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전환차(?) 잡담입니다.

  1) 나무위키에서 삼국지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몹시 익숙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피지알에 쓴 글이 인용되어 올라가 있더라고요. 하기야 피지알러 중에서 나무위키에 기여하는 사람이 없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제가 쓴 내용이 반영되어 있는 걸 보니 꽤 신기했습니다.

  2) 나무위키의 여러 분야도 그렇듯 삼국지 관련 항목도 가치 높은 정보와 뛰어난 식견, 그리고 헛소리와 망상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 후자들을 보다 보면 다소 신경질이 나는데, 듣자니 나무위키는 로그인 같은 거 없이도 수정이 가능하다더군요. 그런데도 결국 단 한 번도 편집 버튼을 누르지 않는 건 제가 게을러빠진 탓이겠지요.

3) 가정의 달이지만 마속 관련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훌륭한 인물과 존경할 만한 인사들이 많은데 하필 마속 따위야 알 게 뭡니까. 다만 언젠가 중국 여행을 가게 되면 가정만은 꼭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마속이 섰던 그 자리에 서서 현장을 한 번 보고 싶어요. 대체 어떤 괴이한 논리를 거쳐서 산으로 올라가자는 결론이 도출되었는지.

4) 유비가 죽을 때 태자 유선에게 남긴 유언은 그다지 길지 않지만 참으로 애틋합니다. 특히 [노력하고 또 노력할지어다. 선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행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악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는 부분은 후대에 소학이나 명심보감 등 여러 책에서도 언급된 유명한 구절이죠. [오로지 어질고 덕 있는 자만이 사람들로 하여금 따르도록 할 수 있다. 이 아비는 덕이 부족하니 본받지 마라.]는 대목에서는 유비 자신의 삶에 대한 한 줄기 회한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5) 또 [먼저 한서(漢書)와 예기(禮記)를 읽고, 한가할 때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책을 두루 읽으며, 나아가 육도(六韜)와 상군서(商君書)를 읽어 뜻과 지혜를 키우도록 하라.]는 구절을 보면 유비라는 인물이 기존의 편견과는 달리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서와 유교의 경전과 병법서와 법가의 통치술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폭이 넓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유선의 나이가 이미 열일곱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성인이죠. 그런데도 책 제목까지 하나하나 적어주면서 공부하라고 독촉하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공부 안 하는 자식을 보는 아비의 마음은 참 거시기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 [승상이 너 공부하라고 책을 여러 권 직접 필사하기까지 했다. 너 꼭 찾아봐라]는 대목에 이르면 '우리 아이는 머리가 좋은데 공부를 안해요 ㅠㅠ' 하고 한탄하는 현대의 부모님들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6) 유비가 죽은 후 남중 일대에서는 반란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익주군의 대호족 옹개, 장가군의 관리 주포, 이민족인 수족의 왕 고정 등이 서로 연합하여 활개치죠. 그런데도 제갈량은 거의 3년 동안이나 꾹 참습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반란을 방치해둔다는 건 자칫하면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불과 1년 전에 유비가 이릉에서 병력과 물자를 엄청나게 소진했기에 남쪽을 토벌할 여력도 없었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제갈승상이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죠. 3년 후, 단시간 내에 국력을 회복시킨 제갈량은 직접 남중 정벌에 나섭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사이에 깨끗하게 쓸어버리죠. 너희들은 내 상대가 안 된다고 외치는 것처럼요. 이런 게 참...... 속된 말로 폭풍간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의 잡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