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30 17:55:59
Name 아큐브
Subject 이런 생각 하면서 멍하게 있을때도 있습니다...
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에게 공안당국은 '의식화'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역설적으로 '의식화'라는 표현은 대단히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미에서 '의식'이란 인식이 비판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은 대체로 좋은 것입니다
특히 젊은층의 저항적인 비판은 마땅히 장려되어야 합니다

피지알은 '의식'이 있을까요.... ?
저는 매일 기대를 가지고 피지알을 읽습니다
감동적인 명문도 많고 신선한 재치에 감탄하며 재미있게 읽습니다
그러나 큰 낙담도 합니다.  답답합니다.
그래서 혼자 탄식합니다 "왜 이사람들은 '의식화'되지 못했을까..?"

제가 말하는 '의식화'는 정치적 입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성세계관에 대한 '비평적 태도'입니다

전에 권모모라는 배우가 우리 나라를 '저희 나라'라고 했다고 나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왜 '저희 집'이나 '저희 학교'는 별 문제가 안되는데 '나라'는 잘못일까요...
오히려 저는 '우리 나라'라는 표현이 거슬리는데요
(웬지 '우리'라는 말은 어느정도 배타적인 느낌, 더구나 '우리' 속에 '내'가 숨는
묘한 서운함...)
내 국가는 너무나 소중해서 낯춤말의 대상이 안돼...! -> 혹시 이거 전체주의적
발상이 아닐까요..
물론 제 억지만 옳다고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만약 외계인을 만난다면 지구를 '저희 별'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적당한 예를 들진 못했지만 뉴스와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너무나 소신없는 철학과 빈약한 의식 때문에
기성에 기만 당하는 젊음이 너무나 많다는 주장을 하는겁니다

만약 국민학교(저는 초등학교를 다닌적이 없습니다)때 '저희 나라'가 잘못된것이라
배웠다면 지금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9/30 18:28
수정 아이콘
듣고보니 그런것 같기두..
헤르메스
05/09/30 18:39
수정 아이콘
80년대 군부독재에 대한 투쟁이 당위였던 세대와 90년대 민주화 이후 경제적 문화적 풍요와 개인주의의 세례를 받은 세대간의 차이라고도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토양을 거세한 채, 이 세대는 의식이 없다는 단정적인 결론은 피해야 할 듯 싶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영위해나가고 있는, 위험사회로 저명한 울리히 벡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유의 아이들"도 또다른 고민을 안고 있으며 그들이 마냥 사회에 무관심하고 무표현적인 것도 아닙니다. 앞선 세대는 눈 앞에 보이는 명확한 "적"이 있던 시대이지만, 이제는 보이는 적의 시대는 사라졌기에, 오늘 세대들의 표현은 앞선 세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개인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의 조화를 오늘도 모색하고 있으며, 일면 우리 사회 현상에서 보이는 그네들의 혼란과 혼돈은 새로운 개인과 공동체가 영위할 가치의 창조 이전 단계의 양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기존의 건물의 구조물 하나하나를 해체해나가야 하니까요. 다만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버무려져 요지경과 같은 한국사회이기에, 그 고민의 시기는 어느 사회보다 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The Drizzle
05/09/30 18:40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말은 조금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네요.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는 높임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높임법은 마땅히 높혀야 할 대상에게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저희'는 '우리'의 높임표현이지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자신을 낮추는것은 겸손의 미덕이 될 수 있지만, 국가와 국가는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국가와 국가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평등한 관계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낮추는 것은 아무문제 없지만 '저희나라'라는 표현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국인들이 포함된 국가 전체를 낮추는 표현이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등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번쯤 그런문제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건... 동의합니다
마술사얀
05/09/30 18:43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저희라고 하면 나 자신을 포함한 그 구성원을 모두 가르켜 낮춰 부르는것인데. 그 모든 구성원을 겸손하게 낮출 권리는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제 입장을 낮추는 겸손함을 님에게 아큐브님에게 양도한적도 없는데. 외국사람에게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이 아큐브님의 의지에 따라 낮춰져서 부르는것 자체가 잘못이 아닐까요.
아큐브
05/09/30 20:10
수정 아이콘
헤르메스님 작금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와 인터넷 이것은 우리가 더욱 조작 당하고 기만될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 그다지 구조주의,해체주의 이런식의 논의에 동감하는 편이 아닙니다

