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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6/03 10:56:40
Name 두부두부
Subject [일반] 시한부라는 것.. (수정됨)
아빠가 지난 월요일에 뇌수술을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토요일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담담히 내게 말했다.
아빠는 신경교종이며 조직검사는 결과는 아직 전이지만 교종 중 4등급에 해당하는 교모세포종이라고..
이것은 매우 예후가 안 좋은 병이며 개두술 후 방사선+항암으로 이어지는 표준치료를 병행했을 때..
수술 시점을 기준으로 1~1.5년 정도가 평균 생존시기라고 하셨다.

근데 그는 나에게 말했다. 방사선+항암 기간이 약 8개월이라고..
그러면.. 그 힘든 치료기간을 거쳐와도 짧으면 4개월이라는 것이다.
표준치료라는 것을 하지 않으면 더 짧아지니까 그랬겠지만. 참..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의사선생님은 계속 말을 하는데.. 나는 말 한마디 내뱉기가 너무 어려웠다.
엄마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수술이 끝난 아빠는.. 약간의 언어장애와 인지장애가 있을 뿐 예전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겨우 내가 입을 떼어 그에게 물었다.
이 사실을 환자에게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라고...

뇌종양으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로 손꼽히는 그가. 수 많은 환자를 마주치는 그가 내가 말했다.
"이걸 어떻게 얘기하냐고.."
죽음을 매번 맞이하는 그도 할 수 없는 얘기라니.. 가족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3주 전까지만 해도
보호자란 목걸이를 내가 걸지도 몰랐고,
뇌종양을 겪었던 친한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잔인하게 자문을 구할지도 몰랐다.
(그의 아버지는 3등급으로 딱 평균 생존시기를 채우시고 돌아가셨다)

아무리 봐도 괜찮은 거 같은데.. 남들은 마비도 오고 그랬다는데 우리 아빠는 이렇게 멀쩡하신데
시한부라는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것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말이다.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데.. 그 복도에 우리와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본인, 가족들이 즐비했다.
여기서 울면 안 됨에도 불구하고.... 울고 말았다.
아빠가 계시는 입원실에 바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엄마와 난 그렇게 울었다.
엄마는 나에게 단단히 얘기했다. 아빠에게 절대로 얘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우리는 웃으면서 입원실에 들어가서 아빠에게 언제 퇴원해야 하고 그 이후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한대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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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 buRn
19/06/03 11:05
수정 아이콘
건강하셨던 아버지가 몇년전 심장문제로 돌연사하셨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있지만 고생하시다 돌아가시는 것,고통의 시간이 없지만 갑자기 돌아가시는 것.
당사자에게 가족에게.. 어떤게 더 좋을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피할 수도 없으니까요.
두부두부
19/06/03 11:19
수정 아이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3~4개월이라고 하셨어요. 그때도 아득했지만 수술 받으면 괜찮겠거니 했는데...
표준치료기간의 치료가 매우 힘들고 부작용도 심하다고 하는데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그냥 낫기만 하면 좋겠는데. 매우 생존률이 낮다는 통계치가.. 그리고 제 주변의 사례가..
우리 아빠는 다를꺼야를 외치다가도 울컥하고 그러네요..
wish buRn
19/06/03 12:46
수정 아이콘
행복하고 편안하시고 아쉬움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아버님 일있고 자기합리화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온가족이 한번에 죽는건 최악의 비극이고,내가 부모님보다 먼저 죽는건 최악의 불효죠.
언젠가 겪어야 할일을 지금 겪었을뿐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사진은 많이 있는데,동영상 파일을 못만든건 좀 아쉽네요 ^^;;

행복하고 편안하시고 아쉬움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마니무스
19/06/03 11:14
수정 아이콘
인명은 제천입니다.

