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02/20 13:48:44
Name 백년후 당신에게
Subject 삶의 변곡점
1. 대학교 시절 꽤나 잘 어울렸던 친구가 있었다. 큰키에 말끔한 외모를 가지고 술먹고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대학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 한 누가봐도 성실한 친구 였다. 
졸업 후 구직활동 후 누구나 아는 금융권에 들어가 순탄한 삶을 살며 살아갈 것 같았다. 물론 학교 다니는 시기가 꼬이면서 예전처럼 연락을 자주하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소식을 들으며 "잘 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몇년전 이었던가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아나운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었다. 서른줄이 되었던 시기에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도전하기에는 점점 나이가 차고 있고, 불확실성이 너무 강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조금은 바보같다는 생각도 했다. 
내 기억에 점점 잊혀질 때 쯤 오랫만에 본 NBA 경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바로 그 친구였다. 대학교 시절의 목소리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그 친구만의 특유의 목소리가 남아있긴 했다. 그래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발성을 고쳤을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이 들 무렵 그 친구는 자신이 원했던 꿈을 향에 한 발자국 내딛었다.

2. 대학교 시절 꽤나 잘 어울렸던 친구가 있었다. 큰키에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술먹고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성실히 학교를 다닌 친구였다. 이 친구와는 꾸준히 연락을 하며 주기적으로 만남을 하며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이다. 
보통의 삶을 살며 누구나 아는 회사의 영업직으로 입사하여 평범하게 살 것 같았지만, 얼마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상태이다. 퇴사후 주6일 11시간의 강도 높은 주방보조로 들어간다고 한다. 자신의 쌍둥이 형제와 예전부터 꿈꾸던 파스타 집을 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서른중반의 나이에 큰 도전이 필요하고, 실패하면 뒤를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곤조가 쎈 친구이기에 부정적인 말 보다는 잘하라는 말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 인생은 어찌 될지 모르니까.

3. 34살. 새해에 이 나이를 되세기면서 정말로 삶의 변곡점이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데 올해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현재 다니고있는 회사는 평생 다닐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과연 평범한 가정을 꾸려서 살 수 있을까? 4년차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도 꾸준히 하지만 결과물은 없으니 불안한 건 사실이다. 신입으로 쓰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고 회사-집-회사-집 스케쥴로 인해 이직을 위한 개인개발이 어렵다고 자기위안을 계속 하고 있다. 사실 도전하기에는 겁도 많고 무언가를 바라볼 때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성격또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4. 과연 나도 위의 친구들 처럼 지금의 삶을 박차고 나올 수 있을까? 어릴 때 부터 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하지만 결국엔 누구나 사는 삶으로 물 흘러가듯이 살게 되었다. 소시민은 도전하는 사람을 비웃는다는 말이 너무 와닿고 있다.(물론 이 말은 출처가 불분명하긴 하다.)

5. 요즘은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대내외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이고 점점 경쟁은 심해지고 내가 도태된다고 해서 잡아주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도전을 하게 된다면 올해가 정말 마지막 인 것 같다. 인생의 겨우 1/3이 지난 지금 남은 2/3을 살기 위해 무언가를 진행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6. 무언가를 시작하려 한다. 지금 하고 있는 1달에 100km씩 런닝하기(이번달은 실패 ㅜㅜ)나 취미로 하고 있는 요리, 칵테일 만들기.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잘하기 등 조금씩 하고 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것, 하게 될 것이 내 삶의 변곡점을 크게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는 것 보다 그 안에서 삶의 활력소를 넣고 자존감을 올려서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내 인생에 다른방향의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6-27 01:4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2/20 15:17
수정 아이콘
뭔가 해야겠다를 생각만 했는데.
1달 100km 동참해보겠습니다.
21/02/20 15:17
수정 아이콘
34살.. 고민이 많은 나이 입니다.
여수낮바다
21/02/20 15:19
수정 아이콘
멋져요. 이런 고민을 하며 스스로를 생각해 본단 것 자체가 이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화팅요!!
Dowhatyoucan't
21/02/20 16:23
수정 아이콘
보통 괄목할만한 성공은 40대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모든 30대분들 화이팅 입니다.
라흐만
21/02/20 22:03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에 힘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내맘대로만듦
21/02/20 16: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흐흐흐 저는 참으로 바람잘날없이 모진 유소청년기를 보내고 삼십에 이르러서야 겨우 손에넣은 보통의 삶이 너무 행복해서 도전이고 뭐고 생각도 안나네요. 목표가 현상유지인...