'저희'라는 말은 실제로는 '나의'의 낮춤말인 '저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부 잘난척(?)하는 식자들의 트집말고는 '저희'가 그렇게
'매국노'와 '무식한 놈'취급당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희'를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허락 받아야 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 중엔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Ms. Anscombe
05/09/30 20:51
수정 아이콘
'나'라는 말이 대개 '우리'로 대체되어 쓰이는 것에 대한 해석은 여러 모로 가능합니다. 그런데 '저희'의 용법을 살펴보면 단순히 '우리'라는 말을 공손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라기 보다는 듣는 이와 말하는 이의 집단을 나누는데 적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외국인들과의 대화에서 '저희 나라는 이러이러합니다'라고 하는 경우,

같은 국적의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 '저희 나라는 이러이러합니다'의 경우.

첫 번째 경우는 이상하지 않고, 두 번째 경우가 이상해 보이는 건 여기서의 '저희'가 듣는 이들과 자신의 집단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의 경우, '저희 나라'라고 한다면, 듣는 이들은 다른 나라 사람임을 말하는 것과 같게 되죠.

'저희'라는 표현이 공손하게 말하는 표현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이런 쓰임은 그와 다르다고 봅니다.
05/10/01 14:56
수정 아이콘
'우리 어머니야', '우리집이야' 처럼 우리나라는 나의 나라/ 내 나라란 뜻으로 사용하죠.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니 저희를 쓴다고 해도 어떤 무리속에 나/내를 숨기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한민족이라 교육받으면서 자라서 인지 몰라도 나라하면 내 국적이 명시된 땅 만이 아닌 나라의 전체국민, 혹은 지금까지 이어온 겨례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남에게 자기 부모를 낮춰 말하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희나라 라고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964 이런 기사 참으로 씁쓸 합니다 [25] 요쉬6278 05/09/30 6278 0
16963 [영화잡담]저주받은 걸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72] [NC]...TesTER6755 05/09/30 6755 0
16962 이런 생각 하면서 멍하게 있을때도 있습니다... [7] 아큐브4332 05/09/30 4332 0
16960 사기다와 사기적인 면이있다... [35] Sin_Pam4092 05/09/30 4092 0
16959 소설은 소설일 뿐인가 - KESPA컵을 보며... [26] 지바고5923 05/09/30 5923 0
16958 당연하지.. 당연해... 당연해야만 해. [7] OddEYe4309 05/09/30 4309 0
16957 마음속의 추.... [5] 파벨네드베드4387 05/09/30 4387 0
16956 [MLB]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정규리그의 결말은? [9] Jeta Rei4103 05/09/30 4103 0
16955 [잡담] 살다보니 정말 어렵게 느껴지는 몇가지들. [12] My name is J3973 05/09/30 3973 0
16954 MVP투표.. [141] 한줌의재5187 05/09/30 5187 0
16953 신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121] -_- 엔토 응?6139 05/09/30 6139 0
16952 아드보카트호 1기 승선맴버 발표!! [68] C.ParkNistelRooney4941 05/09/30 4941 0
16950 대졸과 고졸사이 [27] 오렌지나무4665 05/09/30 4665 0
16948 1초의 소중함 [8] legend4372 05/09/30 4372 0
16946 9월 30일 2차 휴가를 마치고... [12] 햇빛이좋아4444 05/09/30 4444 0
16945 KeSPA랭킹 10월랭킹이 나왔습니다. [78] 미라클신화6695 05/09/29 6695 0
16944 어제 학벌사회에 대해 썼던 학생인데요 [17] 막강테란☆5050 05/09/29 5050 0
16943 정의의 사도가 더 편하다! [13] 산적4585 05/09/29 4585 0
16941 "너 진짜 공부 잘한다" [14] 낭만토스4627 05/09/29 4627 0
16939 마재윤선수의 강민선수지명과 박정석선수의 임요환선수 지명을 보고...... [32] 초보랜덤8273 05/09/29 8273 0
16937 드디어 그분이 오셨군요.. [11] 라구요4485 05/09/29 4485 0
16935 쏘원 스타리그 8강 첫주차 경기감상평(스포일러 완전 많습니다) [23] swflying6393 05/09/29 6393 0
16932 빙설..아시나요? [19] 비엔나커피4804 05/09/29 480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