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몇년간 게임계를 떠나있었던 친구 몇명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인데.
생각해 보니 게시판에 올려두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올려봅니다.
크게 사실관계나 정확도를 생각하지 않은 글이라 많은 점에서 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비디오게임은 흥행을 맞이했으나 당시 시대를 주도하던 아타리의 잘못된 방식으로
아타리 쇼크를 일으키며 폭파를 맞이하고 말았고, 그 구멍을 채워놓은 것은 일본이었다.
당시 유래없는 경제호황을 맞이한 일본은 그 여유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창출할 수 있었으니,
닌텐도의 패미콤은 그 놀라운 문화의 첨단이기도 했다.
관리를 생각하지 않았던 아타리를 교훈삼은 닌텐도는 철저한 관리와 자사의 즐거운
게임으로 세계의 각지에 닌텐도의 게임을 알리기 시작한다. 게임강국 일본의 시작이었다.
닌텐도에 대항하여 세가와 NEC가 뛰어들은 게임업계에서 패미컴 이후, 16비트의 시대에
세가는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다. 푸르고 빠른 고슴도치 소닉가 붉은 중년 마리오를
맹렬히 추격하는 시대였다. 16비트 시대의 종말에서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소니였다.
닌텐도와의 계약이 결렬된 이후, 독자적인 사업을 진행한 소니는 세가의 허술함과
닌텐도의 자만을 이용하였고, 일본의 많은 게임업체들과 협력하며 승리를 선언한다.
그야말로 플레이 스테이션의 시대였다. 일본게임계는 좋은 기술력과 놀라운 아이디어, 빈틈없는 마감으로
PC게임와 콘솔게임기로 양분된 시대에서 우세를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2천년에 이르러 등장한 플레이 스테이션 2. 앞서 등장했던 세가의 드림캐스트는
하드웨어적 완성도는 높았지만 세가의 고질적인 한계를 체감하며 무너지고 있었고,
플스2의 시대에 일본게임계는 플스1에서의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더욱 진화하였으며,
새 시대에도 그들의 입지는 꺾이지 않을 거 같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놀라운 기기판매량을 보인 닌텐도의 위는 게임기라기보단 단발성 파티아이템에
가깝다는 것이 드러났고, 플레이 스테이션 3와 엑스박스 360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일본게임계는 세계에 내세울 저력을 상실했다. 새로이 나타난 것은 일본의 게임을 압도하는
서양의 압도적인 스케일, 헐리우드의 거물영화와도 같은 거작들의 열기에 일본의 자리는 없었다.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자금력 풍부한 MS의 지원으로 일본은 엑스박스360으로 여러 게임을 내놓았다.
블루 드래곤이나 로스트 오딧세이를 필두로 스타오션, 테일즈 시리즈 같은 일본식 RPG 게임이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발매되었고, 소니는 진동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등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2d 슈팅이나 미소녀게임을 차 버리는 등 무능함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을 쏟은 엑스박스 360은 하드웨어 설계 결함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일본에서 패배했고,
소니는 심기일전하여 플레이 스테이션 3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았다.
문제는 그 플스3가 개발이 어려운 기기였다는 점이다. 엑스박스는 개발비가 싸지만, 판매율이 적다.
플스3는 엑스박스보다 판매율이 높겠지만 개발비가 비싸 역시 큰 이익을 거둘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일본의 회사들은 휴대용 게임기로의 이동을 택했다. NDS는 어린이들을 통해 높은
판매율을 올리고 있었고, PSP 역시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놀라운 히트로 풍부한 매상을
올리고 있었기에, 휴대용 게임기는 저렴한 개발비로 높은 판매율을 올리는 좋은 기회였다.
일본이 기술력을 포기한 이 시기에 서구의 게임계는 혁신을 맞이한다.
