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는 이유, 명확한 이유

지난번에 방길동씨라는 분의 예를 들어 외국에서 한국 사회로 이민와서 말배우고 직업 구하는 과정을 잠깐 생각해 보았다. 예로 방길동씨가 한국에 이민가는 경우를 들어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하였지만, 한국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방길동씨와 비슷한 경우를 겪을 수 있게된다. 말도 잘 안통하고, 그쪽 분위기도 모르고, 또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일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지 아닌지 조차도 알 수가 없을 수가 있다.

이제 이민을 간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안정이 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새로워 단계단계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가서 살 수 있으려면 갈 때의 확실한 이유와 그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으니, 여기서 외국에 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 한다.

이민의 구체적 이유들

이민병이라고 있다. 이민병은 상사병 만큼이나 심각하고 왠만해서 잘 치료가 되지 않는다. 이민병에 걸리는 보통의 경우는 내 나라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아니 그런 생각도 없이 살다가 어느날 외국 이야기를 듣던지 외국을 한번 방문하고는 그곳에 폭빠져서 외국에 나가 살고 싶어하는데 이것을 이민병이라고 한다.

보통 이민병에 걸리면 마치 결혼할 때 눈에 콩깍지가 끼듯이 가고 싶은 나라의 좋은면만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럴수록 더 냉정히 내가 이민을 가는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해 봐야한다. 확실히 이민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일에 모든 것에 우선 순위를 매겨 볼 수 있는데, 이민도 마찬가지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것을 정확히 하지 않고는 살아가면서 흔들리기 쉽다. 아니 조금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내가 뭘 얻고자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 나간다면 미리 그런 이유를 충분히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민이라고 나갔다가 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언제나 받아주는 고향 대한민국에 돌아오면 된다. 그러나 이것은 해외 주재원으로 몇년 해외 근문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에 이민을 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면 처음부터 나가지 않고 계속 사는 것에 비해 정말로 나쁜점이 많다.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보통 아무런 옵숀이 더이상 없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일 경우가 많으니 나갈 생각이 있다면 나가기 전에 정말로 나가서 최선을 다할 생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려면 좋은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앞에서 말한 자녀의 교육, 시집과의 부조화 이외의 이유들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다.

1. 한국에는 사람이 많으니 사람이 좀더 적은 곳에 살고 싶다. 혹은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 살고 싶다.
2. 환경이 좀더 깨끗한 곳에서 살고 싶다.
3. 좀더 인간적인 곳에서 살고 싶다. 혹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인권이란 무엇인지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4. 경쟁이 덜 치열한 곳에서 살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경쟁관계가 아닌 같이 사는 협조 관계인 곳에서 살고 싶다.
5. 지역감정, 학연 지연 그런 것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6.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일이 거의 없고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다. 아니 오히려 약자를 더 잘 감싸주는 곳에서 살고 싶다.
7.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더 살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
8. 체면을 중시하지 않고 내가 뭘하든 나쁜일이 아니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
9. 직업의 귀천이 없는 (혹은 거의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10. 입시지옥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11. 아이들이 입시교육 위주가 아닌 교육다운 교육을 받는 곳에서 살고 싶다.
12. 한국에서는 주중, 주말 그리고 낮이고 밤늦게까지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이렇게 일하다가는 어떤 병이 날지 또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모르니, 낮에만 열심히 일하면 되는 분위기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
13. 내가 구상하는 사업이 좀 더 잘 될만한 곳에서 살고 싶다.
14. 한국보다 사업하기 쉬운 곳에서 살고 싶다. 즉 중소상인이나 중소 사업자가 발붙일 수 있는 곳에서 사업하며 살고 싶다.
15. 최저임금으로 어느정도 먹고 살만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
16. 국가가 정치적으로 좀더 안정된 곳에서 살고 싶다. 예를 들어 한국은 남북으로 갈려 있어 어떤 문제든 좌우의 개념이 들어가기 쉽고 또한 정치인들이나 일반인들이 이런 좌우 개념에 민감하기도 하고 또 일부러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다.
17. 정치인들이 좀더 믿을만한 곳에서 살고 싶다.
18. 중앙의 언론통제같은 것이 없고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아니면 좀더 나은 민주주의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19. 정부의 입김이 우리의 삶에 좀 덜미치는 곳에서 살고 싶다.
20. 한국에서는 이제 도저히 먹고살 방법이 없어 외국에 가서 무엇이든 해서 먹고 살고 싶다.
21. ‘나’라는 사람 그리고 내 가족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현재 내 직계가족을 제외한 형제 자매 친척등 가족을 포함한 주위의 대부분 혹은 모든 사람을 보기 싫다.

