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15 16:38:30
Name 라디에이터
Subject [일반] 잡채밥
흔히들 중국 음식 하면 떠오르는 것은 짜장면이나 짬뽕이 있다. 많이 먹고 자주 접하는 메뉴지만 그걸 언제 처음 먹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그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안는다.하지만 중국음식 중에서 잡채밥을 처음 먹어봤을 때를 기억한다.


  중학교 1학년 늦여름으로 기억한다. 그 해 초 아버지는 병 때문에 시골에서 요양 중이였다.(병이라곤 하지만 말 못 할 이유가 있다.) 때문에 동생과 어머니 이렇게 셋이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시골에서 삼촌 고모들이 서울 집에 찾아왔다. 아버지가 아프시고 혼자 생활을 못하니 동생과  시골에 내려와 같이 살라는 이유였다.

  지금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로 시골에 내려가 사는 건 끔찍이도 싫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당장에 잘 살고 있는데 느닷없이 시골로 내려오라니. 게다가 어릴 적부터 삼촌은 많이 무서웠고 낯선 곳에서 의지할 곳 없이 산다는 건 두려웠다.

초등학생 티를 갓 벗은 중1 짜리는 가출 아닌 가출을 했다. 어린 생각에 하루정도 사라지면 다들 돌아가겠지 하고, 하루 종일 거리를 방황하고 아지트같이 매일 들락거리던 오락실에도 혹여나 삼촌이 찾아 올까 가지 않고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있는 사이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고픔이 찾아 왔다.

주머니엔 100원짜리 동전하나 없어 허기를 달래지 못해 어쩔 줄 모르고 동네를 방황하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 따라다니던 교회에 선생님을 만났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분은 교회에 다니던 대학생이었는데 당시에는 무척 어른같이 느껴졌다. 밤에 돌아다니던 나를 보더니 무척 반갑게 인사를 해주고 안부를 물었다.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회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러자 쬐죄죄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밥은 먹었어?라며 물었다. 스님도 3일을 굶으면 담을 넘는다고 하지 않는가. 자존심이건 뭐건 다 내려놓고 밥을 안 먹어서 배고프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회 안에 있는 작은 공부방으로 데려다 선생님이 나에게 잡채밥을 배달 시켜 주었다.

그리고 배달이 오고 고마움, 먹먹함, 서러움이 목이 메이는 잡채밥을 먹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쥴레이
16/03/15 18:15
수정 아이콘
뒷내용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글입니다.
라디에이터
16/03/15 18:16
수정 아이콘
더 쓸까요? 흐흐
적당히 끈어야 글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요.
이쥴레이
16/03/15 18:18
수정 아이콘
시골로 내려갔는지 안내려갔는지 궁금하네요.
라디에이터
16/03/15 18:20
수정 아이콘
아. 그건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쓸게요
fragment
16/03/15 20:52
수정 아이콘
왜하필 잡채밥일까요? 흔한 메뉴도아닌데 드실때마다 그때가 생각나시겠네요.
라디에이터
16/03/15 21:54
수정 아이콘
아마도 배고픈 저를 위해서 양 많은걸 시켜준게 아닐까 합니다.
16/03/15 21:22
수정 아이콘
글 잘봤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항상 중국집 시킬 때
머 드실래요 여쭈면 잡채밥 시켜라 하시드라구요~
16/03/15 22:26
수정 아이콘
잡채밥은 묘한 매력이 있죠.
16/03/16 09:50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 먹을 때 기억이 남아있는 음식이 잡채밥이네요.

20대 초반 아르바이트로 막노동을 한 첫날 미친듯한 피로와 배고픔을 참으며 기다려온 점심시간이 되고 아저씨들은 딱히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잡채밥으로 통일해서 배달을 시켰습니다. 잡채밥은 안먹어 봤지만 잡채도 좋아하고 밥도 좋아하고 배가 고프니 당연히 맛있게 먹을거라 생각했는데 1/3도 못먹고 만두로 배채웠습니다.

