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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7/22 08:59:56
Name 목화씨내놔
Subject [일반] [9] 직장 생활을 하면서 휴가
딱히 내가 책임감이 강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회사에 충성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같은 걸 누가 월급주면서 데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그저 조금 감사한 마음만 있을 뿐이다

워라밸이라고 하지만 주말에 특별히 약속이 있거나 야구를 하지 않으면 그냥 회사에 나와서 여유있게 남은 업무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서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하고 바쁜 주중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민하면서 차주 업무 계획도 세웠다
뭐 그렇다고 약속을 미루면서 회사에 나오는건 아니었고 회사가 강남으로 이사간 이후는 사실 그런것도 뜸해졌다

*몇년간 나와 같이 브론즈에 있던 친구가 갑자리 플4가 되면서 "응 너 겜존못"을 시전해서 한동안 롤에 빠져든게 사실 더 큰 이유이지만

최근 6~7년 동안 제대로 휴가를 가본 적이 없는 거 같다 항상 휴가를 가도 2~3일이었고 휴가 가는 도중에도 전화를 받고 회사메일로 들어가서 내용 확인하고 그러는게 일이었으니까 휴가가 휴가가 아닌 상황이었다

난 분명 워커홀릭은 아니고 엄청 게으르고 사무실에서 월급루팡을 하는 경우도 많다 류현진 경기를 대놓고 보고 피지알도 수시로 들어와서 게시판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근데 왜 굳이 휴가도 제대로 못보내는걸까 아니 휴가는 그렇다치고 주말에도 회사에 가서 쉬겠다는 심연에 자리잡은 이 노예근성은 무엇인가
일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면서 밤 12시까지 게임하다가 다음날 아침 개벽같이 회사로 출근하는 이 게으름은 또 대체 무엇이고

한달전쯤에 친구와 이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난 그저 관심이 고픈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조직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에 주말에도 수시로 출근하며
윗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유지하며 상사의 관심을 바라는 관종이라는 결론에서 빠져나갈 논리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회사가 정말 잘되기 위해서 밤을 지새고 주말에도 일을 한것도 아니었던 건 맞다
진짜로 회사가 성장하기를 바랬으면 훨씬 더 능동적이고 새로운걸 찾아나섰을것이다
제대로 휴가도 수년간 못보내면서 나름 나 없으면 회사가 안돌아가네 "휴가 중에 미안한데"라며 나를 찾는 사람들을 보며 희열같은 걸 느낀 건 아닐까

이미 한번의 이직에서 경험했던 건 싸그리 까먹어버린 나는 참 뭐라고 해야할까모르겠다
조직에서는 한두명 정도는 너무 쉽게 대체되고 큰 문제도 안생긴다는걸 분명히 깨달았는데 말이다
지금 이 회사에서도 나 하나 없다고 회사 안 돌아가는거 아닌데 오히려 더 잘될수도 있는데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일주일만 푹 쉬고 싶다
호텔을 가거나 펜션을 가거나 관광지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그저 일주일정도만 아무 생각 없이 늦잠자고 하루종일 고기 구워먹고 대낮부터 캔맥주 까먹고
커피숍가서 지나가는 사람구경하고 피시방가서 라면먹으면서 유미로 하드캐리하고

그러다 지치면 또 숙소에 들어와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맛있는 녀석들과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푹신한 침대에서 스르르 잠이 들고 싶다
내일 할 일과 과자 그리고 걱정 없이 그렇게 다음날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련한건지 이제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것도 참 웃기다

그래서 8월 마지막주에 휴가를 냈다 일주일동안 흐흐흐흐흐

그 일주일동안 나는 이제 사회인이 아니다 야생의 자연인이다 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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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2 09:20
수정 아이콘
총 근무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데 집중하는게 대세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근무시간 늘리는 데 대한 저항이 약하다 보니,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임에도 아직 개발도상국 시절의 사람 갈아넣기 문화가 상존해 왔어요. 주당 평균근로시간 전세계 2위.


문제는 이게 시간당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것. 어차피 눈치보며 야근할 거, 주간에는 오히려 놀맨놀맨 쉬엄쉬엄 크크.


주 52시간제는 직장인들에게 있어 일종의 혁명이 되었죠.
적어도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일 없으면 집에 가라 문화, 정시 퇴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누군가의 정치 구호가,
뜬금없이 현 정부에서 실현되어가는 모습입니다 흐흐.
목화씨내놔
19/07/22 09:21
수정 아이콘
정말 그런거 같아요 열심히 업무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게 몸에 배어버린 느낌이에요
너구리2
19/07/22 09:56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공감합니다.
포괄임금제에 묶여서 야근수당도 제대로 못받는데 업무는 산더미 평일 내내 일하고 주말까지 나와서 해야되니까 의욕이 안생기죠
개인능력으로 맡은업무 빨리 쳐내도 그만큼 업무를 만들어서라도 다시 쌓아버리니 근무시간에 쉬는거죠
일을 끝내건 못끝내건 회사에는 남아있어야됩니다. 하아..
중소기업에는 언제 52시간 정상적으로 적용될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적용된다 하더라도 수도권처럼 정확히 규제가 될지 의문이네요
금요일 오후에 업무던지고 월요일 오전에 보고하라고 하면 주말에 집에서 일하라는건데 크크
중학교일학년
19/07/22 10:28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생활을 하시네요. 놀랍도록 비슷해요. 게으른것도 비슷하고
저보다 이런생활을 더 오래하셨다니 그 일상이 이해가 되네요.
그동안은 그냥 일하느라 버텼는데, 요새는 정말 쉬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생각도 안하고 쉬고싶다. 쉬고싶다. 쉬고싶다. 생각이 드네요.
8월 말 휴가엔 멘탈 힐링 하시면서 보냈으면 좋겠네요.
겨울삼각형
19/07/22 11:03
수정 아이콘
아이가 생기니 아이 일징에 맞춰 휴가늘 잡아야 하네요.

다음 주는 어린이집 방학이라..


저도 집사람도 그때로 휴가잡았습니다.
제주도로 떠납니다.
니나노나
19/07/22 21:39
수정 아이콘
라면유미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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