 종특이 아니란 거죠. 쩝.
그리고 그런 사회문화가 점차 바뀌면, 이런 1번의 형성과정 역시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인데
1번에 의해 생겨난 가치관은 곧잘 바뀔 수 있으나,
2번에 의해 생겨난 가치관은 상당히 바뀌기 힘이 듭니다.

가령 한국전쟁에서 참전해서 북한군에게 전우를 잃었던 할아버님이 계시다면 그분에게 반공은 절대 바뀌기 힘들 가치관이라 생각합니다.
즉 인종 관련도 마찬가지죠. 이런 것은 종교, 연애, 지역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으로 인해 생성된 모든 선입관은 변경되기 힘이 든다 생각합니다. 어른일수록 이것은 더욱더 그렇다 생각하구요.
이런 가치관이 바뀌려면 반대급부의 경험이 생겨나야 할 것인데,
한번 선입관이 형성되면 그것을 적대하거나 배척하기 쉽상이니 수정될 기회가 매우 줄어들겠죠.
아야여오요우유으
11/12/09 22:03
수정 아이콘
차별이 꼭 적대감과 관련된 건 아닐 것 같네요... 제가 보는 만화책에서 나온 말인데 사랑도 차별이다라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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