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3/26 17:09:34
Name 마음속의빛
Subject 동네 오락실 격투게임의 고수들과 박지호 스피릿!!
압도적인 물량!!

스타크레프트 배틀넷 공방 승률 30%... 10번해서 7번 지고 3번 이기는 실력의 나에게
그것은 하나의 이상이었다.

-----------------------------------------------------------------------------
level 1. 고수 = 자신이 원하는 유닛을 남보다 빠르게 뽑아서 사용하는 사람?
-----------------------------------------------------------------------------
어려서부터 동네 오락실에 있는 격투게임을 매우
좋아하던 나는 큰(강한, 한방에 적을 무력화시키는) 기술로 상대를 제압해내었을 때
나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며 승자의 미소를 짓곤 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1이 유행이던 시절.
오락실 기계의 조이스틱 마구 비비며 장풍 하나 나오기만을 바라는 나에게
자유자재로 승룡권, 용권선풍각, 파동권(장풍)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동네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1의  최강자 자리에 군림하게 되었다.

(그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1은 기술 사용이 정말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only 히드라, only 저글링, only 질럿의 꿈~~~>

------------------------------------------------------------------------
level 2. 고수 = 유닛들을 조합시켜 사용하는 사람?
------------------------------------------------------------------------
스트리트 파이터2가 나오면서 이러한 격투게임의 흐름은 일대 혁신이 이루어졌는데,
기술의 입력이 쉬워지고, 일반 공격(버튼만 누르면 사용가능한 주먹, 발차기)
과 기술이 연계가 되어 사용되던 시대가 찾아오면서 흔히 말하는
콤보 공격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공중에서 내려오면서 발차기(일명 날아차기!) 이어지는
강력한 일반공격(주로 강펀치) 곧바로 기술(대개 장풍계열의 원거리 기술)을
이용한 3단 연계기술이 제대로 들어가면 상대는 이미 패배한 것과 다름없었던
그 시절... 3단 공격은 야구로 비유하자면 굿바이 역전 홈런과 같은 매력이 있었다.

<배틀 크루져가 시즈 탱크와 만나기만 하면 역전승이다!!!>
--------------------------------------------------------------------------
level 3. 고수 = 끊임없는 견제와 도발 그리고 반격을 잘하는 사람?
--------------------------------------------------------------------------
킹오브 파이터 라는 게임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격투게임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속칭 짠손, 짠발이라 불리는
견제플레이와 한방에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필살의 기술이 대두되면서
저돌적인 혹은 적극적인 공격 위주의 플레이는 방어 위주의 신경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법 실력있다는 고수들끼리 맞붙게 되면 기대했던 강력한 기술보다는
상대의 틈을 노리는 속임수 동작을 취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불리해진 상대가 저돌적으로 파고들어오면 그것을 반격할 수 있느냐
반격하지 못하고 당하느냐로 승패가 갈리던 시절...

견제와 견제로 적의 발을 묶고 간간히 나오는 강렬한 연속 공격!

많은 사람들이 '그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환상적인 공격을 보기 위해 수십 분 동안
오락실 자리를 지키며 고수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싸워라.. 싸워라.. 저글링은 긁고 물어뜯고, 히드라는 침 뱉어줘라..
조금만  기다리면 울트라 + 가디언 조합이 완성된다~~~>

-------------------------------------------------------------------------
level 4. 고수 = 견제 잘하고 심리전에 능한 사람?
-------------------------------------------------------------------------

"1초는 작은 차이 같지만, 1초의 차이가 1백번이 벌어지면 1백초의 차이가.."
- 신주영 선수

상대보다 한발 앞서 기술을 사용하면 고수로 취급되던 시절이 지나가고,

주력 유닛을 조합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버린 상향 평준화의 시대!

한가닥 한다는 실력자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상대를 도발하는 견제, 자신이 유리한 상태에서 맞붙으려고
끊임없이 상대를 도발하면서 정작 자신은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판국이었다.

어쩌다 강력한 한 방 기술이 보여질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꾸준한 견제를 통해 전력상의 우위가 확연하게 드러날 때가
대부분이라 구경꾼들로 하여금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대의 플레이를 무시하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식 공격을 퍼붓는 사람이
등장했으니...

그 공격패턴이라는 게 너무도 단순했기에 구경꾼들조차
'그 공격은 안돼!' 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모한 공격만을 시도하다가
그 사람은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되었다.

