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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16 18:50:27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635908723
Subject [일반]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왜 유달리 비쌀까?

인터넷상에서 외국(주로 일본, 유럽, 미국)과 비교하여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유달리 비싸다는 글을 종종 접합니다. 

장바구니 물가라고 한다면 주로 농산물과 그 가공품들일 텐데 곡물, 야채, 육류, 낙농제품, 과일까지 한국 물가만 유달리 높다면 정말 고민해 봐야 할 이슈가 아닐까 합니다. 

농산물 시장에 대한 일반적 지식만 가지고 있지만 아는 범위에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이 글은 한국의 농산물이 얼마나 비싼지를 실증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비싸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그렇다면 어느 부분에서 가격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추적해 본 것입니다. 

우선 한국 농산물 가격이 높은 주요 이유로 이야기하는 것이 유통 마진입니다.

산지에서 구입한 가격과 최종 소비자에게 팔리는 가격의 차이가 유통 마진이며 전체 소비자 가격에서 차지하는 유통 마진의 비중이 유통 마진율입니다.

아래 한경의 기사를 보면 산지에서 700원에 수매한 양파는 소매점에서 4,200원에 팔린다고 하니 유통 마진율이 자그마치 83%에 이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 class="content_image" src="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1601/01.11157990.1.jpg" alt=""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width: 0px; cursor: pointer; vertical-align: top; max-width: 728px;">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12095101

 

한경의 기사만 보면 정말 중간 상인의 횡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그럼 유통 마진율이 이렇게 높다면 한국 중간 상인들은 유달리 탐욕적이거나 또는 농산물 유통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경의 기사에서는 후자에 집중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야기 되듯이 유통단계를 줄이고 직거래 또는 농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농산물 큐레이터' 도입 등입니다. 

그러면 한경의 기사대로 유통 현대화를 이룬(?) 선진국의 유통 마진율은 한국에 비해서 낮은 게 정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유통 마진율과 관련한 농민신문의 기사를 보면 상반되는 내용입니다.   

아래 비교를 보면 과일과 육류의 미국과 한국의 유통 마진율은 미국이 훨씬 높습니다.  

자료 왜곡이 없다면 한국의 중간 상인의 탐욕과 복잡한 유통 구조가 유통 마진율을 높여서 농산물 가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싸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포토뉴스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58874&subMenu=dsearch&key=%B3%F3%BE%F7%BF%A1+%B4%EB%C7%D1+%BF%C0%C7%D8%BF%CD+%BF%C3%B9%D9%B8%A5+%C0%CC%C7%D8+7%B0%A1%C1%F6

 

농민신문의 비교가 몇개 상품에 제한적이다 보니 이런 유통 마진율의 차이가 일반적인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래는 2011년 한국식품유통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농산물 유통경로별 유통마진 조사연구'(김윤두) 중 한미일 유통 마진율 비교입니다. 

농민일보의 자료와 숫자가 같지는 않지만 이 연구에서도 '무'를 제외하면 일본보다 유통마진율이 높은 한국 농산물은 없습니다. 감자, 사과, 배는 미국과 비교해서도 한국의 유통 마진율이 낮습니다.  

 

* 한미일 주요 농산물 유통 마진율 비교(김윤두)

 

혹시나 한국식품유통학회의 성격에 의문이 갈 수 있어서 다른 자료도 찾아 보았습니다. 아래 그래프와 표는 농협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2년 농식품의 유통마진율 추이' 중 한일 유통 마진율 비교 시계열 자료입니다. 개별 종목이 아니라 대분류로 평균을 내다 보니 유통마진율의 수준은 다른 자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10년 이전 시점이긴 하지만 농협경제연구소 자료에서도 여전히 한국 농축수산물의 유통 마진율은 일본에 비해서 낮습니다. 특히 수산물의 양국간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큰 편입니다.

 

그리고 주의할 부분은 한국과 일본 모두 유통 마진율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입니다. 

