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1/11/28 19:22:23
Name PoeticWolf
Subject 결혼했더니 "아이고 나 죽네"
"결혼하니까 참 좋드라. 빚을 지긴 했지만 집도 생기고, 차도 생기고, 날 아침 저녁으로 챙겨주는 아내가 있고. 조금 더 있으면 날 아빠라고 불러주는 아기도 생기겠지."
당시 반년 전 먼저 결혼한 녀석이 오랜만에 댕기머리들만 모아놓고 말을 꺼내더니, 잠깐 숨을 들이켜 골랐습니다. 그 작은 숨소리가 흐느낌처럼 들렸던 건 곧바로 이어진 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내가 없어졌어...."

처음엔 달지만 결국 혀뿌리 뒤편까지 엉기게 되는 엿을 먹은 것처럼 짧게 '와'하고 웃었다가 잠시 후 긴 충격을 떠안게 된 댕기들은 평생 행복한 연애만 하다가 죽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뭐, 지금까지 촌스런 댕기를 따고 다니는 놈은 딱 둘이지만요.
친구의 저 말은 사실 결혼을 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진리에 가까울 정도의 사실입니다. 다만 제 반응이 그땐 엿 먹은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그 엿에 오래된 충치가 다 뽑혀 나온 개운한 기분이랄까요.

사실 남자라면 세상을 한번은 호령하고 싶을 겁니다. 이름 한번 떨치고 뭇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자유한 댕기머리 펄펄 흩날리며 온 세상 춘향이를 다 갖고자 하는 건, 남자들의 본능 이라죠. 게다가 결혼이란 거 되게 비싸잖아요. 비싼 돈 들여 한 여자의 품을 소유하느니, 회당 가격을 좀 저렴하게 하여 여러 품을 누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저렇게 따져 봐도 결혼 하는 것이 미친 것까지는 아니라도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세상이 맞습니다.

게다가 결혼을 한다고 온통 핑크빛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집을 얻으면 덤으로 얹어 주는 줄 알았던 바가지(요건 결혼하면 덤), 주전자, 때 타월, 휴지통, 크리넥스, 부침개, 식수가 전부 피 같은 내 월급에서 나가고 엄마가 조르고 졸라야 겨우 큰 마음먹고 전구 가는 것 말고는 집안 일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망치와 펜치, 페인트붓을 쥐어야 하며, 일요일 스스로의 짜파게티 요리사가 몇 번 되어본 것 말고는 어쩐지 자동 리필이 되는 냉장고 음식을 쏙쏙 빼먹은 게 전부인데 이젠 그 기억을 더듬어 가끔이지만 아내와 수동으로 식탁을 차려야 합니다.

신혼의 재미요? 페인트 칠도 문과 문지방 두 세트까지만 재미있지(나 한 세트 아내 한 세트) 그 다음은 차라리 출근하고 싶어집니다. 집 융자 때문인데 회사 사람들은 갑자기 내가 유해졌다며 결혼 참 잘했다는 덕담과 일거리를 인심 좋게 안겨주면 사람 좋은 미소로 이라쌰이마세 해야 합니다. 어디 회사뿐인가요. 집에 오면 심심할 새 없이 떨어진 싱크대 시트지 새로 오려 붙여야 하고, 갑자기 돌아가지 않는 보일러를 몇 번 두드려야 한다던 지 유난히 스산한 방 창에 종이를 덧대고 아까 돌린 빨래에 섬유유연제를 제시간에 적당량 뿌려주어야 합니다. 세탁기 알림음을 놓쳤다면 헹굼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그러면 피 같은 월급이 더 깨지죠.

