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12/12 17:08:19
Name 알킬칼켈콜
Subject 음서(淫書) 유감 (19금?)
대한민국이 혁명적 발견을 이룩한 21세기의 기념비적 나날들이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다.

높으신 분들께서는 특정한 대상을 죄악으로 규정하려면 온갖 연구와 조사를 통해 신중히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던 나의 미천한 상식을 초월하여,  성범죄자들이 죄다 야동을 소유하고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아낸 뒤에 개나소나 주홍글씨를 가져다박는 명쾌하고도 완벽한 법률을  만들어내고야 마셨다.   유레카! 성범죄를 근절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쉽고 단순한 방법이 있었다니 역시 높으신 분들은 똑똑하시다. 내 목 위에 얹힌 것과는 달리 그들의 머리통은 아름다운 할로윈 호박처럼 보인다. 반짝반짝 빛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며, 속은 비었지.

감탄스러운 일이다. 16세기의 위대한 인문학자 쟝 보댕이 제창한 마녀 감별법에 비할 수 있을만큼  인간의 성숙한 지성이 최고도로 발현된 거대한 업적 아닌가 생각한다. 나 역시도 현대판 마녀의 재림이라 할 수 있는 음란물의 기수들에게 영혼을 유린당한 가련한 몸이 아니던가. 죽음으로 반성하라! 카나자와 분코여. 교복 입은 그대의 삿된 눈빛과 음란한 몸짓은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로 되돌아온 위대한 대한민국의 법전 앞에 마땅한 심판을 받으리.  

그러나 나의 영혼은 이미 구제할 길이 없을만큼 타락에 찌들었다. 높으신 분들께서 아무리 계도하려 하신다해도, 인간이 어찌 옳은 길만을 찬양하며 살 수 있으랴.  아니, 이것은 또 다른 올바름의 길이라 할 것이다.  능력이 부족하여 세상 선남선녀들이 불철주야 모두 즐기는 육체 테트리스 게임을 원활히 할 수는  없으되,  야릇한 빨간 불빛이 이끄는 하룻밤 계약연애에 돈을 건내지도 않는 강경 중도파의 영혼이다. 바야흐로 시대는 중도들의 전성기가 아니겠는가. 개나소나 중도를 말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중도의 미덕을 아는 이가 고독한 어스름의 투쟁 속에 지쳐  조용히 스스로를  위무하겠다는데  그 누가 이 길을 사도라 비난하겠느냔 말이다.

밝히노니, 이 몸은 음서(淫書)를 샀다!

음서란 무엇인가. 음란한 서적이다. 따라서 '맥심'이나 '에스콰이어' 따위는 감히 이런 명칭을 붙일 수가 없다. 그치들은 현역장병들의 한 줄기 빛이라 할 수 있지만 예비군 아저씨에겐 담뱃불만도 못한 존재다. [A] 의 작품은 이러한 수위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90년대, 책으로 맞아도 머리에서 피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관능무협의 거장 와룡강. 불현듯 그의 이름이 떠오를만큼 [A]의 솜씨는 대가의 기운이 풍겼다. 더군다나 이 쪽은 글이 아니라 그림. 빚어내기에 따라 자극이 훨씬 세다.

[A] 는 순수한 정신으로 무장한 아마추어였으며 1인 가내수공업으로 한땀 한땀 문란한 장면을 빚어내는 관능의 아티스트였다. 한가인처럼 아름다운 유부녀가 교복을 입고 남편을 유혹한다는 스토리가 단순함의 미덕과 함께 배덕에 가까운 쾌감을 전달한다.  그의 손이 하얀 종이 위를 스칠때면  납작한 평면에서 풍만한 여체가 일어나 한 마리 나비처럼 눈 위를 너울거렸고, 섬세한 펜선으로 그려내는 그윽한 눈빛 속에 칠정육욕이 한데 녹아있어 뭇 사내들의 애간장을 녹일듯 하였으니, 이미  경지에 오른 예술이요 작품이었다.  

