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8/20 19:38:50
Name LordOfSap
Subject Uninstall Starcraft ...
스타크래프트…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접하고, 제 생애 처음으로 중독된 게임이었습니다.

처음엔 SCV가 뭔지도, 프로브가 뭔지도 몰랐지만 컴퓨터로 가상 전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처음엔 싱글플레이 모드로 매일 컴퓨터와 씨름했지만, 이사를 하고 초고속 인터넷 망이 전국에 퍼지고 저도 배틀넷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략 전술을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전적을 채워나간다는 기쁨은 이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3년 동안 ... 저는 배틀넷에서 고수라는 소릴들을 만큼까지 중독 되어갔습니다.

어떤 날 이후로는 장래희망을 프로게이머로 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 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밤늦게 까지 게임을 한다며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게임 때문에 수면 시간이 줄어들어 학교에서 소리를 듣고,

게임하는 시간 때문에 저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진학·인생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항상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저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게임이라는 하찮은 프로그램따위 때문에 나의 소중한 시간들이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은 것일까?"

그리고 오랜 기간 생각해본 끝에 저는 결심했습니다.

"그래, 이번에 열리는 도(道)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본선 진출 따위도 못한다면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은 내 뇌리에서 지우는거야!"

그 후로 저는 대회 당일까지 뼈빠지게 연습했습니다.

'이렇게 연습하는데도 본선 진출 따위 못할까봐? 그래그래 ... 잘 될거야!'

그리고 대회 날 ...

긴장되는 마음을 붙잡고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

토너먼트 예선 방식에서 두 경기는 이겼으나 마지막 본선 진출 경기에서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 역시 세상이란 넓고도 넓은 존재이구나…."

그리고 저는 정말로 어렵게, 어렵게 결심했습니다.

"이제 나에겐 스타크래프트란 없다!

그래, 게임은 게임일 뿐야! 이제 부터 정신 차리고 내 인생을 만들어 가자!"

게임이라는 하찮은 프로그램따위 보단,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적어도 현재 만큼은 제 인생을

위해선 좋을 것 같다고 결심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Uninstall Stracraft 버튼을 누릅니다.

