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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04 21:37:41
Name 김연우
File #1 showImage.jpg (63.9 KB), Download : 16
Subject 인간 안기효


안기효...?
하면 뭐가 떠오르더라.



난 그런거 없다.
'팬택 출신 프로토스 유저'라는 반듯한 문구 외에는 별거 없다. 진짜 말그대로 내가 프로토스 빠돌이고, 안기효가 프로토스가 아니었으면 한 경기나 기억해줬을까?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니 '아이고, 제 이름을 알아주시다뇨, 연우님 감사합니다.'고 굽신거릴 것도 없고, 내가 몰라 준다 해도 상관할 거 없다.
조금 문제될 것이 있다면,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몰라준다는 것 정도?



자, 인간 안기효.

임요환처럼 얼굴이 잘생겼느냐? 그렇지도 못하다.
전태규처럼 쇼맨쉽이 있는가? 그렇지도 못하다.
박성준처럼 스타일이 화끈한가? 그렇지도 못하다.
강민처럼 기상천외한가? 그렇지도 못하다.
이윤열처럼 우승 경력이 화려한가? 그렇지도 못하다.


인간 안기효, 너는 무엇으로 말할테냐?





2005, 신한은행 배였던가. '프로토스셈? 경험치 ㄳ'소리를 하고 다니는 초 프로토스 킬러, 투신 박성준, 그가 인간 안기효의 8강 상대가 돼었다.


맵은 '프로토스 초암울!'소리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암울'한 라이드 오브 발키리와 러쉬아워. 3전 2선승이고 세가지 맵에서 겨루긴 하지만, 세번째 맵이 뭔지 신경 전혀 않썼다.


'프로토스를 피씨방으로 보내버리고 싶으시다고요? 자~ 여기 투신 박성준이 있습니다. 믿으세요! 투신 박성준 한명이면, 열 프로토스, 백 프로토스 전부 피씨방입니다!!!'

투신이라면 프로토스 따위 2:0이겠지.





그리고 벌어진 경기.
'혹시나'했지만 '역시나'


투신 박성준의 덜덜 떨리는 토스전 포스에 인간 안기효는 아주 멀~리 가버렸다. 정말 멀~고도 멀~리.

넓디 넓은 라이드 오브 발키리 대평원에서 일어난 폭풍은 인간 안기효를 '짓밟아'버렸고,
러쉬아워의 전율스런 뮤탈은 인간 안기효의 아콘을 구슬 치기 하듯 따먹어버렸다.



나는 이 경기의 제 3자.
그냥 어찌저찌 알고 저찌저찌 알게된 스타리그의 팬으로써 보게된 경기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박정석 나오면 달라지긴 하지만.)
무심히 턱에 팔을 괸채, 무심히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전혀 느끼지 못했던 어느 사인가.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던가?

투신과 싸우는 '인간 안기효'의 모습에 나 자신을 그리고 있었다.



러쉬아워 경기 였던가... 언제였던가.
이미 뮤탈에 휘두를때로 휘둘려, 히드라라는 카운터를 맞고 쓰러지는 것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안기효 선수의 화면이 잡혔고,
그리고 방청객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일까.




복서는 외롭다고 했다. 사각 링 위에 홀로 서있으니까.


외로운 링 위에 내가 서있다. 그리고 저 앞에는 '투신'이 서있다.

지칠대로 지친 나에 비해, 그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다.

이리 저리 상처 입은 나의 몸, 이 몸을 지탱해 주는건 이미 바닥을 들어낸 같잖은 자존심뿐이다.


그런 지금 들려오는 것은 그들의 야유.
사각 링을 둘러싼 그들의 야유.
초라한 나를 두고, '어떻게 마무리 하면 좀더 멋져보일까'를 고민하는 챔피언의 여유.

링 위가 외로울때, 진정 외로울때는 지금이 아닐까?




살면서 많은 야유를 받는다.
야유해대는 그들이 못내 야속하기도 하지만, 곰곰히 책임을 따져보면 결국 원인이 되는건 나 자신이다.
때로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창피하다. 그래서 모든걸 잊어버리고 싶고, 날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로 멀리 멀리 도망가고 싶다. 엉터리 같은 세상에 열받고 화가난다.



그러면 어쩌겠는가, 나는 인간인걸.



그래도 우뚝 솟아 다시 달려야 하는게 인간이다. 보듬어 줄 사람도 없고, 챙겨줄 사람도 없다. 결국은 남이다.

투신이건 운신이건 머신이건 사신이건, 그래도 한번조차 못이길 놈들은 아니다.


투신과 운신을 상대했을때, 모두는 '피씨방'을 외쳤지만 나는 이겼다.



뭐....
그러다 '테란에게 질 수 가 없지~'라고 노래를 부르다 테란에게 2:0으로 졌다. 또 다시 내가 너무나도 싫어져 배게에 머리박고 마구 발광하며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지?'고 소리지르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인간인데.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향해서 달려갔을 뿐이다. 난 최선을 다했고,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