 

왜 미국과 일본의 유통 마진율이 높을까 그리고 증가 추세(적어도 일본)일까를 따져보면 미국과 일본 중간 상인들의 탐욕 때문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농민신문과 농협의 자료에서 설명하고 있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통 마진이라는 것이 이윤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수송 비용, 창고 비용, 상하역 비용, 포장 비용, 기타 관리 비용(쓰레기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농축산물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한 냉장 보관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장기 보관을 염두에 두고(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이 좋은 창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선진국의 유통 마진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오히려 한국의 유통 마진이 낮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상하역 비용 등), 냉장 처리나 창고 보관 비중이 낮은 것 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즉, 한경의 주장대로 유통 단계를 줄이고 현대화하는 게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보다 유통 마진율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소비자들이 더 신선하고 좋은 포장의 농산물을 찾게 되고 유통상인들도 가격 급락에 대응할 수단으로 창고 보관 기간이 길어진다면 오히려 지금보다도 유통 마진율은 올라갈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물론 농민신문에서 긍정적 사례로 이야기하는 쌀과 같은 농산물이 더 나타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쌀은 미곡종합처리장의 도입으로 유통 마진율이 21.5%(2013년)로 매우 낮아졌다고 합니다.  

 

그럼 다시 한국의  농산물은 왜 비쌀까? 로 돌아오면 유통 마진율의 절감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라면 남는 문제는 생산 원가입니다. 

아래 EU의 자료를 보면 1인당 곡물 생산과 우유 및 육류 생산에서 한국은 생산량 자체가 매우 작습니다. 

1인당 생산량이 작다고 무조건 생산 원가가 비싸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생산에 유리한 환경은 아니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 1인당 곡물 생산량 비교

 

 

 

* 1인당 우유와 육류 생산량 비교

유럽 국가의 소, 돼지, 양 사육 수(아일랜드는 인구보다 더 많은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럼 미국이나 유럽과 차이는 그렇다고 해도 왜 1인당 생산량이 비슷한 일본에 비해서도 한국 농축산물의 가격이 비싼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솔직히 일본 농축산물의 가격이 한국에 비해 얼마나 낮을지는 별도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만 일단 우유의 생산량은 한국에 비해 많긴 합니다. 

또한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일찌감치 해외 농업 기지 발굴에 착수하였고 그 결실로 일본의 5.5배나 되는 브라질 세하두 지역에 안정적인 농업 생산기지를 확보하였습니다. 세하두에서 생산하는 대두를 값싸게 조달 받는 일본의 관련 제품 생산 원가는 한국 농가에 비해서 훨씬 유리할 듯합니다.   

또한 위 농협경제연구소의 자료에서 나타나듯이 수산물 유통 마진율의 한일간 현격한 차이와 아래 1인당 수산물 어획량 비교를 보면 왜 한국인이 일본인에 비해서도 더 많은 수산물을 섭취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후쿠시마 사태보다도 더 중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 1인당 수산물 어획량 비교


 

결론적으로 유통의 효율성 제고 노력이 유통 마진율의 획기적인 감소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값싼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거나 아니면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더 올려야 할 것입니다. 

그도 아니면 미국 농가가 유럽 농가를 코너에 몰아넣고 다시 독일 농가가 프랑스 농가를 코너에 몰아넣듯이 대단위 기업농을 육성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농산물 유통과 생산에 대한 비전문가의 짧은 소견이기에 허점이 많기는 하지만 보다 생산적 논의를 위해서 아는 범위에서 자료를 모아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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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군
16/03/16 18:5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도 농업 조합이라던가 기업화등의 농가의 재구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6/03/16 19:23
수정 아이콘
농협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있으나 더이상 조합이라기보단 하청(농민)돌리는 기업에 가까워져서....

기업화라 하면 농가 단위마다 주주 혹은 이사가 되어 같은 목소리를 내야하나 규모 생성과 인프라구축이 어렵죠. 시골쪽 가면 낙우회니 풍년회같은 농협과는 다른 조합들이 있으나 농협을 이기긴 힘듭니다.

