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 전 다이아몬드 티어를 달성한 33세 준아재 서포터 유저입니다.
3승 2패로 첫번째 도전에 바로 승급 성공했네요. 물론 말이 쉽지, 만년 플레티넘인 저한테는 여섯 시즌만에 첫 다이아 달성인 셈입니다.
자랑할 곳이 없어서 이 꿀 주말, PGR에 자랑글 쓰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처음 골드 4로 배치받고, 승패를 반복하다가 솔로 랭크에서 만난 원딜러 한분이 친구 추가를 해줘서
그 분과 같이 듀오로 플레티넘 4까지 갔었고, 향로 덕분에 플레티넘 2정도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향로가 너프되고 플레티넘 2부터는 혼자서 다이아까지 왔네요.
골드에서 플레티넘으로 올라가는 구간과, 플레티넘1 처음 구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서포터의 캐리력은 타 포지션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티어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정론이 있지만,
역으로 이야기하면 저같이 피지컬 딸리는 유저들이 버스를 잘 탈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정말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멘탈 관리만 잘해도 지는 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하면서 잘 안 풀릴 때 엄청 화내고 짜증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쉽게 포기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역전이 힘든 상황에서도 한번 끝까지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임했네요.
어차피 솔로 랭크 게임에서의 이기고 지는 양상은 늘 비슷하지요.
실력으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적팀이 던지는 거 받아먹고 한타 대승으로 역전하는 판도 꽤 많았습니다.
제 기준으로는(주관적으로는) 통계적으로 10번의 게임을 하면, 한 게임 정도는 제가 못해서 지고,
두 게임정도는 팀원이 너무 못하기에 내가 아무리 잘해도 집니다.
즉, 10번 중 3번은 필연적으로 진다고 가정했을 때, 나머지 7 게임정도는 비등비등할텐데
이 게임들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에 따라 티어가 올라가겠지요.
롤의 티어 점수 시스템은 이기면 점수를 얻고 지면 점수를 잃기때문에 10번의 게임을 했을 때,
'7승 3패', '6승 4패', '5승 5패'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한 게임 이겼을 때 20점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7승 3패 : +80점
6승 4패 : +40점
5승 5패 : +0점
입니다(물론, 낮은 티어에서는 이겼을 때 받는 점수가 더 크기때문에, 50% 승률만 유지해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승 또는 연패를 할 경우, 티어가 확확 변동됩니다.
연패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 연패를 안하기 위해서는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어쭙잖은 설명까지 했네요.
제가 처음 롤을 시작할 때가 2011~2012년이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더 먹어서 일까요.
힘든 상황에서도 멘탈을 붙잡고 팀원들 다독이며(애들 달래듯이), 역전이 힘들지만 역전의 확률이라도 높혀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하니,
지는 게임들을 승리로 많이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롤은 게임 내에서의 피지컬뿐만 아니라 로지컬이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승률을 높히기 위해서 게임 외적인 노력도 열심히 했네요.
일단,
1. 벤픽 화면에서 선픽이 부담스러운 탑 포지션 등과 챔프 스왑을 해주겠다는 어필을 채팅으로 많이 했습니다.
2. 신호(핑)와 채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3. 차단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4. 못하는 팀원을 보고 '에휴 이판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오더했습니다.
그리고 왠만해서는 서랜 투표를 시작하거나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이기고 있다가 한타를 대패할 경우 다들 소위 '빡쳐서' 서랜을 찬성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저도 여러 번 그랬었는데, 이 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멘탈 관리에 있어서는 정말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 진리입니다.
제가 그렇게 해서 다이아 티어를 달성했고, 저도 그게 신기합니다.
제가 처음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을 시작할 때 저의 지인이 해 준 조언이,
"나 빼고 다 미친 놈이라 생각하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였습니다.
당연히 틀린 말이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말이고, 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벤픽을 전술적으로 하는 것도 티어 상승에 유효합니다.
자신의 챔프 폭에 맞게 벤 카드를 잘 활용하는 것과, 특정 챔프를 벤 해달라 부탁하는 것조차도 게임의 실력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예전과 달리 한 팀당 벤 카드가 5개나 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죠.
저는 주로 룰루, 잔나, 모르가나, 소나, 나미 등의 챔프를 주로 하기 때문에 블리츠크랭크를 무조건 벤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다른 카운터 챔프를 만난다하더라도 룬, 특성으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니까요.
실제로 소나 선픽했을 때, 레오나가 나왔을 때 욕심을 버린 채 방어력, 마법저항력, 체력 룬으로 가면 원콤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고,
후반에 힐 셔틀, 궁 셔틀로 팀원들의 캐리를 도울 수 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챔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보자면,
1. 룰루
블리츠크랭크를 벤했다면 선픽해도 무난한 1티어 서포터입니다.
쓰레쉬와 은근히 알리스타가 어렵긴 한데, 죽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카운터 픽을 만났을 때는 바람술사를, 무난할 때는 천둥군주를 들었습니다.