그 사람은 계속해서 도전을 했고, 도전한 만큼 패배도 많았었지만
무모하게 보이는 그의 공격이 이따금 상대에게 강렬한 피해를 입히고
역전의 경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의 플레이에 신선한 자극과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게임을 했고
압도적인 숫자 차이로 많은 패배를 경험하게 되었지만,
구경하던 사람들 중 일부의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비록 졌지만, 이전에 고수들이 이긴 경기보다 더 재미있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짤막하게 몇가지 충고도 해주며 그 사람을 응원하기 시작했었다.

<지금 달려가는 질럿들에겐 미안하지만... >

--------------------------------------------------------------------------
level 5. 고수 = ??????????????????????????????????????????????
--------------------------------------------------------------------------
요즘들어 박지호 선수와 관련된 동영상만 보면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을 참기 어렵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 동네 오락실의 2인자로 군림했던 어떤 사람과
박지호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하기 때문에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

격투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상식으로 알고 계시겠지만,
큰 기술을 자주 난발하는 사람이 고수가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고수라는 사람들은 대개가 큰 기술을 난발하지 않는게 일반적입니다.

왜냐하면, 큰 기술 (=강력한 기술)은 그만큼 헛점이 많아
역공을 당하기 쉽고, 고수들은 이런 작은 틈도 쉽게 파고들어 맹공을 펼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우리 동네에서 강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을 사용하는 타이밍이 남보다 한 발 앞섰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술이 나올지 대충 예상은 되지만, 예상보다 한발 앞서서 몰아치는
공격에 상대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릎을 꿇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더군요.

-ㅅ- 요즘 박지호 선수의 쏟아져나오는 물량을 보면
정말 살맛 납니다~

정말 단순한 유닛조합이기에 어떻게 공격해올지 대충 예상은 되지만,
예상보다 한발 앞서서 몰아치는 질럿 러쉬~
그리고 예상보다 많은 수의 질럿들...

박지호 선수 스페셜 동영상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박지호 선수! 당신의 물량을 보며 스타크레프트 하수 한 명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차기 온게임넷에서도 힘내십시요!!

열심히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0^

(이러면서도 박성준 선수가 나오면 박성준 선수만 응원할 게 뻔한 나... -┏)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28 08:02)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3/26 17:2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MeineLiebe
06/03/26 17:22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시원한 글 읽었습니다~~~
마지막10새
06/03/26 17:27
수정 아이콘
막판 공감...박성준VS박지호면 박성준 나머진 박지호 응원
미녀는석유를
06/03/26 17:48
수정 아이콘
진짜 라박선수 스페셜 동영상 보면서 웃음밖에 안나오더군요 허허허...

'지금 달려갈 저 질럿들에겐 미안하지만..'
게레로
06/03/26 17:52
수정 아이콘
박지호 화이팅....!!
진리탐구자
06/03/26 17:54
수정 아이콘
예전의 물량형 선수들과 구분하자면 '몰아치는 물량'이죠. 흐흐.
애연가
06/03/26 18:05
수정 아이콘
"구멍이 있다면 뚫어야 남자지" -진 게타로보 中 료-
06/03/26 19:52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 사실 킹오파도(98같은경우;;) 기본기(요즘 스타에서의 기본기와 흡사..) 한 캐릭들이 A급 캐릭들이었죠. 그런의미에서 박지호선수는;; 특이한 케이스
AstralPlace
06/03/26 20:05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이네요.
확실히 박지호선수의 스타일은 격투게임에 비교하자면 기본기+콤보가 아닌 큰 한 방을 노리는 잡기형 캐릭터 스타일이랄까? 그런 포스가 느껴집니다.

(실제로 상당수 게임에서 잡기 주력 캐릭터들은 보통 약체로 분류되지만 또 그만큼 매니아층도 두터운 아이러니한 면을 보여주는;;)

...갑자기 격투겜 얘기가 나오니 버파를 하고 싶어집니다.;ㅅ;
06/03/26 21:07
수정 아이콘
잡기 기술 하니까 철권의 킹이 생각나네요.. 푸는법을 조금만 늦게 먹여도 그냥 퍼펙트.ㅡㅜ;;당하면서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박지호 선수의 최대 강점은... 쏟아부은것보다 더 많은 유닛이 본진앞에서 대기중이라는.ㅡㅡ;;;
biscuit in grey
06/03/26 21:16
수정 아이콘
킹오파 97의 추억..
pErsOnA_Couple
06/03/26 23:40
수정 아이콘
전 박지호 선수 물량 보고 있으면 철권태그의 진이 생각납니다.
니 하고 싶은거 해라. 나는 어쨌건 초풍, 초풍, 초풍, 초풍이다. 막을수 있으면 막아봐라. -_-

사실 대전게임 초고수들 경기는 재미가 없죠. 태그 팀배틀 한창일때 진 둘이서 대시초풍 간격 내에서 10여초를 왔다갔다..-_-; 짠손 내밀면 곧바로 뜨는 초긴장의 세계인 거죠.