아니, 원대한 하늘을 품고 사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싱크대 무늬 좀 벗겨진 거, 세탁기 타이밍에 수도세 좀 더 나가는 거 따위 불편하지도 않은데, 문풍지를 통해 바람 좀 들어오는 거 보일러 더 세게 틀면 그만인데, 퇴근하고 들어와 샤워할 새도 없이 팬티 바람으로 앉아 시트지 가위질이나 하고, 네이버 키친을 뒤지며 티스푼 단위의 요리 재료를 일일이 신경 쓰고 있는 내 꼬락서니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있나, 하루에도 몇 번씩 묻게 됩니다. 하지만 대답할 새도 없이 바닥난 보리차를 사러 나가는 김에 집안 물건 다 훑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고, 도착한 매장에서 하는 흑맥주 여섯 캔들이 할인 행사를 보고 카트에 집어 넣었다 뺐다를 해야 합니다. 아까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은 일상의 필요와 당장의 치사한 갈등 아래로 묻혀버립니다. 덩달아 나라는 존재도 간 데가 없습니다. 아침이면 그런 하루가 다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런 하루를 주억주억 길어 올리다 보면 회사에서 별 능력 없어 보이던 유부 상사가 자기 집 이야기를 할 때 어쩐지 대단해 보입니다. 마트에서 아내 뒤를 카트 밀며 하릴없이 쫓아 다니다가 과자라도 집어 들면 어느 새 뒤돌아 보는 아내의 낯선 눈빛에 그저 봉지만 본 것이라며 눈도 못 마주치면서 옹알이를 하는 한심한 아저씨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세상에서 큰 일을 하는 사람들만 눈에 들어왔는데, 마트 시식 코너에서 소시지를 밭으게 자르시는 어머님들, 그 사이를 빗자루를 들고 쓰시거나 신라면 상자들을 소리 없이 나르시는 아버님들을 보며 내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어제 페인트칠 하다가 유리창에 묻은 자국이 어렸을 때 살던 집 유리창에 묻은 희끄무리한 얼룩을 닮았고, 구석구석까지 디테일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탓에 항상 방구석 부분이 두리뭉실 떠 있는 누런 장판은 어렸을 때 호기심에 들어 올려서 기어이 시멘트 입자를 만져보던 옛 집 바닥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반찬 투정하시던 아버지, 반찬 값 투정하시던 어머니를 이제야 마트에서 만나고, 서툴게 집안 보수공사를 하시던 젊은 엄마 아빠를 값싼 신혼방에서 대면합니다. 아내와 싸우며 지겹던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었고 별 거 아니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지 않겠노라고 했던 우리 부모님의 전철 밟기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음을 발견하는 겁니다.

결국 무의식 속에 구부정한 허리로 남아 있는 건 부모님이 가족을 위해 했던 작은 일들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크리에이티브나 황순원 씨의 고운 언어, 도가니라는 작품이 주는 충격은 대차게 꼿꼿한 허리를 가지고도 삶의 외피에 머물 뿐입니다. 인류가 계속 살아오면서 형성해온 가장 전형적인 삶의 패턴을 대부분의 사람이 어쩔 수없이 답습하게 되는 것도 그런 연유겠지요. 또한 대형 마트에서 편하게 신라면을 집어 들 수 있는 것도, 동네 쓰레기장의 정리정돈이 늘 잘 되어 있어 쓰레기를 버리러 들어갈 때 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전부 매일 같이 작은 일을 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붙여 놓은 시트지 때문에 아내가 더 청결한 기분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문풍지 덧댄 것 때문에 난방비를 아끼게 되니 주말엔 연인처럼 데이트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여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 남자 스스로에게 상상 이상의, 직접적이기까지 한 플러스 요인입니다!) 작은 일을 오롯이 감내하는 게 거룩한 것이라는 걸, 그래서 그것이 고결함을 꿈꾸는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걸 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생활조차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을 안타까워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넉넉해집니다.

작은 일들이 손에 익어 가면 익어갈수록 내 자신이 없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가히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그 순간을 참고 참은 후 되돌아보면 젊은 날의 치기와 혈기가 만들어낸 이상이 죽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는 그 이상이란 것이 결국은 작은 것을 당연히 지나치는 오만한 자아상일 뿐이었습니다.
작은 일을 한다는 건 곧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고, 잘못된 이상이란 건 당장의 현실에 비해 뒷심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나 자신인 것처럼 가지고 있던 이상이란, 팬티 바람으로 시트지를 자르거나 추리닝에 캐주얼 마이 차림으로 하잘 것 없는 집안 생필품을 고르는 데 귀한 시간을 할애하다보면 오래된 장난감 속 건전지가 녹아내리듯 천천히 사라집니다. 그러고 나면 건전지가 나의 동력이 아니라 주인 꼬마의 손이 동력이 되어 더 다양한 움직임, 혹은 더 빠른 속도를 구사하게 됩니다. 자동차인 줄 알았던 내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되기도 하고, 아래 위로 까닥까닥 움직이던 고갯짓이 다인 줄 알았는데 양 옆을 볼 수도 있게 됩니다. (여기서 전 아내를 ‘주인 꼬마’에 빗댄 것일까요? 쓰고도 모르겠네요. 아..니겠..죠?)

