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7/10 11:36:30
Name p.p
Subject 축제를 기다리며




온게임넷 결승전이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번 결승전 보러 서울 잠실로 갈 계획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이 나이에,
게다가 직장이 부산에 있어 부산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아무리 가족이 경기도에 있어 주말에 집에 올라 간 겸사, 서울에서 열리는 결승전 보러 간다지만,
다음날 출근 걱정해야 하는 중년의 가장이,

내가 잠실에서 열리는 결승전 보러 간다는 걸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좀 황당하고 대책없이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시각을 바꿔서 생각한다.
이건 단순히 게임 결승전 이라고 말하지 말고
제목에서 미리 밝혔듯이 축제에 놀러 간다고 생각하면?


부산의 [부산영화제]에는 기간동안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벚꽃축제가 벌어지는 [진해 군항제] 는...
가을에 내장산에 가 보라   ...   ㅡ_ㅡ;;
  


게임을 즐기고
할 줄은 몰라도 보는 것 만이라도 즐긴다면
이쪽 세계, 이쪽 천하에 이름을 내 걸은,
쟁쟁한 기량을 가진 16명의 게이머들이 장장 삼 개월 여의 격전을 치룬 끝에
두 명의 걸출한 게이머가 펼치는 결승전이야 말로
게임계의 축제, 이보다 더한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




각박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걱정거리도 많다.
회사 일은 쉴 틈도 없이 업무가 쏟아진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떤 때는 연속으로 쏟아지는 문제들에 짓눌리기도 한다.
가족들 중에도 아픈 사람이 있어
항상 마음을 무겁게 한다.



축제를 기다린다.

가슴을 조이는 숨막히는 시간들
짜릿한 흥분과 함께 탄성을 자아내는 순간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믿으며 찾아가는 블록버스터처럼
13일의 잠실은 그렇게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게다


우리는 짜릿한 환희와 함께
아쉬운 탄식도 내 뱉겠지



축제를 즐기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아니,
이제야 말로 축제가 필요하다
걱정과 우울과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
마음껏 소리지르고 마음껏 박수 치다 보면

(보약을 왜 먹어?  이 보다 더 좋은 '기' 치료제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승전 보러 오신다는 말이 정말이냐고 한다.
아직 식구들에게는 아무 계획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고 있지?
아마 그 날 만나서 응원하기로 한 게임사이트 회원 분들과의 약속을
누군가가 아들에게 전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고
몹시 복잡할건데 데 지가 미리 준비 해 드릴게 뭐냐고 묻는다.

기특한 녀석.
지가 치른 두 번의 결승전
수 많았던 격전의 장
한번도 응원하러 가지 않았었는데도 거기에 대해선 섭섭한 내색이 전혀 없다.
('바지바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 조심했었다. =_+;;)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이루어 나가는 녀석을... 지켜 보고 싶었다)

아니, 녀석이 게임하는 날 딱 한번,  메가왭 스테이션에 간 적이 있다.


시초는
결승에 오른 게이머 한쪽을 응원하는 울산에 사시는 '봄'님의 극성(?)  ^^; 때문이지만
모이는 분들이 응원하는 게이머는 다양하다.
결승에 오른 두 명의 게이머 팬이 아닌 분들도
오직xxx!!, 온리 xxx!!  을 부르짖는 분도
그 날 모이기로 했다.
축제니까...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게이머 선호

