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02 20:25:53
Name 사도세자
Subject [일반] 나는 노력이 부족한 걸까? <부제: 그러니까 노오력을 하란 말이야>


#1. 조금은 부끄럽지만 학창사절 내 꿈은 의사였다.
그것도 응급실의사. 1분 1초를 다투는 순간에 사람의 목숨을 살린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 공부실력은 의대를 갈 만큼 따라 주지 못했다.
선생님은 네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니 원망말라고 했다.
받아 들이기로 했다.

#2. 재수를 할까 꿈꾸었지만,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에 재수는 어려울거 같아
서울에 있는 물리치료학과에 갔다.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환자의 가까운 곳에서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가끔 고등학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노력이 부족한 탓'을 가슴에 새겨 장학금도 몇 번 탔다.

#3. 나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우리나라에서 최대로 손꼽히는 대학병원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세금을 빼고 8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고, 고시텔비 25만원과 학자금 대출을 받고 나면 생활비가 남지 않았다.
결국 신용카드라는 것을 난생처음 만든것 같다.
나를 포함한 7명의 인턴동기들이 열심히 정직원의 꿈을 키웠다.
6개월이 지났을때 4명이 그만두고, 남은 세명중에 한두명 정도는 정직이 될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10개월이 지났을때, 우리 모두 정직원이 될 수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애초에 사람을 뽑을 생각이 없었는지, 아니면 정말 우리가 노력이 부족했던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다음해 그병원은 후배 인턴 9명을 새로 뽑았다.

#4. 서울에서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그래도 그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에 입사를 했다.
세금 공제후 월급 168만원을 받았다.
연애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술도 일절 마시지 않았다.
옷은 겨울에는 파카 하나로 버텼다. 그렇게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겨우 갚고나면 내 수중에80만원 정도가 남았다.
그래도 그돈을 꼬박꼬박 매달 모아 2년차가 되던해 2천만원을 모았다.


#5. 꽤나 큰 병원인줄 알았는데, 부도가 났다.
그래도 희망은 있어서 다른 병원을 찾아 갔는데,
'경력도 있고 나이도 있으신데 이정도 월급으로 괜찮겠어요?'라고 면접하는 사람이 말한다.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는데, 결국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처음으로 실직자 라는게 되었다.

#6 내나이가 30즈음, 결혼도 하고 싶고 부모님밑에서 독립도 하고 싶은데, 결국 돈이 문제다.
다시 공부를 해서 내꿈이 었던 의대를 갈까?
아니, 행여나 합격한다고 해도 그 이후의 학자금을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좀 더 소득이 높은 다른 직업을 찾아 보기로 했다.

#7 2년간 온갖 돈되는 일을 다했다.
청년 창업이다 뭐다 떠들때 장사도 해보고, 저녁에는 골프장에서 VIP손님들의 주차나 담배심부름, 구두를 닦아주고 돈을 받았다.
월 소득은 230으로 올랐는데,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자격증시험 온라인 수강료, 영어학원비로 지출되고 나니 몸은 더 힘들어졌을뿐
다시 내수중의 소득은 제자리다.

#8 왜 삶이 이렇게 팍팍한지 모르겠다.
나는 나름대로 미래를 보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건 다해보려고 한다.

어젯밤 꿈에,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 나왔다.
'그러니까 , 노오력을 하란말이야!'

네 선생님. 아직 노력이 부족한가봐요.


p.s 센치해진 맘에 그냥 두서없이 적었네요.. 다들 힘네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3/02 20:42
수정 아이콘
짠하네요. 공감도 되구요.
화이팅하세요!!
라니안
16/03/02 20:51
수정 아이콘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계시니 언젠가 문득 돌아보니 행복한 순간이 오실거라 믿습니다.

