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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14 01:59:34
Name 만달라
Subject 벌거숭이 황제, 그리고 승천(昇天)의 노바(nova)
안녕하세요? pgr회원 여러분, 만달라입니다.
이젠 '어제'가 되어버린 그 사건을 되새기며 몇자 끄적여 봅니다.


누군가는 추락해야만하는 외나무다리에서 지칠대로 지친 황제와, 욱일승천(旭日昇天) 신성이 만났었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지는해와 뜨는해의 모습을 확인했었죠...
황제의 팬으로써, 아쉬운 결과보다 더 안타까웠던것은 지칠대로 지쳐 독기를 내뿜는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그의 눈빛이었습니다.

지난 2년간 앞만보며 달려왔던 그의 시야에... 지금은 무엇이 보일까요?

우승컵?  수많은 추종자들과 반대세력?   반짝반짝 빛나는 동료게이머들?  
...아니면... 그 두손에 쥐고있는 모순과, 오랫동안 등에 짊어온 '무거운 짐' 일까요?


임요환선수의 글을보던중 그의 아바타에 드러난 '벌거숭이 황제'를 보았습니다.
권위와 명예라는 옷을 벗어버린 그의 모습엔 말로 형용할수없는 '근엄함'이 베어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열정속에서 살아온 그가...이젠 모든것을 내려놓으려 한다는것을 직감할수 있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제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다시 한번 '골'을 향해 달리려는 그의 굳은의지가 모니터를 통해서도 전해져 오더군요...

과연 그는 '거인'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지훈선수를 처음 봤던때는 2002년 1차 듀얼토너먼트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첫경기에서 홍진호선수를 완파하고, 두번째 경기에서 베르트랑선수와의 그 치열한 사투끝에 아쉽게 떨어지는 모습을보며
앞으로 크게 성장할 선수라고 판단했었죠. 과연 그는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더니, 결국 어제는 큰 산을 넘어 기어코 승천을 했네요...

임요환선수를 완파하는 모습을보며 또 하나의 노바(nova)가 탄생했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임요환선수는 에베레스트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에서 가장높으면서도
가장 많은이들의 목표가되는 존재이며... 그만큼 많이 정복당하는 존재......
처음의 경외감과 두려움이, 나중엔 정복자로 하여금 크나큰 자신감을 갖게하는것 조차....
현재의 임요환선수와 비슷하다고 생각되어지는군요......


어제 임요환선수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만 그래도 그는 나의 영웅입니다.
오리지널시절부터 온리테란이었던 내게,  테란이란 종족에게 절망감을 느끼고 포기했었던 당시, 그가 보여줬던 한줄기 빛...
그 빛을... 평생 잊을수 없을것 같네요.  
그래서 전, 임요환선수가 아무리 많은 패배를 당할지라도 언제나 밤하늘의 '달'처럼, 게임을 사랑하는 모든이에게  따스한 빛을 보내줄것이라고 믿는답니다^^


서지훈선수의 결승진출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긴글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pgr회원분들
께 감사드립니다. = = _ _(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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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14 02:12
수정 아이콘
에베레스트 산이라 ... 비유가 너무 좋네요.
임요환 선수는 정말 거인이라고 밖에는.. 대단한 선수임은 틀림없는것 같네요.
김평수
03/06/14 03:01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 다음시즌에 더욱 멋진모습을 보여주길!
베르커드
03/06/14 03:3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군요
역시 임요환님에게는 쉽게 범접하지 못할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빛노을
03/06/14 03:44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가 에베레스트라면...(Agatha Christie의 '창백한 말'이라는 추리소설을 보면 <범인>이 Everest라는 집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에베레스트를 동경했다고 말하죠. 그러나 그 말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숨어있었습니다. 그의 사업은 살인, 즉 Ever rest였던 거죠. 아 임요환 선수와는 아무 관련없어요~_~ 에베레스트라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이윤열 선수는 K2가 되겠군요. 높이 8611m(세계 제 2봉), 현재까지 성공한 팀 열손가락 안쪽. 히말라야 최악의 난코스.
여름비
03/06/14 09:22
수정 아이콘
어제 임요환선수은 무기력한 3연패를 보고나서 저도 많이 놀랬습니다. 이번엔 황제의 부활을 꿈꿨는뎅 다음으로 그 기회를 돌려야 하겠네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될 KTF EVER 팀리그에 더욱 매진하고 그동안 스케줄에 쫓겨서 심신으로 피곤하고 지쳐있는것을 추수리고 다음에 어떤 리그가 될지는 모르지만 예전의 당당하게 부활하는 황제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어제의 티비에서 비쳐지던 1,2,3 차전중 임요환선수의 얼굴은 왠지 측은한 마음이 정도로 힘들어 보였습니다. 어제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의 밑거름이 될수 있게 임요환선수 즐겜하세요..
03/06/14 13:07
수정 아이콘
물빛노을 님의 비유, 정말 멋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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