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1/29 18:24:48
Name 잉요미
Subject [일반] [2][우왕] 그 많던 돈가스는 누가 다 먹었을까
[부제] 돈가스 마이쪙. 돈가스 머그면 살 마이쪙.


이거 이거 난감합니다.
평소 돈가스를 프라이팬에 구워먹었는데, 이번에는 막 티브이 홈쇼핑에서처럼 튀겨먹고 싶어지는 겁니다.
왠지 그편이 더 바삭바삭하고 더 잘 익을 것 같았어요. 네 정말 맛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계속 부었습니다. 프라이팬 옆면의 반 정도까지 차도록 말입니다.
평소에 돈가스를 구울 때도 계란후라이 해 먹을 정도만 식용유를 써온 저로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치를 부린 것이지요.
식용유를 부으면서도 '이 정도면 식용유값으로만 돈 천 원은 되겠는걸'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사온 돈가스는 집 앞 슈퍼 냉동코너에서 산 싸고 얇은 '고기맛' 나는 싸구려 돈가스였기에 튀김용 팬이 없더라도,
말하자면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홈쇼핑 장면처럼 돈가스를 튀겨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맛있었어요. 구워 먹는 것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맛이었지요.
구워먹다 보면 가장자리 부분만 시꺼멓게 타는 경우도 있고, 속이 잘 안 익는 때도 있었기에 맛이 형편이 없었지요.
하지만 이 튀긴 돈가스는 제가 평소에 먹던 돈가스와 다른 돈가스를 사온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식용유를 '뿌린 대로' 좋은 돈가스를 '거둔' 것이지요.
조금 전만 해도 부은 식용유 값에 대해 미련이 남았지만, 그 미련이 정말 눈 녹듯이 싹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부른 배를 주무르며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아, 이거 참 난감합니다.
프라이팬엔 빵가루가 둥둥 떠다니는 폐식용유가 덩그러이 남아있었는데,
이걸 그냥 하수구에 버리자니 환경오염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먼저 들었고,
또 이걸 다르게 처리하자니 머릿속이 텅 빈 거 마냥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겁니다.
평소에 돈가스를 구워 먹던 저는 그냥 키친타올 몇 장으로 쓱쓱 닦아내는 것만으로도 설거지할 준비가 되었지만,
이 프라이팬 가득 담긴 식용유는 도저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생각해보니 이런 폐식용유의 뒤처리를 해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없는 기억을 기억해내려고 하다니!,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하죠.
그러더니 그 텅 빈 머릿속에 아까 그 생각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지 멉니까?


아까 그 생각, 식용유값에 대한 생각 말입니다.
제가 정확히 '이 정도 양이면 식용유 값으로만 돈 천 원은 되겠는걸' 이라고 지껄인 바로 그 생각 말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그 생각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토씨 그대로 머릿속에 한 글자 한 글자 박혀서 새겨지는 것입니다.
정말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생각해보십시오. 아주 캄캄한 어둠밖에 없던 제 머릿속에 '식' 자가 천천히 내려오더니 이윽고 자기 자리를 찾은 양 어둠 속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는 듯이 박혀버리지 멉니까. 모르긴 몰라도 심한 움직임까지 났을 겁니다.
네! 무거운 물체를 땅바닥에 떨어트렸을 때처럼 글자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서 하나하나 박혔다 이 말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정말입니다. 저는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여하튼 그 글자들이 머릿속에 새겨지자마자 식용유를 버릴 생각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요.
특히 실수라는 일은 더 그래요. 한번은 되고, 두 번은 되지 않습니다. 용납되지 않는 거에요. 전 사치를 두 번이나 저지를 뻔했지 멉니까.
정말 큰일을 저지를 뻔 했어요. 하지만 눈치채셨다시피 전 조금 똑똑한 편입니다. 그래서 그 실수를 하기 전에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었지요. 전 결심했지요. 폐식용유를 버리지 않기로 말입니다.