누구 말대로 희망은 좋은 거지요
아수라발발타
16/03/02 20:53
수정 아이콘
포기하면 편해집니다...ㅜㅜ

사실 본인이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충동질 당한 부분이 많습니다

정말 바라는걸 하는데 필요한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또 그정도 돈을 버는데 드는 시간은 삶을 황폐화 시키지 않을겁니다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부터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annenbaum
16/03/02 20:58
수정 아이콘
서른 초반 주식실패와 보증 서줬던 일이 동시에 터져 신용불량자에 빚만 억단위를 진적이 있었습니다. 지인들의 도움이 있긴 했습니다만 아동바동 악다구니 쓰면서 살다보니 내세울만하지는 않지만 작은 커피숍 하면서 하면서 그냥저냥 먹고 살만하게 되었습니다.
잔소리처럼 들리시겠지만, 또 뻔하디 뻔한 이야기겠지만 노력보다 노오력을 하면 조금은 나아지긴 하더군요. 아주 조금은요..
노력이 부족하다가 아니라 지금처럼 계속 노력하시면 조금씩 조금식 결실이 다가올거란거지요.
기운내시고요. 아직 충분히 젊으시니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밝으실거라 믿습니다.
홧팅입니다.
Korea_Republic
16/03/02 23:01
수정 아이콘
이 길이 맞는지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중입니다. (IT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비슷한 업무 하고 있습니다)
홀로 출퇴근길에 애자일, 스크럼, 사용자스토리, 프로젝트 관리에 관한 책을 읽거나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 보면서 나름 노오오오력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더 잘했으면 되겠지 이 생각 하나만 가지고 말이죠.
사도세자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무엇을 하시던지 몸이 아프시진 않으셨으면 해요.
즐겁게삽시다
16/03/02 23:22
수정 아이콘
오오오 저랑 비슷한 일,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ㅠㅠ 저는 거의 새끼 수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PM관련해서 괜찮았던 책이나 컨텐츠 추천 부탁드립니다. 일에 치여서 괴로워서 죽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애자일 스크럼, 사용자스토리, 프로젝트 관히 다 관심 분야인데 어디부터 파야할지도 막막하고 주변에 도움받을 데도 마땅치 않네요;;
Korea_Republic
16/03/02 23:35
수정 아이콘
저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캄캄합니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쓰고 국내 중소기업이라고 읽습니다;;;;; 한국지사 기업문화가 거의 그런 수준) 본사 IT 부서 소속으로 아시아지역 담당으로 있는데 제 직속상사는 본사에 있고 저 혼자서 한국에서 아시아지역 (한국, 일본, 대만, 호주)를 커버하는 중입니다. 제 직속 프로젝트 매니저님은 미국 본사에 계시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뭔가 물어보고 피드백 받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렇게라도 노오오오력 하는거구요. 요새 '인사이트'에서 출판하는 [스크럼], [사용자스토리], [경험과 사례로 풀어낸 성공하는 애자일] 뭐 이런 책 보고 있어요. 애자일 관련 도서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네요. 페이스북에 애자일 관련 그룹 있던데 거기 가입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이재왕님이라고 애자일 고수분께서 좋은 글 올려주시더라구요.
즐겁게삽시다
16/03/03 06:22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yangjyess
16/03/02 23:55
수정 아이콘
의느님도 이런 얘기를 하나요... 살짝 기만으로 느껴지기는 한데 그래도 화이팅... ㅠㅜ
16/03/03 00:08
수정 아이콘
물리치료학과를 다니셨다고 합니다.
-안군-
16/03/03 00:10
수정 아이콘
아무리 힘들어도 두 눈 부릅뜨고 살다보면 기회가 보입니다.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라도 다 놓아버리지만 마세요.
실패할 때 패배하는게 아니라 포기할 때 패배하는겁니다.
근성러너
16/03/03 07:44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사회초년생 중소기업 다니는입장으로 공감이 잘되네요.. 저도 더열심히 다시공부해서 이직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자하나
16/03/03 18:13
수정 아이콘
제 인생도 답답한데 남의 인생에 어떻게 간섭할 수 있을까 하지만 조심스레 댓글을 남겨볼께요.

제 짧은 경험상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능 + 노력입니다. 보통 목표라는 것은 자기의 재능을 바탕으로 그 위로 정하기 때문에 노력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정한 목표에 다다르기위한 노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만큼 노력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을 쏟아 붇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자기가 3대고시를 거의 탑으로 합격한 사람보다 낫다 왜냐하면 자긴 턱걸이로 합격했기 때문에 자신이 효율이 더 높다. 몇몇 괴수들과 살아본 제가 느끼기에는 많은 성공한 괴수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노력을 남들과는 비교도 못하게 많이 하거나 굉장히 꾸준히 합니다. 그 다른 형태의 노력의 예를 들면 제 친구는 월-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8시간씩 공부합니다. 그게 자기에게 가장 효율이 높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 이외에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시간을 씁니다. 또 다른친구는 앉은 자리에서 40~-50시간씩 스트레이트로 코딩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최장시간은 110시간정도 인데, 보통 1-3달 걸릴 프로젝트인데 일주일도 안되서 끝내버리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도 물론 공부하지만 술담배등 스테미나에 영향을 미치는건 아무것도 안합니다. 프로젝트 시즌 오면 잠자리도 안합니다. 직업 특성상 학생지도를 해야하는데, 그럼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학생을 자기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겁니다. 8시간을 공부했다는데 자기가 1시간한것만큼의 효율도 안나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학생이 거짓말하는거 같겠지만 실제로 그게 일반적인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일주일 밤을 세서 해와도 너는 노오오력이 부족해 이런말이 튀어나옵니다.