전 아직 없어져가는 중입니다. 집안 일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아, 좀! 내일 하자! 하늘 같은 남편이 구름처럼 쉬고 싶다!’라는 말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거 보면 아직 건전지가 남아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축복받은 외모(약간의 소설 요소를 가미했습니다.)를 샤프하고 깔끔하게 꾸며 밖으로 나돌기 좋아하던 놈이 ‘신혼 금슬살’과 ‘아저씨’ 속에 묻혀버린 걸 보면 뭔가 일부 사라진 것도 확실합니다. “내가 없어지고 있다.”던 친구 놈은 사실 그 말이 ‘내 젊은 날로부터 자유해지고 있다.’라는 의미인 걸 알고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그 놈의 삶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혼은 구속이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자유해지는 절차입니다. 아무리 비싸도 해볼 만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내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속에서 스스로를 스피디하게 지우고 곧바로 가정에 헌신합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징징대지도 않고요. 비싸게 공을 들일 가치가 분명 있습니다.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29 22:3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강호
11/11/28 19:27
수정 아이콘
에게로!!! 멋집니다
SangHyeok Jeong
11/11/28 19:28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
많은 부분 공감되네요. 추게로~!!
JunStyle
11/11/28 19:29
수정 아이콘
훌륭한 글입니다. 다만 결혼하기 싫어지는군요.
비갠후에
11/11/28 19:29
수정 아이콘
저도 곧 12월에 결혼하는데 이 글이 위로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11/11/28 19:31
수정 아이콘
좋네요.
Baby Whisperer
11/11/28 19:32
수정 아이콘
아이아빠로서 격하게 공감합니다. 추천날립니다.
11/11/28 19:36
수정 아이콘
좋네요. 하지만 역시 이런 글을 읽을때마다 총각인 저로서는 정말 결혼은 꼭 해야 되나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연애만 하고 평생 살수는 없나...
천마도사
11/11/28 19:37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글이네요. 웬지 훌륭한 아빠가 되실것 같아요 ^^
켈로그김
11/11/28 19:40
수정 아이콘
저도 아직 덜 없어졌습니다..
생활은 나 스스로를 계속 지우라고 하지만, 아직 "없어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강해서인지
어제 없어진 나는 오늘 다시 살아나지요.

주변에서 뭐라고 합니다.
"그래봤자, 애 생기면 너도 끝난다. 적당히 개겨"

(저도 추게로 찍었습니다. 맛있는거 좀 보내주세요.)
11/11/28 19:42
수정 아이콘
추게로! 추게로! 추게로!



그런데 결혼은.... 음, 생각 좀 해보구요 크크크크
11/11/28 19:48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글입니다~ 에게로! [m]
11/11/28 19:49
수정 아이콘
집에가는 퇴근길, 멈춰서서 추천을 누르고 스크랩 해갑니다.
다만 총각 입장에서 결혼이 무서워지긴 하네요. 푸하하
11/11/28 19:51
수정 아이콘
훌륭한 글입니다. 다만 보다보니 결혼하기 싫어지는군요 22
가시눈
11/11/28 19:52
수정 아이콘
아파트 뒤 창문으로 보이는 그 수 많은 세대의 가족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다들 결혼을 했을까? 다들 뭐해먹고 살까?라는 의문을 바보처럼 되뇌입니다. 아직 철이 덜 들어 그런지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은 저지만 자식을 낳고 그 아이에게 매몰되는 팍팍한 삶을 살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삶의 목적이 내 2세를 위한건 아니지 않을까요?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가 참 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11/11/28 19:55
수정 아이콘
이거 추천합니다.
현실적이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비유가 난무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소통™
11/11/28 20:11
수정 아이콘
추천하려고 일년 만에 로그인했네요.

근데, 눈물이.......

아, 그랬군요. 젊은 날의 치기어린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있는 거였군요.

전 이런 생각조차 못해본 채 어느덧 너무나 익숙해졌나 봅니다.

