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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12/02 03:03:17
Name 가브라멜렉
Subject 굳건함. (수정됨)
(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열받게 하는 굳건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

( 편한 작성을 위해 부득이한 반말체 양해바랍니다... )

얼마전 어무이랑 예기를 하다 .. 유투브 예기가 나왔다. 요즘은 연세있으신 분들도 유투브를 즐겨보신다.

아버지는 거의 중독된 정도이시고 .. 어무이도 요리관련해서 여러 채널을 즐겨보신다.

그러다가 .. 모녀간에 컨텐츠를 같이 하는 영상이 올라와서 보시는데 .. 유투브는 아무나 할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후 여러 잡답을 하다 유투브에서 성공할려면 결국 연예계처럼 끼나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거기서 어무이가 .. 독백처럼 나는 노래도 잘 못하고 춤도 잘 못추고.. 생각해보면 나는 별 끼가 없는것 같다고 하셔서 ..

어무이는 인내심이 장점이라고.. 사회생활 하다보니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고 변명같이 급조해서 말씀드렸다.

좀 씁슬한 표정으로 동의하시긴 하던데 ... 그렇게 말씀드리고 한참 뒤에 생각해보니 .. 장점이 분명히 있으신데 ..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좀 애매하더라. 그래서 .. 우리 어머니가 살아오셨던 과정을 생각해봤다.

정말 어무이한테 아무 장점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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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1956년 삼천포에서 태어나셨다. 바다를 끼고 사셔서 .. 수영포함 운동을 곧잘 하셨다고 한다.

어렸을 때 미친개한테 물린 적이 있어서 지금도 개/고양이 등의 동물을 매우 싫어하신다.

외할아버지는 어무이가 20살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는데 ... 유언으로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고 하셨다.

그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판단이 아니였다.

이후 .. 고등학교까지 다니셨는데 .. 그 시절에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기 쉽지 않았고... 특히 남존여비 사상이 있던 시기라...

여자의 몸으로 고등학교까지 다니셨으니 .. 상당한 인재셨지. 그래서 선생님에게 대학을 치기공과를 다닐 것을 제의받았는데 ..

집안 형편의 문제도 있었고... 타지에 멀리 나가는게 싫어서 거절했다고 한다. 이 선택을 지금도 좀 후회하시더라...



그러다가 삼천포에 출장을 오셨던 지금의 아버지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서로 눈이 맞아서 결혼을 하셨다.

그 당시에 아버지쪽 집안이 매우 가난했고 .. 아버지의 성격이 보통 성격이 아니시다 보니 .. 외가 쪽의 반대가 극심했는데 ..

결국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셨다. 이때부터 어머니의 삶에 고난이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매우 흉폭하게 변하셨다.   실제로 아버지에게 목이 졸려 돌아가실 뻔한 적도 있었고

만취하시면 집안의 기구들을 때려부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거기다 아버지가 10년간 일했던 곳을 그만두신 이후로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하셔서 오랜 시간동안 가난한 삶을 사셨다.

그리고 저의 고모들.. 어무이에겐 시누이들이였는데 .. 시누이들의 완장질도 장난이 아니였다고 하고...

친할머니가 같이 사시다보니 .. 시집살이의 고달픔도 따랐다.

할머니에 관련된 예기를 할려면 한 트럭이 될 것 같아... 이정도로만 언급하겠다.



거기다가 .. 어머니는 남들이 평생가도 겪어보기 힘든 사건들을 꽤 겪으셨는데 .. 그중에서 지인의 자살현장 최초목격자셨고

아는 사람들의 일가족이 모두 죽었는데 .. 그 현장의 최초목격자셨다. 그당시 뉴스에도 난 사건이였을 것이다.

이 예기를 내가 군복무중 상병때 휴가를 나와서 예기하다가 말씀해주셨는데 ..  

그떄서야 저녁에 옥상에 생선/빨래를 널러가실때 꼭 같이 가자고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인적없는 곳을 혼자 못 나가시는 거지.

지금도 매우 안쓰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가난했던 시절 .. 어렸던 형이 간질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려저 .. 1년동안 형을 데리고 ...어려 병원을 전전하시며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을 보내셨다. 이 때 .. 돈에 대한 욕망을 다 버리셨다고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시고 .. 몸은 노쇠하셨지만 지금은 평온함 그 자체인 삶을 보내고 계시다.

아버지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신 후 예전만큼 술을 안 드시고 .. ( 뭐 지금도 가끔은 드시지만 ... )

고모들도 각자 시집을 가신 후 결혼생활을 해보고 나니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셔서 ...