그런의미에서 30대의 도전과제는 남들 다 하고 산다는 바로 '연애'입니다....큭
21/02/20 17:37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onDemand
21/02/20 17:43
수정 아이콘
서른에 첫발을 내딛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와닫는 글입니다. 새로운 도전이 잘 풀리면 좋겠네요.
-안군-
21/02/20 19:09
수정 아이콘
다 장단이 있는것 같습니다. 덕업일치가 최고의 행복이라 해서 게임 프로그래머의 외길만 보면서 달렸는데, 나이들고 보니까 적당히(?) 대기업이나 외국계 들어간 친구들에 부럽기도...
서린언니
21/02/20 19:27
수정 아이콘
전 33쯤 일본에 가면서 목표를 이뤘는데 그 후에 허무함 때문에 인생의 변곡점이 생기더군요.
가득 채우는 거 보다는 약간 모자란게 좋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21/02/20 23:31
수정 아이콘
34살때 학생! 대학원에 있었네요. 결혼은 이미 했고, 1년후 첫 아이가 나오니까 정말 중요한 [변곡점]이 생기더군요.
본인 주위에 큰 변화가 있을때, 진짜 변곡점이 옵니다. 원글님은 이미 자세를 잡았으니, 큰 변화를 이끌어낼 작은 변화에 올해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Valorant
23/06/28 01:34
수정 아이콘
도전하신 것들은 잘 해내셨는지,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지네요. 응원합니다. 과거의 글쓴님을
인생을살아주세요
23/06/29 09:28
수정 아이콘
만나이 혜택을 보고 왔더니 제가 본문처럼 딱 34네요. 저는 두 달 있으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242 삶의 변곡점 [13] 백년후 당신에게6479 21/02/20 6479
3241 (삼국지) 유비의 두 아들 (1) [19] 글곰6021 21/02/12 6021
3239 요즘 생긴 사소한 취미 [43] 及時雨9337 18/04/07 9337
3238 교수님의 메일 한 통 [35] ELESIS9966 21/02/15 9966
3237 자산배분 이야기 - 뭐라고? 너 주식 안한다고? 너 바보냐? [56] 모찌피치모찌피치12494 21/02/15 12494
3236 (삼국지) 감녕, 주인을 해칠지도 모르는 날카로운 칼 [23] 글곰6514 21/02/09 6514
3235 20년간 모은 야동을 한 순간에 날리고 부처의 깨달음을 얻다 [142] 트린다미어16227 21/02/04 16227
3234 1월에 찍은 사진들 [17] 及時雨5367 21/01/31 5367
3233 (유게 410987번 글 관련) 백제 멸망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가? [24] 고기반찬7049 21/01/22 7049
3232 부처님 뒤에 공간 있어요 - 자극과 반응 사이 [59] 2021반드시합격7359 21/01/20 7359
3231 K 코로나와 현대문명 [12] 집으로돌아가야해6570 21/01/11 6570
3230 [기타] Getting Over It - 괴짜들을 위한 러브레터 [18] RapidSilver7085 21/01/03 7085
3229 그대여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15] lightstone5240 21/01/02 5240
3228 2020년 한 해, 투자 손실을 본 분에게 [51] 월가아재9593 21/01/02 9593
3227 [일상글] 아이를 가진다는 것 (신생아에서 두달까지의 경험담) [29] Hammuzzi5659 20/12/27 5659
3226 문화유산 ODA 여행 - 정글에서 부치지 못한 편지 [20] SpaceCowboy5220 20/12/25 5220
3225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보내 온 HELLO [47] cheme7544 20/12/23 7544
3224 [기타] [중세 심즈-크루세이더 킹즈2 연대기] 최종화: 로마 제국의 부활 [119] 도로시-Mk212176 20/10/29 12176
3223 [콘솔] 아들과 함께 BOTW의 추억 (부제:아들아 아빠는 무쌍류 게임 싫어한단다) [55] likepa5561 20/12/07 5561
3222 BASS 아세요? 베이스의 소리를 찾아서 [41] 형리6311 20/12/19 6311
3221 닌자는 어떻게 일본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는가? -상편- [17] 라쇼7386 20/12/18 7386
3220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전투식량의 역사 [44] 트린6428 20/12/15 6428
3219 신석기 시대 한반도에 살던 선조들은 운석 충돌로 전멸했을까? [44] cheme8114 20/12/10 811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