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무도에서 대박이 터진 예능총회에서 결국 마지막 결론은 2016년 패널 이경규였습니다. 물론 진지한 결론은 아니었고 단순한 우스개소리였습니다. 그래도 한번 패널로서 이경규가 성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예능총회는 여러모로 이경규의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나온 방송입니다.

물론 예능총회는 무도에서도 역대급이었고 전설 아닌 레전드 화였습니다. 여기서 이경규의 활약은 정말 무시무시했으며 가히 mom급 플레이를 보여주었다고 할만합니다. 저번에 나왔던 맹비난특집에 이어 또다시 무도에 레전드편을 만들어준 이경규의 역량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경규의 미친 활약속에 많은 다른 게스트들이 묻혀버렸습니다.

맹비난특집은 이경규 혼자 나왔던거니 상관이 없었지만 이번 예능총회는 한국의 내노라 하는 예능인 10명이상을 같이 불렀는데 그 중 대다수가 이경규때문에 묻혀버렸습니다. 그나마 이경규 기세에 눌리지 않고 맞상대를 할 수 있는 소수의 게스트 김구라, 윤종신 정도만 분량을 뽑을 수 있었고 그외는 다 묻혀버렸죠. 심지어 무도 멤버들도 박명수를 제외하고는 다 병풍신세가 되었습니다.

이걸 단순히 다른 게스트들이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능총회를 다시보면 이경규가 정말 게스트들이 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계속 끼어듭니다. 게스트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이경규가 끼어들어서 포인트를 자신에게 맞춰버리면 그 게스트들은 그냥 묻혀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나름 기가 센 김구라, 윤종신들이 이경규가 그렇게 끼어들때 자기 목소리를 내며 분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 그러지 못한 게스트들은 그냥 이경규로 포커스가 맞춰지는걸 볼 수 밖에 없었죠.

결국은 예능총회에서 분량을 뽑느냐 마느냐는 이경규에 기에 눌리지 않고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뭔 드립을 할때 이경규의 버럭에 눌릴거 같다고 생각하는 게스트들은 쉽게 드립을 치지 못하고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죠. 결국 살아남는건 이경규에게 눌리지 않는 소수의 몇명뿐입니다.

이점에서 이경규가 고정패널로 나올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패널은 음식으로 치면 메인음식이 아닌 밑반찬입니다. 메인요리를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 배경역할이죠. 하지만 이경규라는 반찬은 맛과 냄새가 너무나 강합니다. 그 맛과 냄새가 너무나 강하다보니 메인요리를 물론이고 다른 밑반찬들까지 다 묻어버립니다. 그나마 역시 독한 맛과 냄새를 내는 김구라, 윤종신 같은 밑반찬들이 자기 맛을 낼수있지 다른 밑반찬들은 다 맛을 느끼지 못하게 묻혀버릴겁니다. 다른 게스트들과 프로그램의 메인주제를 묻어버리는 패널은 패널로서 살아남기도 힘들고 PD가 쉽사리 찾지도 않을겁니다.
이경규는 박명수 만큼이나 자기위주이고 자기색이 강한 예능인인데 박명수보다 더 월등한 경력과 연륜을 가지고 있으니 쉽게 컨트롤 되지도 않습니다. 기가 약한 후배들은 이경규 앞에서 자기 분량 찾기도 버겁겠죠. 가장 확실한 예가 남자의 자격의 김준호입니다. 김준호가 나름 개콘 짬밥이 있었지만 남자의 자격에서는 이경규의 기에 눌려 제 활약을 못하더군요. 그러다 이경규를 벗어나 1박 2일에서 포텐이 터져 맹활약 하고 있는걸 보면 남자의 자격에서 김준호가 활약을 못한건 단순히 김준호의 역량 부족만은 아닙니다.


결국 이경규는 가끔씩 특별게스트로 부르는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가끔씩 나오면 어느 방송이나 여지없이 레전드급 방송을 만들어주니까요. 하지만 고정패널로 이경규를 데리고 간다? 방송 자체가 어그러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명랑히어로는 그런 이경규의 한계를 제대로 잘 보여주는 방송이었습니다.

명랑히어로에서 이경규가 특별게스트로 출연했을때 여지없이 레전드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이경규가 명랑히어로의 고정 패널이 되면서 명랑히어로는 뭔가 밸런스가 어그러졌습니다. 이경규 전까지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 김성주 박미선 이하늘 등으로 잘 짜여져 있었던 명랑히어로는 이경규가 들어오면서 흐지부지 되더니 결국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전적으로 이경규 탓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많은 명랑히어로 팬들이 이경규가 들어오면서 명랑히어로가 이상해졌다라는데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경규가 명랑히어로에 들어오며 너무 지나치게 자기위주로 방송분량을 가지려고 하니 지금까지 서로 견제와 디스를 하며 절묘하게 균형을 잡았던 다른 게스트들의 밸런스가 삽시간에 무너진거죠.



이경규를 제대로 쓰기위해선 이경규를 잘 콘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이경규와 비슷한 연륜과 경력을 갖추고 이경규의 독한 드립을 중화시킬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김용만, 조형기등이죠. 특히 김용만은 이경규와 가장 뛰어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예능인입니다. 나이도 어느정도 되고 연륜과 경력도 있으니 적어도 이경규에게 눌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예능인이라 이경규의 독함을 중화시키는데도 최적이죠.




남자의자격이 성공할 수 있있던것에도 이경규를 제어하는 김국진의 존재가 컸습니다. 명랑히어로에서의 김국진은 예능에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아 누구를 컨트롤 하기는 커녕 자기 분량도 뽑아내지 못하고 어버버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이경규를 컨트롤할 생각도 못했죠. 하지만 남자의자격에서는 어느정도 예능감이 돌아와 폭군 이경규에 맞서서 이경규 어택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때로 이경규에게 막말을 하고 이경규를 대놓고 공격함으로서 이경규의 기를 죽이는데 한몫을 확실히 한거죠.

즉 이경규를 고정으로 두고 쓰기 위해선 그런 콘트롤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패널로서 이경규를 쓸때 꼭 항상 그런 콘트롤러까지 같이 섭외해야 한다면 PD 입장에선 지나친 부담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경규를 패널로 쓰려고 할때 김용만, 조형기등도 같이 데리고 와야 한다면 차라리 안쓰고 말지 굳이 이경규를 패널로 쓸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2016년 이경규가 패널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던 어떻게든 끼어들어 자기분량을 꼭 뽑고야 말겠다는 그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한 이경규를 고정패널로 부를 PD는 많지 않을듯 합니다. 그냥 가끔씩 한번 레전드 화를 기대하고 이경규를 불러 그 화만 이경규에게 분량을 몰빵해주는 정도가 PD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