EQ 콤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라인전 승리의 열쇠였고, 특히 베인 상대로 정말 강력합니다.
한타 시, 원딜에게 붙는 암살자나 브루져(특히 마스터 이)에게 W를 잘 쓰느냐 못 쓰느냐가 찰나의 순간이지만
길고 긴 게임의 승패를 가르기도 합니다.
2. 잔나
아군 보호에 특화된 챔프입니다.
향로 너프전에는 선픽으로 가져갔습니다만, 지금은 조합보고 가져갑니다. 경험상 아군이 4딜 조합일 때 정말 좋습니다.
향로와 더불어 E 너프로 인해 라인전이 약해졌지만, Q의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제 개인적으로는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풀차지 Q를 맞출 경우 에어본이 상당히 깁니다.
잔나의 핵심 스킬은 E지만 잔나의 실력을 가르는 스킬은 Q라고 생각합니다.
적의 경로를 잘 예상하면 봇 갱이 왔을 때 각만 잘잡으면 Q 한번으로 3명을 띄울 수도 있습니다.
3. 모르가나
블리츠크랭크, 쓰레쉬, 레오나, 알리스타의 카운터로 많이 사용했고 상대 조합에 CC가 많을 경우 뽑았습니다.
애쉬 상대로 상당히 괜찮습니다. 애쉬는 이동기가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Q 속박을 피하기 힘들고 애쉬의 R을 E로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향로메타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많이 픽할 기회는 없었으나, 라인전을 압살했을 경우, 서포터 신분으로도 캐리가 가능합니다.
이니시가 가능하다는 것도 큰 강점이지만, 반대로 망했을 경우 이도 저도 아니게 되네요.
아군이 올 AD일 경우 AP 딜을 올리는 것이 유효하게 작용할 때도 많았습니다.
4. 소나
'푸른음속'님의 여눈 소나를 보고 픽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좋습니다. 상대방이 잔나 가져가면 소나 픽했습니다.
(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2&no=61517&divpage=11&ss=on&sc=on&keyword=%EC%86%8C%EB%82%98
이 글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 소나는 가장 룬, 특성의 유동이 많은 챔프입니다.
상대에 따라, 딜로 가서 라인전을 누를지, 탱으로 가서 힐하며 버틸지를 조합에 따라 잘 판단해야 합니다.
후반까지 무난하게만 가면 무한 힐, 무한 보호막으로 향로도 5인에게 모두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소나의 숙련도는 Q 거리재기, E 파워코드로 슬로우 걸기, R 유효타에 따라 달렸네요. 연습만이 살길.
5. 나미
라인전에서 W를 3번 모두 번갈아 맞힐 수 있으면 딜교에서 이깁니다.
교전 시 원딜에게 E를 걸어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힘들 경우 빠르게 Alt+E로 자신에게 걸고 평타를 쳐주면 이득봅니다.
어차피 세번의 평타 딜은 원딜이 치든, 서포터가 치든 똑같이 들어갑니다.
상대 정글러가 초반 갱이 약한 정글러일 경우 소위 '육식 나미'로 딜 올리고 천둥군주 들고서 첫 스킬 E로 라인전 초반부터 압박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특수한 경우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예전 김동준 해설 위원님의 말처럼 나미는 이니시보다 역이니시가 정말 좋습니다.
적팀에 자르반과 같이 다같이 돌진해 들어오는 조합일 경우 나미의 R이 크게 빛을 발합니다.
한타 때 야스오의 W 장막이나 브라움의 E에 의해 막히지 않도록 주의하면 되겠네요.
6. 럭스
시즌2 처음 시작할 때 저의 첫 모스트 챔프였던 럭스, 서포터로 잘 쓰일 수 있을까 아직도 논란이 많은 럭포터입니다.
(이번 롤드컵에 등장해주면 참 좋겠네요.)
럭스에게 상대하기 쉬운 챔프는 없습니다......
마나 관리도 쉽지 않고 4개의 스킬이 모두 논타겟이기 때문에 스킬 한 번 빗 맞으면 타격이 꽤 큽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해 스킬 샷을 잘 맞췄을 경우 상당히 강력합니다.
이즈리얼, 루시안 등 순간 폭딜이 가능한 원딜과 함께 라인에 섰을 경우,
Q 속박 한 번으로 챔프를 삭제시키거나 적어도 스펠을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럭포터는 갱에 상당히 취약하므로 럭스 자신보다 원딜의 라인 관리가 더 중요하고 정글러의 개입이 더 중요합니다.
아군의 럭포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챔프라 솔랭에서 여러모로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W 보호막은 5인에게 모두 적용시킬 수 있으므로 향로 서포터로서 효율은 좋습니다.
여러 번의 좌절 끝에 다이아는 절대 못 가는 티어일 줄 알았는데 이번에 도달했네요.
시즌 막바지인데 모두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PS. 어쩌다 보니 주챔이 모두 여성 챔이네요.
예전에는 알리스타, 타릭, 브라움도 꽤 했었는데 향로 메타로 넘어오면서 이렇게 된 겁니다!......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