네.
그것이 왜 돈가스를 하루 만에 다 먹었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네 맞아요.
그 많던 돈가스를 먹은 것은 바로 저란 말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파란아게하
15/11/29 18:25
수정 아이콘
...우왕글이 아직도 올라오네요....
잉요미
15/11/29 18:28
수정 아이콘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벤트 끝났나요? 그렇다면 글 내리겠습니다! ㅠㅠ
Sgt. Hammer
15/11/29 18:44
수정 아이콘
금일 자정 전까지일겁니다.
우리 존재 파이팅!
파란아게하
15/11/29 18:46
수정 아이콘
내리긴 어딜 내립니까!!!
잉요미
15/11/29 18:50
수정 아이콘
배불러서 물 내리러 갑니다!
파란아게하
15/11/29 18:55
수정 아이콘
잘하고 있는 짓입니다.
같이걸을까
15/11/29 18:58
수정 아이콘
당연하죠 전 돈가스를 먹고있으니깐요
파란아게하
15/11/29 19:07
수정 아이콘
님한테 안 물어봤는데요???? 아이디 두개 쓰시나요???
같이걸을까
15/11/29 19:12
수정 아이콘
아니요 사실 전 두명입니다
파란아게하
15/11/29 19:19
수정 아이콘
들켰군요. 신고하겠습니다.
The Special One
15/11/29 18:32
수정 아이콘
내리지마세요. 재미있네요. 하루키 생각이 났습니다.
잉요미
15/11/29 18:35
수정 아이콘
어헣 감사합니다!
이런 피드백에 광대 승천하고있네요 허헣.
저녁식사 안하셨다면 돈가스 어떠신지요. 허헣.
15/11/29 18:51
수정 아이콘
최악이네요... 낭비왕이셨네? 앞으로 10년은 그 식용유 재사용 가능합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자고 홍보하면 뭐합니까. 이런 분들이 있는데. 한 번 더 쓰고 재생비누 이런 것도 만들지 말고 요리 또 하세요.
잉요미
15/11/29 19:33
수정 아이콘
앞으로 10년은 더 돈가스를 튀겨먹을수 있겠군여! 홍홍
헤글러
15/11/29 20:24
수정 아이콘
맛있게 먹는 식용유값 천원... 결혼은 하셨는지?
데로롱
15/11/30 01:46
수정 아이콘
크크 결론에서 빵터졌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278 [일반] [2][우왕] 야구 vs 축구 (부제 : 소재는 롸끈하게) [99] 신용운6085 15/11/29 6085 0
62276 [일반] [2][우왕] 키배의 최고봉은 vs 놀이죠. 김용 vs 톨킨 [35] kien6653 15/11/29 6653 0
62275 [일반] [2][우왕] 그 많던 돈가스는 누가 다 먹었을까 [16] 잉요미4807 15/11/29 4807 3
62274 [일반] [2][우왕] 약 빨고 쓰는 토론글 - 오크는 왜 취익거리는가 [31] 나루호도 류이치6301 15/11/29 6301 0
62273 [일반] [2][우왕] 다들 글들을 너무 잘쓰시는거 아닙니까? [31] 같이걸을까3681 15/11/29 3681 0
62272 [일반] [2][우왕] 둘이서 제주도가면 여자친구 생기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52] 대호도루하는소리6696 15/11/29 6696 0
62271 [일반] 구자형의 넷텔링 두 번째 이야기 "달의 위성 2부 by 마스터충달" [17] 북텔러리스트3933 15/11/29 3933 33
62269 [일반] 영국과 미국에서 기록을 세운 아델 [19] 비타에듀7289 15/11/29 7289 1
62268 [일반] 노력이 가장 두렵다. 가수 김연우를 보며. [60] 삭제됨10595 15/11/29 10595 13
62267 [일반] [UFC] 어제 UFN 79(UFN 서울)의 보너스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3] The xian6342 15/11/29 6342 0
62266 [일반] [2][우왕] PGR21은 문 닫아야한다. [26] Musicfairy6574 15/11/29 6574 9
62265 [일반] 음악은 질려도 꿈은 질리지 않는다. [17] 절름발이이리5429 15/11/29 5429 2
62264 [일반] 고시합격을 위해 필요한 펜의 개수 [81] Jarvis40586 15/11/29 40586 48
62263 [일반] UFC 타격 괴물이 하나 나왔네요... [11] Neanderthal9676 15/11/29 9676 2
62261 [일반] [2][우왕] 솔직히 노잼인 부분 [24] 이리떼6205 15/11/28 6205 9
62260 [일반] [2][우왕] 마누라가 친정엘 갔습니다. [123] 라덱10936 15/11/28 10936 45
62259 [일반] [야구] 야생마의 귀환 [29] cs6375 15/11/28 6375 2
62257 [일반] [2][우왕] 이런 이벤트 왜 합니까? [24] 삭제됨5222 15/11/28 5222 0
62256 [일반] [2][우왕] 피지알에는 도편추방제가 필요하다. [59] 하나5916 15/11/28 5916 6
62255 [일반] [2][우왕] 본문내 특수 문자, 이미지 삽입을 허용할거면 초성체도 허용해야 한다. [36] Jace Beleren5842 15/11/28 5842 14
62254 [일반] [2][우왕] [연애] 오늘 생일인데 남친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요 ㅠㅠ [104] 단호박17603 15/11/28 17603 6
62253 [일반] [2][우왕] PGR 선비화 추진을 허락합니다 [29] 윤하홀릭4883 15/11/28 4883 9
62251 [일반] [2][우왕] 점심에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50] Designated8070 15/11/28 8070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