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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18 15:46:08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일반]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3)


뜻밖의 성원에 힘입어
(더 이상 한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윗분들의 눈을 피해)
3부를 업로드 합니다.
여러분, 월급루팡짓이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이전 글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 깐느 광고제의 변신


이전 글에서, 기존의 아트 앤 카피에 코딩이 더해진
디지털 캠페인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광고대행사의 미래는 과연 디지털 테크닉을 더하는 것으로 장밋빛이 될 수 있을까요?


#1. 뜻밖의 그랑프리


2014년 깐느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캠페인은
하비 니콜슨 백화점(Harvey Nichols)의 Sorry I Spent It on Myself였습니다.


이 캠페인은 Film, Press 등 가장 많은 4개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멋진 캠페인의 TVC를 먼저 보실까요?




'파란'이라고 평가 받는 이유는 유독 이 해에
멋진 디지털 크리에이티브를 기반으로 한 캠페인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몇 가지 꼽아보자면




실사에 가까운 랜더링 이미지로 만든 소녀의 동영상을 일부러 유포시켜
전 세계의 아동성애자들을 낚아 철컹철컹하게 만든 Sweetie 캠페인,




무농약, 무항생제를 이용해 깨끗하게 키운 식료품으로 요리를 만든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계화된 축사 속에서 길러지는 동식물들을 구해내는 게임을 만든 치폴레의 The Scarecrow 캠페인,




자사의 비행기가 비행하는 순간에 대형 빌보드가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빌보드 캠페인을 선보인 브리티쉬 에어라인의 Magic of flying 캠페인 등


화려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한 쟁쟁한 캠페인들이 출품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최다 그랑프리의 영광은 앞에서 말씀 드렸듯 Sorry I Spent It on Myself 캠페인의 몫이었습니다.



#2. 소비자 인사이트의 힘


2000년대 초중반, 광고계에 '인사이트'라는 용어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우리 말 중에 가장 가까운 말은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있어빌리티]한 모든 것을 숭상하는 광고업계의 오랜 관행에 따라
아주 작은 조사 자료부터 거대한 크리에이티브 기획에까지 이 [인사이트]라는
표현을 붙이곤 했죠.


위에서 언급했던 Sorry I Spent It on Myself의 뜻밖의 대성공은
바로 강력한 [인사이트]가 기반이 되었기에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케팅의 출발은 소비자에게서부터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였지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광고주인 하비니콜슨의 매출을 끌어올릴 캠페인을 기획 중이던
광고 대행사 Adam & Eve London은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왜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하려고 하는 거지?'


이 의문은 이런 가설로 이어졌겠죠.
'어쩌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고 싶은 맘이 더 크지 않을까?'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이런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를 위해 돈을 쓰세요'


벌써 수천년 간 크리스마스에 남을 위한 선물을 사왔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이 캠페인에 동참할 리 없으니, 이 캠페인에 위트를 더합니다.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느라 돈을 많이 썼을 테니, 남을 위해서는 생색만 내라는 거죠.
철 수세미, 작은 볼펜, 머리끈 따위의 작디 작은 선물을 곱게 곱게 포장해서,
실제로 판매하는 겁니다.
물론, 예쁜 포장지에는 이런 카피가 쓰여 있죠.

[Sorry I Spent It on Myself]

늘 자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던 노부모님들도,
거래처 직원들에게 선물을 받던 부장님들도

이런 위트가 담긴 선물이라면 '하 짜식, 웃기네'하고 넘어가지 않았을까요?

실제 이 광고 집행 이후, 하비니콜슨의 매출은 크게 늘었고,
철 수세미 등 쇼잉을 위해 준비해 놓은 '작은 선물' 26000개는
단 3일만에 매진되었습니다.




#3. it's time to back to the basic


결국, 광고업의 기본은 소비자 인사이트에서 출발해야만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런칭한 두 국내 의자브랜드 광고를 보시죠.




이 곳 피지알 유게에도 올라오고, 댓글 반응도 재밌다는 호평 일색이었던 광고입니다.
숙취에도, 식사에도, 사랑에도, 개그에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과장스럽고 재미있는 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광고에는 대단한 디지털 기법도, 흔히 말하는 바이럴 요소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광고 캠페인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 캠페인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의자는 독립된 가구로 보지 않고 책상의 옵션, 테이블의 옵션 정도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죠.

그러나 이 광고는 이렇게 묻습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이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들의 하루가 대부분 의자에서 이뤄진다는
어찌보면 작은 인사이트에서 출발하여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는 크리에이티브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굉장히 심플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광고 캠페인이 더 대단한 것은,
이전에 이 브랜드에서는 아래와 같은 광고를 집행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뭐? 할렘쉐이크가 인기가 많다고? 그럼 이걸 응용해서 하나 만들자!"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기획방향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과연 어떤 광고가 저 의자 브랜드에게 더 도움이 되는 광고 같으신가요?




이렇듯, 제작기법과 매체가 다양해질수록,
클라이언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소비자의 마음 속 깊숙히 숨겨진 인사이트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광고가 더 의미 있는 광고 아닐까요?