마치 음란서생의 한석규가 영화관 안에서 튀어나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마음 속에서 넘실거리는 감동의 물결과 함께  지갑의 배춧잎도 금방 넘실거렸다. 막말녀 신상정보라느니 대박 대출 신용정보라느니, 쓸데없는 정보만 쓰레기처럼 밀려오는 넓디 넓은 인터넷의 바다에서 이렇게 빛나는 인연을 마주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어.  기적의 대한민국.

택배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반 우편으로 보내겠다는 [A]의 결정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지난한 한 달이 지나갔다.  추가요금으로 택배주문을 한 사람들이 책을 받고.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우편을 받고.  이제는 곧 내 차례가 오리라.   타락한 마음 한 켠에 코딱지만큼 살아있는 체면과 양심의 제동탓에,  전화도 할 수 없는 밤이 오면 자꾸만 설레이는 내 마음.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당장에 찾아가 직수령을 할텐데.

그리고 운명의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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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좌절, 분노, 혼란.  사막에 내리쬐는 햇빛도 작은 선인장 하나의 그림자를 허락하는 법이건만, 어찌 세상은 나에게 음란한 2D 하나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목이 아니라 몸으로 성애의 노래를 부르고야만 어느 범죄적 관능가수의  노래 가사가 머리를 맴돈다. 하지만 없죠. 절 인정할 사람. 세상은 제 맘 미친 장난으로만 보겠죠.  단념은 더욱 집착을 만들고, 단념은 더욱 나를 아프게하고.  어떻게 하죠? 너무 늦었는데.

여러분. 불쌍한 한 명의 영혼이 허구의 교복을 소장하기 위해 몸부림 쳤던 시도는 이렇게 끝이 났다. 사랑스러우면서 관능적인,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교복물은 이제 내 곁에 없다. 한 때 만천하에 이름을 떨쳤던 '스쿨룩' 이라는 철지난 단어 하나가,  교복이 다 큰 성인을 미성년자로 착란시키는 덜떨어진-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기능 이외에 많은 매력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증거할 뿐이다.  텅 빈 호박 같은 대가리를 머리장식으로 얹고 있는 분들께서 분발하여, 언젠가는 바니걸이 수간을 유발한다는 충격적 사실이 만천하에 까발려지는 미래를 고대한다.

안녕히, 젊은 날의 카나자와 분코여.
편히 쉬고 계시오, 이이지마 아이여.

아이네 마히로, 미즈나 레이...수 많의 동양의 별.
엠마누엘, 그리고 이름 모를 백인여인들이여.

교복 입은 그 모습 이제 영원히.

밤은 너무 길구나.
깊고 깊은 겨울,  아스라히 빛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이름들을 불러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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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거 다 픽션인거 아시죠?

그냥 우편물이 누락되서 우울한 김에 정신없이 써갈겨 보았어요.  

정말입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1-0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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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링아빠
12/12/12 17:12
수정 아이콘
좋은 건 좀 나눠봐요...
트릴비
12/12/12 17:57
수정 아이콘
아청아청하네요
12/12/12 18:58
수정 아이콘
경찰아저씨, 여기에요...
12/12/12 19:50
수정 아이콘
아 미치겠습니다 크크크크크
취한 나비
12/12/12 20:37
수정 아이콘
하하, 재미있네요.
홍삼먹는남자
12/12/12 22:28
수정 아이콘
삿된 눈빛... 오늘 어휘 하나 배워가네요 크크크크
一切唯心造
12/12/13 09:11
수정 아이콘
나이만 알 수 있다면 교복물도 이제는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돌아오시죠!
13/01/01 09:03
수정 아이콘
이분 뇌좀 막아요...
냉면과열무
13/01/01 20:22
수정 아이콘
아 미치겠네 으허허허허헣허허허허헣
해먹이필요해
13/01/03 17:49
수정 아이콘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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