내년이면 큰 애가 학교들어가네요.^^
야광충
11/11/28 20:12
수정 아이콘
내년 2월에 아빠가 됩니다. 어느덧 저도 유부남 3년차네요.... 결혼생활하면서 머리속에 맴돌던 많은 단상들을 고개를 끄덕거리게 잘 풀어놓으셨네요.. 많이 공감가는 글입니다. 결혼 생활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었고 매번 새로운 상황과 미션에 당황하지만, 굳이 한 줄로 니 생각을 말해보라 한다면 '좀 더 일찍 결혼할 걸' 이라고 하고 싶네요. 조선시대에 나이와 상관없이 왜 결혼해야 상투를 틀고 쪽을 지었는지 이해가 가는 요즘입니다.
이강호
11/11/28 20:16
수정 아이콘
근데 집안일도 해보니까 잼있더라구요...
민주인후아빠
11/11/28 20:25
수정 아이콘
결혼.... 남자를 버리십시요... 남편밖에 안 남습니다.
돈.... 내가쓰는돈 급여에 10%????
그래도 얻는것도 있습니다.
선택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유부남들은 술마실때 총각들한테 항상 말하죠 "결혼하지 마라"
11/11/28 20:31
수정 아이콘
요즘 안그래도 마누라랑 다퉈서 심난했는데
참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
심난했던 마음이 어느정도 풀어짐을 느낍니다... 감사..
一切唯心造
11/11/28 20:40
수정 아이콘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왜 공감이 되는 것일까요
맞춰가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11/11/28 20:41
수정 아이콘
유부남들은 전부 추천할만한 글이네요
특히 "근데, 내가 없어졌어...." 이말은 너무 공감이 갑니다.
일주일에 두어시간만 내시간이 있었으면....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우리 마누라도 쉬고싶고 놀고 싶을텐데...' 하면서 참고 있습니다.
한가지 너무너무 좋은점은 역시 자식이겠지요
4개월된 딸내미가 그렇게 이쁠수가 없습니다.(물론 뻥안치고 졸라 힘들어요 애 키우는게...5키로가 빠졌어요...;;)
그래도 날보며 웃는 딸을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무지개빛깔처럼
11/11/28 20:47
수정 아이콘
예전엔 약간 헛된망상을 했던 모습이 결혼을 하면서 보다 현실적으로 되고 그렇게 반복되는 삶속에서 구체적으로 뭔가를 생각해볼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미혼자가 받아들이기엔 그런 말씀이신거 같은데... 궁금해서요 ^^;
화잇밀크러버
11/11/28 21:03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근데 결혼하기 싫다는 맘이 더 커지네요... ㅠㅠ;
honnysun
11/11/28 21:08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페북링크 버튼이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주소 링크를 하니 왼쪽에 축구 야구 배너가!!!
11/11/28 21:1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에게 거쳐 추게로!

결혼을 좀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朋友君
11/11/28 21:43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다만 "근데, 내가 없어졌어"라는 말은 "다른 내가 생겼어."라는 말로 대치하고 싶습니다. ^^;;
ArcanumToss
11/11/28 22:00
수정 아이콘
내가 없어질 수록 우리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내가 그대로 있다면 일심동체가 될 수 없고 이심이체로 남겠죠.
다시 말해 결혼은 둘이 하나가 되어가는 성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죠.
11/11/28 22:09
수정 아이콘
우선 추천부터 꾸욱
멋진글이에요 소소한일상 감동 몰려옵니다
늦게퇴근하고오니 말끔하게 집청소해놓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설겆이까지 완료한 남편이 넘 사랑스러워지네요
세이시로
11/11/28 22:11
수정 아이콘
신혼남편으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그런데 저는 자취를 오래 하다 결혼해서 그런지 그런 사소한 집안일 하나하나도 더 신경쓰게 되고 밥도 같이 챙기니까 더 잘 먹게 되고...
그런 것들이 참 편안하고 행복하게 다가오더군요.
초반 문장이 워낙 강렬했지만 끝 부분에서 해석한 '젊은 시절의 나'와의 이별이라는 것에는 적극 동감하고요.
사실 나이만 먹었지 어린이처럼 살았는데, 이제 결혼해서 진정한 어른이 되려고 결혼을 택한 저로서는 얼른 다른 제가 되고 싶습니다. ^^
파랑파랑
11/11/28 22:1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헥스밤
11/11/28 22:39
수정 아이콘
작은 일을 한다는 건 곧 현실을 살아가는 것.

미친 글이군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Tristana
11/11/28 23:38
수정 아이콘
추게로 꺼져버려~ 라고 하고 싶습니다.

