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시간에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네요.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넘어가 버렸습니다^^)
2012년 겨울, 12월 23일에 유기견 보호소 출신 우리 사랑이가 저희 부부에게 왔습니다.
저희는 12년 5월에 결혼했는데, 결혼 바로 전에 와이프가 오래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었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강아지를 좋아하고 너무 키우고 싶었지만, 헤어짐의 아픔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니고, 아픈 친구들 병원도 데리고 다니면서 살고 있었는데요. 보호소로 들어가야 하는 강아지가 있다는 소리에, 입양처를 알아보고 보호소로 가기 전에 입양을 보내줘야지 하고, 입양처를 찾아서 보내주고는, 입양을 잘 보내줬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하루 만에 다시 파양되어, 이 아이를 다시 보호소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저희가 입양하게 되었지요. 그 아이가 바로 사랑이에요.
말티즈 치고는 큰 편에(최전성기 몸무게 6.1kg), 다리가 길고 부정교합이 있었던 터라, 두 번의 파양을 거쳐 저희 집에 왔을 때는 발바닥도 안 좋고 귀도 안 좋은 그런 상태였어요. (밖에서 만나면 슈나우저 아니야? 화이트 슈나우저인가? 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어요!^_^)
와이프가 지극 정성을 다해 치료해서, 사랑만 받고 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고 이름 지었었죠. 무슨 일을 해도 사랑 많이 주고 키우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희 눈에는 긴 다리도, 부정교합도, 뚱한 표정도 다 너무너무 예쁜 아이였어요.
그러다가 13년도에 둘째 소망이를 입양하고(이 친구는 강아지 공장으로 갈 뻔한 친구를 데려왔구요.) 우리 삶에 두 마리로 끝이다! 라고 할 때쯤 16년도에 막둥이 베베를 길에서 입양해 왔습니다..
그래서 삼둥이 아빠로 룰루랄라 잘 살고 있었어요.
10월~11월쯤부터 사랑이가 부쩍 떼쓰는 게 늘고, 관심을 끄는 행동들을 많이 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하고, 문제가 뭘까 많이 고민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12월 초에 갑자기 아이 상태가 나빠지면서, 12월 9일에 재검사했더니 갑작스러운 림프종이라는 검사 결과. 림프종은 예후도 안 좋고, 치료를 해도 최대 1년이라는 소리에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빠랑 20살까지는 살아야 한다~ 하고 얘기한 게 정말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내년 2월에 있을 대전 펫쇼에 가서 또 뭘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뭔가 잘못했던 게 있나. 이건 꿈일 거야. 라는 현실 부정의 시기가 지나고, 아픈 아이를 케어하면서 오늘까지(이제 어제가 되어버렸네요..) 부부가 쪽잠을 자면서 케어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부터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밥도 먹지 못하고, 일요일로 예약해 뒀던 항암치료도 못 받고, 겨우겨우 진통제로 버티다가 오늘 낮 3시 56분에 저희 부부가 보고 있는 앞에서 떠났습니다.
사랑으로 낳아서, 지갑으로 키운 우리 첫째 아이가. 더 아프지 않고 훨훨 날아서 무지개다리 건너간 건 마음이 놓이지만, 엄마 아빠 바라기로 겁도 많고 껌딱지 같던 우리 아들 우리 사랑이가 혼자서 먼 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 마지막에는 아파서 근 3일간 좋아하는 음식도 먹지 못했는데... 엄마 아빠 힘들다고 더 버티지 않고 떠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계속 들구요. (그래도 이브에 떠나서 기일은 평생 잊지 못하겠네요. 이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라고! ^_^)
오늘 밤에는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내일 오전에 장례를 치르러 가야 하는데.. 아직도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사랑이가 그래도 보호소에서 힘든 삶을 살지 않고, 엄마 아빠 품에서(동생들과 경쟁이 있긴 했지만^^) 행복하게 잘 살다 갔겠죠? 엄마 아빠한테는 사랑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엄마 아빠가 매번 잘한 건 아니었겠지만, 사랑이도 행복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딱 저희랑 12년하고 1일 살다 간 우리 사랑이. 엄마 아빠가 갈 때까지 아프지 않고 신나게 뛰어놀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랑이,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사랑이는 정말 최고의 강아지였고, 최고의 아들이었어. 엄마 아빠는 다시는 우리 사랑이 같은 강아지를 만나지 못할 거야. 아빠가 너무너무 사랑한다. 벌써 너무 보고 싶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 우리 사랑이.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연말연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조금만 더 슬퍼하고, 문득문득 생각나면 많이 울고, 그렇게 또 살아가야겠죠.
반려견/반려묘를 키우시는 모든 분들, 다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해 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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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오늘 화장하면서 많이 울었지만, 잘 보내줬습니다.
여러분의 위로와 추모 댓글이 많은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조금만 더 슬퍼하고, 조금만 그리워 하면서,
그렇게 또 살아가 봐야겠죠.
남은 아가들도 있으니 힘내서~^^
(회사를 너무 쉬어서 다시 출근하려니 큰일입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