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토르는 위풍당당하게 집에 가고 있었다. 그의 망치는 언제든 거인의 머리를 부숴버릴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그 날따라 보이는 건 없었고, 토르는 뭔가 아쉬워하면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토르,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어색했다. 이해하기 힘든 어색한 공기 속에 어색한 작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토르도 아는 이였다.
"토르님, 안녕하세요."
드베르그 특유의 장난끼가 사라지며 쭈뼛대며 인사하는 그의 이름은 알비스, 다른 드베르그들처럼 신들의 무기와 입을 것과 아무튼 이런저런 것들을 다 만들어 바치던 불쌍한 난쟁이였다.
"어, 그래. 오랜만이다. 무슨 일이야?"
"에, 저 그게 간곡히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요."
이번엔 또 뭔가 -_-; 거인이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집이 무너지든가 하는 건 지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왠지 토르는 이 분위기가 익숙했다.
"설마 신이랑 결혼하게 해 달라고 할 건 아니고 말이야."
"네, 바로 그겁니다!"
"... 또냐."
또 프레이야인가? 뭐 여신은 다 예쁘니까 누굴 또 찍든가 했겠지. 그래 누군지 들어나보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답은 바로 튀어나왔다. 순간 그는 망치로 그를 찍을 뻔했다.
"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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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된다는 겁니까? 저 자신 있습니다. 제가 토르님께 공.짜로 해 드린 게 얼마나 됩니까? 드베르그는 신을 욕심 내면 안 됩니까? 아니 예전에 프레이야님은..."
"죽기 싫으면 그 얘기는 꺼내지 마라!"
그렇게 스포일러 방지를 한 토르는 숨을 좀 몰아쉬며 진정하고 다시 얘기를 들었다. 어쨌든 마냥 무시할 순 없었다. 드베르그들 없으면 신들은 어쩌란 말인가 -_-; 그들이랑 사이가 멀어지면 더 이상 날로 먹을 수 없게 돼 버린다!
"저도 온갖 일에 단련된 몸, 토르님이나 다른 신들보다는 못 해도 힘도 자신 있습니다. 거기다 머리도 좋아요. 제가 모르는 건 세상에 없을 걸요? 시험해봐도 좋습니다. 그러니... 통과하게 되면 제게 꼭 주십시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정말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박또박 다시 말 했다.
"토르님의 하나뿐인 따님, 스루드님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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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스와 스루드
토르는 아예 망치를 내려놓았다. 홧김에 찍을 것 같았다. 아니 다른 여신도 아니고 하필이면 금이야 옥이야 키우던 그 예쁜 스루드를? 눈을 돌려보니 스루드는 저기서 숨어서 빼꼼히 이 쪽을 보고 있었다. 넘어간 건가? 에이 설마 보석 보고 그냥 기뻐하던 참이었겠지. 그렇겠지. 절대 난쟁이 놈에게 넘어간 건 아니겠지
"야 이놈아! 스루드는 이제 겨우 뽀로로 볼 나이란 말이다!"
"아니란 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절대 안 돼!"
"원하신다면..."
"아니 이 놈이! 디지고 싶냐 -_-"
"이 정도로 진심인 겁니다. 장인어르신, 제 마음을 받아주십쇼. 정말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그냥 때려죽여도 되긴 한다. 하지만 거인도 아닌 신들의 하수인인 드베르그를 상대로 그러는 건 너무 심했다. 자기의 명성에도 흠이 가니까. 어쨌든 그는 드베르그와 가장 친한 신이 아니던가.
그는 정말 평생에 한 번, 아니 정말 유일한 일이 아닌가 할 정도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이걸 떼 내야 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그리고 정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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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내가 너의 총명함을 시험해보지. 내 질문을 모두 맞춘다면 너에게 내 딸을 주겠다. -_-"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쇼"
"휴..."
"여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을 뭐라 하냐."
"인간에게는 땅, 신들에게는 들판이며 바나 신족은 길이라 부르죠. 거인들은 늘 푸른이라 하고 알펜들은 자람이라 하며 어쩌구저쩌구 불라불라..."
"바람을 세상에선 뭐라 하지?"
"인간에겐 바람이오 신들에겐 나풀거림이며 거인들은 울음 소리라 하고 알펜들은 시끄러운 자라 하죠. 지하에서는 울부짖는 자라 부릅니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계속됐지만 알비스는 모든 걸 맞추었다. 하늘, 달, 해, 구름, 바다, 공기, 바다... 세상 만물을 다 물었지만 그는 단 하나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랬다. 그는 "모든 것을 아는 자"(der Allwissene)였다.
슬슬 토르에게도 한계가 다가왔다. 머리를 싸맨 토르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 했다.
"내 주머니에 있는 게 뭐지?"
"... 그거 표절입니다. 전 골룸이 아니구요."
"농담이었다구 젠장 -_-."
토르는 더 고민해야 했다.
"이 글이 올라오는 곳이 어디지?"
"pgr21이죠. 그 역사는 좔좔좔 이건 어쩌구 저건 저쩌구 흑역사는..."
"거기까지. 올라가자마자 잘릴 일 있냐."
"자... 더 물어보실 게 있으신가요?"
"먼 동쪽 땅의 끝에 반도 하나가 있다. 그 곳의 역사를 말 해 봐라."
"맨 처음 기록돼 있는 역사는 고조선이요 그 다음에는 소국들이 난립하다가 삼국으로... 근데 북유럽 신화에서 이게 왜 나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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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는 한숨만 쉬고 있었고, 알비스는 히죽거리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물어볼 게 없다 생각한 모양이었다.
"자, 이제 끝났죠? 더 이상 할 것 없죠? 이제 스루드님을 제가 모셔도 될까요?"
바로 그 때였다. 토르는 썩소를 짓고 있었다. 알비스는 그게 허세인지 아닌지 생각하며 긴장해야 했다.
"그래. 딱 하나만 더 물어보마."
알비스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토르에게까지 들려 왔다.
"지금 몇 시지?"
그 때, 해는 이미 첫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은 금새 밝아졌고, 힘세고 강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드베르그는, 이미르의 시체에서 나온 구더기에서 태어난 이 불쌍한 난쟁이들을 햇빛을 쬐면 안 되는 몸이었다.
무언가 비명을 내뱉기도 전에 그는 순식간에 돌이 되었다. 토르는 웃으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렇게 아스가르드는 또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 그리고 이것은 토르가 지혜로 문제를 해결한 처음이자 마지막 일이 되었다. 딸을 주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은 생각보다 강한 모양이었다.
... 그냥 스루드에게 반했을 뿐인 알비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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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 _-)a
반지의 제왕 전에 나오는 트롤 3마리가 빌보랑 난쟁이들을 잡아먹으려다가 간달프의 꾀에 빠져 돌이 되는 건 이걸 모티프로 하는 것이죠.
아버지는 강한 모양입니다. 이거 말곤 다 무식하게 힘으로 싸우는 얘기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