전 이거 읽으니 정말 결혼하고 싶네요.
아직 한참 뒤에 하겠지만 ^^;
시작은달콤하게
11/11/28 23:3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아내 입장에서 보고 처음엔 살짝 발끈했지만 계속 아래로 읽다보니 이해가 되고요. 마지막 부분엔 많이 공감합니다. 더불어... 남편분은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라는 진행형이지만 아내는 이미 벌써 예전에 진작에 없어졌을겝니다. 서로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짧게나마 온전히 갖을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보시는건 어떨까요.
11/11/29 00:28
수정 아이콘
추천하고 싶어 오랜만에 로긴했습니다,. 글 쓰시는 분이거나, 학문을 하시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의 글 같습니다. 글솜씨가 너무 휼륭합니다. 살짝 과장 보태면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캐비닛이라 소설을 쓴 필력 좋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생각날 정도로 필력이 쎄시네요. 맘 울적했는데 님 덕에 풀고 갑니다.~~!
11/11/29 00:45
수정 아이콘
잘 쓴 결혼예찬론을 읽을 때마다 결혼은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집니다. 저와 결혼은 정말 안맞나봐요.

미혼인 지금 상태가 만족스러운 건 결코 아니지만 결혼 후 더한 지옥에 빠지게 되는 게 너무 무섭네요. 물론 결혼으로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갬블을 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요. 2세라는 족쇄까지 생겨버리면 도망칠 수도 없는 지옥이겠죠.
결혼으로 행복해지고 싶긴 하지만 결혼으로 불행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전자보다 훨씬 더 커요.

숱하게 지나쳐가는 소모적인 연애와 섹스들 중에 언젠가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그런 여자를 만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JunStyle
11/11/29 01:20
수정 아이콘
다시 한번 읽어봐도 정말 훌륭한 글이네요. 원하시는 주장도 확실하고, 비유도 좋구요. 내용에 반전이 있어서 주장하시는바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하나 하나 리플 달아주시는 것도 정말 친절하시구요.


그런데 결혼은 하기 싫어지는군요^^
13롯데우승
11/11/29 02: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평소에도 결혼에 부정적이었는데, 이렇게 경험자의 말을 들으니 더욱 그 의지가 확고해지네요.
어떤날
11/11/29 07: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결혼생활의 단면을 너무 명쾌하게 써주신 것 같아요. 결혼하기 싫어진다는 (두려워진다는) 리플들이 많은 거 보면.. ^^ 사실 글에 적어놓으신 안 좋은 면들은 미혼들이 많이들 생각하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부분의 장점들은 와닿지가 않거든요. 결혼적령기가 아니라면 더더욱이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걸 보면 뭔가가 있기는 한 거겠죠. 근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 아직 모르겠네요. 언젠가는 알게 될 날이 있을런지.. 크
11/11/29 07:4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결혼에 부정적이 되는 군요!!

근데 난 이미 결혼해서 애까지 있잖아? 아마 난 안될 거야...

에에잇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어서 에게를 거쳐서 추게로 사라져버리십시오!
goGo!!@heaveN.
11/11/29 08:49
수정 아이콘
아...격하게 공감합니다.
전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내년 3월에 식을 잡아놓고 올 8월부터 신혼살림을 꾸렸습니다.

혼자있을 때 하찮게만 보았던 일들을 한 두번도 아니고 꾸준히 하려니 아주 죽겠네요..
나는 할만큼 하는데도 안사람의 잔소리에는 자비가 없으니,
아직 솔로인 동생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아직은요..^^;;(아이가 없어서 그런가)

휴일날 하루쯤은 퍼질러 자다가 오후 늦게 눈뜨면 세수도 안하고 세상 제일 편한 복장으로 누워
티비좀 보고 게임좀 하다가 밤엔 치킨에 맥주 마시며 스포츠 경기도 보고 하고 싶은데..
예전에 일상이 이젠 달콤한 꿈이 되어 버렸습니다.

같이 마트라도 갈 참이면 운전하지 카트끌지.. 별로 흥미도 없는 1+1행사를 보면서 식품코너에 잘 굽고 튀겨진 음식들보며
하나 담을라치면 바로 쏘아붙입니다. 제 건강을 생각해서라니 별 할말도 없지만 서운한건 있습니다.ㅠㅠ

예비 와이프가 집을 비운 잠깐만이 저에겐 꿀타임!! 크크

저만 이런 고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선배님도 저와 같은 고민이 있으시네요.
아이가 나오면 고민은 더 커지겠지만, 행복은 따따블로 커지겠죠?^^;;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11/11/29 09:09
수정 아이콘
결혼에 대한 장단점을 세세하게 짚어주셨네요! 덕분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1/11/29 09:32
수정 아이콘
내년이면 학부형이 되는군요..
사무실에 동생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있는 중인데.. 항상 외칩니다

"니가 살고 있는 삶과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봐라!! 답 나오자나!! 혼자 살어!!"