도대체 밥위에 그 기름범벅 잡채를 얹어서 먹을 생각을 왜 했으며 그걸 먹는 사람들은 그게 뭐가 맛있다고 돈을주고 먹는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에도 몇번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네요. 저한테는 괴식에 가깝습니다;;

일단 따로 식사일 수 있는 같은 탄수화물 계열인 밥위에 면을 얹는 다는것도 생소하고 (밥위에 스파게티? 볶음우동? 비빔국수? 다 이상하지 않나요)
기름진 미끈한 당면에 밥알이 섞여서 굴러다니는 식감도 최악이고 중국집 잡채밥은 집에서 잔치음식으로 해먹는 잡채와는 비교가 안되는 싸구려 퀄리티의 잡채라 그냥 진짜 순전히 기름에 묻힌 당면을 밥과 먹는다는 느낌뿐...
블루투스
16/03/16 10:07
수정 아이콘
제목만 봤는데도 땡기네요 크크
전 명절때 남은 잡채를 뜨거운 기름에 볶고 거기에 찬밥을 투하한후 간장+후추로 간을 해서
셀프잡채밥을 해먹곤합니다. 기름기의 느끼함은 같이 먹는 김치로 잡아요
근데 식구들중 저만 좋아합니다 크크 다들 느끼하다고 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145 [일반] 멍멍 왈왈 바우와우 왕왕 (초보 애견인 후기) [29] 은안7239 16/03/17 7239 13
64144 [일반] 서울 미타사에서 여말선초에 제작된 관음상 발견 [55] 군디츠마라10168 16/03/17 10168 2
64143 [일반] [3.17]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박병호 2타점 2루타,김현수 2안타) [14] 김치찌개6119 16/03/17 6119 0
64142 [일반] [역사] 1844년, 네덜란드 국왕이 일본 쇼군에게 보낸 친서 [9] aurelius7513 16/03/17 7513 6
64140 [일반] 신원창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네요... [146] 로빈33244 16/03/17 33244 1
64139 [일반] 1:4 패배에도 승복하지 않는 대단한 한국기원 [65] 장난꾸러기16047 16/03/17 16047 11
64138 [일반] 서울메트로·도철 통합 잠정합의, 1천명 자연감축 [67] 군디츠마라8288 16/03/17 8288 0
64137 [일반] <갓 오브 이집트> - 속빈강정에 구멍까지 송송(스포일러 가득) [49] aSlLeR6662 16/03/17 6662 0
64136 [일반] 결국 호세프의 장관이 된 룰라 그러나 더욱 꼬여가는 브라질 정국(도청파일 추가) [27] santacroce7025 16/03/17 7025 4
64135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22 (5. 문득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34] 글곰4516 16/03/17 4516 57
64134 [일반] 레드벨벳/월간윤종신/Jerry.k/강지영/한해/에일리/백지영 MV, 종현x헤리티지 티저 공개 [11] 효연덕후세우실4414 16/03/17 4414 1
64133 [일반] 한국형 AI를 만들고 싶다면, 게임산업을 육성하라. [106] 짱세11411 16/03/17 11411 22
64132 [일반] 일본, 섭정의 역사 - 2 [18] 눈시7534 16/03/16 7534 5
64131 [일반] 가장 오래가는 가전제품은?... [46] Neanderthal8098 16/03/16 8098 3
64130 [일반] [3.16]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이대호 1타점 적시타) [2] 김치찌개3696 16/03/16 3696 0
64129 [일반] <삼국지> 유비가 즉위한 것에 대한 의의. [1] 靑龍4089 16/03/16 4089 6
64128 [일반]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왜 유달리 비쌀까? [35] santacroce11612 16/03/16 11612 41
64127 [일반] 봄맞이(?) 신발 대 추천 [159] aura17483 16/03/16 17483 18
64126 [일반] [WWE/스포] 2016/3/14 RAW 데이브멜처 팟캐스트(펌) [27] 피아니시모5452 16/03/16 5452 0
64125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9 튜토리얼(끝) (본격 공략연애물) [6] aura4079 16/03/16 4079 3
64123 [일반] 이세돌 대 알파고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관전 후기 [54] 홈런볼11870 16/03/16 11870 14
64122 [일반] 3회 사소한 지식 경연 대회 기부 후기입니다. [11] OrBef4406 16/03/16 4406 21
64121 [일반] 미 공화당의 대선후보 마르코 루비오가 대선경선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40] Igor.G.Ne9100 16/03/16 910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