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노벨 경제학상을 탔던 리처드 탈러의 <넛지(Nudge)>가 화제가 된 적 있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행동경제학'이 화두에 떠올랐습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제가 이해한 행동경제학의 주요한 논리 중 하나는 이겁니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심리적 요인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에서 사람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라는 게 행동경제학의 주요 논리 중 하나였습니다.(라고 기억합니다.)
이 '행동주의'에 대해서는 국제 외교에서도 적용해보고자 하는 바람이 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에서, 외교가 내지 전문가들의 주요 코멘트 중 하나가 '비합리성'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읽은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국가는 (대체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책의 요지는 국가는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지만, 신뢰성 있는 국제 관계에 대한 이론을 기반으로, 적절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므로, 아주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나름대로의 합리성에 기반한 선택과 결정을 내린다는 내용입니다. 이 예시로 드는게, 1차 세계대전의 독일이나, 2차 세계대전의 일본도 나름대로는 합리적 결정을 내렸다는 거죠.
그리고 극소수의 사례로 네빌 체임벌린 체제 하의 영국, 1차 세계대전 직전 해군을 강화하려고 하던 독일의 선택 등등이 신뢰성이 낮은 이론을 기반으로, 혹은 의견 수렴의 과정이 생략되었기에 '비합리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몇몇 부분은 이해하지만, 또 몇몇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대체로' 합리적일 수는 있으나, 그게 이 책이 주장하고 싶은 것 마냥 대다수의 사례는 아닐 것 같기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 그러니까, 여론과 흐름에 대한 부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정치적, 정책적 선택에 대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미디어가 발전하는 최근에는 더더욱이요. 파편화, 내지 양극화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과 그에 따른 반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본질적으로, 이 책의 시작은 러우 전쟁에 대한 코멘트에 대한 반박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비합리적'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는 그게 '합리적'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비합리적 사례가 훨씬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요. 또한 어떤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우리(나라)가 접하는 상황은 대체로 능동보다는 수동에 가깝다 보니, 관계를 주도하는 행동을 취한다는게 공감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느 정도의 합리성까지는 이해하지만, 완전히 합리적이라는 명제는 공감하기 어렵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