농협이 농민 후려치는건 대기업이 하청두는것과 똑같습니다.
하심군
16/03/16 19:38
수정 아이콘
지금의 농협과는 좀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고 보긴 해요. 지금 농협은 국가기관+은행같이 되버려가지고...
또니 소프라노
16/03/16 18:5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두꺼비
16/03/16 19:00
수정 아이콘
인건비 문제보다도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땅값이 비싸니까... 한계비용이 과다계상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16/03/16 19:16
수정 아이콘
시골의 농사지을 땅은 그다지 비싸지 않을걸요.. 큰아버지가 보은에서 농사짓는데 농사지을 사람도 없고 농지 살 사람도 없어서 제대로 농사도 못짓는 땅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이런 토지를 매입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시골의 경우 농지를 팔고싶어도 팔기 힘든것 같습니다.
공허진
16/03/16 19:32
수정 아이콘
수입과일유통에 대해서 약간 아는 대로 쓰자면
마트에 납품하는 물건은 선별이나 포장 작업을 해서
작업비가 붙습니다 당연히 물건 값에 반영되고요

납품업체에서 선별을 하고 마트측에서 검품을 하고 통과를 해야 각 지점으로 새벽에 뿌려지는데 검품에서 통과를 못 할경우 전량 혹은 일부 반품이나 패널티를 물고 통과 되기도 합니다.
(그 손해는 선별작업하는 하청업체에 떠넘깁니...)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쓸데없는 비용낭비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검품을 거친 물건을 마트에서 고객들이 또 골라서 가져가거든요
생물은 사람손을 거칠수록 망가지는데 말입니다

한국사람들은 과일을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못생긴(먹는데 지장없는) 과일은 비급으로 분류 되고 제값을 못 받고 팔리는데 그 손해비용을 판매자는 정상품 가격에서 메꿉니다

개인적으로 귤이나 오렌지 자몽 같이 보관 기간이 좀 되는 과일은 인터넷에서 박스로 사서 먹다 몇개 썩여 버리는게 싸게 치이더군요

쓸데없이 보기 좋은 식자재를 찾는 습관도 유통마진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Galvatron
16/03/16 21:58
수정 아이콘
이런건 유럽이나 일본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공허진
16/03/16 23:4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가 유별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겪어본바로도 욕나오더군요
바나나 박스 단위로 납품하라면서 송이마다 껍질에 상처나 얼룩이 있어도 안된다 고 하는데 기가 찹니다
16/03/16 20:02
수정 아이콘
AT센터 프로젝트 나갔을 때 가락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이기는게 목표라고 들었는데 현실은 뭐..
당시 유일하게 인터넷에서 주류를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도 없고 관리도 허술해서 매출은 명절 때 직원들 선물만 잡히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미터기
16/03/16 20:07
수정 아이콘
중간에서 어떤구조든 해먹는구조라 개선이 불가능할꺼같습니다
어둠의노사모
16/03/16 20:09
수정 아이콘
유통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아예 없진 않습니다만 농산물 원가가 얼마인데 소비자는 얼마에산다는 이야기 하며 유통업자 폭리 운운하는건 유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죠. 재고관리, 중간작업, 폐기 등 유통업자가 짊어져야 하는 비용이 엄청난데요. 사실 비슷한 얘기로 건물주는 떼돈번다 라고 하는데 그렇게 건물주가 떼돈버는 것 같으면 지금 시중금리 싼데 대출받아서 건물주 하시면 됩니다. 근데 그렇게 하라면 안하거든요. 막상 할려고 보면 리스크가 눈에 뻔히 보이거든요.
한국 농산물이 비싼 이유는 한국 농축산업이 그냥 생산지에서 경쟁력이 아예 없는 겁니다. 그에 반해 유통업의 경쟁력만 보면 세계최고수준이죠.
소독용 에탄올
16/03/16 21:34
수정 아이콘
건물주와의 비교는 어려운 것이 일단 '건물주'가 될정도로 대출받을 수 없는 양반들이 많으니까요.
시중금리가 마이너스로 상당히 내려가지 않는 한, 돈빌려서 건물주 하라고 했을 때 '안'하는것이 아니라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특히 때돈을 버는 이미지의 건물주 양반이면 사실상 서울+광역시+수도권 몇몇 도시의 상업지대 건물주 양반이란 말인데,
이 기준으로 잡으면 건물주가 될 정도로 대출가능한 사람 숫자가 정말 크게 줄어듭니다.
어둠의노사모
16/03/16 21:41
수정 아이콘
넹...그건 맞죵....
상업건물주만 되어도 대한민국 상위 5%안은 들테니까요.
근데 사람들이 뜨는 상업지대 건물주들만 눈으로 보고 조물주랑 건물주네 라고 하는데 사실 상권이 망하면서 같이 망하는 건물주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를 하고싶었습셒습
이미 투자효과가 극대화된 투자처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사후해석으로 건물주가 좋다라고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소독용 에탄올
16/03/16 21:49
수정 아이콘
사실 말씀하신 급의 뜨는 상업지대 건물주양반이라면 '뜰'상업지대 정보를 가지고 있었거나, 뜰만한 상업지대에 건물을 다수 가지고 있을 양반이라는 점이 ㅠㅠ