지금은 서로 고스톱도 매번 칠 정도로 고모들과 사이가 좋으시다.

사실 세부적으로 어머니의 삶을 예기할려면 책 한권을 써야 되기 때문에..  이정도로만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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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기본적으로 원칙주의자시다.

음식이든 빨래든 모든 것을 자기가 직접 한다는 마인드셨고 .. 건강 / 자기관리 철저를 입에 달고 사셨다.

결혼하신 후에는 외가보다 친가와 자식을 우선적으로 챙기셨고 .. 친척/지인들을 챙겨도 자신이 우선이 아닌 남을 우선적으로 챙기셨다.

오로지 가족 먹는 것에만 돈을 확 쓰셨고 화장품/귀중품 등 사치를 일절 안 하셨다.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성격을 음식을 하실 때 많이 드러나신다.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데 .. 근처 마트에서 장을 안보고...

김해 / 기장 / 자갈치 새벽장같은 곳에 가셔서 장을 보신다. 원재료에 매우 많은 신경을 쓰신다.

명절/제사에 들어가는 음식도 허투루 안하신다. 그래서 친척분들이 방문하셔서 식사하시면 매번 극찬을 하고 가신다.

오죽하면 .. 입이 매우 짧으신 작은고모부님도 우리집 식사를 엄청 잘 드실 정도니 ...

거기다 그냥 보내지 않고 남은 음식/과일을 충분히 싸셔서 챙겨가라고 하신다.

그렇다 보니 인맥이 넓다고는 못하지만 .. 가족/친치 포함 매번 전화가 오고 어무이를 찾는 사람이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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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몰랐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같은 삶을 사는 여자가 과연 있을까 싶다.

그만큼 자기희생으로 점철된 삶을 사셨으니깐. 요즘 시대 같았으면 바로 이혼이지.

오죽했으면 어무이한테 우리는 신경쓰지 말고 언제든지 이혼하셔도 된다고 했었으니까.. 크크

그럼에도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후회는 안하시더라.

당장의 이익과 손해에 매달리지 않고 사람과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삶. 정도(正道) 의 삶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

나도 그런 영향을 받았는지.. 이익과 손해에 매달리는 성격이 아니게 형성되었다. 물론 손해보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익을 챙기는데에 혈안이 된 성격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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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사회는 갈수록 타인보단 자기 자신의 마음과 이득을 먼저 챙기는 삶이 권유되고 있다. 개인주의라 해야 되나?

나도 그런 것에 동의하는 편이고.. 좁게 보면 가족, 넓게 보면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미련하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의 삶은 바보같은 삶이지 ..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그것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 느껴진다.

갈수록 개인화가 되는 이 세상에서 .. 타협하지 않고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삶이... 시대착오적인 삶이라 해도 ..

그 희생으로 인해 나도 그렇고 우리 가족이 온전한 형태로 유지가 될 수 있었으니까.

이런 것을 몇 마디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일까? 도저히 안된다. 굳이 표현하자면 .. 지금 글의 제목인 굳건함?

사실 이것도 정확한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다. 좋은 단어가 있으면 추천좀 부탁드립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0-10 01:2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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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히아이스
21/12/02 05:54
수정 아이콘
어머님이 단단한 분이시네요.
요즘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내돈은꿈많은백수
21/12/02 06:36
수정 아이콘
굳건함 희생 원칙주의 등등..
결국 다 자식(가정)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요.
자식에 대한 사랑이란 대원칙 아래 행동으로 나타난 세부 결과가 본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1/12/02 09:02
수정 아이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거 같은 좋은 내용이네요
미고띠
21/12/02 10:45
수정 아이콘
어무니 보고싶어지네요.
오늘내일
21/12/02 10:46
수정 아이콘
우리 어머니를 보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네요. 글 고맙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
21/12/02 11:13
수정 아이콘
강인하시네요
맛난스콘
21/12/02 12:43
수정 아이콘
그 시절 어머니들을 존경합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어느순간
결여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흔들리지않으시는..

지켜냄
온전함
단단함
견고함

이런 단어가 떠오르네요.

우리는 이렇게는 못하겠지만,
나중에 우리 딸이 똑같은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엄마처럼은 못한다'
21/12/02 12:54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만 누르고 가려다 댓글 한번 달아 봅니다.
"어질다"
임전즉퇴
21/12/02 20:25
수정 아이콘
평안하시고 장수하시고 훌륭한 자부 만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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