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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10 03:08:38
Name 캡틴백호랑이
Subject [일반] 한 달 쉬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넋두리를 적어 봅니다.
부족하고 짧은 글이지만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시고 읽어주세요. 아마 그리 긴 글은 아닐꺼에요.

3수 실패 후 갔다온 군대, 군대 전역 하고 다시 공부를 해야 겠다고 생각 했지만 그 생각은 현실이란 벽 앞에 3개월 만에 포기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포기한 고졸자에겐 선택이란 폭은 넓지 않았습니다. 돈! 돈을 벌어야 했죠.

'그래! 돈을 벌자. 공부는 다음에. 다음에 조금 쉬고 다시 하자!'

그렇게 선택하게 된 직장.
어린 나이에 온 탈모와 콜라 중독으로 생긴 비만, 거기에다 사회성 제로인 저에게 사회라는 곳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너보다 유치원 생이 나'
'내가 벽보고 애기하냐'

정말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을 때 저런 애기를 주로 하던 상사가 그러더군요.

'야 오래 살아남는게 이기는 거야'

그 애기 하나로 버텼습니다.
버티다 보니 노하우라는게 생기더군요. 노하우가 생기니 친구라는게 생겼고 여유라는 것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 반이 라는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 시간 동안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씩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월급이 들어왔고, 이번 월급만 받고 애기 해야지 하면 다음 달은 떡값이고 해서 결국 3년 반 동안 일 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 이제 진짜 그만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고 정이 들었다는 핑계로 퇴사로 인해 보는 피해는 제가 다 감수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정중에 제일 독한게 미운정이라 정이 많이 들어 좋은 이별을 하기 위해 저 나름대로 노력을 했었는데 일로 만난 인연이라 그런지 퇴사가 결정되고 바뀌는 태도는 씁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떠나는 건 나니깐 이라는 제 나름대로의 위로를 하며 3년반 이란 시간을 묻어 두며 퇴사를 하였습니다.

퇴사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몸이 근질 거려 죽을뻔 했습니다.
습관이란게 몸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시계는 지금 일을 하라며 지시를 하였고 그것을 외면하며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 몸은 게으름이란 습관을 다시 만들었고 2-3주를 더 게으른 상태로 보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였습니다. 이게 잘하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처음 나갔을 때는 군대 전역하고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처럼 자신 있었습니다.
솔직히 퇴사가 결정되고 몇몇 군데 스카웃 제의도 있었지만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뿌리 쳐었고 더 이상 남에 말에 흔들리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 조언도 듣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 했던 것보다 혼자 일 구하는 것을 쉽지 않았고 자신 만만 했던 제 일 실력은 자기소개서에 단 한 줄의 문장 뿐 이었단 걸 알았습니다. 제가 있던 직장에서 나와 한 발자국 뒤로 가 그 곳을 다시 보니 제가 있던 곳은 넓은 목장이 아닌 작은 우물이였습니다. 그곳에 전 개구리 였죠.

그렇게 부딪혀 보니 이게 잘하는 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편한 길 놔두고 너무 돌아가려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고 자만에 취해 너무 바보같은 길을 가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고...

-제 넋두리는 이게 끝입니다. 사실 글 솜씨가 없어 짧게 쓰려고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라 너무 길게 썼네요. 제 글이 너무 이상해도 혼자 답답해서 적은 거라 그냥 대충 이해만 해주세요. 하하

아! 혹시 퇴사 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퇴직금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어른 분들은 무조건 예금 들라고 하시고 인터넷이나 제태크 서적 보면 무조건 투자하라고 하고.
처음가져보는 작은 목돈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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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공
16/03/10 03:47
수정 아이콘
저도 그만둔지... 딱 10일 됐네요. 전 펑펑 놀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지금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저라고 할 만큼이요. 하하
물론 사실 다들 이렇게 놀아도 될 나이가 아니다 보니깐 그렇겠죠. 전 뭐... 이거저거 다 포기하고 나니 이런 걸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생겼어 불만은 없습니다.
3년 반이시면 그래도 꽤 되시겠네요. 저는 1년 조금 넘은지라 그냥 역시 막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걸로 저금하고 그러면 치킨 한두마리 더 먹겠지만, 전 내일의 치킨 두마리보다 오늘의 치킨 한마리를 택했죠.
16/03/10 04:01
수정 아이콘
3년 반 버틴 자신에게 포상하는 의미로 퇴직금 중 일부는 여행에 쓰시면 어떨까 싶네요
3년 반 수고하셨습니다 ^^
신세경
16/03/10 04:22
수정 아이콘
저도 그만둔지 10일 되었습니다. 저는 수능 준비를 하고 싶어서 그만 둔거라서, 지금도 공부해야 하는데 피지알에 있네요.
약 4년 정도 다녔지만 비정규직으로 3년 반 , 정규직으로 8개월 정도 다녔더니 정규직 되면서 퇴직금이 한번 나오고, 일년이 되지 않아서 이번엔 퇴직금은 없네요. 그 당시에는 상조복지 금액(월급에서 일부를 저금하는 제도, 한달에 50만원) 해서 어머니 여행 보내드리고 20년 짜리 일시금 보험에 넣었뒀어요.
나중에 자녀 대학자금으로 쓸려고요. 그래서 지금은 가난하게 공부 하고 있네요.
제 추천으로는 여행가세요 꼭 두번가세요!!!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아무로나미에
16/03/10 05:15
수정 아이콘
퇴직금은 여행하세요 그게 최곱니다
16/03/10 08:18
수정 아이콘
지금의 경력은 인생에서 작은 점일지 모르겠지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참 중요한거 같습니다.
앞으로의 경력 또한 그런 점들이 모여 커다랗게 되는거니까 정말 고민 깊게 하시면서 미래에 대한 설계를 탄탄하게 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해도 흐름에 따라 쉽게 바뀌기 마련이니까요. 그래도 그런 장기 단기 목표 없이 하루 하루 나에게 떨어진 일 처리하면서 살면
지나고 나서 정말 무의미한거 같더라고요.
Carrusel
16/03/10 09:02
수정 아이콘
삼수 -> 군대 -> 일.. 20대 후반이시고 지금까지 제대로 맘편히 놀지도 못했을텐데
한 달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시고 나머지는 학원을 다니든 운동을 하든 본인에게 투자하세요.
돈이야 앞으로 얼마든지 벌수 있으니 20대 때는 이것저것 많이 해보면서 본인의 시야를 넓히는게 훨씬 좋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성된 그 좁은 시야에서 본인의 인생과 직장을 결정할 수 밖에 없어요..
시노부
16/03/10 09:36
수정 아이콘
아...뭔가 와닿네요. 저 또한 삼수(지만 중2병 + 자포자기 라서 마지막 수능은 아얘 보지도 않았습니다)->군대->일단 너무 놀았으니
장사알바 7년을 하고 이대로는 인간 끝이다 싶어서, 직업학교를 가서 1년간 공부를 하고 취업해서 이제 2년차네요.
개발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장사->개발자 변신 도 가능하긴 하더라군요. 우선은 고생하셨으니 2,3달은 그냥 혼자서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면서
마음을 치유하시고. 이후에 하고싶은일을 찾아서 하시면 괜찮을거 같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파이팅!
저도 30살즈음에 또다시 백수컴백하니 진짜 아찔하더라고요. 마음이 갑갑해지거나 앞으로 어쩌지 싶은 일이 있으면 괜찮으시면 쪽지라도 주세요 ^^
비슷한 일을 겪었던 입장이라 반갑?네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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