상업지대 건물이라면 수십억~몇백억, 큰경우엔 더 비싼 물건들이라 5%보다 좀더 쓰셔도 될듯 합니다...
16/03/17 00:40
수정 아이콘
건물주면 최소 0.5프로죠
연환전신각
16/03/16 20:12
수정 아이콘
한경은 목적성이 너무나 뚜렷한 곳이라 저는 한경에서 해석을 곁들인 기사가 나오면 믿질 않습니다
여기에서 인용한 기사도 그런 목적성이 드러나는 거 같은데 이 게시물에서 그런 의도를 지닌 부분이 반박된 것 같군요
버프점요
16/03/16 20:22
수정 아이콘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222
16/03/16 21:54
수정 아이콘
저도요. 별 생각없이 봐도 저절로 그런 기사는 거르게 되는게 한경이죠.
버프점요
16/03/16 20:23
수정 아이콘
한국과 비슷하게 유통구조의 개선이 지적되는 나라가 유럽의 스위스인데 정부에서 개선하려하면 흐지부지해지고, 아마 유통업측의 로비거나 권력행사겠죠. 한국도 이와 똑같다고 봅니다.
능숙한문제해결사
16/03/16 20:43
수정 아이콘
이건 그냥 들은건데 일본 편의점하고 비슷한 가격이면서 질이 떨어지는것도 유통과정때문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일본이 3단계인가 4단계로 편의점 상품이 유통되는데 한국은 8단계라고..

이거 사실 맞나요?
어둠의노사모
16/03/16 20:47
수정 아이콘
사실 한국과 일본 둘중 유통과정 하나만 보면 한국의 인프라가 더 좋습니다. 한국만큼 유통업이 쉬운 국가가 없거든요. 도로사정, 거리,인구밀도, 서울집중화. 값싼 인건비. 단적으로 세계에서 택배산업이 가장 발달한 국가가 어디냐만 봐도 알 수 있죠. 일본 편의점이 가격대 질이 좋은 이유는 편의점 음식에 대한 수요가 한국과는 넘사벽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는거죠. 한국도 초창기 편의점들이 내놓은 도시락 질과 지금 편의점 질을 비교하면 상전벽해죠. 점점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늘면서 질도 좋아지고 이제는 한솥도시락도 위협할 수준으로 바뀌게 됐죠.