이것이 인간 안기효, 그가 승리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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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04 21:41
수정 아이콘
오늘 안기효선수 없었음 경기가 재미있지는 않았을듯...
아무튼 스타리그 에서 좋은활약 기대합니다...
06/08/04 21:50
수정 아이콘
안기효 선수도 은가이 이길거 같을 때 지고 질것 같을 때 이기고(질 것같을 때 완전 처참하게 지기도.ㅡㅡa)하지 말입니다.
지포스
06/08/04 21:57
수정 아이콘
정말 이렇게 재밌는 게임을 본게 얼마만인지...
오늘 오프가서 봣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도중에 넥서스관광;; 이나 캐역전같은.. 요즘같이 획일화된 플레이스타일에서 제가 오랜만에 느끼는 흐뭇함이랄까요. 기대됩니다
슈로대 짱
06/08/04 22:05
수정 아이콘
안기효선수 전적을 보니
무려 60전이넘고 30승을 넘게하셨더군요
이제 안기효선수도 어엿한 중견(?) 게이머가 다됐습니다
안기효선수도슬슬 빛을 볼때가 온거같네요
오늘경기 '정말'멋졌습니다
Den_Zang
06/08/04 22:07
수정 아이콘
안기효 선수 정말 ㅡ_ㅡ;; 관심 못 받아서 그렇지 임요환을 능가하는 아슷트랄(?)
머씨껌으로아
06/08/04 22:12
수정 아이콘
안기효선수도 한 아스트랄하시죠.
그러고 보면 참 토스유저중에 투신,운신,그분하고도 겜을 유달리 많이 한거 같네요. 이번스타리그에서 우승을 해라고 부탁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진짜 프로토스가 뭔지 어떤 종족인지 프로토스답게 뇌리에 남는 게임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갠적으로는 같은 팀원끼리 4강정도에서 만나주셨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안기효 승)...
06/08/04 22:14
수정 아이콘
정말 프로토스 중에서 가장 아스트랄한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칼잡이발도제
06/08/04 22:15
수정 아이콘
오늘 안기효 선수의 경기는 신인들에게 '스타리거의 경기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진리탐구자
06/08/04 22:21
수정 아이콘
테란전만큼은 최고 수준이라고 봅니다.
머큐리에서 나도현 선수를 철저하게 농락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06/08/04 22:28
수정 아이콘
정말 요새 경기 패턴들이 비슷비슷해서 조금 염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오늘 제대로 보여주네요.
언제나 불안불안한 느낌을 주지만 어떨땐 저렇게 잘하면서! 어떨땐 아 놔... ㅠㅠ 그래도 확실히 테란전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중요 길목에서 테란에게 발목잡히기도 하지만, 평상시 테란전 모습은 그저... 아마 승률도 높지 않나요?? (온겜에서;;)
1경기 저그 앞마당에 넥서스 소환! 3경기 캐리어 고집에 마지막 확인사살 다크! 오오- 요새 이런 패턴의 경기가 있었나 싶네요...
이번 듀얼 재밌는 경기 많이 있었지만, 그저 제 느낌상 오늘 기효선수 경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2경기 모두... (얄이 경기보다 더 재밌다니! 심장 떨리기는 얄이가 더 했지만....)
언제나 아스트랄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효선수. 가을인데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저 소망이 있다면 결승에서 윤열 vs 기효 경기 봤으면..... 오호호호 =ㅁ= 그저 그렇다는거죠.. 이번엔 좀 좋은 대진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효선수~
jjangbono
06/08/04 22:42
수정 아이콘
안기효 선수...
구3대토스와 신3대토스 사이에 끼여서
이도저도 아닌 토스가 되어버린..;
벌써 전적도 60전이 넘었던데
이제 날아오를때도 됐어요
가을시즌인데~
천재여우
06/08/04 22:57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를 능가하는 아슷흐랄에 절대 동감~~
김연우2
06/08/04 23:02
수정 아이콘
켁.. 보다가 깜짝놀랐네여.. 어쨓든 안기효 선수 살아나셨으니 좋은경기 부탁드립니다^^
06/08/04 23:11
수정 아이콘
안기효선수는 엄청 눈에 띄는 선수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참 유니크한 선수죠. 펠레르노에서의 전대회 우승자 박성준을 잡을때 딱 뇌리에 남았는데... 같은조의 토스전의 달인 투신과 운신을 모두 잡아내는가 하면 변길섭의 마린에 캐리어를 잡히기도 하는 것이 정말 윗분들 말대로 아슷흐랄한 선수죠. 거기다 랩실력도;;;
06/08/04 23:39
수정 아이콘
안기효 선수의 활약 정말 멋졌습니다.
예전 다음다이렉트 듀얼에서도 4번 시드 전에 했던 3자간 경기에서 엄청나게 재경기 돌려서 임요환, 박지호 모두 꺾고 오영종 선수와 경기를 했었지요. 그때가 기억납니다.

안기효 선수는 OSL출석만큼은 프로토스 중에서 가장 기복이 없다고 보입니다.
프로브무빙샷
06/08/04 23:47
수정 아이콘
오늘 이재호 선수와의 경기 정말 재밌었습니다.
언제나 이길때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감이 좀 있네요..^^
저번 신한시즌1에서 박성준 선수와 박태민 선수와의 경기도 상당히 아슬아슬했구요.^^
그런데도 늘 스타리그에 진출하는 걸 보니 제가 괜히 아슬아슬해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발업까먹은질
06/08/05 01:15
수정 아이콘
허허
임요환 선수가 토스전 한창 물 올랐을때 (박정석 선수를 2:0 으로!) 가로막던게 안기효 선수 아닌가요
그 유명한 임효록
06/08/05 09:03
수정 아이콘
안기효 선수는 왠지 친근하기도 하고 정이 가는 선수랄까..ㅎ랩퍼 기효~!yo~!
아에리
06/08/05 09:24
수정 아이콘
누군가가 했던 말인데..크리링;이라고..항상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오지만 상대는 더 강한 ....; 그 글을 보면서 딱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안기효선수를 당연히 스타리거로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오늘..
06/08/05 12:46
수정 아이콘
진짜 소리없이 강한 선수지요=ㅅ=;;
스타일 확립이 부족하다던가, 외모라던가 하는 이유 때문에 실력에 비해서 저평가 받는 선수 중 하나인 듯.
06/08/06 00:43
수정 아이콘
확실한 스타일은 없죠...
그렇지만 강한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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