조금 더 설명과 변명을 하자면, 거의 30-40년을 공부에 전념해서 그런지 뇌가 근육이라면 힘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러니 기본적인 효율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사람들끼리 계속 모이기 때문에 우리가 남들과 다르다는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을 평가하고 대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생깁니다. 왜 노오오오력을 안하냐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은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서 남을 이겨야 하는데, 이기기 위해서는 노력밖에 답이 없습니다. 재능은 이미 정해진거고 변할 수 있는건 노력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 30이라는건 별로 중요한 숫자는 아닌거 같고, 혹여 중요하더라도 노력을 남들을 이길수 있을 만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 살기 어렵지만, 연봉 1억 받고 5억받고 한다고 삶이 쉬운건 아닌거 같아요. 제 친구들 벌써 3명이나 자살을 했는데 다들 억대 연봉은 받았습니다. 저는 돈을 많이 벌지는 않지만, 작년에 애들 떠나 보내고 우울증이 와서 정말 위험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그래도 그 때의 우울했던 시간들이 결국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계기가 되서 지금 혼자 지냅니다.

힘내세요. 행복하게 사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867 [일반] 일체형 배터리에 관해 깨진 편견 [48] 복숭아설리12134 16/03/02 12134 1
63866 [일반] [프로듀스101] 뱅뱅 직캠 후기 [34] Leeka8450 16/03/02 8450 3
63865 [일반] 타코야끼 (3) [7] 잉여잉여열매2822 16/03/02 2822 1
63864 [일반] [방송] 도올 김용옥의 컴백, 차이나는 도올. [9] KOZE6419 16/03/02 6419 4
63863 [일반] 미국인 대상 역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 TOP 10 [24] 김치찌개5606 16/03/02 5606 2
63862 [일반] 역대 NBA 정규시즌 MVP 최다수상 TOP 12 [4] 김치찌개4901 16/03/02 4901 0
63861 [일반] 나는 노력이 부족한 걸까? <부제: 그러니까 노오력을 하란 말이야> [13] 사도세자6359 16/03/02 6359 28
63859 [일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힐러리가 거의 확정인 듯 합니다. [94] 군디츠마라14150 16/03/02 14150 0
63857 [일반] 주토피아 더빙판 보고 왔습니다. [17] 말랑6526 16/03/02 6526 1
63855 [일반] [추천사] SPOTLIGHT, 현시대에 전하는 강렬한 메세지. [29] V.serum6042 16/03/02 6042 2
63854 [일반] <단편?> 카페, 그녀 -35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8] aura4246 16/03/02 4246 5
63853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09 (3. 죽은 자와 죽지 않은 자) [42] 글곰5204 16/03/02 5204 44
63852 [일반] 사회생활 하려면 어쩔 수 없어 [76] Right12623 16/03/01 12623 51
63850 [일반] [스포] 바닷마을 다이어리 보고 왔습니다. [14] 王天君5223 16/03/01 5223 4
63848 [일반] 군주의 몰락이 시작되었나 [25] minyuhee10264 16/03/01 10264 1
63845 [일반] 개인 사생활 보호와 공익의 간극 [102] RO227866 16/03/01 7866 2
63840 [일반] [야구] 넥센히어로즈 조상우 시즌마감+2차기사추가 [43] 이홍기9672 16/03/01 9672 1
63838 [일반] [리뷰?] 액티브 레이드 -기동강습실 제8계- [5] 좋아요4283 16/03/01 4283 0
63837 [일반] 새누리당의 복잡한 내부 사정 [337] 김익호18248 16/03/01 18248 4
63836 [일반] 현직 정치부기자가 쓴 더민주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한 이유 [114] 에버그린12863 16/03/01 12863 2
63835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4 튜토리얼(3) (본격 공략연애물) [8] aura4083 16/03/01 4083 5
63833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08 (3. 죽은 자와 죽지 않은 자) [27] 글곰5148 16/03/01 5148 65
63832 [일반] 독일의 또 다른 과거사 반성 [1] 공유는흥한다3345 16/03/01 334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