다만 부단한 노력으로 인명이 조금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19/06/03 11:1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이사무
19/06/03 11:17
수정 아이콘
힘내시라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네요...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달고나
19/06/03 11:24
수정 아이콘
언제나 최선을 다 하세요.
그래도 후회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데오늬
19/06/03 11:29
수정 아이콘
말재주도 없고 글재주도 없고
뭐라도 위로의 말을 쓰려다가 뭐라고 한들 위로가 될까 싶어 뒤로가기를 눌렀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적당하고 멋있는 말을 찾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힘내세요.
19/06/03 11:32
수정 아이콘
기운내세요. 근데 제가 환자라면 알려주길 바랄 것 같아요.. 항암치료 선택여부도 본인이 선택할 일인 것 같구요
19/06/03 11:49
수정 아이콘
힘내십시오..!
그 어떤 말로도 위로를 드릴 순 없겠지만..
StayAway
19/06/03 11:50
수정 아이콘
조금이라도 덜 아프실때 알려드리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곽철용
19/06/03 11:5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ㅠ
파란무테
19/06/03 12:00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 간암판정 받으시고, 그땐 일반인과 전혀 다름없으셨는데...
1년정도 힘있게 방사선과 항암 받으시더니.. 복수가 차더군요..
본인이 그렇게 강경하게 이길 수 있다고 외치셨는데, 복수차고 황달오니 기력이 꺾이시고 급격히 암이 진행되더라구요.
아버지의 임종까지 지켜본 저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한끗 차이인 것 같습니다.
힘내십시오.
위대한캣츠비
19/06/03 12:02
수정 아이콘
갑작스런 뇌출혈로 아버지를 보낸 아들입니다.
남들은 고통스런 치료없이 편히 가셨다고, 위안삼으라고 합니다.
그래도 너무 준비 안된 상태에서 보내드렸습니다.
단 하루라도 무슨 말이라도 좀 나눴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는 부자지간을 볼때마다 부러워집니다.
하늘에서 주신 준비할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니까요.
힘내시고, 글쓴님하고 어머님 건강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벌써2년
19/06/03 12:04
수정 아이콘
10년 전에 간암으로 아버지 보내드렸습니다.
처음 간암 진단 받으시고도 10년 넘게 검사, 시술 입퇴원 반복하셔서 그냥 그렇게 사시겠구나 했었어요.
어느날 정말 갑자기 혼수 오셔서 급하게 병원 입원했는데 담당의사가 한달 이야기 하더군요.
당연히 아버지지께는 말씀 못드렸습니다. 저와 어머니 둘 다 믿을 수가 없었거든요. 약해지긴 하지만 너무 멀쩡하셨으니까요.
결국 그 한달도 못채우고 가셨습니다.
돌아가신 후 떠오른 생각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임종시기에 대한 의사의 말은 맞구나.였고 두번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의식 있을때 좀 더 잘해드리고 좀더 많이 표현해드릴 걸 하는 후회였네요.
저희에게는 오지 않은 기적이 두부두부님 아버님께는 오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그 기적이 오지 않더라도 후회없을 정도로 더 많은 시간 같이 하시고 더 많이 표현하세요.
19/06/03 12:37
수정 아이콘
제가 환자라면 알려주길 바라고 제가 선택하길 원할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ㅠㅠ
모지후
19/06/03 12:58
수정 아이콘
아....힘내세요..
웰빙소고기
19/06/03 13:0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희 어머니도 15년에 교모세포종 확진 후 수술하셨습니다. 의사도 재발 가능성이 높아서 앞으로 2년 정도라고 말해줬는데...
최근에 재발하시긴 했지만 현재까지 건강하게 지내셨어요. 이번엔 수술은 하지 않고, 방사선과 약물치료로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희 어머님과 가족 모두 다시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부두부님 가족과 아버님 모두 강한 의지로 건강하게 회복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두부두부
19/06/03 13:16
수정 아이콘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이 가장 필요해요..
어머님도 꼭 이겨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우리 힘내요..
waterberry
19/06/03 13:24
수정 아이콘
저희 어머니도 15년 말에 교모세포종 확진 후 수술, 방사선, 항암 거치시고 지금까지 재발없이 잘 지내십니다. 수술 과정에서 한쪽 팔, 다리의 감각을 잃으셨지만요.

수술 동의서 작성하는 자리에서 주치의는 교모세포종 예후와 평균 생존시기를 고지하면서, 수술 후에 몸 한 쪽의 팔다리를 못 쓰게 될 가능성이 높고, 항암치료가 고통스러울거라는 얘기까지 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에 동의할지 결정하라고(이렇게 쓰면 마치 수술을 포기하라는 얘기를 한 것 같지만, 마지막에는 그래도 어머니 연세나 체력으로 볼 때 치료를 해볼만 하다며 수술을 권하는 결론이었습니다)

두부두부님 글을 읽으니 제가 겪었던 그 시간을 그대로 적어놓으신 것 같아 잠시 힘들었네요.