다양함이 모여서 한데 어우러져 활화산처럼 열정을 분출해 낼 13일의 잠실 실내체육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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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0 11:39
수정 아이콘
짝짝짝.... p.p님.. 역시 최고십니다 ㅇㅇb 차마 긴 글을 남길 수가 없네요 김동수선수가 참 부럽습니다 ^^
03/07/10 11:45
수정 아이콘
너무 p.p님 팬으로만 쓴 것 같아 하나 덧붙입니다. "너 삼성동 가는 이유가 메가박스 가는 거 아니었니? "라고 묻는 친구의 말에 얼굴 붉히지 않고" 나 게임보러 가는 거 몰랐냐?" 라고 반문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제 모습. 이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몰려오곤 했었는데 p.p님과 여러 좋은 분들의 글을 읽다보니... 어느샌가.. 스타리그에 대한 사랑이 이제는 모래성같지만은 않게 되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p.p님 팬 입장에서 쓴 글이군요 (__) 좋은 하루 보내세요 ^^
03/07/10 12:09
수정 아이콘
^____^
사실...봄이 좀 극성스럽긴 하죠...^^
일요일에 뵙겠습니다...p.p님...봄입니다.
03/07/10 12:56
수정 아이콘
따님은 좀 괜찮아지셨는지요?
저도 무척이나 가고 싶은데 이래저래 여건이 안 되네요. 지방에 사는 고달픈 직장인의 비애랄까? ^^; "스타리그 결승전, 부산 유치!"를 외치고 있는 중입니다.^^;
Hewddink
03/07/10 13:30
수정 아이콘
해원님// 언제 저랑 작당해서 p.p님 팬클럽 하나 창단해 볼까요?
모르긴 해도 동수님 팬카페 회원 수 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ㅎㅎㅎ *^^*
아자님// 스타리그 결승전을 부산에서 유치했다가는 서울에서 대규모 응원단이 이동하느라
우리나라 교통의 대동맥인 경부 고속 도로가 몸살을 앓을 것 같다는... ^^;;;
(특히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가 결승전을 치른다고 하면 도대체 몇 만 명이 경부선을 왔다갔다 하는 건지...ㅇ0ㅇ)
p.p님// 언제까지나 제 마음속의 아버님으로 기억될 p.p님.
(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그래도 같은 김씨니까 姓 바꿀 필요는 없을.... 퍼억~ =_+;;)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뵙게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 _ _ )
안전제일
03/07/10 15:34
수정 아이콘
축제...참 멋진 말입니다.^^
자꾸 곱씹으니 기분이 좋아기는 말이기도 하군요. 잘다녀오세요!
분명 멋진경기를 보여줄꺼라고 생각해요.^^아아~ 부럽습니다!
(그 팬까페가 만들어진다면 저도 슬쩍 끼워주세요^^)
soulmate
03/07/10 16:50
수정 아이콘
멋진 축제,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께요..아마 p.p님 같은 분이 계셔서 더 멋진 장이 되는것 같습니다. 더불어 아프신분의 빠른 완쾌도 빌께요..
03/07/10 18:53
수정 아이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모 CF가 떠오르네요.. ^^ 멀리서 오시는 만큼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야구장에 가면 어느 정도 나이드신 분들을 많이 뵐 수 있는데(일명 넥타이부대 ^^;) 게임계 응원문화도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놀이마당이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
03/07/10 20:50
수정 아이콘
스타중계를 본지 어언 4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그 안에 김동수 라는 이름 석자가 저에게는 참으로도 유감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한 선수의 극진한 팬으로 자리매김하게된 계기중 하나였던 사건....
김동수 선수만의 스타일에 다른 식으로 매료되어 그에 대해 마음을 서서히 열 수 있었던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에는 p.p 님이 계셨다는것 또한 부인 할 수 없음입니다. 어쩌면 저는 김동수 선수보다 p.p님을 더 흠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번 축제는 즐기러 가기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만, 다음 축제에는 꼭 참여하여, p.p 님도 한번 뵐 수 있는 영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몫까지 즐겁고, 신나게 즐겨주세요~
자갈걸
03/07/11 00:21
수정 아이콘
민족대이동~..^^;;
03/07/11 02:14
수정 아이콘
팬클럽 회장하면 p.p님이 예뻐라 해주실까요? ;;; ^^
허브메드
03/07/11 09:56
수정 아이콘
엠비씨게임 강 민도 보러 오세용~!
이동희
03/07/12 23:31
수정 아이콘
나중에 나도 이렇게 할수 있다! 난 할수 있어!!!
그럼 일단 결혼 부터 해야 할탠데...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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