아무런 우선순위 없이 이런저런 생각나는 것을 적어 보았다. 이것 말고도 자신의 처지나 생각(철학)에 따라 아주 많은 이민 갈 이유를 찾아볼 수 있겠는데, 어떤 것이든 이민을 가는 사람은 확실한 자신의 이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어떤 나라에 가면 그것을 얻을 수 있을지 잘 알아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민을 가서 위에서 열거한 것 그리고 그외에 자신이 정한 목표와 목적에 합당한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어떤 댓가를 치룰 수 있는지 즉 어떠한 것은 손해를 보아도 괜찮은지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역시 생각나는대로 몇가지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포기 할 수 있는 것

1. 나와 배우자의 부모님을 앞으로 몇번 못 본다해도 할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못본다 해도 할 수 없다. (개중에는 집안 사정 집안 분위기 때문에 이렇게 되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2. 형재자매 친척 친구들을 자주 못보고 점점 멀어지고 또 연락이 끊어져도 어쩔 수 없다.
3. 현재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안정 안전을 모두 잃어도 후회 없다.
4. 현재의 소득을 계속 지키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5. 현재 알게 모르게 살면서 쓰고 있는 이런저런 시스템을 잃어도 상관 없다. 예를 들어 smart phone이 없어도 credit card가 없어도 상관없다. Smart phone이나 credit card 말고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편리한 무엇이 갑자기 없어져도 할 수 없다. (credit card나 smart phone은 나라마다 다 있지않냐는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적당한 예가 생각나지 않아 골라 본것입니다.)
6. 한국에서 보다 훨씬 낮은 임금으로 훨신 못해 보이는 일, 예를 들어 3D혹은 그와 비슷한 일을 해도 상관없다.
7. 내생각에 남들 보기에 내가 아주 우수워 보여도 상관없다. 즉 아주 하찮은 일을 하게 되면 (내가 보기에/내 생각에) 내가 아주 볼품 없어질 것인데, 내가 원하는 것만 얻는다면 내가 볼품없어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은다.
8. 나의 아이들이 좀더 자라서 나를 보통 한국 자녀가 부모에게 대하듯이 하지 않아도 할 수 없다.
9. 나의 아이들에게 효라는 단어를 절대로 설명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
10. 조국이라는 조상이라는 삶의 뿌리가 없어져도 상관없다.
11. 나의 아이들이 한국인이 아닌 해외의 우리가 평소 우리보다 못한 나라라 별로 눈여겨 보지 않던 나라 사람을 배우자감으로 만나도, 아이들의 선택이라고 받아들이겠다.
12. 나의 아이들이 새로운 나라에 아무런 뿌리없이 새롭게 정착하는데 기존에 그 나라에 살던 사람들에 비해 불리해도 받아들이겠다.

물론 좀 극단적인 예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예를 들어보았다.
첫번째 부모님의 예의 경우, 주위에 보면 여자분들중에 친정어머니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국에 못가시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 어머니가 아니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생전의 모습을 볼 기회는 완전히 없어졌고 장례식이라도 참석하시고 싶겠지만, 이미 한국에 가봐도 어머니는 안계시고 급하게 아주 비싸게 비행기표 끊어서 가볼만한 가치를 별로 찾지 못해서 안가시는 분들이다. 급하게 끊은 그 비싼 비행기값을 벌려면 자신이 몇시간을 일해야하는지가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국에 살다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점점 한국과 저절로 멀어지게 된다.


다음번에는 영주권과 시민권에대해서 이야기 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