헤일로는 미국의 가정에 FPS의 즐거움을 심었다. 둠과 그 아류작들, 둠의 후계를 잇는
퀘이크와 언리얼이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헤일로가 열어제낀 그 통로에 모던 워페어가 나타났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좋은 총질게임이었지만 특별히 대세가 되지 못하였던 그 시리즈는
4번째 모던 워페어에서 흥행을 폭발시켰다. 헐리우드식 대작영화를 스스로 진행하는 듯한
연출적인 시나리오 모드와 빠르고 재밌는 현대전 멀티게임의 결합이 지금껏 있을 수 없던 흥행을 만들어냈다.
그 외에도 무수한 대작게임들이 발매되었다.
캐릭터게임의 궁극을 보여준 배트맨 아캄 시리즈, 무엇보다 예술적인 총질 바이오쇼크,
페르시아의 왕자를 발판으로 개발하다가 놀라운 시리즈를 개척해낸 어썌신 크리드,
총질과 우주적 영웅신화의 결합을 이루어낸 매스 이펙트, 엄폐총질의 가능성을 만인에게 알린 기어오브워,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자유로운 판타지 엘더스크롤 스카이림과 폴아웃를 비롯하여 다양한 대작들을
완성시켰다.
그 시대에 일본의 업계에서 기술력을 총동원한 게임이라면 파이날 판타지 13과 메탈기어 4 정도이지만
무엇도 호평이 아니었다. 파판13의 초반 스토리는 대략 이렇게 설명가능하다.
"펄스의 팔씨의 르씨가 코쿤에서 퍼지"
그야말로 미친 소리였다. 마신에 오염된 하층민들을 추방시키라는 간단한 이야기를 저렇게 써댔다.
쓰잘데기없는 창작용어의 난발에 끝없이 나오는 마모루(지키겠다) 드립, 스토리의 흐름을
끊는 무수한 동영상 연출, 기존 파판보다 자유도가 많이 축소되어 롤플레잉이 아니라 철도같이 일직선이므로
세계 최초의 레일 플레잉 게임이라는 등 파판13은 기술력과 소모한 비용, 시간에 비하면 낙제점이었다.
메탈기어4에 대해 호주의 게임평론독설가인 엣지는 이런 평을 남겼다. 장시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용이 없이 말하는게 정치가라면, 메탈기어 제작자 코지마는 오후 중반쯤에 우주의 황제가 될 거다.
이런 장황설이 게임이 아니라 다른 매체였다면 독특한 명품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메탈기어는 게임이다.
4시간의 액션, 3시간의 동영상 감상 끝에 1시간 반의 엔딩.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데빌 메이 크라이는 어떤가, 그나마 3D 액션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었던 그 게임은 4 이후 조용히 있다가
뜬금없이 배경과 캐릭터 설정을 완전히 바꾼 신작을 출시했는데, 기존의 팬들을 저버리는 어색한 주인공
때문인지 판매율은 반절이 되고 말았다.
세가는 과거 인기있던 미소녀게임시리즈 사쿠라대전 시리즈를 종결하고, 플스 3 신작으로 전장의 발큐리아를
내놓았는데 판매율은 많지 않았으나 각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세가는 그 발큐리아 2와 3를
플스3가 아니라 PSP로 내놓았고, 그 결과는 기술적 퇴보였을 뿐이다.
서양게임의 경우 매스이펙트 1과 매스이펙트 3의 차이, 어썌신 크리드1 와 어쌔신 크리드 4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이렇듯 서양게임은 게임성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굉장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일본게임의
현재는 엑스박스360 초창기의 로스트 오딧세이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기술력을 포기하고, 휴대용 게임기로의 이동은 결국 도피가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대작게임들의 품질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게임계에서 서양계를 주도적인 위치로 끌어올렸다.
우선 다운로드 게임사이트인 스팀이다. 스팀의 놀라운 성공은 PC게임계와 콘솔게임계의 융합을
가져왔고, 서양게임계는 양분된 역량을 결합할 수 있었다.