유통과정에서 좀 더 말하자면 예전에 백종원씨도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수요가 커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유통과정이 간소화됩니다. 중간과정을 담당하는 업체가 생길 수 있어 중간과정이 생략, 즉 자본주의적 분업이 가능하거든요.
fragment
16/03/16 20:48
수정 아이콘
전 이런얘기 나올때마다 무조건 유통이 중간에서 떼먹어서 그렇다라고 귀막고 말씀하시는 분들보면 너무 답답해요. 진짜 그렇게 믿는건지 믿고싶은건지.
미터기
16/03/16 21:06
수정 아이콘
큰걸 묶어서 애기하는거겠죠 전부는아니지만
Jannaphile
16/03/16 20:49
수정 아이콘
유통과정을 다루는 각종 매체들의 기사를 보면 도매상들을 싸잡아 '폭리 취하는 속물'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세히 모르니까 여기에 현혹되어 정말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물건을 사러 가면서도 상인들을 은연 중 '도둑'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비양심적인 상인들도 있습니다만, 단순히 이렇게 단순히 도식화해버리면 안 되죠. 왜곡된 정보로 선동하는 거나 마찬가진데도요.

도매상들은 양질의 물건들을 (혹은 직접) 대량으로 물건을 가져다가 그걸 소매상들에게 팝니다.
소매상들은 도매상으로부터 물건을 적당히 가져와 소비자들에게 팝니다.(중도매라든가 해서 중간에 단계가 더 끼기도 합니다.)
그렇게 단계가 더 생기는 건 그게 효과적인 시스템이고, 또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도매든 소매든 가져오는 물건이 좋아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여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어디서 가져오는지'가 영업비밀이 됩니다.

산지 가격에서 어디에서 얼마 붙고 또 어디에서 얼마 붙고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비용들을 생각해 보면 쉽게 폭리를 취하기는 힘든 구조입니다.
그러니 받아오는 가격(원가)을 낮추기 위해 장난질을 치는 경우가 생기는 거지요.
이건 단순히 식품류 뿐만 아니라 공산품류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됩니다.
유통기한에 따라서 폐기비가 느느냐 보관료가 느느냐 그런 차이도 좀 있고, 가격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만.
wish buRn
16/03/16 20:59
수정 아이콘
유통마진을 너무 줄이면 해당산업 종사자(=일자리)도 감소하겠죠?
Jannaphile
16/03/16 21:11
수정 아이콘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는 한데요.
그보다는 사무실/창고 임대료, 운송료, 폐기료(수요예측을 정확히 할 수 없는데 식품의 경우는 남는다고 재고를 가지고 있을 수도 없죠. 망가지고 깨지고 변하고 등등), 기타 경비 등 고정비용이 있어서 마진을 더 줄이기가 힘들어요.
정말로 쓸데없이 단계가 많은 곳이라면 그 단계를 1~2개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따져보면 그렇게 낭비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게...
그렇다고 늘 산지에서 소비자들한테 직접 팔 수는 없어요. 이윤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느냐, 이윤을 좀 더 보고 적게 파느냐의 문제인데...
예를 들어 물건을 대량으로 가져오는 도매상은 소매로 파는 게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잘 안 팔려고 합니다.
각자의 역할이 다 있어서... 이미 지금 인건비는 충분히 저렴한 상태고요.
16/03/16 21:49
수정 아이콘
특히 이런종류의 이야기만 나오면 중간상인들을 도둑놈, 악질 정도로 표현하시는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중간 업자가 있기때문에 최종소비자가 좋은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수있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그냥 귀닫고 그런 말씀하시는분들 보면 좀 안타깝더군요..
16/03/16 21:56
수정 아이콘
장사하는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 나오면 참 답답하기 그지 없는데, 글쓴분은 해석을 잘 해주셧네요.
유통마진이 많이 남는다고 귀닫고 눈감고 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반박하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테니까, 이거 한마디만 하고 싶어요. 만약 당신들 생각대로 유통업자가 폭리를 취해서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요즘같이 취업난,사업난일때 저 좋은 꿀단지가 있다는걸 조사해서 알았다면 당신들은 왜 안하냐'고 묻고 싶어요. 이 자료의 내용이나 해석에서도 충분히 그에 대한 대답이 된다고 생각하구요.