근데 PoeticWolf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리 비싸도 해볼 만한 일 아닐까요?" 라고 하더군요..

어린 것들... 크크크크크크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Biemann Integral
11/11/29 09:34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쓰시네요.부럽습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無의미
11/11/29 09:42
수정 아이콘
아.. 이 글을 진작 읽었어야됐는데..

... 총각때 읽었어야되는데.. 흠흠
결혼은 빨리 하는게 좋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죠(??)
11/11/29 09:45
수정 아이콘
저도 내년에 큰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네요... 어느새...
정말 일주일에 내 시간이 두어 시간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만...
퇴근하고 들어와서 딸아이 둘이 뛰어와 배꼽인사하고, 둘이 아웅다웅 노는 거 바라보는 게 또다른 큰 기쁨입니다.
너무 사랑스럽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언뜻 유재석
11/11/29 10:23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글입니다. 정말정말 글 잘쓰시네요. 읽고 또 읽게 됩니다.
체념토스
11/11/29 10:39
수정 아이콘
후우 전 Poeticwolf님 이글과 댓글보고 보고 웈해지면서 뭉클해지는게 쓰셨던 글이 머리에서 생각나서 겠지요.
물론 혼자만의 잘못된 추측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무조건 적인'화이팅'과 존경을 보냅니다.
박서날다
11/11/29 11:02
수정 아이콘
내가 없어졌어.. 이말보고 총각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눈물이났습니다. 진짜 결혼장려글 맞나요^^; 그냥 연애만하며 살고싶은마음이 굳어져가네요.흐흐 [m]
11/11/29 11:11
수정 아이콘
글 읽으며 생각해보니 123% 공감이 가네요. 뭉클하기도 하구요.
아까 싱크대에 헐렁한 나사못 하나 고정해주고 듣기에도 과분한 칭찬으로 배가 불렀습니다.
11/11/29 11:19
수정 아이콘
저는 주변에 늘 "남자는 결혼하면 고래가 된다."고 말합니다.

술고래?라며 오해하는 이들이 있긴 합니다만... 제 말의 뜻은 물 속에 살지만 물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나와서 물을 뿜는 고래처럼
남자는 결혼하면 집에서 살지만 결코 집에서는 숨을 쉬지 못해서 가끔 나와서 물을 뿜어야 된다는 의미로 얘기하지요. 저는 정말정말
남들보다도 훨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만, 자신이 없어져가는 것은 맞습니다. 글 너무 공감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우리 같이 힘내요.
악돌이
11/11/29 12:08
수정 아이콘
정말로 한 3년만에 로그인 해보네요
그동안 많은 일들이 피지알에 발생하고 아파도 왔지만 이러한 글을 볼때마다 이것이 이사이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선물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글쓴이에게 감사드리고 이런 느낌을 주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길 바랍니다.
No.42 님// "남자는 결혼하면 고래가 된다." 라는말 격하게 공감합니다.
꽃다비
11/11/29 12:58
수정 아이콘
추천 드립니다. 요즘은 그냥 세살짜리 딸아이 보는 낙으로 사네요. 우리 딸.. 오늘 집에 들어가면 또 늘 하던대로 어린이집에서 배운 배꼽인사 하면서 "다녀오셨습니까~" 라고 인사하겠지요. ^^
뺑덕어멈
11/11/29 13:35
수정 아이콘
제가 일주일에 2박3일 배를 탑니다. 좁고 쾌적하지 못한 환경, 개인공간이 없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답답함 등등으로
저와 제 친구는 미치는 거 같다고 하죠.