플스3 중반기에 이르러 서양의 대작게임들은 플스3,엑박360,PC의 3기종 체제가 완성되었고,
이를 통해 서양의 대작들에게 백만장이란 쉬운 일이 되었다. 흥항실패작이라 평가받는
엘런 웨이크나 레이지 등도 이백만을 가뿐히 넘기는 동안에 일본의 게임들은 저비용은 휴대용으로,
고비용은 플스3로만 발매되어 50만장, 하프 밀리언이면 성공일 정도였다.
스팀의 성공은 또한 인디게임이라 불리는 장르, 대형유통사를 거치지 않은 소규모 게임제작팀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서양의 인디게임들은 서양의 대작들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인 다양한
감성적인 요소들, 일본게임들 특유의 장점이던 그것을 고전방식으로 풀어내어 입지를 확보하였다.
한때 인터넷이 없었던 시기에 일본의 패미통은 인정받는 잡지였다. 40점 만점인 패미통 점수에서
40점을 기록한 젤다의 전설이나 소울칼리버는 두말없는 시대의 명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패미통점수를 믿는다면 사도에 빠진 덕후임이 분명하다. 망겜 후보급인 로그 갤럭시에
36점을 주는 등 어처구니없는 평가를 내리던 패미통은 90년대의 잘못된 캐릭터게임의 재림과도
같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스타배틀에 40점을 부여하여 스스로 파멸했다.
그리하여 죠죠와 같은 40점인 GTA5는 죠죠와 동급인 게임, 40점 미만의 모든 게임들은
죠죠보다 딸리는 게임, 속칭 죠보딸이 탄생하게 되었다.
현재는 메타스코어라 해서 각계의 다양한 리뷰점수를 합산하여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 정착되었으며,
패미통 점수는 메타스코어에 합산될 가치조차 없을 정도이다.
이야기를 돌려 현시대로 넘어가면
플스3와 엑스박스360 말기에 MS는 키넥트, 화상인식 카메라 장치에 집중하고자 했는데 결과적으론
패착이 되었다. 쓰러뜨렸다고 생각한 플스3는 언챠디드 시리즈로 재기하고, 라스트 오브 어스로
저력을 보여주며 엑스박스360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또한 기술력의 부족을 체감하고, 플스3로 접근을 시도한
일본회사들이 겨우 성과를 보여주어 플스3 고유 일본산 게임의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다.
MS의 신기종 엑스박스 원은 명백한 실패작이 되었다. 플스3와 무승부를 찍은 엑스박스360의 후속작은 갑자기 거실을
차지하는 종합엔터테이먼트 기계이길 원했고, 지금까지 여러 게임전용기들이 게임 이외의 것을 꺼냈다가
초전박살났듯이 무너졌다.
콜 오브 듀티와 스포츠, TV만을 연타하는 엑원의 첫 무대는 그야말로 재앙이었고, 소니는 대세를 확신했다.
결국 CEO를 교체하고 잘못을 체감한 마소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렸으나, 이미 하드웨어는 완성되있었고 그것을
리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플스4는 플스3 막판에 보여준 저력을 이어가는 수준으로, 예상되었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최고는 단연코 고성능의 PC이다.
플스3, 엑박360, PC의 3기종 멀티 체제에서 가지는 고성능 PC의 성능상 우위는 플스4에도 마찬가지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PS4가 간신히 풀hd의 해상도에 30프레임으로 돌리는 게임을, 현재가격으로 90만원 정도의 컴퓨터면 풀HD에 60프레임이나
훨씬 높은 해상도에서 30프레임이 가능하다. 조작체계도 플스4와 엑스박스의 패드를 간편하게 PC에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해소되었다. 또한 게임기의 장점이 간편함이라면 Pc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시대의 대세가 되었던 명작도 몇년 지나면 만원 이하로 살 수 있다. 스팀의 은혜이며, 동시에 유통비를 크게 절감한
개발사들도 높은 이득을 올릴 수 있게 됬다. 스팀세일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이트에서 스팀게임을 싸게 팔기 시작하면서
브라질 사이트나 러시아 사이트에서 저렴함을 찾아 헤메는 사람도 있으며, 험블번들이란 사이트의 대박묶음할인세트를 보고
감격하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