사실, 속 터지거든요.
농작물이야 우리가 파는 물건이 아니니까 정확하게는 몰라도 소매업은 대충 비슷한 구조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니..
현실 분석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6/03/16 22:25
수정 아이콘
탁 트인 평야가 적고 인구밀도가 워낙 높다보니, 기계화와 대규모화를 못해서 농산물 생산단가가 무지하게 높죠.
16/03/16 22:29
수정 아이콘
유통업 종사자분들의 억울함이 크신 모양인데.. 이런 건 한 분야의 일만이 아닌게..
분야를 막론하고 귀닫고 눈감고 사는 사람들의 문제는 언론에서 조장하고 있다는 거죠..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를 잘 알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니만큼
자신의 분야 외에는 일단 언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죠..
그런데 한국언론의 수준이야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하기보다는 자극적인 희생양을 저격하는 짓에 맞춰져 있으니...
물론 언론 입장에서도 다시 그런 자극적인 걸 더 좋아하는 소비자들 때문이다 라고 하겠습니다만...

뭐.. 미디어법등 언론사들의 파업때에도 드라마 예능만 제때 나오길 바라는 게 대다수였고..
인터넷 포털만 봐도 내실 없이도 자극적인 뉴스들의 클릭수가 높다고 하니 마냥 언론탓만 하기도 그렇기는 하겠네요..
16/03/16 22:33
수정 아이콘
한국의 유통 마진이 타국에 비해 낮다는게 놀랍기는 하지만 본문에서 언급한데로 유통 자체에서 소비되는 비용의 증가가 더 큰 요인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유통 마진이 많다라는 것 보다도 1차 생산자들의 마진과, 이익이 얼마나 보장되느냐가 우리나라의 1차산업 문제를 집는 핵심이지 않나 하는 겁니다. 주변에서 농업을 시작한 사례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거지만, 쌀 농사나 밭농사는 많이 죽어가고 있고, 그나마 임업만이 제 값을 받는것 같긴합니다.
카우카우파이넌스
16/03/16 23:35
수정 아이콘
현재로서 농촌의 생산원가 현황이 어떤지 파악할 만한 데이터로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농가구입가격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http://kostat.go.kr/portal/korea/kor_nw/2/4/1/index.board?bmode=read&aSeq=351287)
통계청은 농가판매가격지수, 농가구입가격지수, 그리고 농가교역조건 통계를 발표하는데 농촌물가를 파악하는 아주 쓸만한 기초자료입니다.

위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은 농가판매가격지수의 연평균상승률이 농가구입가격지수의 그것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농가판매가격상승률은 높을때는 7~9%까지도 상승(2011, 2012년)하다가 낮을 때는 -3.6%까지 하락(2013년)는 모습입니다.
그에 비해 농가구입가격상승률은 최근으로 오면서 감소추세인 것이 분명하며, 범위는 0.5~3.5%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는 농가판매가격상승률이 2.3%, 농가구입가격상승률은 0.6%입니다.
(한편 농가구입가격지수는 가계용품, 농업용품, 농업임료금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농촌임금과 농기계차임을 구성요소로 하는 농업임료금만큼은 꾸준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됩니다.)

그렇다면 최근 5년 한정으로 농산물의 소비자가격에 더 영향을 미칠 법한 요소는, 농가구입가격보다 농가판매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농가구입가격이 농산물의 생산원가와 관련된 지표라면, 농가판매가격은 농산물이 농가에서 유통시장으로 이동하는 단계와 관련된 지표입니다.
다만 농산물의 유통마진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데 관해 본문이 제시하는 자료는 대단히 신빙성이 높아보입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유통시장의 어떤 측면이 농산물의 높은 소비자가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게 과도한 유통마진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정도의 생각이 듭니다.
더 많은 데이터와 문헌을 찾아보면 뭘 더 알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놀아야 하므로 여기서 접습니다.
Eye of Beholder
16/03/17 02:12
수정 아이콘
통계는 다르게 잡히겠지만 한국의 수도권 집중이 체감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에 살다 보니 코스트코 안가면 체감물가는 다 서울의 두배네요. 농산물 마져도..
임개똥
16/03/18 10:54
수정 아이콘
미국도 그런곳이 있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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