그러나, 제작기법과 매체가 급속히 디지털화되면서 이런 주장은 큰 벽을 만나게 됩니다.

'조회 수'입니다.

흔히 '바이럴 효과'라고도 하죠.


최근 광고 캠페인의 대부분은 '조회 수' 내지는 '참여인원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들이 광고 캠페인의 성패의 중요한 측정 지표인 것은 맞지만,
이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일의 경중이 뒤바뀌는 경우도 왕왕 보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저는 완벽하고 재밌는 소스를 가지고 있지만,
자게의 여백이 부족한 관계로, 기약 없는 4부에서 찾아뵙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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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18 15:51
수정 아이콘
아 이런 완벽하고 재미있는 소스...!!!!!! 정말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조회수는 원체 중요하긴 한데, 그만큼 거기에 집중하게 되면 조회수 높은게 인사이트가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되는건지, 애매할때가 있습니다.
많이 봤다는게 결국 좋은 거긴 한데 (물론 광고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순수바이럴 되는게 얼마나 있나...싶기도 하구요
설탕가루인형
16/07/18 16:02
수정 아이콘
후훗 완벽하고 재미있는 소스가 있을리가...
이것이 바로 낚시 광고입니다!!
Je ne sais quoi
16/07/18 16:21
수정 아이콘
아 이거 재밋게 읽는데 이젠 다음 편 광고까지... 내일 올려주실 거죠????????
설탕가루인형
16/07/18 16:30
수정 아이콘
죽....여....줘...... ㅠㅠㅠㅠ
홍승식
16/07/18 16:21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오늘 유튜브에서 1분이상 되는 광고여도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기사를 내놨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8548139
진짜 광고는 얼마나 사람들의 이목을 잡는 것이 중요한가가 직접적으로 나뉘는 장르인것 같아요.
설탕가루인형
16/07/18 16:32
수정 아이콘
오래된 논쟁이긴 한데,
화제가 되는 광고 VS 도움이 되는 광고...

물론 화제가 되고 도움되 되면 베스트지만
현실에선 두 가지 중에 하나만 잡기도 버겁죠 ㅠ
Knights of Pen and Paper
16/07/18 16:23
수정 아이콘
광고의 본질은 [설득]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쓰신 글을 읽으니 [사람 그자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남은 2회 분량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설탕가루인형
16/07/18 16:33
수정 아이콘
졸필에 매번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D
16/07/18 18:29
수정 아이콘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매번 감사해요!
설탕가루인형
16/07/19 15:27
수정 아이콘
관심과 성원에 저도 감사해요!
16/07/18 18:32
수정 아이콘
요즘의 디지털.. 코딩.. 광고와 테크의 결합이 기성 광고를 위협한다고 하지만,
사실 광고는 수십년 전부터 오늘까지 늘 위기였습니다.
티비는 라디오를 사장시킬거라 했고, 리모콘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광고를 다 스킵할거라 했고, 인터넷이 대세가 되며 사람들은 TV광고를 보지 않을거라고 했죠. 하지만 다들 멀쩡히 살아있잖아요? 오히려 최근의 연구에선 매체가 분산됨에 따라 TV광고가 가진 영향력은 더 커졌다는 결과도 나왔고요.

저는 기술의 진보와 매체의 변화가 광고업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의 위협은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있다고 봅니다. 여기엔 많은 이유가 있겠죠.

브랜드 전략이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믿는 클라이언트(그럼 크리에이티브는 노잼이 됩니다),
그런 클라이언트를 설득시킬만한 신뢰와 크리에이티브가 없는 에이전시,
그런 에이전시의 무력함에 자괴감을 느끼고 다른 콘텐츠산업으로 빠져나가는 크리에이티브 인력들.
악순환으로 광고의 수준은 점점 더 하락... 아니 하락이라기보다 수준낮은 광고들끼리의 경쟁이 되겠네요.(내가 더 별로임! 아니 내가더!)
그 와중에 점점 더 수준높아지는 다른 산업의 콘텐츠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광고는 콘텐츠 자체의 매력으로만 따졌을 때 애초부터 1군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돈을 내고 TV등 매체를 태워서 강제로 노출시키는 거죠.
이에 반해 영화나 드라마, 오락프로 같은 콘텐츠는 사람들이 찾아서 보고요.
지금같이 사람들이 콘텐츠를 찾아보는 시기에, 웬만한 실력과 인사이트가 있는 광고회사가 아니고서는 이런 무한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울거라 봅니다.

본문 정리글 감사합니다.
기술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고, 핵심은 인사이트고 아이디어의 싸움이죠.
설탕가루인형
16/07/19 15:28
수정 아이콘
[기술의 진보와 매체의 변화가 광고업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부분에 적극 동의합니다.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부분은 아마 다음 화쯤 다루지 않을까 싶네요.
장문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존 맥러플린
16/07/19 03:39
수정 아이콘
이런 멋진 글은 다음 편을 보게하는 훌륭한 광고가 되지요. 하하
설탕가루인형
16/07/19 15:31
수정 아이콘
작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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