잡기캐릭터가 최강 캐릭터였던 대전격투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버파2.
제프리, 울프가 아닙니다. 호연락의 카게도 아닙니다. 대전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강의 잡기, 붕격운신쌍호장을 장착한 아키라입니다..-_-; 3부터 붕격 첫타가 중단기였었지, 2때는 잡기였습니다. 요자천림 2타까지만 때려놓고 시작되는 무한한 심리전.. 상대는 피가 마릅니다.

어쨌건 박죠 멋져요..-_-b
라이크
06/03/27 00:42
수정 아이콘
우메하라가 떠오르네요.
승룡오탁후 -_-;;;;
엘케인
06/03/27 08:21
수정 아이콘
좋은글입니다.
06/03/27 09:43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클락과 블루마리 다이몬고로 거기에 각성야시로로 이어지는 킹오파의 잡기캐릭 친구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Den_Zang
06/03/27 14:2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하하하
데스싸이즈
06/03/28 14:18
수정 아이콘
JPstyle 님/// 제가 제일 싫어 하는조합이군요...
블루마리를 기가막히게 잘하는 친구넘이 있어서....
해왕성
06/03/28 17:28
수정 아이콘
-.-제가 오락실 가스 더킹하면...-.- 고르는게...
다이몬고로, 클락,블루마리 고릅니다..-.-
거기에 더킹98일경우 각성야시로, 셀미,클락 해주는 센스!
마음속의빛
06/03/28 17:49
수정 아이콘
킹오브 파이터즈 이야기가 나오니, 유머 게시판에 누군가 올려주셨던
게임 케릭터로 만든 플래쉬 이미지가 생각나는군요.
그 분 작품들 보고 싶은데..ㅠ.ㅠ
EpikHigh-Kebee
06/03/28 18:30
수정 아이콘
쓸데 없는 말이지만..
사람들이 레이 우롱을 하나도 안하길래 철권TTT에서
기술표 같은거 다 외우고 그래서 오락실 최강자가 된 기억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700 사형제도에 관하여... [76] IntiFadA5701 06/04/11 5701
699 미국 실리콘 밸리 - 첫 이야기 - 정리해고, 퇴직 [11] netgo6736 06/04/11 6736
698 이번 신규맵을 해보고.. [11] 하늘하늘8139 06/04/11 8139
697 [잡담]스틸 드래프트가 만들어지기까지. [36] Davi4ever7315 06/04/08 7315
696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61편(BGM) [29] unipolar6386 06/04/07 6386
695 최연성의 스포츠서울 스타고백 모음집 + 최연성 선수에 대한 나의 생각 [57] 말코비치16663 06/04/03 16663
694 온게임넷 스타리그 24강 대진방식 정리(베타버전) [66] http9433 06/04/01 9433
693 프로토스로 저그를 이기는 법. [71] 4thrace13698 06/04/01 13698
692 "이윤열, 개선이 아닌 개혁으로" [31] Frank Lampard12299 06/03/29 12299
691 하드코어 질럿 [17] legend7631 06/03/29 7631
690 #유즈맵세팅 개론, 그리고 생산과컨트롤 [15] Ase_Pain9659 06/03/28 9659
689 [yoRR의 토막수필.#19]일상다반사. [18] 윤여광5197 06/03/28 5197
688 동네 오락실 격투게임의 고수들과 박지호 스피릿!! [20] 마음속의빛8325 06/03/26 8325
687 사진 몇 장과 기억들.... [6] 네로울프5523 06/03/27 5523
686 나만의 필살기!! [27] DeaDBirD6232 06/03/26 6232
685 [D4 Replay](8)4년 전의 노트를 꺼내어 [9] Davi4ever5241 06/03/24 5241
684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60편(BGM) [40] unipolar6108 06/03/23 6108
683 온겜 신규스타리그 16강 선발을 위한 3위결정전(16강진출전)의 보완방법 [15] 마술피리7387 06/03/22 7387
682 종족 상성의 문제를 해결할 덤과 같은 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규칙에 대해서... [24] jjune5702 06/03/22 5702
681 계란빵을 세개 샀습니다. [30] 8757 06/03/22 8757
680 e스포츠.. wwe와 풋볼의 기로에 서다. [56] DeMiaN7806 06/03/21 7806
679 YANG..의 맵 시리즈 (4) - 실패작들. [30] Yang9610 06/03/21 9610
678 사이버 포뮬러...?! [53] epilogue8004 06/03/20 800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