5년 동안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던 매우 많은 시간들을 뒤로 한채 말이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ummiT[RevivaL]
03/08/20 20:16
수정 아이콘
게임이라는 하찮은 프로그램따위 보단<<<조금은 눈에 거슬리는 말투같네요...여기는 스타를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하나의 e-sports로 생각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수정부탁드립니다.
03/08/20 20:22
수정 아이콘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하기 위한 표현 같은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LordOfSap님도 스타를 좋아하시니까 그렇게 말하신 거라고 봅니다.
03/08/20 20:23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가 LordOfSap님에 인생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이 되면 과감히 버리는게 좋습니다. 부디 그 결심 오래오래 지니시길 바랍니다. 그럼...
TheMarineFan
03/08/20 20:31
수정 아이콘
그 구절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장하는 말투도 아니였고 그냥 자기 생각을 적은 글이니까요
황명우
03/08/20 20:34
수정 아이콘
저도 이 글 읽고 참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
제 생각엔 도대회본선에 진출못한게 님의 인생에 더 큰도움이 될거같네요.. 저도 스타를 끊어야된다고 마음먹은지가 1년이 다되어가는데 님의 글이 저를 각성시키네요 ㅡㅡ;; 부디 그 마음 바뀌지 않으시길 ㅠㅠ
unifelix
03/08/20 20:34
수정 아이콘
고3때 두루넷을 '실수'로 깔았다가 스타 실력이 대박늘렀다죠 ㅡㅡ;;
내신이 없어진 뒤에 다시 대학에 가서 별로 후회는 안합니다만
확실히 수험생들에게 스타를 권장하고 싶지 않군요 ㅡㅡ;;;
하늘여운
03/08/20 20:47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분들은 이글의 내용과 비슷한 생각을 한 두번 정도는 해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타에 심취할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게임만 바라보지만 한걸음 떨어져 생각해보면 많은 생각이 들때가 있으니까요.. LordOfSap님이 이런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신것 같군요.. 힘들게 내린 결정이 옳은 결정이길 바래요.. 힘내시구요..^^
서창희
03/08/20 21:01
수정 아이콘
^^선택에 후회 없으시도록 열심히 하시길.
박지헌
03/08/20 21:08
수정 아이콘
자기 생각을 쓰는데 수정할 필요는없을것같네요^^;;
서린언니
03/08/20 21:35
수정 아이콘
뭔가를 선택할 때는 나머지 하나씩 버려야 하는 법이죠. 그 결정이 헛되지 않기를 빌겠습니다. ^_^
03/08/20 21:36
수정 아이콘
아, 마지막에 말줄임표가 있어서 그런지 조금 안타까움이 느껴지네요.
LordOfSap님이 어떤 선택을 하시더라도 후회없길 바랍니다.
03/08/20 22:13
수정 아이콘
이제는 진짜 세상으로 나가셔서... 승리하시길..
03/08/20 22:37
수정 아이콘
상당히 공감합니다. 후회없는 선택이시라 믿습니다. 화이팅!
무당스톰~*
03/08/20 22:48
수정 아이콘
저도 버렸다가 다시 인스톨하게 되더군요..아~ 나약한 내 의지여..-_-;;
03/08/20 23:30
수정 아이콘
스타는 윈도우 기본게임인데...
테란그리고테
03/08/21 00:10
수정 아이콘
고3으로서..정말 이 글에 공감하게 됩니다.
전 스타의 uninstall 버튼은 눌렀지만, pgr만은 즐겨찾기에서 삭제하지 못했죠..
저도 이 게임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내가 이 게임을 이토록 즐겨하는지 항상 자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전 마음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진정 내가 좋아하고, 또 그토록 그만둘수 없는 것이라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해야 되겠지 않겠느냐고.
pgr 게시판을 둘러보며 누가 이겼는지 확인해보고, 도대체 어떻게 이겼는지 항상 상상만 하지만.. 전 이 게임을 그만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위에 서린언니 님의 말씀처럼 뭔가를 선택할 때는 뭔가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선택은 스타크래프트- LordofSap님의 선택은 제게 있어서 스타만큼 가치있는, 그런 것일듯 싶네요 ^^
일단 고3으로서 공부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LordofSap 님도 목표를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제가 저 자신에게 후회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Dr.protoss
03/08/21 00:20
수정 아이콘
어려운 결심을 하신만큼, 열심히 하셔서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Elecviva
03/08/21 00:40
수정 아이콘
전 pgr도 삭제했었고, 스타도 삭제했었습니다.
현재는 스타크래프트 CD를 아예 후배에게 줘버렸으며, pgr은 즐겨찾기에 없어도 자연스레 오게 되더군요..^^
물빛노을
03/08/21 00:43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마약이죠ㅠ_ㅠ
엄준식
03/08/21 00:48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지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언인스톨을 생각합니다. 그냥 바탕화면에서 아이콘만 지울까 생각도 해보고...-_- 그러다가 결론은 그냥 머리 아플때 조금만^^; 그것도 무한으로만 하기로 했습니다.
사고뭉치
03/08/21 02:10
수정 아이콘
저도 곧 중요한 시험이 있지만... 역시 스타를 버릴수가 없습니다.. ㅜ.ㅜ
컴에 스타가 없어도. 스타보기를 멈출수가 없었죠...
Nice day!
03/08/21 18:39
수정 아이콘
전..회사에서 IP를 막아서 지웠구만유..스타를 손에 잡아본지 2년이 넘었지만 그래도역시 스타크래프트를 즐긴다는...(시청자로서..^^;)
쿠우대괴수
03/08/29 13:01
수정 아이콘
잘하셨네요 지금 이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있으실때 그때 다시 시작하세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2195 [잡담] 살아감 으로써.. [2] 자유인1347 03/08/21 1347
12192 오늘 MSL 메이져 결정전 승자예상을 해봐요~ [183] 태상노군2928 03/08/21 2928
12189 저는 하프의 현이지 조율사가 아닙니다... [76] 세츠나2745 03/08/21 2745
12184 [알림]전적업데이트에 관하여...... [31] Altair~★2305 03/08/21 2305
12182 [잡담]pgr21이란. [12] spin1959 03/08/21 1959
12181 [잡담]마구의 전설 [25] froggy2240 03/08/21 2240
12180 [잡담]두 개의 캔커피. [6] 에리츠1500 03/08/21 1500
12177 잠못 이루는밤 발칙한 상상. [5] 탱크교향곡1709 03/08/21 1709
12175 또 자기전에 떠오른 망상 두가지 [2] 베르커드1250 03/08/21 1250
12174 꽃다발 얘기...기억하십니까?^^ 사랑, 그리고 성장에 관하여. [16] 물빛노을1686 03/08/21 1686
12173 [잡담] 앞으로 남은 OSL의 16강 빅 매치. [10] Movingshot2251 03/08/21 2251
12172 [잡담]가을의 전설. [3] 차이코프스키1433 03/08/21 1433
12171 베넷 경험기)요즘 베넷에선 [9] 어딘데2014 03/08/21 2014
12170 [잡담] 좋아하는 선수들로 이루어진 8강 풀리그 [2] TheMarineFan1719 03/08/21 1719
12169 김해 이벤트 후기 [2] 높이날자~!!1568 03/08/21 1568
12168 감히 예상해보는 저그 전원 16강 탈락(OSL LEAGUE) [46] 남자의로망은2806 03/08/21 2806
12167 제가 생각하는 마이큐브 스타리그 우승확률... [28] 다크고스트2932 03/08/21 2932
12165 나의 사촌형 낭천!이제 시작이다. [10] 요환짱이다2512 03/08/20 2512
12164 프로리그 결승 라인업 예상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수정) [18] Kim_toss1966 03/08/20 1966
12163 episode# [6] 블랙엔젤1500 03/08/20 1500
12162 김승엽 선수를 기억하십니까? [34] 낭천3425 03/08/20 3425
12161 [잡담] 내일은 말이지요 [40] white1903 03/08/20 1903
12160 Uninstall Starcraft ... [23] LordOfSap2232 03/08/20 223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