이제 치료 시작이니 가족 모두 기운내서 잘 버티시기 바랍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은 걱정하지 마시구요.
티를 안 내지만, 누구보다 환자 본인이 힘들고 불안합니다. 가족들은 가능하면 힘들거나 불안하다는 생각을 잊고 사세요. 그래야 환자 본인도 가끔 힘들고 불안한 걸 잊습니다.
두부두부
19/06/03 13:37
수정 아이콘
우선,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잘 지내신다 하니 기쁩니다. 용기도 나고요..
힘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waterberry
19/06/03 14:51
수정 아이콘
아마도 그냥 제가 힘들었던 시간이 기억나서만이 아니라, 두부두부님이 그 시간에 어떤 심정이었을지가 느껴지면서 힘들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죄송하다고 하시니 제가 더 죄송하네요. 그런 얘기를 듣자고 쓴 글은 아니었으니까요. 아시겠지만…

수술은 잘 마치신 것 같으니, 남은 치료 잘 버텨내세요.
하루사리
19/06/03 13:4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도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오래 못사신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네요.
아버지와 좋은 추억 , 많은 시간 함께 하세요. 서로 사랑하시고 힘내세요. 쾌유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修人事待天命
19/06/03 13:51
수정 아이콘
작년에 아버지 암판정받고 수술하시고 지금 항암 받고계십니다. 의사는 아직 뭐라고 확실하게 얘기하기 힘들다고 얘기하고...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올해 초에는 제 자식도 지병이 좀 악화되어서 병원에 갔더니 장애등급 받으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군대문제나 치료비 지원 등등) 얘기를 하고.... 그래도 당장에 큰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지내려고 노력중입니다. 두부두부님도 힘내십시오. 막연한 생각입니다만.... 우리가 나중에 늙어서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 지금 상황을 떠올리면서 '그 때 많이 힘들긴 했지만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힘차게 살고 즐길건 즐기면서 지냈으면 좋았을껄' 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같이 화이팅 합시다...
캐모마일
19/06/03 14:01
수정 아이콘
힘드시겠지만 제일 힘든 건 아픈 사람일겁니다.
미래를 단언할 순 없기에 현재를 소중히하고 최선을 다하시길...
그 최선이 아버지에게도 가족들에게도 후회가 남지 않는 최선이기를 바랍니다.
에버쉬러브
19/06/03 15:08
수정 아이콘
예전에 pgr에도 글을쓴적이 잇는데 친동생이 5년전 32세 나이로 교모세포종 판정을 받고 의사에게 똑같은 말을 듣고
자기는 움직이는한 자유롭게살고싶다고 수술을 포기햇엇습니다
그후 딱5년이 지난 1월에 다시 쓰러져 긴급수술을해서 한달간 항암치료도 하고 꿎꿎히 버티며 자기는 살수잇다고 생각하는걸보니 너무 가슴아프더군요
가족들도 많이 앞으로 힘들꺼에요
힘내시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보아요 화이팅
여왕의심복
19/06/03 15:17
수정 아이콘
의사들이 말해주는 것은 결국 통계에 기반한 수치이며, 과학적인 근거로 포장된 운명의 근사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희망을 잃지 마시고, 아버지와 행복한 시기를 보내세요. 저는 저희 할아버지께서 말기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일과 생활이 바빠 함께할 시간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의학적으로 예상되는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버티고 계셔서 얼마전에는 증손자들을 데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도 해드렸네요. 남은 기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지를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별을 이야기할 시간은 남아있는 것이니까요.
19/06/03 15:49
수정 아이콘
작년에 친구가 전화로 아버지가 시한부 판정 받았다고 울더군요..
그런데 다른 병원에서 다시 검사하고 수술하고 지금은 많이 건강해지셨습니다. 기적이죠.
글쓴이님의 아버님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vanillabean
19/06/03 16:54
수정 아이콘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시 좋은 소식 갖고 오시길 기도할게요.
꿀꿀꾸잉
19/06/03 21:02
수정 아이콘
힘내시길 바랍니다.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시길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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