그러나 선원분들은 익숙해서 그런가 잘 보내죠.
거기에 간간히 공무원들이 배로 출장을 와서 2박3일 하고 나기도 하는데 전혀 안답답해 하는 겁니다.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얼굴입니다.
이 글을 보니 결혼은 배를 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를 타나 집에가나 그게 그거인겁니다.... 그러니 결혼하기 싫네요.
11/11/29 13:40
수정 아이콘
추천 드립니다.
유부남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공감되는 한 마디가 있죠.
"나만의 공간은 이제 X싸는 화장실 뿐이야.."
어떻게 보면 생판 모르던 두 사람이 하나의 공간에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죠.
비록 총각의 나를 이루던 여러 가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지만,
나와 내 가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기적같은 장면을 "작은 일"들로 한땀 한땀 꾸며 가는 기쁨도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생명이
눈앞에서 "아빠~"를 부르는 걸 보면..
글로는 절대 표현이 안됩니다.
안 보면 몰라요..
Tristana
11/11/29 14:17
수정 아이콘
미혼인 사람에서
이거 읽고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은 저밖에 없군요.
제가 특이한건가 하..
Guy_Toss
11/11/29 14:39
수정 아이콘
얼마전 새로운 생명을 만나.. 퇴근 후에 눈 앞에서 배냇짓을 하는걸 보며 웃고 있는 아빠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래서... pgr21은 끊을 수 없는 곳입니다...흐흐흐흐
11/11/29 16:28
수정 아이콘
크흐흐흐... 오늘 같이 일하는 동료랑 한이야기가 생각나네요.
C : 30대 신혼남자가 집을 집 대출때문에 자살했데....
동료랑 나 : 애가 없으니 죽을수가 있지...우린...
서지훈'카리스
11/11/30 05:36
수정 아이콘
참 공감가는 글이네요. 남자들이 결혼하기 싫어하는 이유..
pullbbang
11/12/01 15:20
수정 아이콘
이글을 보니까 더욱이
정말 능력만 된다면 평생 연애만 하다가 가고 싶네요
자루스
11/12/02 22:18
수정 아이콘
이야!~ 공감가는군요..
1-2년간은 힘들었습니다만 세상을 배우는것이라고 생각하고 잘 할 수 있었던것 같네요.
이제 잘 정리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아니 매해 새로운 꿈을 꿉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262 커피믹스를 원두커피로 바꿔보자. [15] epic9403 11/12/08 9403
1261 뿌리깊은나무와 정치외교학 [33] 사티레브7975 11/12/08 7975
1260 중복과 피드백 그리고 봇 [63] 김치찌개7771 11/12/08 7771
1259 커피메뉴 가이드라인 [87] nickyo12027 11/12/07 12027
1258 Scars into Stars [15] PoeticWolf7152 11/12/06 7152
1257 [해외축구] 첼시에게 불어닥친 대격변의 돌풍…과연 그 결과는? [38] 클로로 루실루플9551 11/12/06 9551
1256 오늘 프로리그를 보면서 드는 여러 생각들 [36] noknow11985 11/11/26 11985
1255 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후배님들에게..11 미국 대학원 지원시 팁. [25] OrBef17614 11/12/05 17614
1254 윤관의 여진 정벌, 그리고 척준경 - (3) 9성 완성, 그리고 반환 [10] 눈시BBver.211331 11/12/04 11331
1253 교차로 '불'완전 정복 - 2 : 회전교차로 [10] Lilliput9220 11/12/03 9220
1252 나는 차였다. [24] 리신OP9922 11/12/02 9922
1251 올해 레지던트 지원율 -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 - [98] Timeless12029 11/12/02 12029
1250 개인 미디어의 시대 [15] 몽키.D.루피8636 11/12/01 8636
1249 근대사를 다루지 못 하는 이유 (추가 끝) [100] 눈시BBver.29186 11/11/30 9186
1248 다단계 피해 예방 혹은 Anti’를 위한 글(+링크 모음) : 結(결) 편 [11] 르웰린견습생6339 11/11/30 6339
1247 낙태의 왕국이었던 대한민국 [16] 凡人13298 11/11/29 13298
1246 광개토 - 외전. 백제의 요서경략설 [12] 눈시BBver.28297 11/11/29 8297
1245 [이벤트/경품] 주어진 단어로 오행시를 지어주세요~ - 마감 - [63] AraTa_JobsRIP8017 11/11/23 8017
1244 서른둘 즈음에 [26] madtree10847 11/07/05 10847
1243 결혼했더니 "아이고 나 죽네" [112] PoeticWolf15363 11/11/28 15363
1242 스타1유저가 스타2를 하지 않는 이유 [83] 김연우18097 11/05/15 18097
1241 '메카닉 vs 퀸드라' - 저그의 마지막 카드인가? (경기 리뷰) [102] 냥이풀21388 11/04/29 21388
1240 DSL 택꼼록 관전평 [25] fd테란14115 11/04/22 141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